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33)
533.
대륙 북부는 엘프의 영토이다.
물론 대륙 북부 지방 전부가 엘프들의 영토는 아니지만 드넓은 대륙 북부 대부분의 영토를 차지한 게 엘프라는 건 변한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대륙 북부에는 무수히 많은 엘프의 나라가 존재했다.
“그중에서도 엘던은 좋게 말하면 특별한 나라야.”
엘던으로 향하며 루니아가 말했다.
“나쁘게 말하면 별난 곳이고.”
루니아의 말을 들은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정확하게 무슨 뜻이야?”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아, 그래. 바르하르룬과 비슷한 곳이라고 보면 돼.”
“꼴통 동네란 뜻이군.”
“맞아.”
레오가 혀를 차자 루니아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에이란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학창 시절 루나님은 어땠나요?”
“루나에게 들은 바로는, 그 녀석 학창 시절이 순탄치는 않았어. 일단 바르하르룬이라면 이부터 갈고 보지.”
“어땠길래요?”
“거긴 말 그대로 하이 엘프를 육성하기 위한 도시였거든. 그리고 하이 엘프들은 같은 동족인 엘프마저도 열등 종족 취급하는 녀석들이었고.”
“아…….”
그 말에 루니아와 에이란은 자연스럽게 한 집단을 떠올렸다.
‘순혈회.’
“요즘 왕족이나 귀족 같은 개념인가 보네요.”
“비슷하지. 그리고 고아였던 루나는 오직 순수한 마법 재능만으로 바르하르룬에 입학했거든.”
하이 엘프를 많이 배출한 명가의 자제들이 대부분인 바르하르룬에서 루나는 단연 이질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일종의 생태 교란종이지.’
마법에 관해서는 상식을 초월하는 발상과 응용력.
그리고 그걸 가능케 하는 마력.
단언컨대 마법이라는 것이 존재한 역사에서 루나만큼 위대한 마법사는 없다.
그런 마법사의 성장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건 엄청난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마법의 특성상 그런 마법사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받아 자신 또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바르하르룬의 엘프들은 그저 루나를 견제할 뿐이었다.
바르하르룬의 또 다른 존재 이유는 엘프왕의 육성.
그들은 만에 하나라도 비천한 고아 태생인 루나가 엘프왕이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첸 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영웅과 그림자라는 차별에 익숙했기에 루나의 심정에 공감이 갔다.
“과연, 그렇게 어렵게 학창 시절을 보내셨으니 그곳을 싫어하겠네요.”
“전혀. 학창 시절에 주변 녀석들이 못살게 군 걸로 바르하르룬을 싫어하진 않았어.”
“네?”
“그런 걸로 주눅 들면 루나가 아니지. 오히려 시비 거는 녀석들을 다 들이박고 다녔다고 하더라고.”
“어음…….”
첸 시아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자기가 학교 최고의 꼴통이었다는 사실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기던데?”
레오의 말에 세 소녀가 침묵했다.
확실히 세 사람이 본 루나의 성격이라면 건드리면 철저하게 응징하면 응징했지 당하고만 있을 성격은 아니다.
“뭐, 그리고 좋은 사람도 있었고.”
아킨트.
일전에 레오가 빙의했던 그 남자는 혼자였던 루나를 잘 돌봐줬던 이다.
루나에게 있어서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고 들었다.
“루나가 바르하르룬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들이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에레보스가 등장하고 타르타로스가 발호할 당시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던 바르하르룬은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것도 것도 모자라 자신들의 부귀영화를 위해 세계를 위해 목숨을 거는 엘프들의 뒤통수를 치기까지 했다.
하이 엘프들이 자신의 세력을 보존하기 위해 보여준 무수히 많은 배신 행각은 많은 이를 분노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후 엘프 세력이 괴멸한 이후 세상이 빠르게 기울 당시에도 내부에서 분란을 일으켜 종족 간의 규합에 큰 장애가 되었던 것이 하이 엘프라는 족속이다.
“동족이긴 한데. 내가 양심상 순혈회 것들이 그러지 않을 거라고는 절대 말 못 하겠네.”
루니아가 얼굴을 팍 찡그리며 이를 갈았다.
실제로 순혈회는 사령왕과 내통을 한 전적이 있었다.
‘본인들은 아니라고 바락바락 우기지만.’
증거는 명명백백하다.
엘프 사회 내에서 순혈회의 영향력이 적지 않았기에 관련자 조사 진행이 더디지만, 현재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었다.
“그 본거지가 바로 저기 보이는 엘던이야.”
루니아가 살짝 얼굴을 구기며 얼굴로 말했다.
