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16)
516.
5000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 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베르키아의 마음에 어둠이 내려앉았다는 거지.’
타락하여 언데드로 부활할 만큼.
단순히 삐뚤어졌다는 수준이 아니다.
베르키아는 그토록 원하던 평화로운 세상을 증오하게 된 것이다.
‘내 목소리가 과연 닿을까?’
망자는 불안전한 존재.
자신이 카일이라고 밝혀도 믿지 않을지 모른다.
설령 믿는다 하여도 해결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뚜벅- 뚜벅-
세계를 밝게만 바라보던 베르키아가 세계를 증오하게 된 이유.
‘그게 무엇인지 일단 알아야 해.’
레오가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래도 말 안들으면, 두들겨 패서라도 정신 차리게 해야지. 일단은 루메른의 상황을 정리하고 베르키아를 추격해야지.’
*
“어서오게! 레오 학생!”
“늦은 시간에 실례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후훗, 그럴 리가. 자네라면 언제든 환영이지.”
렌 교수는 열렬하게 자신의 방을 방문한 레오를 환영했다.
“그래, 이 시간에 날 찾은 이유는? 이제 마법 학과로 선택을 굳히기로 한 건가?”
“그건 아니에요.”
“그거 아쉽군.”
렌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렌에게는 크게 아쉬운 기색은 없었다.
사실 레오의 학과에 관해서 렌은 이미 손을 놓은 상태였다.
렌 뿐만이 아니다.
레오의 재능을 보고 학과에 편입시키려고 했던 아인은 물론이고 유라까지도 그 부분에 관해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세 교수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듀얼클래스의 경우 양쪽 분야에서 모두 성취가 높았던 경우는 드물다.
영웅의 시대 이후 최강의 듀얼 클래스라 평가받는 두 마검사.
페어리 나이트 베르키아와 황혼의 기사 루메른을 제외하고는 두 개의 이능을 영웅의 경지까지 이룬 듀얼 클래스는 없었다.
대부분의 듀얼 클래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는 경우에는 이도저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보통 하나의 주력 이능을 정하고 그것을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보조 이능을 활용했다.
그러다 보니 세 교수로서는 전대미문의 올 클래스인 레오 역시 하나의 이능을 주력으로 정하고 나머지 두 이능을 보조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기우에 불과했지만.’
올 클래스인 레오는 모든 이능에서 빠지지 않고 특출난 경지에 이르렀다.
‘그것도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말이지.’
이미 영웅의 경지에 오른 레오를 보면 절로 혀가 내둘러질 지경이다.
그런 레오에게 진로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도 이제는 이상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날 찾은 이유가 무엇인가? 혹시 마법에 관한 토론을 나누고자 하는 거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렌이 빙긋 웃으며 손가락을 휘저었다.
찻주전자와 찻잔에 레오 앞으로 날아왔다.
허공에서 쪼르르- 따뜻한 차가 따라졌다.
레오는 허공에 있는 찻잔을 들며 말했다.
“루나님에 관한 겁니다.”
“루나님…….”
렌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루나님이었다는 걸 알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야.”
본의 아니게 성운의 시조에게 마법을 가르친 유일무이한 교수가 된 렌이었지만, 아쉬움이 컸다.
루나라는 걸 알았다면 마법에 대해 좀 더 깊은 토론을 나눌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이 사람은 천생 마법사군.’
아쉬워하는 렌을 보며 속으로 웃음을 터트린 레오가 말했다.
“그래도 루나님은 렌 교수님의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정말인가?”
“예. 루나님의 꿈은 어떠한 형태로든 영원히 자기가 기억되는 거였거든요.”
차를 홀짝인 레오가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렌 교수님은 루나님의 꿈을 이루어준 거라고요.”
“별의 마법 입문서를 말하는 건가?”
“네. 그걸 읽어보고 정말 기뻐했습니다. 렌 교수님의 논문을 몇 번이고 읽어보며 천재라고 입이 닳도록 칭찬했어요.”
“최고의 영광이야, 정말이지 몸 둘 바를 모르겠군.”
렌이 진심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마법사에게 있어 이런 칭찬보다 더 큰 영광이 있을까?
“그래서 그런 렌 교수님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음?”
