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72)
572.
웅성웅성-
무수히 많은 인파가 루메른 내에 오가고 있었다.
그걸 본 첼시가 팔짱을 끼고 중얼거렸다.
“살다 살다 루메른에서 이만한 인파가 몰리는 걸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예상 못 했네.”
이제 루메른에 익숙해질 때로 익숙해진 2학년들조차 지금의 광경은 낯설었다.
루메른 역시 특별한 행사 때면 외부인을 초청한다.
하지만 드넓은 루메른 교정 전체가 꽉 찰 정도로 많은 인원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확실히 루메른 전체 역사에서도 이만한 외부인이 들어오는 건 드문 일이지.”
영웅을 육성하는 교육 기관인 만큼 적도 많다.
가장 큰 적은 역시나 타르타로스의 마족.
그뿐만이 아니다.
루메른의 영향력을 축소 시키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세력은 얼마든지 있다.
거기에 더해 학생 개개인을 노리는 위협도 많다.
정치적 관계의 정적이 힘을 키우기 전에 암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런 만큼 루메른은 오랜 기간 철통같은 보안을 지켜왔다.
세계의 주요 인사들과 학생들의 가족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평하게 무작위로 초대장을 보냈다.
그랬기에 루메른을 찾은 이들은 신분도 연령대도 다양했다.
“이런 걸 가능하게 하다니, 역시 루메른이라고 해야 하나?”
첼시가 새삼 학교의 영향력에 감탄할 때였다.
“클로에 뮐러 양?”
그때 인파 중 어떤 소년이 클로에에게 아는 척을 해왔다.
고급스러운 로브에 번쩍이는 마석이 잔뜩 박힌 마도 지팡이를 쥔 남자는 클로에 앞에 서며 말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클로에 뮐러 양.”
“누구세요?”
“이런,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전 대륙 동부 마탑 소속의 가문, 잉테움 가문의 후계자 비토 잉테움이라고 합니다.”
“아, 만나서 반가워요.”
잉테움 가문이라면 북부에서도 유명하다.
“클로에 양이 내는 마법 논문을 모두 읽고 있습니다. 당신이 제시하는 마법 이론들은 늘 저를 흥분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미 클로에는 마법 학계에서 작년에 졸업한 토루아 얀의 뒤를 이은 천재 마법 소녀로 명성이 대단했다.
전투에 특화된 아바드나 첼시와 달리 마법 연구에서도 뛰어난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좋게 봐줘서 고맙네요.”
클로에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아아. 아름다워.”
그때 비토 잉테움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탄성을 내질렀다.
그런 비토 잉테움을 보고 첼시가 얼굴을 찡그렸다.
‘뭐야? 이 느끼한 놈은?’
“당신은 지성뿐만 아니라 외모까지 아름다운 여성이군요. 이 비토 잉테움에게 당신의 손등에 키스를 할 수 있는 영광을!”
호들갑을 떨던 비토 잉테움이 느닷없이 무릎을 꿇고 클로에의 손을 잡고 입을 맞추려 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클로에가 미간을 좁히고 손을 빼내려 할 때였다.
뻐억-!
“커억!”
갑자기 나타난 1학기 당시 클로에의 멘티였던 베티 마르스테가 팔꿈치로 비토 잉테움의 안면을 찍어 버렸다.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야! 비토 잉테움!”
“그건 내가 물을 말이다! 베티 마르스테! 이게 무슨 짓이냐!”
“네가 클로에 선배님께 무례한 짓을 했잖아!”
“무례?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찬했을 뿐이다!”
비토의 말에 베티가 싸늘한 표정을 짓더니 턱짓했다.
“처리해.”
그러자 베티의 뒤에서 1학년 마법학과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앙? 뭐야! 이 자식은!”
“어디서 굴러먹다 들어온 개뼈다귀야!”
“지금 감히 얼음 여왕님께 수작 부린 거야?”
“무, 무슨…… 끄아아악?!”
남학생, 여학생 가리지 않고 1학년 마법학과생들은 비토 잉테움을 둘러싸고 지팡이로 매타작을 해댔다.
그 모습을 보며 첼시가 품에서 작은 종이봉투를 꺼내더니 안에 있는 쿠키를 와삭- 씹어 먹으며 말했다.
“클로에, 네 추종자들 점점 더 깡패처럼 변하는 것 같아.”
첼시의 말에 클로에가 머리를 붙잡았다.
타인을 챙기는 걸 좋아하는 클로에는 1학년들 역시 매우 잘 챙겼다.
덕분에 1학년 마법 학과생들 사이에서는 최고로 인기가 좋은 선배였다.
그리고 그런 클로에의 가장 열렬한 추종자, 베티는 황급히 클로에에게 다가왔다.
“클로에 선배님! 저 변태가 이상한 짓은 하지 않았죠?”
“진정해, 그냥 손을 잡은 것뿐이니까.”
“저 지저분한 손으로 선배님의 손을 잡았다고요?! 당장 손모가지를 날려 버리겠어요!”
“그건 너무 심하잖아.”
첼시가 옆에서 태클을 걸자 멈칫한 베티가 뒤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그 변태 자식!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 놔! 아주 손 버릇이 나쁜 놈이니까!”
같은 동부 출신 마법 가문으로서 마르스테 가문과 잉테움 가문은 교류가 잦았고 덕분에 후계자인 베티와 비토도 어려서부터 안면이 있었다.
그랬기에 베티는 비토가 아무에게나 수작을 부리고 다니는 이라는 걸 잘 알았다.
앙칼진 베티의 외침에 1학년 마법학과생들의 분위기는 더더욱 흉흉해졌다.
