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69)
569
드래고니아 입구를 시작으로 기억을 더듬은 레오가 도착한 곳은 현재는 과거의 드래고니아의 모습을 구현해 놓은 유적지대였다.
“검은 토끼. 이 유적지대가 가볼 곳이라는 거야?”
인적이 없는 유적지대에 들어 온 아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위즈덤의 학생들은 엔키니아스와 함께 돌아간 상황이었다.
“이곳은 복잡하니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그때 멜리나가 앞으로 나섰다.
“기왕 이렇게 드래고니아의 유적지대에 온 거 현장 학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내키지 않는데요.”
아르가 도리질 쳤다.
“현장 학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니까 내키지 않…….”
“현장 학습을 할 거죠?”
“…….”
아르는 어느새 자신의 코앞에 얼굴을 바짝 들이미는 멜리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전 대찬성입니다! 이 유적은 신의 시대 시절, 용족의 아름다운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는 명소!”
드리아나가 의욕적으로 주먹을 꼭 쥐었다.
“이 아름다움을 제 손으로 재해석 해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진지하게 하는 말인데. 하지 마. 너 그러다가 정말 드래곤들에게 저주받을지 몰라.”
아르가 진지하게 조언했지만 드리아나는 듣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루니아가 혀를 찼다.
“아무리 생각해도 쟨 드웨노님을 한 번 더 만나야 할 것 같아.”
“한 번 더 만났다가는 드웨노 녀석이 진짜 드리아나의 머리를 깨버릴 텐데?”
“내 말이 그 말이야. 차라리 그게 낫다는 거지.”
루니아는 매우 진지했다.
“그런데 레오. 뭘 찾으려고 이 유적지대에 온 거야?”
레오가 볼 일이 있다고 해서 따라나섰지만 정확한 목적에 대해서는 아직 듣지 못했다.
“옛날 드래고니아에 리시나스가 숨겨 놓은 물건을 찾을 생각이야.”
“리시나스님께서 숨겨 놓은 물건?”
“뭐야? 혹시 강력한 신기야? 그러면 진짜 대박이잖아!”
“신기가 아니라도 리시나스님이 남겨 두신 물건이라면 분명 엄청난 게 분명할 거야!”
흥분한 루니아와 첼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무슨 대화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고 있어?”
그때 루니아와 첼시 사이로 아르가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그런 아르를 보며 루니아와 첼시가 시치미를 뚝 뗐다.
“뭐가?”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아르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희들. 비밀을 만든 거지?”
“전혀.”
레오가 시작의 영웅 카일이라는 사실은 아직까지 비밀이다.
아무리 아르라도 레오가 말해주지 않는 이상 그 비밀을 말할 순 없다.
“검은 토끼! 대체 무슨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거야?”
“레오 오빠를 귀찮게 굴지 마.”
“그래, 그것보다 여길 봐.”
루니아는 어디선가 강아지풀 같은 걸 가져와서 마구 흔들었다.
“내가 바보인 줄 알아?!”
“쳇, 안 통하나.”
아르의 신경을 딴대로 돌리는데 실패한 루니아가 혀를 찼다.
그런 루니아를 보며 아르가 쌍심지를 켰다.
“내가 그딴 허접한 장난감에 정신이 팔리겠…….”
짤랑-!
“……냐!”
팍-!
레오가 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내 흔들자 아르는 자신도 모르게 열쇠 꾸러미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
“…….”
루니아와 첼시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아르를 바라보았다.
“진짜! 고양이 취급 하지 마라니까악!”
아르가 하악질 하며 레오를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드리아나는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해서는 조금의 관심도 가지지 않은 채 건물 유적을 구경하기 바빴다.
그 모습을 보며 멜리나가 빙그레 웃었다.
‘이 아이들이 세계의 미래구나.’
레오의 선택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아니지만…….
‘괜찮을까?’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멜리나가 유적 내부를 안내했다.
***
휘오오오오-!
일행은 드래고니아 유적지대 내에 드래고니아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고지대에 도착해 있었다.
어느새 시간은 밤이 훌쩍 지나 늦은 새벽에 이르러 있었다.
“곧 아침이 밝아 올 시간이네.”
“후아아암! 대충 거리를 다 둘러 본 것 같은데.”
“이 드넓은 유적을 새벽 내내 돌아다니다니.”
