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53)
553.
“그럼 2학년 전투학 수업, 바스테라 경기를 시작하겠다.”
전투학 담당 교수, 리펜이 바스테라 전용 공을 경기장 가운데 두었다.
선공을 잡기 위해서는 저 공을 차지해야 했다.
“하나, 둘. 하나, 둘.”
첼시는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며 몸을 풀었다.
첼시 팀에서 가장 빠른 사람은 다름 아닌 첼시다.
‘저쪽은 듀란이지. 그리고 그런 듀란을 보조해 주는 게 일리아나일 테고.’
첼시가 경계 어린 눈으로 상대측에서 가장 발이 빠른 이들을 바라보았다.
듀란 모이라.
번개의 오러의 사용자로 레오를 제외하면 동급생 중 속도에서 첼시, 엘리자와 함께 1위를 다툰다.
엘리자의 경우에는 소환수를 이용하면 표적이 되기 쉽기에 선공 쟁탈에서는 제외되었다.
‘어쨌든 듀란 보다 공을 빨리 차지해야 해. 빨리 차지해서.’
첼시의 눈동자가 또르르 굴러가더니 일리아나를 향해 고정되었다.
‘일리아나 얼굴에 집어 던질 거야.’
사나운 맹수 같은 표정을 지은 첼시는 좀 전의 말을 떠올렸다.
‘그런데 반장 설마 오늘 외박까지 하는 건 아니겠지?’
레오가 엘레나와의 데이트를 위해 수업을 빼먹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다.
‘물론 엘레나 제르온이 부학생회장직을 수락하는 조건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신경 쓰이는 건 신경 쓰이는 거다.
마치 어릴 적 로드렌 제국 귀족 영애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아바드에게 날아오는 연서를 바라보는 심정이다.
‘아니, 그때보다 더 신경 쓰여!’
레오가 인기가 있었던 거야 1학년 때부터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왜인지 모르게 너무 신경 쓰였다.
그래서 애써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일리아나가 휼륭하게 첼시를 도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얄미우니까 한 대만, 딱! 한 대만!’
첼시가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그러는 사이 리펜 교수가 호각을 입에 물었다.
그것을 본 첼시가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삑-!
후왁-!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며 첼시가 공을 향해 질주했다.
파지지지직-!
듀란 역시 뇌전을 뿜어내며 공을 향해 달려갔다.
두 사람이 막상막하의 속도로 공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번쩍-!
밝은 빛과 동시에 누군가 공을 낚아챘다.
첼시와 듀란 모두 눈을 부릅뜨고 공을 낚아챈 이를 바라보았다.
가장 먼저 공을 손에 넣은 장본인, 일리아나조차도 엥? 하는 얼굴로 두 사람과 공을 번갈아 보았다.
“너희 왜 그렇게 느려?”
빠직-!
빠직-!
일리아나는 아무 악의 없이 다시 한번 첼시는 물론이고 아군인 듀란까지 도발하는데 성공했다.
“뭐야? 일리아나가 지금 첼시와 듀란 보다 먼저 공을 잡은 거야?”
“일리아나가 빠르기는 해도 첼시와 듀란에게는 상대가 안 됐잖아?”
첼시와 듀란의 속도를 2학년은 물론 루메른 전체에 정평이 나 있었다.
일리아나가 그런 두 사람을 속도로 압도해 버리자 2학년 전체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혹시 첼시랑 듀란이 설렁설렁 뛴 거 아니야?”
“저 승부욕의 화신들이? 설마?”
“1학년 때부터 우리 학년 최고 속도를 두고 경쟁해 왔잖아.”
“그래, 서로 앙숙이라 안 지려고 이를 갈아왔는데 대충할 리가 있겠어?”
웅성거리던 2학년들은 곧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야, 학년 전체 속력 테스트를 했던 게 언제였지?”
“1학기 중순.”
“최근 일리아나가 가속 마법 같은 걸 연습하지 않았어?
“그렇다면…….”
모두가 놀란 눈으로 일리아나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 일리아나가 두 사람 보다 빨라진 거란 소리야?”
***
“그런 거군!”
일리아나가 히죽 웃었다.
“얼마 전부터 새로 배운 마법의 성과가 지금 나타났단 거야!”
한껏 우쭐한 표정을 지은 일리아나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루나님의 마법 때문인가 보네. 엄청 빨라졌어.”
“흥. 과연. 조금은 쓸 만해졌다는 건가?”
“호호호호호호호!”
둘의 대화를 들은 일리아나가 입을 막고 웃음을 터트렸다.
“광속쾌검, 일리아나님의 시대가 열렸다!”
“별명 구려.”
