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48)
548.
느닷없는 선언에 전교생이 멍한 얼굴로 리안을 바라보았다.
영웅 후보생으로서 온갖 경험을 다 해본 루메른 학생들이었지만 느닷없이 자신을 신이라고 주장하는 아이를 만나기는 처음이다.
보통 때라면 정신이 조금 이상한 사람이라고 치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안의 뒤에는 멜이 서 있다.
루메른 학생 중 멜이 드래곤 로드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다.
저 멜이 아니라고 주장하기에 쉬쉬하고 있을 뿐.
모두가 그 정체를 알고 있다.
그런 멜과 함께 온 아이다.
단순히 정신이 이상한 아이라고 하기에는 멜이 마치 리안의 신분을 보증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신이라니. 그게 말이 돼?”
“그러게.”
첼시와 칼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재앙의 시대를 끝으로 지상에서 자취를 감춘 신이 느닷없이 나타났다는 건 쉽게 믿을 이야기가 아니다.
설령 드래곤 로드와 함께 왔다 하더라도 말이다.
리안의 정체에 대해 의심하던 첼시와 칼이 자신들의 가운데 앉은 레오의 얼굴을 힐끗 돌아보았다.
그리고 레오의 진지한 표정을 발견하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칼이 레오에게 작게 속삭이듯 물었다.
“야, 레오. 설마…… 진짜냐?”
레오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첼시와 칼이 입을 뻐끔거렸다.
‘신이라고?’
신이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닌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고개를 조아리게 만드는 절대자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리안의 모습은 상상하던 것과 달랐다.
물론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다운 얼굴이기는 했다.
말 그대로 완벽한 미형의 얼굴.
그것만으로 주변 사람의 이목을 끈다.
하지만 신성한 느낌이라던가 숭배해야 하는 존재로는 느껴지지는 않았다.
“저 리안이라는 신님만 저런 걸까? 어린 외모니까 신 중에 나이가 적은 편이라던가.”
“그럴 수도 있겠다.”
“신이란 족속들에게 외향은 큰 의미가 없어.”
레오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신에게 나이는 무의미해. 저런 외모를 했다면 저건 순전히 취향이지.”
“아…….”
“게다가 신이란 것들은 의외로 무능하거든.”
“무능? 문헌에는 분명 전지전능하다고 쓰여 있잖아? 그게 거짓말이었어?”
첼시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전지전능하기는 해. 그 전지전능한 능력으로 지상에 영향을 끼치지 못해서 그렇지.”
“그럼 과거의 신들이 지상에 내려온 이유가 대체 뭐였던 거야?”
칼이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재앙의 시대 이전 신의 시대 당시의 유적과 문헌은 지금도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연구 주제였다.
지금은 아니지만 머나먼 과거 신은 분명 존재했었다.
신의 시대 당시 사람들은 신들을 숭배했으며 그 숭배를 바탕으로 신들은 지상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랬기에 신의 시대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신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 신의 시대를 이끌었다고 생각했다.
칼의 물음에 레오가 덤덤히 대답했다.
“심심해서.”
“뭐?”
“신계에서는 할 짓 없고 심심하니까 지상으로 기어 내려온 거야.”
상상도 못 한 대답에 칼과 첼시가 입을 뻐끔거렸다.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 입장에서는 신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환상은 깨지라고 있는 거지. 그리고 다 그렇게 어른이 되는 거야.’
심술궂은 어른의 표정을 지으며 레오가 리안을 바라보았다.
‘그때 나눴던 이야기를 할 셈인가.’
“우선 그대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있습니다.”
리안의 얼굴에 표정이 사라졌다.
그걸 본 루메른의 학생들이 숨죽였다.
조금 전까지 푼수같이 웃던 리안에게서 믿기지 않는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영문 모를 존재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영웅 후보생 전체를 간단하게 압도했다.
“내가 그대들에게 전할 이야기는 5000년 전, 지상의 운명을 건 최후의 싸움에 관한 것입니다.”
5000년 전 지상의 운명을 걸었던 싸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이는 여기 없다.
‘대영웅님들의 마지막 싸움……!’
히어로 레코드에도 남아있지 않고 문헌에도 존재하지 않는.
말 그대로 전설 속 이야기로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최근 드래곤 로드인 멜을 통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려졌지만 디테일한 이야기는 알지 못했다.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내뿜던 리안이 품에서 무언가를 꼼지락거리더니 왼손 다섯 손가락에 대영웅들의 인형을 끼웠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에레보스의 인형을 끼우고는 유치한 인형극을 시작했다.
“아주아주 먼 옛날, 태초의 흉물과 다섯 대영웅이 있었어요.”
***
“결국! 혼자 남게 된 시작의 영웅께서는 세계를 짊어진 채 태초의 흉물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신들조차 어쩌지 못한 이 흉물을 단신으로 토벌하셨습니다! 그런데 배은망덕하게도 세계는 시작의 영웅님의 업적을 잊고 말았습니다! 이 얼마나 통탄스럽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인형극을 끝낸 후.
리안은 목이 터져라 카일을 찬양을 하기 바빴다.
“다른 종족은 몰라도 그대들은 인간! 인간이 가장 존경하고 숭배해야 하는 영웅이 누구다?!”
리안이 양팔을 벌렸다.
“시작의 영웅 카일님이라 이 말입니다! 신들 따위는 해내지 못한 위업을 이룬 카일님을 그대들이 숭배하고 경배해야 한다는 겁니다! 영웅 후보생이라면 모든 것의 시작인 카일님을 잘 모셔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하계에는 그런 위대한 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 같은 쓸모없는 족속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어리석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분명 이중에도 있겠죠!”