루니아가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아르는 하품을 하며 눈가를 비볐고 첼시는 다리를 토닥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레오는 일행과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말없이 드래고니아의 풍경 전체를 바라볼 뿐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세요?”
멜리나가 곁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옛날 생각.”
레오는 번성한 드래고니아를 바라보았다.
“5000년 전, 처음 드래고니아에 왔을 때 이곳은 말 그대로 생지옥이었거든.”
“…….”
“리시나스가 약한 모습을 보인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
“드래곤들은 자신의 고향을 사랑하니까요.”
멜리나는 당시 리시나스의 마음이 어땠을지 이해가 갔다.
“그래서 리시나스와 약속했지. 평생이 걸린다 해도 드래고니아 재건을 도와주겠다고.”
레오가 쓰게 웃었다.
“뭐,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번성한 드래고니아를 본다면 녀석은 분명 기뻐할 거야.”
“두 분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니요. 대영웅님들이 있기에 지금의 세계도 있는 거예요.”
멜리나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의외네요. 자유분방한 루나님의 성격상 평화를 되찾는다면 세계를 모험하실 줄 알았는데. 용케 드래고니아에 정착할 생각을 하셨네요?”
멜리나가 신기한 듯 묻자 레오가 무슨 소리냐는 듯 대답했다.
“그 왈가닥이 드래고니아에 정착할 리 없잖아? 녀석에게도 엘프를 부흥시켜야 할 의무가 있었으니까. 뭐, 애초에 살아 있었다면 대충 베르키아에게 다 떠넘기고 자기는 놀러 다녔을걸?”
“역시.”
레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멜리나는 순간 강한 의문을 느꼈다.
“레오님은 리시나스님을 도와 드래고니아 재건을 돕는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랬지.”
“레오님만 드래고니아에 있고 루나님은 세계를 여행하신다고요?”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레오님은 루나님과 연인 관계일 텐데 왜 함께하지 않으시는 거지?’
멜리나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두 분 다 워낙 자유분방한 성격이시라 그런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레오의 말이 사실이라면 레오와 리시나스가 더 연인 관계 같지 않은가?
멜리나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였다.
말없이 유적지대를 바라보던 레오는 떠오르기 시작한 태양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그래, 기억나는군.”
“네?”
“리시나스의 집이 있던 위치. 지금 기억났어.”
레오가 도착한 곳은 작은 집이었다.
유적지대의 경우에는 재앙의 시대에 남은 드래고니아의 도면을 바탕으로 재건한 곳인 만큼 누가 살았는지는 알 수 없다.
끼익-!
레오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터벅- 터벅-
뒤를 이어 일행이 따라 들어왔다.
가구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작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방이었다.
신의 시대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구현된 역사다.
“여긴?”
첼시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멜리나가 레오의 뒷모습을 한 번 본 후 대답했다.
“리시나스님이 어린 시절 살았던 곳으로 예상되는 집이에요.”
그 말에 모든 이가 눈을 크게 떴다.
“여기가 지혜의 왕이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이라고요?”
“대단하잖아요!”
“이런 장소가 남아 있더니! 역시 드래고니아군요!”
잔뜩 흥분한 학생들을 보며 멜리나가 미소 지었다.
“네. 물론 재앙의 시대가 끝난 이후에 남겨진 자료에 따라 복원된 곳이라 실제로 리시나스님이 살았던 집은 아니죠. 하지만 이 장소에 리시나스님의 집이 있었고 이곳은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지어진 건 사실입니다.”
차근차근 설명하는 멜리나였지만 사실 멜리나 본인이야말로 지금 가장 흥분한 상태였다.
‘체통을 지켜야 하지만…… 아아. 정말이지.’
멜리나가 떨리는 눈으로 집안 내부를 바라보았다.
이곳이 모든 드래곤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지혜의 왕이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이다.
모두가 집을 구경하기 바쁜 와중에 레오는 여러 방 중 하나에 들어갔다.
기억 저편에 폐허를 떠올리며 레오는 방 한가운데에 무릎을 꿇고 앉아 바닥을 쓸어보았다.
‘여기인가?’
오직 레오만이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희미한 마력이 느껴졌다.
레오가 마력을 일으켰다.
바닥에 마법진이 떠올랐다.
원래라면 리시나스가 아니면 절대 열 수 없는 봉인이다.
하지만 리시나스의 마나의 정수가 깃든 레오의 마력에 봉인은 확실하게 반응했다.
갑작스러운 마력 반응에 놀란 일행이 방으로 몰려왔다.
