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35)
535.
“순혈회의 앞잡이들!”
“용서할 수 없다!”
루니아는 자신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 오며 외치는 엘프들을 보며 얼굴을 구겼다.
“지금.”
루니아의 이마에 힘줄이 튀어나왔다.
“누구더러.”
꽉- 쥐어진 주먹이 맹렬하게 휘둘러졌다.
“순혈회라는 거야?!”
뻐억-!
“꺽?!”
루니아를 향해 정면에서 덤벼들던 엘프가 턱을 얻어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루니아를 포위한 기사들이 검을 겨누며 포위망을 좁혔다.
그걸 보고 코웃음을 친 루니아가 손가락을 튕겼다.
딱-!
화르르륵-!
루니아를 제압하기 위해 덤벼들던 엘프들이 화들짝 놀라며 물러섰다.
그 모습을 본 루니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살기는 없어.’
상대는 이쪽을 향해 명백한 적의는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죽일 마음까지는 없다.
만약 그랬다면 루니아 역시 상대를 위협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루니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사람들은 마법사가 아니야.’
놀라운 일이다.
이 엘더는 오직 별의 마법을 배운 자만이 출입할 수 있다.
그런 곳에 마법사가 아닌 이들이 있다.
게다가 이들은 명백하게 순혈회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루니아가 가볍게 인상을 찡그릴 때였다.
에이란이 검을 휘둘렀다.
부드럽게 휘둘러진 검에서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이내 거센 눈보라가 되어 습격자들을 덮쳤다.
“피해!”
“마, 마검사다!”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빌어먹을!”
“어린데도 저런 실력이라니!”
“여, 역시 순혈회는 못 당하는 건가……!”
“포기하지 마세요! 이대로 잡힌다면 어차피 우린 죽은 목숨이에요! 우리는 상관없어요!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요!”
여기저기서 절망에 찬 목소리가 들려올 때 그들을 다그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분들이 기다리고 있나요?”
“헉!”
엘프 여기사는 어느새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에이란을 보며 기겁하더니 자신도 모르게 검을 휘둘렀다.
챙-!
빠르게 휘둘러지는 검을 막아낸 에이란이 ‘호잇!’ 하며 작은 기합성을 내더니 검을 튕겨냈다.
손목의 힘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상대의 검을 밀어냈다.
상상을 초월하는 우악스러운 힘에 엘프 여기사는 그만 검을 놓치고 말았다.
“이익!”
엘프 여기사가 황급히 마력을 끌어올리며 주문을 영창했다.
‘바람 속성 별의 마법.’
에이란은 영창 소리를 들으며 빠르게 마법의 종류와 범위를 파악했다.
콰가가각-!
폭풍이 휘몰아쳤다.
에이란이 마법의 범위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그 찰나의 틈을 이용해 여기사가 놓친 자신의 검을 쥐고 기수식을 취했다.
상대의 준비 자세를 본 에이란의 눈이 크게 뜨였다.
“당신…… 그건 대체 어디서 배운 거죠?”
당혹감이 어린 에이란의 목소리에 여기사가 소리쳤다.
“흥! 반역자들이 별의 마법을 사용하는 게 신기하신가 보죠?!”
“아뇨, 딱히 그건 상관 없…….”
“당신들은 당신들이 대의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당신들은 절대 정의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각오하세요!”
“우으.”
자신의 말을 들어 줄 생각이 없는 상대를 보며 에이란이 울상을 지으며 목을 움츠렸다.
하지만 이내 용기를 내어 말했다.
“왜 이곳을 습격했는지 말해 주실 수 있나요?”
“사람들이 굶고 있으니까!”
그 말에 에이란이 눈을 살짝 크게 뜨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들이 습격한 창고를 확인하고는 다시 한번 여기사를 바라보았다.
엘프들은 모두 미형인 만큼 그녀 역시 상당한 미녀였다.
하지만 뺨에 검상이 있다.
그것만 보더라도 그녀가 전장에서 활약한 기사라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굳게 다물어진 입에서는 고집이 느껴진다.
부릅떠진 눈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책임감이 엿보였다.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아.’
그 사실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에이란은 알고 있다.
이들이 적대하는 순혈회가 뒤틀려 있음을.
별의 마법을 익힐 수 없는 자는 발을 들일 수 없는 이 땅에서.
별의 마법은 고사하고 마법조차 쓸 수 없는 이들이 도적 때처럼 의회를 습격했다.
그것도 식량 탈취를 목적으로.
에이란은 알고 있다.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이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음을.
그렇기에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상상하기도 힘든 어려운 사정이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저 자세는 에르사르 가문에 내려오는 검술과 닮았어.’
에이란이 여기사를 보고 놀란 이유 역시 그 때문이었다.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
“루니아 양!”
“왜?”
“항복하죠.”
“뭣?!”
에이란의 말에 루니아가 눈을 부릅떴다.
그 말에 루니아와 에이란을 포위했던 엘프들 역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당신…….”
여기사가 놀란 눈으로 에이란을 볼 때 에이란이 검을 바닥에 꽂았다.