레오는 아공간을 열어 네 개의 마도서를 꺼냈다.
루메른 교내 문구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마도용 필기서.
굉장히 두꺼운 내용의 필기서를 자신에게 들이미는 레오를 보며 렌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표지에 쓰여있는 글자를 읽었다.
“일리아나 라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도서를 펼친 후 내용을 읽어갔다.
렌의 얼굴이 대번에 굳었다.
“이건…….”
“루나님이 남긴 마법 술식이에요.”
“일리아나 학생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마법인가?”
“예.”
“과연.”
렌이 진지한 표정으로 마도서의 내용을 읽어나갔다.
그의 눈동자가 엄청난 속도로 계속해서 좌에서 우로 이동한다.
잠시 후, 초반 부분을 읽은 렌은 차례차례 클로에 뮐러, 아바드 르왈린, 첼시 르왈린이라 적힌 마도서를 차례차례 읽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더니 이내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레오 학생, 자네라면 이 마도서의 의미를 알고 있겠지?”
“네.”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의 진보죠.”
루나가 남긴 마도서는 루나가 네 명의 학생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마법이다.
그것은 각각 그들만이 쓸 수 있는 고유 마법.
그리고 마법을 만드는데 들어간 마법의 개념은 지금 시대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마법 개념보다 한 차원 위의 것이었다.
“물론 고유 마법을 이루는 술식인 만큼 당장에 상용화하는 건 힘들겠지.”
렌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게다가 완성도 되지 않은 상태고 말이야.”
아무리 마법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 평가받는 루나라고 할지라도 마법의 역사를 바꿀 마법을 짧은 시간 안에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그랬기에 루나가 현세에 머무는 시간 동안 만든 마법은 아직 미완성 단계였다.
“이걸 나한테 보여주는 건 내가 학생들을 지도해서 마법을 완성시켜주길 바라는 거겠지?”
“네.”
렌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평소 같았으면 옳다구나 하고 맡았을 것이다.
렌은 스스로가 마법에 관해서는 학계의 그 누구보다도 우수한 천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렌보다 강력한 마법사는 많다.
그러나 연구 분야에서는 렌은 세계 굴지의 마법사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막중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루나님이 현세에 남긴 마법을 연구하는 일이다.’
고민하던 렌이 입을 열었다.
“나를 선택한 이유는?”
“루나님이라면 렌 교수님을 선택했을 겁니다.”
“나를?”
“예. 렌 교수님 이야기를 많이 했거든요, 게다가 학생들을 위하고 진심으로 마법만을 생각하는 분이니까요.”
“흐음.”
렌을 선택한 건 레오지만 루나였더라도 렌을 선택했을 것이다.
레오의 말을 듣고 고민하던 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내가 맡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똑똑-
그때 타이밍 좋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게나.”
렌의 말이 끝나자 문이 열리고 칼을 포함한 일리아나, 첼시, 아바드, 클로에가 렌의 교수실로 들어왔다.
“클로에, 아바드, 첼시, 일리아나. 네 학생은 여기에 앉도록.”
렌은 네 사람에게 자리를 권했다.
네 사람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징을 지으며 자리에 앉자 레오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알겠네.”
레오가 네 사람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칼과 자리를 나섰다.
끼익- 탁-
문이 닫히고 복도를 걸으며 칼이 물었다.
“렌 교수님이 저 네 사람을 왜 보자고 한 거야?”
“루나가 남긴 마법을 네 사람에게 가르쳐주기 위해서.”
“와? 루나님이 남긴 마법? 대박인데?”
“어디 가서 이야기 하지마.”
“크~ 그러기에는 입이 근질근질한데.”
칼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함부로 할 칼이 아니었기에 레오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나저나 어떤 마법들을 남긴 거야?”
“아직 미완성 마법이야. 어떤 형태가 되느냐는 각자가 어떻게 하기에 달렸지.”
“그래도 대략적인 마법 컨셉은 있을 거 아니야?”
칼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묻는 이유는 단순했다.
‘어쨌든 전장에서 마법사는 조커니까.’
마법사란 전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도 있는 존재다.
어쨌든 레오를 제외하고 마법학과 탑3인 세 사람에게 루나가 남긴 마법이다.
