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65)
565.
“레오 플로브?”
“응.”
“하지만 레오 플로브는 너와 같은 학생 신분이잖아? 물론 너보다 먼저 영웅의 자리에 오르기는 했지만. 너와 대등한 사람이 어떻게 네 자질을 평가할 자격이 있다는 거야?”
“충분히 자격이 있지. 그리고 누가 동등하다는 거야?”
처음 봤을 때부터 아르는 레오에게 강한 호승심을 느꼈다.
강한 자와 싸우고 싶어 하는 투쟁심은 수인에게 지극히 당연한 본능.
아르는 태어나서 그러한 본능을 가지지 않은 수인을 딱 한 명밖에 보지 못했다.
‘그게 아르온님이라는 게 아이러니지만.’
모든 수인이 숭상하는 최강의 무인, 아르온.
믿을 수 없을 만큼 겁쟁이였지만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 위대한 용기를 가진 아르의 선망.
아르는 또 다른 자신의 선망을 떠올렸다.
‘검은 토끼를 떠 올리면 가슴이 두근거려.’
그건 아르온을 떠올릴 때와 같으면서도 조금 다른 신기한 감정이었다.
레오를 향한 강한 호승심은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라이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분명 그렇게 느꼈지.’
하지만 아르는 바보가 아니다.
레오와의 격차는 이미 느끼고 있다.
꺾어야 할 상대로 레오를 바라본다면 아르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꺾어야 하는 건 얘지.’
아르가 힐끗, 옆에 있는 붉은 머리 엘프를 바라보았다.
루니아 엘 룬드아.
아르가 꺾어야 하는 라이벌.
아르에게 있어 레오는 경쟁상대가 아니다.
그것은 목표였다.
‘영웅으로서…… 또한 강자로서 따라잡아야 할 목표. 그래, 마치…….’
아르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리고 용기를 주는 그 믿음직스러운 뒷모습.
‘아르온님.’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르의 직감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적어도 내게 있어 검은 토끼는 아르온님과 동등해.’
언젠가 어깨를 나란히 할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아니 그때가 되어서도 레오는 아르가 일평생 인정한 유일한 우두머리였다.
아르의 말에 리든이 놀랐다.
‘대체 레오 플로브는 어떤 인간이지?’
그가 봤을 때 루니아와 아르는 특별했다.
루니아는 [성운의 뒤를 쫓는 자] 라는 이명을 손에 넣음으로써 성운의 시조의 후계자 자리에 올랐다.
‘아르 튠 역시 마찬가지야. 아직 영웅으로서 칭호를 받지 못했지만…… 그녀는 일전에 현세에 강림한 용자께 브레이버를 물려받았어.’
아마 머지않은 미래에 용자의 후계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칭호를 받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이들이 레오 플로브를 자신의 리더로 인정하다니.’
놀라던 리든이 눈을 빛냈다.
“꼭 레오 플로브를 만나보고 싶군!”
“만나서 뭘 하려고?”
“그의 인도자가 되고 싶어.”
“뭐?”
“물론 너희의 인도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변함없어.”
리든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대대로 커다란 위업을 이룬 영웅들 곁에는 그들의 파트너인 드래곤이 있었지. 물론 지금은 내가 많이 부족할지도 몰라. 하지만 앞으로 너희에게 받는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야.”
그 말에 루니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레오의 인도자가 되고 싶다고?’
현 드래곤 로드인 멜리나는 물론이고 개벽의 용, 로디아조차도 그의 인도자가 될 수 없다.
레오의 안도자는 지혜의 왕 리시나스니까.
그런데 뭐?
‘이 이야기를 들으면 레오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귀찮은 녀석 같은데 어떻게 하지?”
아르가 루니아의 귀에 대고 작게 소곤거렸다.
“레오를 만나는 게 소원이라는데 만나게 해주지, 뭐.”
루니아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만나면 알아서 떨어져 나가겠지.”
***
드래곤 로드의 알현실.
멜리나는 천장에 그려져 있는 아름다운 흑룡의 모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 세상 모든 드래곤들의 긍지이자 자랑.
위대한 드래곤의 영웅, 지혜의 왕 리시나스였다.
눈을 감은 멜리나는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위대한 지혜의 왕이시여. 당신의 친우이자 당신과 함께 세계를 구했던 시작의 영웅께서 다시 한번 힘들 길을 걸으려 하고 계세요. 부디 그분의 인도자로서 그분의 앞길을 보살펴 주세요. 그리고 부족한 제가 조금이나마 그분이 나아가는 길에 제가 도움이 될 수 있게 힘을 주세요.’
이런 기도가 무의미하다는 것은 멜리나 본인도 알고 있었다.
기도를 한다고 이미 죽은 리시나스에게 닿을 리 없다.
설령 닿는다 해도 힘을 얻을 수도 없었다.
이건 그저 100년 전부터 해온 스스로를 다잡기 위한 기도였다.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생각하는 멜리나의 손이 잘게 떨렸다.
‘곧 세계의 존속이 걸린 거대한 전투가 시작될 거야. 그리고 그 전투에서 에레보스와의 사투는 결코 피할 수 없겠지.’
