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66)
566.
“얘들은 뭐야?”
레오는 루니아와 아르 뒤에 선 위즈덤의 학생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네가 레오 플로브구나? 만나서 반갑다! 나는 리든! 위즈덤의 학생이야!”
“위즈덤?”
“리시나스님의 유지를 이은 드래곤들을 육성하는 드래고니아의 교육 기관이야.”
의아한 표정을 짓는 레오에게 첼시가 옆에서 설명해 주었다.
“그 소녀의 말대로야. 우리는 인도자 후보생. 위대한 리시나스님의 후예들이지.”
“그래? 그 리시나스의 후예가 나한테 볼 일이라도 있어?”
“영웅으로서 네 자질을 판단하려고 왔어.”
순간 레오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고 첼시는 입을 뻐끔거렸다.
루니아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고는 고개를 젖혔다.
“잘못 들었는데 다시 말해줄래?”
“널 시험 해보기 위해 왔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가 뭐라는 거야?’
레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기가 막혀? 당신이 뭔데 레오 오빠를 시험한다는 거야!”
그때 옆에 있던 첼시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레오는 시작의 영웅이다.
5000년 전, 에레보스를 토벌하고 세계를 구한 대영웅.
모든 영웅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남자!
그런데 그런 레오를 시험한다고?
‘말도 안 되잖아!’
“넌 누구야?”
“루메른의 마법학과 2학년, 첼시 르왈린이야!”
“로드렌 제국의 르왈린 가문?”
첼시의 외침에 뒤에 있던 위즈덤의 여학생이 앞으로 나왔다.
키가 큰 여학생은 첼시를 빤히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쳐다봐?”
미간을 좁히고 묻는 첼시를 키 큰 여학생이 덥석 껴안았다.
“쪼끄매! 인형 같아! 엄청 귀여워!”
빠직-!
작다는 말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첼시의 이마에 힘줄이 하나 솟았다.
허공에 뜬 채로 이리저리 흐느적거리는 첼시의 다리를 보며 아르가 풉-! 하고 웃었다.
“저렇게 보니 진짜 작긴 작다.”
‘넌 나중에 죽었다! 이 망할 고양이야!’
저 면상에 드롭킥을 먹여주겠노라 다짐하며 첼시가 이를 빠득 갈았다.
“조금 놔 주실래요?”
“아차, 실례.”
여학생은 흠흠-! 헛기침을 했다.
“시렌. 위즈덤의 학생으로 품위를 잃지 마.”
“미안, 미안.”
너털 웃음을 터트린 시렌이라 불린 여학생은 첼시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만나서 반가워, 첼시 르왈린. 내 이름은 시렌. 풍룡이야. 어릴 때부터 너희 르왈린 가문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왔어.”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며 우아하게 인사한 시렌이 첼시를 보며 감탄했다.
“네 주변에 불고 있는 바람을 보니 알겠어. 아직 어린데 대단하구나?”
그 대답에 첼시는 뚱한 표정으로 시렌을 올려다보았다.
‘악의는 없어.’
하지만 묘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살짝 자기 아래로 보는 느낌?’
작년 루세전 때 보았던 순혈주의에 심취한 엘프 우월주의자들과는 사뭇 달랐다.
시렌은 분명 첼시를 존중하고 있었다.
얕보지도 않는다.
‘그래. 자기가 나를 이끌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그게 묘하게 기분 나빴다.
누가 뭐래도 첼시는 루메른을 대표하는 학생이다.
물론 1학년까지는 가고자 하는 길도 못찾고 갈팡질팡했다.
어릴 때부터 함께한 아바드라는 바람.
또 루메른에 함께 입학한 레오라는 바람.
강풍을 만나면 그 강풍에 휩쓸리기만 했던 시절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명백하게 하고자 하는 걸.
되고자 하는 자신을 찾으며 자신만의 강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첼시다.
그런 첼시에게 ‘너를 이끌어줄 사람’ 이라는 오라를 팍팍 풍기는 시렌의 태도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다른 사람이 길을 잡아 줘야 하는 얼간이라는 거야? 뭐야?’