“검은 토끼, 뭔가를 발견한 거야?”
아르가 흥분하며 물었다.
레오는 마법진 속으로 손을 넣었다.
공간 너머의 아공간 속에서 작은 나무 상자가 잡혔다.
레오가 그것을 꺼냈다.
5000년이 지났지만 아공간 속에서 보관된 덕분인지 나무 상자는 레오가 기억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리시나스님이 남긴 거야?”
“마도서? 마도서야?”
“얼른 열어 봐, 레오!”
“자자, 여러분 진정하세요.”
멜리나는 레오 주변으로 몰려든 소녀들을 보며 차분하게 웃었다.
물론 당장에라도 레오를 재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레오가 나무상자를 열었다.
딸깍-!
나무 상자 속에는 흑요석 같은 얇은 파편이 들어있었다.
그걸 본 첼시가 눈을 깜빡였다.
“이건 뭐야?”
“이건…… 드래곤의 알껍데기군요. 흑룡의 것인데…… 설마?”
멜리나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리시나스님이 태어난 알껍데기?”
“헉?”
“그, 그게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요?”
그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대발견이다.
모두가 경악하는 가운데.
레오는 알껍데기를 들어 뒤집어 보았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있네, 노예 계약서.’
장난스럽게, 또 사악하게 웃으며 이름을 쓰던 리시나스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음. 용언이네?”
“뭐라고 쓰인 거야?”
“용언으로 카일님과 리시나스님의 이름이 쓰여 있어. 필체를 본다면 리시나스님의 이름은 리시나스님이 쓰신 것 같아.”
리시나스는 후대에 많은 지식을 남긴 만큼 비교적 그 필체가 유명했다.
“그렇다면 이건 카일님이 쓰신 건가?”
드리아나가 카일의 이름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이, 이건……?”
멜리나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멜리나에게 향했다.
경악으로 물든 멜리나의 얼굴을 보며 루니아가 물었다.
“멜리나님, 왜 그러세요? 혹시 이게 엄청 특별한 물건인가요?”
“트, 특별하죠…… 네! 우, 우리 드래곤들에게는 아, 아주…… 아주 특별한 물건이에요.”
멜리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형용할 수 없는 눈으로 레오를 보며 입을 뻐끔거렸다.
그 반응에 레오가 미간을 좁혔다.
“이게 뭐길래요?”
“각자가 부화한 알껍데기에 이름을 쓰는 것…… 그건 평생을 함께할 이들이 맺는 계약이에요.”
그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첼시가 입을 뻐끔거리며 물었다.
“그, 그 말은…… 그러니까…… 이건…….”
“지, 진품이 맞다면…… 리시나스님과 카일님의 결혼 서약서예요.”
모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이게 결혼 서약서라고?”
“검은 토끼! 멜리나님에게 말버릇이 그게 뭐야!”
“자네 왜 그렇게 과도하게 흥분한 건가?”
아르와 드리아나가 기겁하며 레오를 나무랐다.
“우리 드래곤의 전통이에요. 재앙의 시대 이전…… 신의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요.”
그 대답에 아르가 말했다.
“잠깐만요! 카일님은 분명 루나님과 연인 사이 아니었어? 그런데 왜 이런 게 있는 거야? 설마 삼각관계?! 카일님이 양다리를 걸쳤다는 거?”
“음…… 그게 사실이라면 카일님은 확실히 몹쓸 사람이군.”
드리아나가 팔짱을 끼며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얼마 전 강림한 성운의 시조 루나는 시작의 영웅 카일을 좋아한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제는 지혜의 왕과 시작의 영웅 사이에 혼인 서약서가 나왔다.
이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현실은 소녀의 상상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잠깐. 그런데 혼인 서약서가 있다는 건…… 루나님이 세컨드?”
“죽고 잡냐! 이 바보 고양이! 지금 누구더러 감히 세컨드라는 망언을 지껄이는 거야! 머리통째로 뇌를 불태워 줄까?”
“그, 그치만! 이상하잖아!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멜리나는 복잡한 눈으로 레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존경심이 가득했던 그 눈 한 편에는 왜인지 모를 불신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레오는 루니아와 첼시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 역시 멜리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레오는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손에 쥐어진 리시나스의 계약서를 바라보았다.
‘야이 미친 도마뱀 새끼야. 사기를 칠 게 없어서 이따위로 사람 뒤통수를 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