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63)
563.
“그런데 대항전의 이름은 뭐라고 하죠?”
세부 일정에 대한 조율이 마무리된 가운데.
팔짱을 낀 아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정작 중요한 이름은 안 정했네.”
루니아가 아르의 말에 동의했다.
모두의 시선이 슬그머니 레오를 향했다.
여기 있는 이들 모두가 이 대규모 이벤트의 아이디어를 낸 것이 레오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모든 학생들의 시선을 받자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대충 정하면 되잖아.”
그 말에 루니아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대충 정한다는 게 말이 돼?”
하지만 당사자인 레오는 심드렁하기만 했다.
“레오. 자네는 루메른의 학생회장이 아닌가? 학생회장으로서 이 행사를 주도하고 있을 텐데 이름도 생각 안 했다는 건가?”
드리아나도 조금 신기한 듯 묻자 레오가 말했다.
“우리 학교에는 능력 좋은 학생들이 많거든. 선배든 후배든.”
“그게 무슨 소린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드리아나를 보며 첼시가 다과상에 올라와 있는 쿠기에 손을 뻗으며 말했다.
“부려 먹기 좋은 사람이 많다는 거야.”
오독- 쿠키를 깨물며 첼시가 말했다.
“레오 오빠를 따라 드래고니아에 오려고 다들 난리였어. 루메른은 지금 행사 준비로 혼돈 그 자체거든.”
‘레오! 날 데려가!’
‘아니! 날!’
‘네가 빠지면 어떻게 해!’
‘그러는 너는!’
첼시는 동기, 선배 가리지 않고 학생회장실로 몰려와 아우성치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첼시의 말에 다른 학교 학생들이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우리도 대항전 참가 때문에 정신없겠지만 루메른은 정말 장난 아니겠지.’
어쨌든 대외적인 행사다.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성대하게 준비를 해야 하는 게 당연했다.
“그나저나 의외군. 엘레나 제르온은 분명 귀찮다고 이번 일에 반대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딘의 말에 첼시가 고개를 저었다.
“엘레나 선배는 가장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어요. 물론 본인이 가장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엘레나가 학생들을 쥐어짜는 기본 골자는 ‘나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너희는?’ 이다.
“놀랍군, 그 엘레나가?”
세이룬의 하딘은 엘레나와 같은 학년이다.
루메른에서 동세대 최강으로 엘레나가 군림해 왔다면 세이룬에는 하딘이 있는 셈이다.
게다가 1학년 당시부터 루세전에서 격돌해왔기에 엘레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 괴물 같은 여자가 순순히 다른 이의 밑에서 일을 하다니.’
루메른의 여왕이나 마녀로 불리는 엘레나이지만 하딘은 여왕보다는 폭군 쪽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엘레나다.
그런 그녀가 아무리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해도 남의 밑에서 일하는 건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최근 엘레나 선배를 보고 있으면 조금 걱정되기는 해.”
첼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언제나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엘레나의 업무량은 심상치 않았다.
“괜찮아. 그 정도로는 안 죽어.”
첼시의 말을 듣고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원래 어릴 때 힘든 일도 해보는 거야. 그래야 나중에 다 커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지.”
“검은 토끼. 너도 어려.”
“레오여, 애초에 엘레나 제르온이 그대보다 나이가 많다만?”
아르와 도르베만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하이 스미스 꼰대들이 하는 말이랑 저렇게 똑같지?”
“와, 드리아나. 이것 좀 봐. 나 지금 소름 돋았어.”
드리아나와 메리골드 역시 질색했다.
그 반응에 레오가 웃었다.
“이번 대항전에서 인생은 실전이라는 걸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루메른 학생회장, 네가 대단한 건 우리도 충분히 알고 있거든. 누가 뭐라 해도 넌 우리의 목표인 영웅의 자리에 이미 올랐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나름 데미안을 5년을 다녔거든.”
메리골드가 볼을 긁적이며 말하자 도르베만이 웃었다.
“레오여, 그대의 말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이래 뵈도 우리도 산전수전을 다 겪은 몸일세. 사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건 이미 뼈저리게 느꼈네.”
그 말에도 레오는 웃을 뿐이었다.
하지만 레오의 정체를 아는 루니아와 첼시의 얼굴은 질리고 말았다.
‘대체 이번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그런데 검은 토끼. 학생회장의 업무를 다 맡겼으면 검은 토끼는 남는 시간에 뭐해?”
아르의 물음에 레오는 대답을 하지 않고 웃을 뿐이었다.
짝-!
그때 손뼉을 쳐 이목을 집중 시킨 멜리나가 웃으며 말했다.
“잡다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고. 대항전의 이름은 ‘영웅의 제전’으로 하는 게 어떨까요?”