첼시가 미간을 좁히는 사이 신이 난 일리아나가 손가락으로 척! 첼시와 듀란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이제는 나보다 ‘느림보’ 라는 거네? 호호호!”
“…….”
“…….”
첼시와 듀란이 무시무시한 눈으로 일리아나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칼이 혀를 찼다.
‘저러다 죽는 것도 모르고 아주 신이 났군.’
“엘리자도 나보다 느리다는 거잖아!”
팟-!
“당신의 말이 이해가 되는군요. 당장에라도 가서 두드려 주고 싶어요.”
이마에 힘줄이 솟은 엘리자가 채찍을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당장에라도 일리아나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야야야. 자제해. 진영을 지켜.”
칼이 식은땀을 흘렸다.
그때 첼시가 일리아나에게 덤벼들었다.
“공 내놔!”
“어림없다! 그렇게 느린 움직임으론 날 잡을 수 없…….”
파지지지직-!
“공을 내놔라! 일리아나 라덴!”
“자, 잠깐! 우린 같은 팀…… 꺄아아아아악?!”
일리아나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자신에게 덤벼드는 듀란을 보며 기겁하며 도망갔다.
“왜 도망가는 거지! 공을 어서 내놔!”
“날 때려잡을 기세로 덤벼들고 있잖아!”
일리아나가 비명을 지를 때였다.
“저 바보들, 지금 뭐 하는 거야?”
셀리아가 인상을 쓰며 오러 스텝을 이용해 일리아나 쪽으로 이동했다.
“일리아나! 패스!”
“아, 알았어! 패스!”
“그건 안 되겠는데요?”
“아?!”
어느새 일리아나의 코앞까지 다가온 첸 시아 빙긋 웃었다.
서로 숨이 맞닿을 거리.
“시아 네가 어떻게!”
“아무리 빨라도 움직임을 읽으면 경로를 예상할 수 있죠. 호잇-!”
생긋, 웃은 첸 시아가 발을 휘둘렀다.
파앙-!
“악! 공이?”
첸 시아가 곡예를 하듯 일리아나의 정수리에 손을 짚고 올라가 물구나무를 섰다.
그리고 유연한 움직임으로 일리아나의 손에서 공을 차 냈다.
마치 발에 붙은 듯 공이 첸 시아의 발을 떠나지 않았다.
파지직! 화악-!
“이익!”
첼시와 듀란이 거리를 좁혀 오는 가운데 일리아나가 손을 뻗어 첸 시아에게서 공을 낚아채려는 순간.
손에 힘을 줘 밀 듯이 일리아나의 머리를 누른 첸 시아가 그 반동으로 일리아나와 거리를 벌렸다.
파앙-!
그리고 듀란의 손에 닿기 전 공을 있는 힘껏 허공으로 차올렸다.
탓-!
그 순간 허공에서 에이란이 공을 잡았다.
그걸 본 아바드가 골대 쪽을 향해 소리쳤다.
“워레든!”
골키퍼는 다름 아닌 워레든.
워레든이 영력을 일으켰다.
그와 함께 에이란이 공에 엄청난 힘을 담아 던졌다.
“엄마얏?!”
공은 그대로 일리아나를 향해 내리꽂혔고 일리아나는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날렸다.
콰앙! 콰가가가가강!
공은 바닥을 파고들어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었다.
가까스로 공을 피한 일리아나가 입을 뻐끔거렸다.
“왜 그랬어! 골대를 노렸어야지!”
테이드가 다급히 소리쳤다.
“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일리아나 양을 보내버려야겠다 싶어서……!”
“보, 보내다니?!”
“좋은 작전이에요. 골대는 워레든 군이 굳건하게 지키고 있으니까요.”
첸 시아가 구덩이에 꽂힌 공을 인터셉트 한 후에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워레든 군은 뚫고 골을 넣기는 어려우니 일단 상대 전력을 줄이는 전략으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네, 네! 맞아요! 그런 전략이었어요! 일리아나 양이 얄밉거나 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에이란이 주먹을 꾹 쥐더니 환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일리아나 양. 각오하세요.”
얼굴은 웃고 있지만 왜인지 모르게 소름이 돋는 게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며 관중석의 학생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 무섭다.”
“난 루니아 엘 룬드아만 무서운 줄 알았는데 에이란도 엄청 무섭잖아?”
***
이후 계속해서 공격의 주도권을 잡아간 건 첼시 팀이었다.
그리고 첼시와 첸 시아, 에이란은 일리아나를 집중 타겟으로 잡았다.
가속을 이용해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하는 일리아나의 움직임은 신기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런 일리아나의 움직임은 어째서인지 세 사람을 계속해서 도발했다.