멀리 높디높은 탑이 보였다.
“천문대인가?”
“네, 엘던의 천문대는 세이룬 다음가는 높이로 유명해요.”
레오의 중얼거림에 에이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모습을 보며 루니아가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지금부터가 문제인데.”
“문제요?”
첸 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루니아가 쯧-! 하며 혀를 찼다.
“엘던은 도시 국가이지만 그 영향력은 막강했어. 순혈회의 본거지인 만큼 특별하지. 단순히 꼴통이라는 의미에서 특별하다는 게 아니야.”
“그럼?”
“엘던은 별의 마법의 사용자만 살 수 있는 나라야.”
온 국민이 마법사, 그것도 별의 마법사라는 의미다.
순혈회는 같은 엘프라도 별의 마법을 쓸 수 없는 이들을 열등하게 여기기에 생긴 일이다.
“게다가 문제가 한 가지 더 있어요. 엘프 이외의 종족은 절대 엘던에 출입할 수 없어요.”
“외부인의 경우 징글맞을 정도로 검문을 해.”
“레오 도령과 저라면 몰래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가능하긴 해도 쉽지는 않겠지.”
레오의 대답에 에이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도시 전체가 마법에 보호받고 있어서 몰래 들어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모든 나라 사람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마법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엘프들의 마탑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군.”
레오가 심드렁하게 말하자 루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인정하긴 싫지만. 어쨌든 엘던의 별의 마법이 엄청나게 진보된 건 사실이야. 저 나라 출신 엘프 중에 세이룬의 교장도 배출했으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변장해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베르키아도 별의 마법을 익히지 않았지만 출입하지 못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검술이 주력이라고는 해도 루나에게 직접 시사 받은 마법 재능이다.
게다가 자신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루니아가 레오에게 다가가 물었다.
“레오, 네 힘으로 어떻게 안 될까?”
“글쎄. 몰래 들어가야 한다면 빠르게는 힘들 거야.”
엘던 전체를 보호하고 있는 마법이 별의 마법으로 되어 있다면 해제하는 것 자체는 쉽다.
하지만 은밀하게 침입을 하는 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보통 그런 마법들은 굉장히 민감하니까.’
레오가 아무리 별의 마법에 능통하다고 해도 루나 본인만큼은 아니다.
‘내 마력이 세이룬 수준이라면 가능하겠지만, 현재 내 마력은 그 정도 수준까지는 아니야.’
레오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빠르게가 아니라면?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해?”
“정확한 시간은 결계를 직접 봐야 알겠지만 도시 크기를 봤을 때 일주일은 걸리지 않을까?”
도시 규모의 술식은 그 규모가 방대하기에 해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일단 그 정도는 든다는 거지?”
루니아가 진지하게 고민할 때 첸 시아가 물었다.
“두 분은 엘던에 곧바로 출입할 수 있나요?”
“응. 가능해.”
루니아가 코트를 벗은 후 내부의 세이룬 교복을 보여주며 말했다.
“세이룬 학생은 엘던에 출입하는데 딱히 출입증이 필요 없…… 아!”
루니아가 손가락을 튕겼다.
“레오! 마법으로 엘프로 변장하는 건 가능하지?”
“흐음? 그런 방법이 있었군.”
레오가 턱을 쓰다듬자 에이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변장 마법은 출입 심사 들통날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너 여기 있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레오는 루나님 다음으로 별의 마법에 능통해!”
루니아가 믿음직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출입 심사 때 사용하는 마도구 따위 간단하게 속일 수 있을걸?”
“나는요?”
첸 시아가 자신을 가리키며 묻자 루니아가 대답했다.
“레오가 네게 환상 마법을 걸어주면 간단하게 속일 수 있어. 네게 걸린 별의 마력 때문에 출입 검사 마도구는 네가 별의 마력을 가졌다고 인식할 거고. 물론 모습 전체를 확 바꾸면 들키겠지만. 외형만 엘프로 바꾸는 것 정도는 충분히 속일 수 있을 거야!”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진 마도구라고 해도 결국은 정교한 마법이 담겨 있는 도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더 정교하게 만들어진 마법으로 손쉽게 속일 수 있다.
루니아의 말에 첸 시아가 자신의 귀를 만지작거렸다.
루니아가 눈을 빛냈다.
“우리 교복을 입으면 완벽한 세이룬 학생이니 딱히 깊게 추궁받지도 않을 거야! 어때?”
“좋은 생각 같아요!”
에이란이 환하게 웃었다.
“좋아! 레오! 너 지난번 교환 학생으로 왔을 때 받은 교복 아직도 가지고 있지?”
“반납했는데?”