멜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다.
100년 전, 멜리나는 자신이 선택한 영웅들과 함께 개벽의 세계 최종장 공략에 도전했고 결과는 참혹했다.
목숨을 건진 채 귀환했던 단 한 명.
그조차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최종장의 공략 도중 죽은 이들은 유언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멜리나 만이라도 온전한 상태로 귀환할 수 있었던 건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미안하오, 멜리나. 우리가 부족한 탓에 당신에게 큰 짐을 남기고 가는 가오. 하지만…… 믿고 있소, 당신이 다시 도전해 줄 것이란 걸. 그 거대한 악을 물리쳐 줄 것이란 것을.’
함께 생환했던 엘프 마검사, 루드비의 유언이었다.
멜리나가 손에 힘을 주었다.
‘루드비, 할록, 데멘, 티엘…… 여러분은 부족하지 않았어요. 부족한 건 어리석은 나였어요.’
엘프 마검사와 드워프 전사.
수인 마도사.
그리고 인간 정령사.
100년 전, 시대를 호령했던 영웅들이자 재앙의 재림 이후 손에 꼽혔던 위대한 영웅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가능성을 완전히 꽃피우지 못한 채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나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멜리나는 특별했다.
개벽의 용 로디아의 재래라 불릴 정도로 재능이 넘쳤다.
하지만 그 재능은 멜리나를 교만하게 만들었고 결국 누구보다 소중했던 친우들을 모조리 잃은 참혹한 결과로 돌아왔다.
침묵의 용이라 불릴 정도로 신중해진 것도 그때의 일 때문이었다.
침묵의 용은 멜레나의 원래 이명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로드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100년 동안 무엇도 하지 않은 멜리나를 향한 멸칭에 가까웠다.
자신의 교만으로 인해 가능성을 묻어야 했던 친우들과 같은 사태를 만들지 않기 위해 멜리나는 기꺼이 그 멸칭을 받아들였다.
100년 전의 참패는 지금도 멜리나의 기억 속에 남아 에레보스에 대한 공포를 상기시켰다.
일전에 부활한 에레보스의 세 번째 조각과의 사투에서는 토벌에 성공했지만 그건 자신이 한 일이 아니었다.
‘레오님과 아르온님께 기댄 것일 뿐.’
에레보스는 여전히 멜리나를 떨게 만드는 공포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실패에 사로잡혀 있을 순 없어.’
떨리는 손을 붙잡으며 멜리나가 이를 악물었다.
‘모두와의 약속이니까.’
자기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린 친우들에게 사죄하기 위해서라도.
‘나의 모든 것을 바쳐 에레보스를 쓰러트려야 해.’
똑똑-
작은 노크 소리에 멜리나의 상념을 깨웠다.
순식간에 로드의 모습으로 돌아온 멜리나가 알현실에 앉았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건 금발에 금안을 가진 소녀, 엔키니아스였다.
멜리나의 후계자인 그녀는 여름 방학부터 레오의 보좌를 맡은 드래곤이기도 했다.
이번에 레오가 드래고니아에 오면서 잠시 귀환하게 되었다.
“엔, 이 시간에 무슨 일이니?”
부드럽게 웃는 멜리나를 보며 엔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위즈덤의 학생들이 이번에 드래고니아를 방문한 영웅 후보생들과 접촉한 것 같습니다.”
위즈덤.
재앙의 시대 종식 이후.
지혜의 왕 리시나스의 유지를 잇고자 드래곤들이 만든 교육 기관이었다.
세계에 이름을 남긴 무수히 많은 영웅 대부분이 영웅 사관 학교 출신인 것처럼 그 영웅을 위대한 위업으로 이끈 드래곤들 역시 모두 위즈덤 출신이다.
그 위대한 개벽의 용은 물론이고 멜리나 역시 위즈덤에서 배웠다.
“위즈덤의 학생들에게는 좋은 기회겠구나. 아직 학생 신분으로 영웅 후보생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일 테니까.”
인도자는 영웅을 선별하고 위업으로 이끈다.
영웅을 도우며 길을 제시하는 파트너.
그런 만큼 위즈덤의 학생들에게 영웅 후보생들과 만남은 좋은 공부가 될 게 분명했다.
부드럽게 미소 짓던 멜리나는 엔키니아스의 얼굴에 어린 근심을 읽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니?”
“아, 네. 이번에 영웅 후보생들을 만나러 간 위즈덤의 학생들은 굉장히 우수한 학생들입니다. 다만 우수한 만큼 자부심이 강하고 아직 정서적으로 미숙한 면이 많은 이들입니다.”
“아아.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겠네.”
드래곤은 최강의 종족이다.
그런 만큼 종족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좋게 말하면 자긍심이 높고, 나쁘게 교만하다는 뜻이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엔도 옛날에는 그랬잖아?”
키득거리는 멜리나를 보며 엔키니아스가 얼굴을 붉혔다.
“이, 잊고 싶은 기억이에요.”
“괜찮아. 나도 그랬어. 아이들은 원래 미숙한 법이고 잊고 싶은 기억이 하나쯤 있는 법이야.”