“우리는 순혈회가 아니에요.”
에이란이 여기사와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더더욱 이 도시 사람도 아니에요. 우린 세이룬의 학생이에요.”
“세이룬의 학생이라고?”
“그 높으신 분들이 다니는 학교?”
‘높으신 분들?’
웅성거리는 엘프들을 보며 루니아가 미간을 좁혔다.
“순혈회의 본성도, 이 도시의 뒤틀림도, 우린 다 알고 있어요. 그러니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않을래요?”
에이란이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말했다.
“당신들이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그 말에 루니아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러더니 이내 한숨을 쉬고 에이란 곁에 서서 팔짱을 꼈다.
“어, 어떻게 하죠?”
“……일단 시간이 지체되었어요. 그러니 저 두 분을 데리고 이곳을 탈출하죠.”
그 말에 엘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계를 늦추지 않았는지 루니아와 에이란을 둘러쌌다.
에이란은 자신의 곁에 서서 걷는 여기사를 향해 물었다.
“조금 전 검술, 누구에게 배웠나요? 익힌 지 얼마 되지는 않은 것 같던데.”
“……최근에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께 배웠답니다.”
“…….”
여기사의 대답을 듣고 에이란의 눈이 가라앉았다.
‘어쩌면…… 이분들이 향하는 곳에 계실지도 모르겠네.’
***
콰아앙-!
의회 궁궐쪽에서 폭발 소리를 들은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저기에는 루니아와 에이란이 있을 텐데?’
폭발 소리에 도시 전체가 소란스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일단 오늘은 그만두는 게 좋겠네.’
레오가 첸 시아를 찾기 위해 초감각을 전개했다.
조금 전에 헤어졌으니 멀리 떨어진 곳에 있으리라 생각했던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첸 시아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레오가 감각의 범위를 더욱 넓혔다.
하지만 첸 시아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첸 시아가 의도적으로 기척을 숨겼다면 초감각을 전개한 레오라고 해도 멀리 떨어진 첸 시아의 기척을 특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첸 시아가 기척을 숨길 리는 없다.
‘짧은 시간 동안 멀리 갔을 리는 없어,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잡혀갔다는 게 제일 가능성이 높겠지.’
첸 시아는 절대 약하지 않다.
레오가 보기에 머지않은 시간 내에 영웅이라는 이름에 어울릴 정도로 강자로 성장할 게 분명했다.
그런 첸 시아를 소리소문없이 납치하는 건 영웅들도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 녀석이라면 가능하겠지.’
현재 레오와 첸 시아가 뒤쫓고 있는 베르키아.
그녀라면 레오의 감각을 피하면서 첸 시아를 데려가는 게 가능할 것이다.
‘베르키아가 범인이라면 왜?’
첸 시아를 왜 데리고 갔을까?
인간이라서?
아니면…….
‘비하르의 후손이란 걸 알아봤나?’
첸 시아가 레오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 이후부터 첸 시아는 레오에게 비하르가 사용했던 검술과 오러 호흡을 배우고 있다.
베르키아라면 그걸 단번에 꿰뚫어 봤을 것이다.
‘일단 루니아와 에이란과 합류해야겠군.’
레오가 숙소로 돌아갔다.
***
루니아와 에이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긴 대체 어딘가요?”
“보시는 바와 같이 이곳은 지하입니다.”
“아, 아니. 그건 알겠는데…… 왜 엘던의 지하에 이런 도시가 있는 건가요?”
루니아가 다급히 물었다.
그런 루니아의 물음에 여기사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분도 엘던이 엘프 최고의 마법 국가라는 건 잘 알고 있을 거예요.”
“네.”
“그리고 엘던이 왜 최고의 마법 국가가 될 수 있었는지도 잘 알겠죠?”
“이 땅은 별의 힘을 품고 있으니까요.”
“맞아요.”
여기사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우선 제 소개를 할게요. 제 이름은 렐 코네아라고 해요.”
“코네아? 코네아 가문의 사람이세요?”
“그 꼴통으로 유명한 코네아 가문이요?”
“루니아 양.”
놀라던 에이란은 루니아의 과격한 발언을 나무랐다.
하지만 렐은 쓰게 웃을 뿐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괜찮아요. 게다가 전 딱히 가문에 자긍심 같은 건 없거든요. 애초에 가문에서도 낙오자 취급이라서요.”
코네아 가문.
엘프 종족 내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영향력을 가진 명문가다.
대대로 엘던의 의회장을 배출한 그들은 팅겔 가문 다음으로 강력한 별의 마법을 사용자로 유명했다.
그들이 세이룬의 가문인 팅겔에 버금가는 명성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
그건 바로 그들이 나라를 세운 ‘엘던’ 의 특수성 때문이다.
엘던이 자리 잡은 땅에는 강력한 별의 힘이 깃들어 있다.
1000년 전.
이 땅에 유성이 떨어졌고 자연스럽게 대지에 별의 힘이 스며들게 된 것이다.