그건 첼시를 제외한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신기했다.
영웅 사관 학교에 입학 할 때는 드래곤에게 선택 받는 걸 꿈꿨다.
드래곤이 선택한 이들은 모두 위대한 위업을 이루었으니 영웅후보생으로선 선망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선망에 다가섰음에도 지금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던 레오가 피식 웃었다.
‘다들 성장했네.’
가고자 하는 길.
되고자 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하다.
그것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간다는 건 분명 성장했다는 증거였다.
‘명확하게 가고자 하는 길이 있는 이들에게 의사도 묻지 않고 길을 제시해주겠다는 건 불쾌한 일이지. 남의 일생에 훈수를 두는 거니까. 그나저나.’
레오는 위즈덤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철이 없네.’
드래곤은 최강의 종족이다.
그리고 그 드래곤 중에서도 우수한 이들을 모아놓은 만큼.
눈앞의 드래곤들은 모두 지혜롭고 출중한 실력을 가졌다.
하지만…….
‘교만해.’
이들은 이때까지 영웅의 시대에 레오가 만나온 드래곤들과는 달랐다.
레오가 만난 드래곤들은 모두 각자의 사정, 각자의 이상이 있었다.
하지만 제각각인 그들은 모두 조금씩이나마 리시나스가 후대에 남긴 편린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드래곤이었지만 결코 교만하지 않았다.
항상 자세를 낮추고 여러 종족과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지금 이 위즈덤의 학생들은 그들의 선배들과 달랐다.
리시나스보다는 재앙의 시대 당시 세계의 수호자로서 오만함을 버리지 못했던 드래곤들과 닮아 있었다.
스스로를 존귀하다 여기며 세계가 멸망해 가던 와중에도 다른 종족을 하등종족 취급하며 화합을 거부했던 오만한 종족.
그것이 리시나스를 만나기 전까지 카일이 가지고 있던 드래곤에 대한 인식이었다.
‘이 건방진 도마뱀들을 어떻게 응징해야 하나?’
고민하며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레오는 문득 지붕 위에 앉아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다름아닌 멜리나와 엔키이나스였다.
엔키니아스는 레오와 눈이 마주치자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멜리나는 곤란한 미소를 짓더니 양손을 맞부딪히는 시늉을 했다.
‘적당히 봐달라는 건가?’
확실히 과거의 드래곤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이들이 정말 그들과 같은 건 아니다.
‘세상 경험이 부족한 애송이들일 뿐이니까.’
레오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하지만 귀찮은데.’
루나나 드웨노였다면 건방지다며 그대로 곤죽으로 만들어 버렸을 것이다.
레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리시나스라면 달랐겠지.’
이들에게 좀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일깨워줬을 것이다.
과거의 카일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 처럼.
거기까지 생각한 레오가 손을 뻗어 사나운 표정을 짓는 첼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에 첼시의 얼굴이 살짝 풀어진다.
“영웅으로서 내 자질을 판단하고 싶다고 했지?”
“그래.”
리든이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리든을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좋아. 내 자질을 시험해 봐.”
“잘 생각했어!”
“그 전에.”
“응?”
“내가 너희 자질을 판단해도 될까?”
“네가 우리를?”
“영웅이 인도자를 시험하지 말라는 법은 없은 없잖아?”
“확실히 그렇긴 하군.”
‘레오 플로브는 이미 영웅의 자리에 올랐어. 거기에 더해 신에게 선택받은…… 에레보스를 쓰러트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야.’
리든은 위즈덤 최고의 우등생이었다.
언젠가 위대한 지혜의 왕의 유지를 이어 영웅들과 함께 세계에 공헌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런 리든에게 동시대에 존재하는 영웅 중 파트너로서 레오보다 최고는 없었다.
‘그리고 이 남자라면 멜리나님이나 엔키니아스님이 인도자가 되어도 이상할 게 없어.’
그렇다면 어떻게든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리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넌 이미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영웅이니까. 넌 날 시험할 권리가 있지!”