“상상이 안 가요.”
“다들 그래. 세상을 모르는 드래곤은 모두 교만하니까. 하지만 그건 세상을 알면 겸손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해.”
멜리나는 알고 있다.
그 겸손이야말로 리시나스가 가졌던 가장 큰 미덕임을.
“신의 시대 당시 드래곤은…… 지금보다 더욱 존귀하고 고귀한 존재였으니까.”
신의 대리인이라는 명예.
그것은 용족을 오만하게 만들었다.
신의 시대 당시에는 드래곤을 모욕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라가 멸망한 적도 있었다.
“당시의 우리는 교만을 넘어 오만불손했지. 다른 종족 위에 군림하는 것을 당연히 여겼어. 어딘가 뒤틀려 있었던 게 분명해.”
그런 드래곤 중에서도 리시나스는 특별했다.
자신을 어리석은 자라 조롱하는 세상 속에서 리시나스는 스스로를 낮추고 계속해서 희망을 이야기했다.
자신을 비웃으며 멸시하는 시작의 영웅에게도 웃음을 잃지 않고 끝까지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 미덕이 세계를 구한 것이다.
“인도자는 단순히 영웅들을 이끄는 존재가 아니야.”
멜리나가 단호하게 말했다.
“분명 인도자는 영웅들을 앞에 서서 명령을 할 때도 있어.”
지혜의 왕 리시나스와 개벽의 용 로디아가 대영웅과 개벽의 영웅들의 리더였던 것처럼.
“하지만 항상 높은 곳에 있어서는 안 돼. 가장 낮은 곳에서 영웅을 섬겨야 할 줄도 알아야 하며 때로 가장 앞에서 이끌고, 또 뒤에서 뒤따라야 해. 그리고 영웅이 넘어지지 않게 지탱해 줘야지.”
“무척 어려운 일이네요.”
“맞아,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지 하고. 하지만 기억해. 신의 시대 당시에도 우리의 조상들은 수호자로서 그저 군림했기에 세계의 위기를 초래했던 거야.”
스스로만을 최강의 종족으로 여기며 다른 종족의 가능성을 믿지 않았다.
그저 군림하며 명령만 했을 뿐.
재앙의 시대를 맞이 한 건 분명 세계 모두의 잘못이다.
모든 종족이 화합하지 못하고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채 자멸의 길을 걸었다.
“리시나스님께서는 우리 종족이 강한 힘을 가지고 태어나는 건 세계를 위해 할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어.”
리시나스는 그것을 종족의 자긍심과 신념으로 삼았다.
‘그런 리시나스가 있었기에, 난 최후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거야.’
일전에 레오가 해준 말을 떠올리며 멜리나가 희미하게 웃었다.
“기억해 둬. 리더란 그런 존재야.”
“네. 하지만 그래도 위즈덤의 학생들이 레오님에게 무례를 범하는 걸 내버려 둬도 될까요?”
“그 아이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겠지. 조금 험악한 꼴을 당할 수도 있겠지만.”
레오의 정체를 멜리나를 통해 알게 된 엔키니아스는 한숨을 쉬며 주제를 바꾸었다.
“그나저나 묘하네요.”
“응?”
“리시나스님께서는 카일님에게 명령하고, 섬기고, 이끌고, 따라가고, 지탱해 주셨다는 거죠?”
“응. 카일님도 그렇게 리시나스님을 대했겠지만.”
“이상적인 신뢰 관계…… 마치 부부 같네요.”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확실히 그렇네. 물론 그럴 일은 없었겠지만.”
멜리나가 살짝 아쉽다는 표정을 짓자 엔키니아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님께는 루나님이 있으시니까요.”
대영웅들의 영웅담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수 천 년이 지난 지금도 대영웅과 관련된 동화책과 소설책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동서고금, 종족을 불문한 인기.
그리고 최근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이야기가 바로 카일과 루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현세에 모습을 드러낸 성운의 시조가 무수히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카일을 좋아한다고 외쳤던 대사건.
역사상 다시 없을 그 파격적인 외침 덕분에 지금도 카일과 루나가 관련된 소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리시나스님과 카일님. 두 분도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루나님과 연인관계이시니…….”
“그와 관련돼서 여쭈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물어보면 힘드실 것 같아서 물어보지 못했어.”
멜리나가 쓰게 웃었다.
지금 세계는 두 사람의 관계가 연인 관계였음을 기정사실처럼 여기고 있었다.
성운의 시조 루나씩이나 되는 인물이 현세에 강림하여 당당하게 선언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레오에게 리시나스에 대한 이야기도 루나에 대한 이야기도 들은 적 없는 멜리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에 루나님에 관한 이야기를 물어봐 주시면 안 될까요?”
눈을 반짝이며 상기 된 얼굴로 묻는 엔키니아스를 보며 멜이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스럽게 여쭈어볼게. 우선은 위즈덤 학생들을 만나러 갈까.”
“영웅 후보생들과 만나는 건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하셨잖아요. 중재하실 생각인가요?”
“응. 좋은 경험도 좋지만, 트라우마로 남으면 안 되니까.”
“아.”
엔키니아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멜리나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