별의 마법의 근원은 별의 마력.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별의 마법사를 배출하게 되었고 별의 마법 역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순혈회가 자리 잡게 되었다.
선택된 땅에서 선택된 자로 태어난다.
순혈 주의자들에게는 더없이 감미로운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이 땅에 흐르는 별의 힘은 오래 전에 고갈 되었습니다.”
“네? 하지만 여전히 팅겔은 별의 마법사가 많이 배출되지 않나요?”
“네. 이 땅에는 여전히 별의 힘이 흐르기 때문이죠.”
“네? 그게 무슨…….”
“저것 때문입니다.”
렐이 혐오스러운 눈으로 지하 도시 중앙에 솟아 오른 탑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곳에는 온갖 마법진이 도배 되어 있었다.
“저건…….”
“이 지하 도시에 사는 사람은 모두 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자들입니다.”
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저 탑은 그들의 생명력을 빨아 들여 엘던 전체에 이전처럼 별의 힘을 흐르게 만들죠.”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충격적인 사실에 루니아와 에이란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 죄인들을 이곳에 가두었습니다.”
“아…….”
루니아가 무언가를 떠올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때 엘던은 엘프 사회 내에서 죄인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곧 그것만으로도 부족하게 되었죠. 그래서 엘던 의회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나라 바깥에서는 알려지지 않는 계급을 만들자고.”
렐의 얼굴이 혐오감으로 일그러졌다.
“별의 마법을 쓸 자질이 없는 자들은…… 지하에 가둬 별의 힘을 공급하는 가축으로 만들자고.”
루니아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이 꼴을 루나가 봤다면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에이란 역시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을 덜덜 떨었다.
“이 체제를 무너트릴 생각은 하지 않았나요?”
루니아가 황급히 묻자 렐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곳에 보내진 엘프들은 자신들의 삶을 수용했다고 하더군요. 철이 들었을 때부터 이곳에 삶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생활에 부족한 것은 없었으니까요. 다만 바깥세상을 몰랐을 뿐.”
렐의 얼굴이 흐려졌다.
현실에 안주하고 산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나름 만족하고 살지 모른다.
하지만 렐 입장에서는 자신의 삶도 누리지 못하고 모든 것을 통제 받는 비참하기 짝이 없는 삶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이곳 분위기도 흉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식량 부족의 원인이 설마 엘프 사회에서 순혈회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인가요?”
“맞습니다.”
대륙 북부는 겨울 땅이다.
그런 만큼 식량 대부분을 외부에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원래라면 순혈회의 세력이 강했기에 그 힘을 이용해 식량을 엘던에 많이 배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순혈회의 위상이 추락함으로서 식량 확보에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렐의 경우에는 오래전부터 이 도시의 존재를 깨닫고 충격을 받고 가문과 의절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리고 자진해서 이곳으로 와 이곳 사람들을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어떻게 동족에게 이런 짓을……!”
에이란의 눈에 분노가 치솟았다.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는 없나요?”
“지하 도시에는 결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별의 마법을 익힌 자가 아니라면 외부로 나갈 수 없죠.”
“하지만 아까 식량을 얻으러 갔던 이들은 별의 마법을 쓸 수 없었잖아요?”
“그에 관해서는 최근에 이 지하 도시를 찾은 외부인 분께서 해결해주셨습니다.”
“지하 도시를 찾은 외부인?”
“네. 지금 그분이 머물고 계신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그분이 이 도시의 책임자시거든요.”
렐의 말에 루니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최근에 도시에 왔는데 도시의 책임자가 되었다고?’
의아한 표정을 짓는 사이 렐은 건물 한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노크했다.
“들어와.”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렐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작은 집안은 들어서자마자 거실이 보였다.
그리고 거실에 보인 풍경에 루니아와 에이란이 입을 떡 벌렸다.
렐 역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테이블에는 식량이 귀하다는 이 지하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접시가 빽뺵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위에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빽빽하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한쪽에 앉은 첸 시아가 떨리는 손으로 눈앞에 음식을 입으로 꾸역꾸역 넣고 있었다.
“루, 루니아 양? 에이란 양?”
첸 시아가 눈을 크게 뜨고 두 사람을 불렀다.
“사, 살려주…….”
“누구 왔니?”
거실에는 무표정한 얼굴을 한 아름다운 여인이 손에 냄비를 들고 나타났다.
여인을 본 루니아와 에이란이 눈을 크게 떴다.
“너희가 시아가 말한 친구들인가 보구나?”
베르키아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선생님…… 이건……?”
렐이 조심스럽게 베르키아를 부르자 베르키아가 대답했다.
“아, 내 친구의 손녀……? 같은 애인데 부실하게 먹고 다니는 모양인지 너무 마른 것 같아서 음식을 해주고 있었어. 시아, 다 먹어야 한다?”
“다 못 먹…….”
“편식하면 못 써.”
첸 시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윽고 베르키아의 시선이 루니아와 에이란에게 향했다.
“너희도 많이 말랐네?”
두 소녀는 예상을 벗어난 그 따뜻한 말에 왜인지 모를 공포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