그 말에 학생들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매우 좋은 것 같습니다, 드래곤 로드시여.”
도르베만이 공손하게 대답하자 멜리나가 빙그레 웃었다.
“좋아요. 그럼 영웅의 제전이 열리기 전까지 세부적인 사항은 학교끼리 유기적인 교류를 통해 해 나가는 것으로 하죠. 이것으로 회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그날 밤.
레오는 드래고니아에 배정받은 숙소의 연무장에 서 있었다.
말없이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에서 있던 레오가 검을 뽑았다.
레오는 걸음마를 뗀 순간부터 미친 듯이 자신을 몰아붙여 왔다.
어릴 때는 올 클래스의 힘을 각성시키기 위해.
이후에는 전생의 힘을 되찾기 위해.
그렇게 몰아붙인 결과 빠르게 전생의 힘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전생의 힘을 되찾는 것.
그건 레오의 가장 첫 번째 목표였다.
하지만 베르키아를 만난 후, 레오는 한층 더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스릉-! 우웅-!
레오의 검에서 공명이 일어나더니 회색의 오러가 일어났다.
그것을 본 레오가 눈을 감았다.
‘집중.’
레오의 모든 감각이 검 끝으로 모였다.
고요한 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무엇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눈을 떴을 때는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그저 회색빛으로 빛나는 검만이 눈에 들어왔다.
환각이 아니었다.
오롯이 모든 감각을 검에 집중하고 있기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탁-
검을 양손으로 쥔 레오가 얼굴 앞에 검을 가져와 정면으로 날을 세웠다.
그와 함께 눈앞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검을 쥔 수인 전사였다.
아르온.
칠흑 같은 공간에서 레오와 아르온만이 서 있었다.
어느새 레오의 모습 역시 카일로 변해 있었다.
아르온이 자세를 낮췄다.
레오는 그런 아르온을 향해 땅을 박찼다.
콰가가각-!
휘둘러진 레오의 검에서 오러가 비산 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지럽힌 오러의 조각이 아르온의 몸을 갈기갈기 찢을 것만 같이 휘몰아쳤다.
그 순간, 아르온의 검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카카카카캉-!
황금의 오러와 회색의 오러를 조각낸다.
통하지 않는다.
그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당연하지, 상대는 아르온이니까.’
아마 지금 시대에 순수한 전사로서 최강은 레오일 것이 분명했다.
아니, 재앙의 시대 이후에도 레오를 넘어서는 자는 없었을 것이다.
제자인 베르키아와 비하르도.
개벽의 영웅인 루메른과 아조니아도.
순수하게 전사로서의 기량은 레오를 웃돌 수 없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레오는 모든 무구를 능란하게 다룰 수 있다.
그런 만큼 온갖 변칙적인 수에 능하다.
살아남는 영웅이라는 이명은 괜히 얻은 것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전사로서의 기량을 정하는 척도는 경험이니까.’
넘어온 전장의 수가 다르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걸어 본 수가 다르다.
말 그대로 근본적인 경험치가 달랐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전사로서 레오의 기량은 아르온 보다도 높았다.
채앵-!
그 순간.
아르온의 검이 레오의 검을 튕겨냈다.
묵직해진 아르온의 검을 느끼며 레오가 아공간을 열었다.
후앙-!
거대한 배틀 엑스를 쥔 레오가 몸을 회전시키며 무게를 실었다.
콰앙-!
배틀 엑스를 막아낸 아르온이 튕겨 나가 바닥에 착지했다.
아르온이 수화한다.
‘하지만 나는 아르온보다 약하지.’
전사로서의 기량은 레오가 뛰어나지만 무인으로서의 역량은 아르온이 압도적이다.
단순히 힘이 강하다거나 하는 의미가 아니다.
레오는 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무기를 바꿔가며 자신의 전투 능력을 극대화시킨다.
아르온에게 그런 능력은 없다.
‘정확하게는 나처럼 할 필요가 없는 거지.’
하나의 무구로 한계를 넘어설 수 없기에 여러 무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요행이다.
반대로 아르온은 아니다.
하나의 무구로 한계를 넘어섰다.
그랬기에 아르온은 레오 전사로서 레오보다 강한 것이었다.
순간 레오가 다시 검을 쥐었다.
회색의 오러가 타오를 듯 넘실거렸다.
‘순수의 마나 특성의 본질은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힘이라고 했지?’
레오가 올 클래스인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능력을 개화시킬 수 있다.
레오의 고유 마법, 바이블 역시 이러한 마나 특성 덕분에 탄생했던 마법 체계다.
사용할 수 있는 힘의 가지 수를 늘린다.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힘을 강화한다.
이것은 카일 시절부터 레오가 스스로를 단련한 방식이었다.
그랬기에 레오의 능력은 바다처럼 광활하다.
하지만…….
