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20)
520.
할린드의 영웅학 특별 수업이 끝나고 2학년들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 수업을 들었다면 2학년뿐만 아니라 영웅을 꿈꾸는 자라면 누구나 충격적인 이야기일 수밖에 없겠지만.’
레오가 심각한 표정의 학생들을 둘러보며 속으로 중얼거릴 때였다.
“믿을 수 없어.”
첼시가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히어로 레코드에 적힌 기록이 말소되었다니.”
“단순한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에이란 역시 진지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언데드로 부활이 확인되었음에도 철혈의 마법사, 티아르님은 기록 말소가 되지 않았다고 했으니까요.”
“반대로 황천의 기사 타무스의 경우에는 언데드로 부활한 것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말소가 되었다고 했죠.”
첸 시아도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받았다.
‘티아르를 성불시킨 것과 타무스의 기록 말소를 한 건 나지만.’
레오의 지난번 파견 당시의 행적에 관해서는 멜이 정보를 제한하고 있었다.
‘명성은 지금으로 충분해. 오히려 더 큰 명성은 걸림돌이 될지도 모르지.’
전대미문의 올 클래스, 최연소 학생회장, 최연소 히어로 레코드 등록.
이미 레오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영웅이다.
레오는 붙잡힌 세계의 질서와 판도를 순식간에 바꿀 수 있는 존재다.
그러한 자가 모습을 드러내면 세계의 질서를 붙잡고 있는 쪽의 반응은 둘 중 하나다.
따르거나, 혹은 반발하거나.
그리고 아무리 전대미문의 올 클래스에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영웅이라고 해도 기존의 영웅들에게 있어 레오는 아직 애송이에 불과하다.
‘저스티스 길드 때처럼 회유가 통하지 않으면 위해를 가할 녀석들이 없으란 법도 없지.’
레오가 가볍게 한숨을 쉴 때였다.
“야, 레오. 혹시 철혈의 마법사랑 황천의 기사. 너랑 연관 있지 않냐? 혹시 히어로 레코드 기록 말소…… 네가 한 일이야?”
칼의 말에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세 소녀가 레오를 바라보았다.
“응, 맞아.”
레오의 대답에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이지 넌 언제나 상식을 초월하는구나? 아, 대영웅인 시점에서 이미 비상식적인 건가?”
칼이 혀를 내둘렀다.
“그럼 그밖에 모든 영웅의 기록을 레오 오빠가 삭제한 거야? 응? 응? 그런 거야?!”
“굉장해요! 레오 도령!”
“그러고 보니…… 그림자의 서 역시 레오 도령이 손을 대자 완성된 거였죠?”
“잠깐? 그러면 히어로 레코드의 기록까지 가능하다는 소리야?”
“맞아.”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야?”
흥분한 첼시가 레오 앞에서 폴짝폴짝 뛰며 물었다.
그런 첼시의 머리를 토닥여주며 레오가 말했다.
“히어로 레코드가 원래 내 거래.”
“뭐?”
“원래 네 거라고?!”
모두가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응. 기록과 말소 권한이 있는 건 그 때문이야. 거기에 더해 다른 보상도 받을 수 있어.”
“다른 대영웅님들을 히어로 레코드 바깥으로 모셔 올 수 있었던 것도 레오님이 히어로 레코드의 주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군요!”
“그래.”
모두가 탄성을 내질렀다.
“이제야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군요.”
첸 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호오?’ 감탄사를 터트리며 턱을 쓰다듬었다.
“또 무슨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거야?”
첼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뾰족하게 묻자 칼이 대답했다.
“요즘 정말로 레오를 가지고 종교를 하나 만들면 어떨까? 라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중이야.”
“레오님을 모시는 종교요?”
에이란이 귀를 쫑긋거리며 흥미를 보였다.
“그래. 이름은 레오교.”
“구려.”
첼시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얼굴을 팍 찡그렸다.
“야, 넌 레오 본인 앞에서 이름이 구리다고 하면 어쩌냐?”
“레오 오빠 이름이 아니라 네 생각이 구리다고 한 거야.”
“어째서? 진짜 떼돈을 벌 기회야!”
“자꾸 대영웅을 돈벌이 수단에 활용하면 천벌 받을걸?”
첼시가 코웃음을 쳤다.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리던 첸 시아가 물었다.
“그렇다면 혹시 이번에 루니아 양이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것도 레오 도령에 의해서인가요?”
현재 루니아 역시 ‘성운의 뒤를 쫓는 자’ 라는 칭호를 받은 덕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니. 그건 루나가 기록한 거야.”
“루나님이요?”