거기에 더해 일리아나 역시 굉장한 마검사다.
‘나중에 비장의 한수로 쓰기 좋을 것 같은데.’
칼은 서포터 지망이긴 하지만 싸움의 흐름을 읽고 지휘를 하고 전략을 짜는 재능은 2학년 중에서 최고다.
‘본인은 아니라고 너스레를 떨지만.’
강한 힘을 지닌 자일수록 타인과 힘을 합치기 힘들다.
영웅은 각자의 개성이 강한 존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협화음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칼의 지휘는 즉석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게 해준다.
‘관찰력은 물론이고 사고도 유연해야 하지. 지휘관으로서는 최고야.’
레오는 칼의 능력을 꿰뚫어 보며 말했다.
“일리아나의 경우에는 일종의 가속 마법이야.”
“가속? 생각보다 평범하네?”
“평범하지. 하지만 웬만한 감각으로는 인지하기 힘든 수준으로 빨라진다면 이야기는 다르지. 빛 속성 마법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니까.”
레오가 일리아나를 떠올렸다.
“일리아나는 성격이 저돌적이고 거칠어서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어.”
“하긴, 돌격 바보니까. 빛의 마법을 다루려면 섬세해야 하는데 그 성격으로는 무리지. 결국에는 화력에 의존한 대형 마법이나 남발하다가 마력이 바닥나버리지.”
“맞아. 그래서 검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지만, 옆에서 지켜본 결과 일리아나는 오러 보다는 마법 재능이 더 뛰어나.”
복도를 걸으며 레오가 말했다.
“그러면 차라리 그 마법 능력을 활용해서 검술을 극대화 시키는 게 하나의 방법이지.”
“과연.”
칼이 턱을 쓰다듬었다.
“클로에는?”
“공간 지배 마법이야.”
“오호. 얼음 세계의 상위호환인가?”
“맞아. 마법을 설계한 걸 보니 정령계에 개입을 하더군.”
“엉?”
“마법을 전개하는 그 순간 일종의 정령 상태가 되는 마법이랄까?”
“야야야, 잠깐. 클로에는 정령술 재능이 없잖아?”
“맞아. 마법으로 정령의 영역에 들어가는 거야.”
“와……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찔해지는데?”
“완성했을 때의 이야기야.”
‘당연히 완성을 하겠지만.’
레오가 본 클로에는 그 마법을 완성하고도 남는다.
“아바드 녀석은?”
“바람 마법에 한해서 무영창.”
“뭐? 무영창?!”
칼이 입을 떡 벌렸다.
무영창.
그 누구도 이룩하지 못한 꿈의 영역이다.
루나 조차도 빠를 뿐.
영창 과정이 필요하다.
“미쳤다.”
“미쳤지.”
“그럼 첼시는?”
“마법 효과만 본다면 클로에랑 비슷해.”
“오호?”
“노래로 공간의 모든 바람을 마음대로 지배하는 마법이야.”
“하나 같이 기상천외하네.”
“루나 녀석이니까 할 수 있는 발상이고, 또 구현할 수 있는 마법이지.”
레오 본인도 혀를 내둘렀다.
레오도 루나가 대단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새삼 놀라게 된다.
“뭐, 어디까지나 녀석들이 완성할 수 있을 경우지만.”
“크으. 쓸 수만 있다면 진짜 대박이겠는데?”
칼이 연신 감탄할 때였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너희들이 과거의 영웅이랑 맞붙었잖아?”
“맞붙었지. 와, 진짜 살벌하더라.”
칼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함께 싸워 본 입장에서 볼때 동기들의 실력은 어땠어?”
“뭘 묻냐, 당연히 괴물들이었지.”
혀를 내두른 칼이 말을 이었다.
“원래도 괴물이었지만 수련회가 자극이 되었나 봐. 단기간에 다들 2학년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어.”
“애들은 역시 성장이 빠르네.”
“와! 진짜 아저씨 같다.”
칼이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런 칼을 보며 레오가 큭큭- 웃음을 터트렸다.
“다만.”
“다만?”
그때 이어진 칼의 말에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제자리 걸음인 녀석이 한 명 있다고나 할까?”
칼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엘리자는 크게 바뀐 게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