‘깊지 못하고 얕지.’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깊은 것처럼 느껴질지 몰랐다.
말 그대로 쌓아온 것이 다르니까.
하지만 친구들과 비교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건 무한하다는 의미이기도 해.’
그렇다는 건 레오 역시 무한하게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생 최후의 순간에 그것이 증명되었다.
동료들에게 이어받은 힘으로 레오는 불멸의 존재인 에레보스를 넘어섰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빌린 힘이지 자신의 힘이 아니었다.
‘그래서 불완전한 승리를 거두고 눈을 감았지.’
꽉-!
레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번 생에 역시 레오는 이길 생각이었다.
애초에 질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전생처럼 끝나지 말라는 법은 없어.’
이번 생 역시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에레보스를 넘어서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그딴 건 용납할 순 없어.’
레오가 아르온을 향해 돌격했다.
아르온 역시 마주 달려왔다.
‘그러니 넘어서야 한다. 이 자식을!’
레오가 알고 있는 무의 정점.
아르온뿐만 아니다.
루나도, 리시나스도.
마법사로서도 소환사로서도 각각의 분야에서 정점에 선 동료들을 확실하게 뛰어넘어야 한다.
칵-!
순간 레오의 검이 잘려 나가며 하늘로 치솟았다.
아르온의 검이 어느새 레오의 목에 닿아 있었다.
레오와 눈이 마주친 아르온의 입이 달싹인다.
‘대단해, 역시 카일이야!’
그 말에 레오가 쓴웃음을 짓는 순간.
“대단해! 역시 검은 토끼야!”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칠흑 같은 어둠이 가시고 별빛이 쏟아지는 현실로 돌아왔다.
레오 앞으로 달려 온 아르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더 굉장해진 것 같아! 검은 토끼! 지금 나랑 한판 붙…… 냐아아악?!”
“수련을 방해하면 어떻게해, 바보 고양이.”
루니아가 흥분한 아르의 꼬리를 거칠 게 잡아당겼다.
엉덩이 쪽을 잡고 쪼그려 앉은 아르가 눈물을 찔끔 흘렸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피식 웃으며 아르의 머리를 짓누르듯 쓰다듬었다.
“괜찮아, 지금 막 끝낼 생각이었거든.”
레오의 말에 아르가 나른한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루니아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방금 그건…… 분명 카일님이었네.’
레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루니아는 이질감을 느꼈었다.
가뜩이나 어른스러운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를 느낄 때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바로 현생의 가면을 벗은 레오의 진면목이었다.
나른한 표정을 짓는 아르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으며 아르의 턱부위를 가볍게 주물렀다.
그에 아르의 목에서 고로롱- 고로롱- 소리가 난다.
그 순간.
아르가 ‘핫!’ 하는 표정을 짓더니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고양이 취급하지 마아앗!”
“고양이 맞구만.”
“누가 봐도 새끼 고양이 였네만?”
루니아와 드리아나가 가차 없이 말했다.
“으으으!”
아르가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굴렀다.
쿵! 쿵! 소리가 났지만 애석하게도 이곳에 그런 걸로 겁을 먹은 이가 없었다.
“어쨌든! 나랑 한판 붙어!”
아르의 말에 레오가 말했다.
“오늘 밤에는 가볼 곳이 있어서. 훈련은 여기까지야.”
피식 웃은 레오가 자신의 오러를 내려다보았다.
회색의 오러가 넘실거렸다.
‘우선 검으로도 에레보스를 죽일 힘을 얻어야 해.’
레오의 힘은 확실히 에레보스의 천적이다.
하지만 전생에 에레보스에게 치명상을 입힐 순 있었어도 완전히 죽일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에레보스를 레오에게도 에레보스를 완전히 멸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노센트.’
루나가 레오에게 남겼던 고유 마법.
순수한 마력의 정수.
‘마법으로 구현이 가능한 힘이라면…… 오러도 순수의 힘을 발현시킬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되는 순간 레오의 오러는 태초의 악을 죽일 수 있는 칼날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무인으로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야 했다.
그리고 레오는 그 한계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레오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정신의 세계에서는 깨어났지만 왜인지 모르게 아르온의 환영만큼은 남아 있었다.
자신을 향해 빙그레 웃고 있는 아르온을 보며 레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조만간 뛰어넘을 테니까 그런 ’너라면 할 수 있어‘ 같은 표정 짓지 마. 리시나스 녀석에게 쓸데없는 걸 배워서는.’
혀를 차며 레오가 검을 가볍게 털어냈다.
화악-!
순간 회색의 오러가 흩어졌다.
“응?”
순간 아르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르가 고개를 저었다.
‘방금 검은 토끼의 오러가 흩어 질 때 순간 순백색으로 변한 것 같았는데? 잘못 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