“으윽! 완벽한 계획이었는데!”
루니아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가짜 교복을 만들면 안 되나요?”
첸 시아의 말에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가품이란 게 들킬 거야. 괜히 세이룬 교복 그 자체가 출입증인 게 아니거든. 교복에 온갖 마법이 걸려 있어.”
“아아, 확실히 루메른의 교복도 평범하게 만들어지지는 않죠.”
“맞아. 그런데 세이룬 교복은 애초에 교복점이 아니라 학교에서 만들어서 보급한다고 하더군.”
“곤란하네요.”
첸 시아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저! 저! 저기요.”
그때 에이란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 머뭇거리더니 용기를 낸 표정으로 말했다.
“제, 제게 생각이 있는데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말하는 에이란을 보며 일행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엘던의 검문소 앞.
외부인들이 엘던에 출입하기 위해 검문을 받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으로 검문을 하던 검문관 앞으로 차례가 된 두 소녀가 걸어왔다.
“무슨 일…… 헛?!”
사무적으로 묻던 검문관이 흠칫했다.
“세, 세이룬의 학생분들이십니까?”
“수고하시네요.”
은발의 소녀, 에이란이 빙그레 웃으며 인사했다.
그 옆에 있는 흑발 소녀, 첸 시아는 그저 에이란을 따라 빙그레 미소 지었다.
“엘던에 마법 공부를 위해 방문했는데요.”
검문관은 자신의 테이블에 있는 수정구를 확인했다.
두 사람이 입고 있는 교복의 마력으로 인해 세이룬 학생임을 나타내는 금색 빛이 떠올라 있었다.
“아, 예! 성함이……?”
“전 에이란 에르사르예요. 이쪽은 시린 렐 이에요.”
“헛! 에, 에이란님!”
2학년 차석인 학생의 방문에 검문관의 시선이 에이란에게 쏠렸다.
“엘던에 방문하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이고 출입문을 열어주었다.
그런 검문관에게 에이란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뒤에 올 제 친구들도 잘 부탁드려요. 가요, 시린 양.”
“네.”
에이란이 가명을 쓴 첸 시아와 함께 엘던 안으로 들어섰다.
‘이런 시기에 세이룬의 최고 우등생이 방문하다니! 엘던에 좋은 일이 있을 모양이군!’
검문관이 상기된 표정을 지을 때였다.
“천…….을…….야. 벌…….거라고.”
의미 모를 말을 작게 웅얼웅얼 거리며 붉은 머리 소녀가 걸어왔다.
그 모습을 확인한 검문관이 숨을 들이켰다.
‘서, 설마? 세이룬의 학생회장 루니아 엘 룬드아!’
이른 나이에 세이룬의 학생회장은 물론이고 영웅의 자리에까지 오른!
성운의 시조 루나의 후계자라 평가받는 루니아의 등장에 검문관이 손을 덜덜 떨 때였다.
“검문 안 하세요?”
루니아의 뒤에 얼굴을 들이민 하얀 머리카락의 여학생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헙! 네, 넵! 두 학생분! 서, 성함이?”
“저는 레오나라고 하고요. 이쪽은 루니아라고 하는데요.”
“루, 루니아님과 레오나님! 확인 되었습니다! 엘던에 방문하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가자.”
“천벌 받을 거야. 천벌 받을 거라고. 대영웅을 이런 꼬락서니로 만들다니. 신들이 분노할 게 분명해.”
“얼른 가.”
레오가 루니아의 등을 떠밀었다.
검문소를 빠져 나오자 루니아가 빨개진 얼굴로 물었다.
“넌 왜 그렇게 태연해!”
“문제 될 거 있어? 덕분에 쉽게 통과했잖아. 효율적이고 좋네.”
루니아의 교복을 입은 레오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런 레오를 보며 루니아가 어깨를 떨 때였다.
“레, 레오님…… 아름다우세요…… 하아…… 하아…… 사, 사진! 사진으로 남겨야!”
“레이나님께서 몹시 아름다우셔서 그런지 꾸며 놓으니 레오 도령도 아주 아름다우시네요. 이제 레오 아씨라고 불러들일까요?”
에이란은 얼굴을 감싸 쥐며 중얼거렸고 첸 시아는 빙그레 웃으며 놀리다가 레오에게 꿀밤을 맞았다.
“역시 저 녀석들은 이상해. 이상하다고!”
루니아 혼자만 붉어진 얼굴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얼른 숙소부터 잡아. 빨리 옷부터 갈아입게.”
태연하게 걸음을 옮기던 레오가 자리에서 멈췄다.
웅-!
허리춤 매달린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그 순간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에 레오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비하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