‘있었는데요. 당신이 정말 신이라면 그 환상 오늘로써 다 부서질 것 같은데요.’
몇몇 루메른 학생들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기서 질문! 카일님은 어떤 존재다?”
눈을 부릅뜨고 묻는 리안을 보며 루메른 학생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때 누군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올렸다.
일리아나였다.
“소녀여, 대답해보세요.”
“카일님은 신보다 위대하다?”
“정답. 훌륭한 대답입니다. 소녀여.”
리안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들은 오늘의 가르침을 절대 잊지 말길 바랍니다. 카일님은 신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위대한 분이란 걸. 절대 잊으면 안 됩니다.”
“대체 언제까지 저럴 생각일까?”
“진짜 종교라도 만들 생각인가?”
찬양을 멈추지 않는 리안을 보며 첼시와 칼이 질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대들은 의아할 겁니다. 내가 왜 이렇게 시작의 영웅을 숭배하는지.”
리안이 빙긋 웃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오직 그분만이 세계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리안은 영웅 후보생들을 바라보았다.
“루메른의 유지를 이은 영웅 후보생들이여. 그걸 알고 있습니까?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 루메른이 날 찾아왔다는 사실을?”
그 말에 루메른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3000년 전이라면…… 재앙의 재림 당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클로에가 손을 들고 묻자 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정확하게는 그대들이 알고 있는 재앙의 재림이 끝난 이후죠.”
“우리가 알고 있는 재앙의 재림이요?”
클로에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클로에를 보며 리안이 말했다.
“지난 3000년 동안 지혜의 왕의 후계자, 개벽의 용 로디아의 후예들만이 알고 있었던 세계의 진실을 알려주겠습니다.”
루메른 학생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멜에게 향했다.
“재앙의 재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리안의 말에 루메른 학생들은 일순간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리안이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3000년 전, 재앙의 재림 당시 깨어난 에레보스의 조각은 아직 토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뭣?”
“그게 무슨……!”
여기저기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그런 그들을 향해 리안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개벽의 영웅들 역시 살아있습니다.”
리안의 선언에 모두가 눈을 부릅떴다.
“3000년 전. 내가 있는 곳에 도달한 인간이 있었습니다. 바로 루메른이었죠. 그는 나를 찾아와 내게 지혜를 구했습니다. 무한하게 부활하는 에레보스의 조각을 토벌할 수 있는 방법을 말입니다.”
리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세계의 진실을 이야기했다.
“나는 말했죠. 지금으로서는 태초의 악을 토벌할 방법은 없다고. 하지만 봉인할 방법은 있다고.”
리안이 고개를 들어 대강당에 걸려있는 루메른의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3000년 전, 개벽의 영웅들이 에레보스를 봉인하게 된 이야기를.
***
말 그대로 충격적이었다.
개벽의 영웅의 힘으로는 에레보스를 토벌할 수 없다는 사실.
부활한 에레보스의 조각과 개벽의 영웅들은 지금도 끝없는 투쟁을 하고 있다는 진실.
3000년 전, 히어로 레코드를 찢게 된 이유가 에레보스 때문이었다는 이야기까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진실이라는 증거를 목격한 이들이 여기 있었다.
“엘레나씨. 그럼 우리가 루나님의 세계에서 토벌했던 에레보스는…….”
“첫 번째 조각의 파편…… 이었던 것 같네.”
루니아와 엘레나가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럼 그때 세이룬에 모습을 드러냈던 세이룬님은…… 본인이셨다는 거잖아요?!”
에이란이 입을 막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셀리아가 손을 들어 올렸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개벽의 영웅님들은 재앙의 불꽃을 토벌하기에 힘이 부족했던 건가요?”
“아마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개벽의 영웅들은 강할 겁니다. 세계가 시작된 이래. 그들보다 강한 자들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입니다. 태초의 흉물이라 할지라도 조각난 상태에서는 절대 개벽의 영웅들을 이길 수 없었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세계가 유지되고 있는 겁니다.”
“그럼 왜 히어로 레코드 내에 봉인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혼란스러운 얼굴로 묻는 클로에를 보며 리안이 대답했다.
“그 자리에 지혜의 왕, 성운의 시조, 용자, 신의 대장장이가 있었다 하더라도 태초의 흉물은 완전히 토벌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 흉물은 불꽃이 꺼지지 않는 이상 영원불멸의 존재입니다.”
에레보스의 이명이 꺼지지 않는 재앙의 불꽃이라는 것 정도는 후대에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후대에 묘사되는 에레보스의 불꽃을 꺼트리는 게 매우 어렵다고만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 불꽃이 정말로 불멸의 불꽃이었다니!
“그럼 대영웅님들은 어떻게 세상을 구한 겁니까?”
릴이 손을 들고 물었다.
“재앙의 불꽃에게도 천적은 있습니다.”
리안이 빙긋 웃었다.
“순수.”
“순수?”
“더없이 맑은 마나를 가지고 태어난 이를 의미입니다. 순수의 특성을 지닌 이는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죠.”
“그 말은…… 카일님이?”
“네. 시작의 영웅께서는 그 순수한 마나 특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재앙의 불꽃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천적이죠.”
리안의 말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개벽의 영웅들이 에레보스를 토벌하지 못한 이유도 납득이 갔다.
“잠깐.”
음음! 고개를 끄덕이던 일리아나가 멈칫했다.
“카일님은 올 클래스잖아?”
거기까지 생각한 일리아나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일리아나뿐만 아니었다.
어느새 모든 이들이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대미문의 올 클래스.
“맞습니다.”
리안이 빙그레 웃었다.
“그는 시작의 영웅과 같은 순수의 마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이 세상을 구원할 운명을 타고났다는 뜻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