“그래. 아무래도 나 말고도 다른 녀석들도 기록과 말소 권한이 있는 것 같아.”
“대체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 거지?”
“신이 했던 말에 따르면 원래 세계가 아닌 나한테 한 선물이라고 하더군. 정황을 보자면 정확하게는 대영웅들에게 한 선물 같지만.”
“이제는 하다 하다 진짜 신까지 나오냐?”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대사에 칼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히어로 레코드에 관한 일로 영웅 소집을 한다니. 거물들이 방문하는 거면 학교가 꽤 소란스럽겠지?”
“그럴 수밖에. 엄청 불안한 영웅들이 꽤 많을걸?”
첼시가 코웃음을 쳤다.
할린드는 특별 수업에서 모든 영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지닌 것은 딱히 할린드뿐만이 아니다.
영웅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영웅이라는 이유로 ‘방종’을 누리는 자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평소와 달리 그 눈은 싸늘했다.
“뭐, 레오에게 말소 권한이 있다면 회의고 뭐고 다 의미 없지 않나?”
칼이 깍지 낀 손을 머리에 대고 태평하게 중얼거렸다.
“글쎄. 이참에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자들을 전부 정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레오의 말에 네 사람의 움직임이 딱-! 멈추었다.
칼, 첼시, 첸 시아, 에이란.
네 사람 모두 영웅 후보생이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영웅이 자격을 박탈당했을 때의 후폭풍이 얼마나 거셀지는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것이 필요한 일이라도 당장에 대혼란이 올 것이다.
굳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넷을 보며 레오가 빙긋 웃었다.
“농담이야.”
“농담이시죠? 깜짝 놀랐어요!”
에이란이 활짝 웃었다.
‘절대 농담이 아닌 것 같은데.’
‘레오 오빠라면 수틀리면 그러고도 남지.’
‘아바마마와 그림자 군주들에게 그림자 파견을 요청해야 하나? 자격이 박탈당한 이들 중에 난동을 부릴지도 모르는 영웅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하지만 다른 세 사람은 레오라면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렇게 다섯 사람이 기숙사로 향할 때였다.
지지지직-!
레오의 바로 앞에 갑자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에 레오가 걸음을 멈추었다.
‘뭐지?’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순간-!
번쩍-!
레오의 눈앞에 거대한 공간의 일그러짐이 발생했다.
그걸 본 첸 시아가 흠칫-! 하며 레오 앞으로 나섰다.
“공간의 왜곡?! 이거 설마 영웅 던전이야?”
“잠깐! 여기에는 히어로 레코드 조각도 뭐도 없잖아!”
“일단 물러서요! 빨려 들어가기 전에!”
첼시와 칼, 에이란이 경악성을 내질렀다.
그걸 빤히 바라보던 레오가 말했다.
“일단 진정해. 괜찮은 것 같으니까.”
“뭐?”
“영웅 던전인 건 맞는 것 같지만…… 안정화 되어 있어.”
레오는 자신을 지키듯 앞으로 나선 첸 시아의 어깨를 진정시키듯 쓰다듬어주었다.
바짝 굳어 있던 첸 시아의 긴장이 풀렸다.
영웅 던전의 입구 앞에 선 레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일단 교수님들 모셔와.”
***
느닷없는 상황에 루메른 전체에 소문이 쫙 퍼진 상태였다.
제일 첫 발견자인 다섯 사람의 경우에는 상황 설명을 위해 영웅의 탑으로 향한 상태였다.
영웅 던전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교수들이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영웅 던전에서 별다른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의 궁금증은 더욱 커져갔지만, 일단은 학생의 본분이 먼저였기에 모두가 수업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아니, 학생의 본분 좋다 이거야.”
2학년 기사학과 연무장에서 일리아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런 흥미진진한 사건이 일어난 다음 자습은 아니지! 교수님도 안 계시잖아!”
“자습이 아니에요, 일리아나 학생. 오늘은 오랜만에 대련 훈련이에요.”
아인의 부교수 클라리아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일리아나 양, 최근 마법학과 학생들이랑 같이 함께 렌 교수님과 마법 연구를 한다고 들었는데요?”
“그, 그게…….”
“그렇게 기사학과라고 외치더니 결국 학과를 배신하는 건가요?”
“아우으으!”
일리아나가 울상을 지으며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외면했다.
‘반자아아앙! 날 구해줘!’
일리아나는 이 자리에서 자신을 구해줄 레오를 찾았지만 애석하게도 레오는 오늘 수업에 늦을 예정이었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클라리아를 보며 일리아나가 울기 직전까지 될 때였다.
“크으-! 여긴 여전하군.”