“진짜 잘 피하네.”
칼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칼에게 테이드가 다가왔다.
“칼! 이거 괜찮을까? 우리는 공격이 특기가 아니잖아? 이대로 일리아나의 작전에 말려들다가 공을 뺏기면 큰일이야!”
“작전으로는 안 보이지 않냐?”
“그건 그렇네.”
칼과 테이드는 ‘살려줘!’를 외치며 도망다니기 바쁜 일리아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뭐, 확실히 우리 팀은 방어 하는 게 유리하기는 하지.”
“그렇지? 이러다가 선취점이라도 먹히면 곤란해진다고!”
“그래. 하지만 저쪽도 그게 쉽지는 않을걸?”
“뭐?”
“왜, 방패로 후려치면 엄청 아프잖아?”
칼이 히죽 웃었다.
“세 사람이 저렇게 날뛰어주면 저쪽도 방어에 급급해서 공세로 돌아서기 힘들어. 그리고 우리 쪽에는 최고의 골키퍼가 있잖아?”
칼이 뒤를 향해 엄지를 척하니 들어 보였다.
그런 칼을 보며 클로에가 빙긋 웃었다.
“칼, 나도 최전방으로 갈게.”
“이럴 때는 참아라! 좀!”
그때였다.
“잡담은 그만하세요.”
화악-!
윈드 와이번을 타고 공중에서 지원을 하던 엘리자가 다가왔다.
“공격권이 넘어갔으니까.”
어느새 공을 빼앗는데 성공한 셀리아가 공을 쥔 손을 휭휭- 저으며 불꽃의 오러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걸 본 클로에가 마력을 일으켰다.
쩌저저적-!
골대 주변에 얼음 세계가 발동된다.
그 순간.
콰드득!
‘정령술을 이용한 디스펠.’
“……!”
땅의 정령들이 얼음 위를 뒤덮는다.
클로에가 서늘한 표정으로 워레든을 바라보았다.
“클로에, 괜찮겠어?”
“문제 없어.”
“테이드! 클로에를 도와줘! 엘리자는 공중에서 아바드를 견제해주고!”
“알았어!”
“흥! 명령하지 마세요.”
테이드가 최후방으로 향했고 엘리자는 아바드를 쫓아 공중으로 날아갔다.
‘셀리아의 공격력은 클로에의 방어를 단번에 뚫어버릴 정도로 치명적이야.’
공격에 특화된 만큼 셀리아의 공격은 단 한 번에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수준이다.
‘상대 팀에 최대한 공을 넘겨 줘서는 안 돼.’
방어에 특화되어 있다는 건 공을 간수하는 능력 역시 이쪽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실제로 공격의 축인 첼시와 첸 시아, 에이란에게서 공을 뺏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되도록 선취점도 우리가 먼저 가져가야 하고!’
‘아군이 방어에 특화되어 있다 해서 공격을 못하는 게 아닌 것처럼 상대 역시 작정하고 방어를 한다면 우리도 뚫기 어려워. 그러다가 역습이라도 당하면 더욱 곤란해져. 어쨌든 일단은 공격을 막는 게 우선이야.’
칼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일리아나를 도발로 내세운 건 아무리 봐도 셀리아나 아바드, 듀란의 생각은 아니야.’
세 사람 모두 명문 중의 명문이다.
그렇다 보니 똑똑하다고는 해도 이렇게 허를 찌르는 것에는 약했다.
허를 찌를 필요도 없다.
세 사람은 정면에서 모든 걸 뚫고 나갈 능력이 있었으니까.
‘……워레든인가?’
칼의 시선이 후방에 자리 잡은 워레든을 바라보았다.
2학년 중 최고로 큰 몸집을 자랑하는 워레든이다.
그와 함께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무릎을 꿇히기에 대부분 학생들은 워레든을 과묵한 무투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완전 능구렁이지. 저 녀석도.’
칼이 혀를 찼다.
‘레오가 없었으면 저 녀석이 우리 학년 최강이었을 테니까.’
힘은 물론이고 두뇌도 만만히 볼 게 아니다.
‘일단 전투의 흐름을 읽어야 해. 읽어서 빈틈을…….’
칼이 아군과 적군의 움직임을 살필 때였다.
“칼!”
“어?”
테이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칼은 바로 코앞에 셀리아가 던진 공이 왔다는 걸 깨달았다.
‘뭐지? 공격권 하나를 날려서 나부터 공격한다고?’
칼이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콰가가가가강-!
***
불꽃에 휩쓸린 상대 진영을 보며 워레든이 중얼거렸다.
“체크메이트다, 칼 토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