‘레오는 그냥 네 멘탈을 가루로 만들고 싶은 것 뿐일걸?’
리든을 보며 루니아가가 혀를 찼다.
“그래서? 나에게 어떤 시험을 내릴 생각이지? 어떤 것이든 이겨내 보이겠어.”
“시험 내용 자체는 간단해. 내가 쓰는 환영 마법에서 빠져나오면 돼.”
“환영 마법? 드래곤에게는 환영 마법이 잘 통하지 않아. 게다가 이미 알고 있는 상태라면 더더욱 쉽게 걸리지 않지. 그건 너도 잘 알 텐데?”
의아한 표정을 짓는 리든을 보며 레오가 웃었다.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너희도 해보는 게 어때?”
레오는 뒤편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위즈덤 학생들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위즈덤의 학생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재미있을 것 같네.”
“올 클래스 영웅은 어떤 마법을 쓰는지 궁금해.”
다른 위즈덤의 학생들도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레오가 첼시에게 말했다.
“참고로 여기 첼시가 너희와 같이 시험을 치를 거야.”
“내가?”
첼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첼시 르왈린에게 맞춰 환영 마법의 힘을 조절할 생각이야?”
“첼시 기준에 맞추면 시험을 하는 의미가 없지.”
“그렇다면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리든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리든을 보며 첼시가 얼굴을 팍 구겼다.
“내 걱정하지 말고 댁 걱정이나 하셔.”
삐딱한 표정을 지으며 사납게 말하는 첼시를 보며 시렌이 뺨을 감쌌다.
“쪼끄만 게 까칠하니까 진짜 귀여워.”
“까칠한 정도가 아니지. 쟨 심보가 고약한 꼬마라고.”
“레오 오빠, 저 고양이 명치 한 대만 친 다음 시작해도 될까?”
“잡는 게 쉽지 않을 걸?”
레오의 말에 첼시가 쯧! 혀를 찼다.
“첼시를 걱정할 필요는 없어.”
환영 마법을 이겨내는 건 강력한 정신력이다.
리든은 첼시를 미숙한 영웅 후보생이라고 생각했기에 저런 걱정을 한 것이다.
‘물론 첼시는 미숙하지.’
첼시 뿐만 아니다.
루니아와 아르, 드리아나도 미숙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레오의 기준일 뿐이다.
리든이 섣부르게 첼시를 판단하기에는 첼시가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누가 뭐라 해도 에레보스와의 전장에 서 봤으니까.’
세 번째 에레보스의 조각이 부활 했을 때.
첼시는 아르온을 돕기 위해 에레보스와의 최전방으로 나섰었다.
‘그 경험의 유무는 크지.’
첼시는 결코 미숙한 영웅 후보생이 아니다.
영웅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마법사였다.
‘나라면 두들겨 패고 봤겠지만, 너라면 배울 기회를 줬을 거야. 그렇지?’
친우를 떠올리며 레오가 빙긋 웃었다.
“그럼 준비 됐어?”
“물론.”
리든와 위즈덤 학생들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첼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레오가 마력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리든이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어떤 마법이냐?’
그렇게 생각한 순간.
레오의 손에서 피어오른 회색의 마력이 칠흑같은 어둠으로 변했다.
“뭣?”
타르타로스의 불결한 어둠과는 달랐다.
포근하고 모든 걸 품어주는 듯한 느낌.
하지만 그렇기에 끝을 알 수 없는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이건…… 드래곤의 마력?’
리든이 눈을 크게 뜨며 레오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레오의 눈이 붉은색에서 흑요석 같은 검은색으로 바뀌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눈은 동족의 것과 똑같았다.
‘용언 마법!’
리든은 물론 위즈덤의 학생들이 눈을 부릅떴다.
지금의 자신들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고위 용언 마법이었다.
머나먼 과거, 지혜의 왕이 타르타로스의 저주를 재해석해 만든 용의 저주.
마법 술식이 무엇인지 깨달은 리든이 경악했다.
‘나이트 메어?’
그 순간.
리든은 마치 그림처럼 솟아 오른 어둠에 잠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