입구에서 들려 온 목소리에 클라리아가 미간을 좁히고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오랜만이군. 클라리아. 여전히 아름다워.”
“카오딘 경.”
클라리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카오딘? 크림슨 라이트닝 카오딘 쿠르켄?”
“저 사람이 왔어?”
“하지만 저 사람은 분명…….”
2학년 기사학과 학생들이 그의 이름을 듣고 웅성가리는 가운데 한 학생이 뒷말을 삼켰다.
“응? 후배님. 무슨 말을 하시려고?”
카오딘가 빙긋 웃으며 그 학생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텁-!
“컥?!”
남학생의 몸이 허공에 떴다.
“기사학과라면 당당하게 끝까지 말해야지.”
비웃음을 날리는 카오딘을 보며 클라리아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 손 놓으세요, 카오딘 경.”
“클라리아, 네 부탁이라면 들어줘야지.”
카오딘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놓았다.
“커억! 허억! 허억!”
“스벤 군. 괜찮으세요?”
첸 시아가 다가와 동기생을 부축했다.
그런 첸 시아를 보며 카오딘이 호오- 감탄하더니 이내 작게 중얼거렸다.
“실력 합격, 인품 합격, 외모 합격인데 그림자라 아쉽군.”
첸시아는 혀를 차는 카오딘을 무시했다.
클라리아는 그런 첸 시아를 보호하듯 카오딘 앞에 섰다.
“루메른에는 어쩐 일이시죠?”
“여기가 내 모교인데 못 올 곳을 왔나? 게다가 증조부님의 억울한 누명도 풀어드려야 하고 말이야.”
카오딘 쿠르켄.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기사 클래스 영웅.
활을 다루는 궁사로 ‘크림슨 라이트닝’이라는 이명을 가진 남자였다.
그리고 학창 시절 아인의 동기생이기도 한 남자였다.
‘그리고 언데드로 부활해 얼마전 쳐들어온 메테라르 쿠르켄의 증손자.’
“클라리아, 여전히 아인의 부교수 노릇이나 하면서 썩을 생각인가? 이제 그만 내 발키리에 입단하는 게 어때?”
카오딘이 연무장 입구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스무명의 기사들이 있었다.
모두 외모와 실력이 출중한 여성으로 이루어진 기사들이었다.
“전 아인 아인 교수님의 부교수 자리가 좋습니다.”
클라리아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 외모가 시들기 전에 나한테 오는 게 좋을 텐데? 아니면 뭐야? 아니라고 부정하더니 결국 아인과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건가?”
카오딘의 말에 클라리아의 눈에 스산한 살기가 맺힐 때였다.
“클라리아 부교수님을 모욕 하지마시죠.”
첸 시아가 클라리아 앞에 서며 빙긋 웃었다.
“어른들 말씀하는데 끼어드는 거 아니라고 아인이 안 가르치던? 아니면 그림자라 기사도를 모르는 거냐? 그럼 그림자로서도 실격일텐데? 영웅께서 이야기 하시는데 끼어들면 안 되지?”
“드래곤 로드께서 영웅과 그림자는 동등한 존재라고 선언하셨는데요.”
“드래곤 로드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수 천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을 하루 아침만에 바꿀 수는 없지.”
카오딘이 비웃음을 날렸다.
“아니면 뭐냐? 나한테 관심이라도 받고 싶은 건가? 발키리로는 받아 줄 수 없어도 뭐, 호위라면 나쁘지 않겠네. 그림자면 밤에도 쓸만하겠지?”
카오딘의 눈이 첸 시아의 얼굴과 몸을 훑었다.
그걸 본 클라리아의 이성을 상실했다.
“이 개망나니 새끼가! 지금 내 학생한테……!”
“미안해서 어쩌죠? 전 이미 몸과 마음을 다 바칠 주군이 있는데. 없었어도 당신 같은 벌레는 제가 사절이에요.”
첸 시아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카오딘의 눈이 돌변했다.
콰앙-!
카오딘이 망설임 없이 첸 시아의 배를 걷어찼다.
파지지지직! 화르르르륵-!
그와 함께 그의 목으로 두 개의 롱소드가 교차하듯 닿았다.
“하, 요새 애새끼들은 왜 이렇게 예의가 없지? 너희는 대선배님에게 예의 차리라고 안 배웠냐?”
카오딘이 살벌한 눈으로 자신에게 검을 겨눈 셀리아와 듀란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그러면 넌 너희 부모가 안 가르치던?”
뚜벅- 뚜벅-
턱-
연무장 입구에 선 레오가 싸늘한 눈으로 카오딘을 바라보았다.
“사람 대접 받고 싶으면 개같이 굴지 말고 사람답게 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