“품위 없이 이게 뭐 하는 짓들입니까! 마법사가 지팡이로 매타작이라뇨! 마법사로서 창피한지 아십시오! 내가 입학하려는 학교의 선배들이 이토록 천박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비토가 버럭 소리쳤다.
그 말에 1학년들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내년에 입학시험 칠 후배님이셨어?”
그러더니 더더욱 흉흉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마법학과 선배님께 배운 물리 마법이야. 매직 스윙!”
“아악!”
“매지컬 주먹이다! 이 건방진 후배 후보놈아!”
“커헉?!”
“마법 발차기! 자식아!”
“케헥!”
더욱 험악해진 1학년들을 보며 첼시가 미간을 좁혔다.
“저런 멍청한 짓거리는 대체 누구에게 배운 거야?”
“일리아나 선배요.”
“글러 먹은 걸 배웠네.”
첼시가 혀를 찼다.
“너희 그만해.”
보다 못한 클로에가 1학년들을 진정시켰다.
“무례하긴 했지만 이건 조금 심하잖아.”
“오오, 클로에 뮐러 양…… 그대의 마음씨는 지성과 외모만큼이나 아름답군요! 부디 그대의 뺨에 키스 할 수 있는 영광을…….”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양어깨에 손을 올리려는 비토를 보며 클로에는 망설임 없이 상대를 밀어냈다.
“응, 그냥 혼이 나는 게 좋겠네.”
분노한 1학년들이 비토에게 지팡이를 휘둘렀다.
“사람이 많이 오니까 이상한 사람도 많네.”
“그러게.”
첼시는 쿠키를 와삭와삭- 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여기서 가장 이상한 사람은 다름아닌 루메른 학생들이었다.
실제로 주변 방문객들이 그 광경을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루메른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학생들은 무엇이 이상한지 조금도 인지하지 못했다.
첼시는 거리에 있는 시계탑에서 시계를 확인하고 말했다.
“1학년들, 이제 슬슬 개막식 준비하러 갈 시간이야. 이동하자.”
“네!”
***
루메른에 무수히 많은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에 따라 루메리아 시티를 오가는 선박들도 분주히 오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루메리아 시티 곳곳에는 거대한 기둥이 솟아올라 있었다.
그건 루메리아 시티에서 벌어지는 영웅의 제전 현장이 생중계로 송출되는 마법 화면을 떠오르게 하는 마법 장치로 루메리아 시티 어디서든 볼 수 있었다.
현재도 마법 장치는 루메른 곳곳을 비추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갑자기 마법 화면이 일제히 루메른의 에레크 연병장의 모습을 비추었다.
거대한 에레크 연병장에 루메른 학생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루메른 학생들의 등장에 관중석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학과별로 완벽하게 도열한 가운데 맨 선두에 루메른의 깃발을 든 백발의 소년, 레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레오 플로브다!”
“루메른 최연소 학생회장!”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영웅!”
레오의 등장에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그렇게 관중 전체가 열렬하게 환호성을 내지를 때였다.
갑자기 에레크 연병장 가운데 그림자가 생성되었다.
느닷없는 상황에 관중들이 당황해하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배?”
누군가 경악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늘 위에는 함선으로 보이는 거대한 배가 날고 있었다.
말 그대로 현존하는 최고의 마법 공학과 연금술의 집합체.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하늘을 나는 함선의 등장에 관중 전체가 경악했다.
“데미안! 데미안의 깃발이다!”
“설마 데미안에서 만든 배인가?!”
관중석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쿠우웅-!
함선이 에레크 연병장 한 곳에 착지했다.
척- 척- 척-
그와 함께 데미안의 학생들이 발을 맞춰 함선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작지만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박력에 관중들이 압도되어 갔다.
파지직-!
갑자기 에레크 연병장 한 곳에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직! 번쩍-!
환한 빛과 동시에 세이룬 학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워프 게이트도 없이 수백 명의 인원이 한 번에 공간 이동을 해왔다고?!”
“그런 터무니 없는 일이 가능한 거였어?”
“역시 세이룬…… 최강의 마법사들을 육성하는 학교답군!”
상상을 초월하는 마법 기술에 눈을 부릅뜰 때였다.
삐이이이이익-!
환수의 거대한 포효 소리가 상공에 울려 퍼졌다.
관중들의 시선이 다시 하늘을 향하자 그곳에는 수백 마리의 와이번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최상급 환수인 와이번이 수십 마리도 아니고 수백 마리…….”
“굉장하군…… 아조니아겠지?”
관중이 탄성을 내지를 때였다.
화악-!
와이번을 타고 있던 아조니아의 학생들이 갑자기 와이번 위에서 뛰어내렸다.
“뛰어내렸어?!”
“마법으로 착지하겠지?!”
높은 하늘에서 뛰어내리기 시작하는 아조니아 학생들을 보며 관중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아조니아 학생들은 마법을 쓰지 않고 바닥을 향해 추락했다.
탁!
순수하게 육체적인 능력으로 바닥에 착지하고 일어서는 아조니아 학생들을 보며 관중석 여기저기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초대받은 학교들 모두가 등장만으로 압도적이었다.
일반인의 상식을 아득히 초월하는 개성적인 등장방식에 지켜보는 모든 이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루메른 깃발을 엘레나에게 넘긴 레오가 에레크 연병장 가운데로 걸어갔다.
-지금부터 영웅의 제전이 시작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레오의 덤덤한 말에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환호성을 쏟아냈다.
-대표로 선출된 각 학교 1학년 100명, 앞으로.
레오의 말에 선별된 1학년들 100명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에레크 연병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데미안의 거대 함선은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 루메리아 호수 쪽으로 향했다.
“칼, 개막식 행사를 1학년들만으로 진행하는 거야?”
일리아나가 의아한 듯 묻자 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하더라고.”
“뭐야? 너도 자세히 몰라?”
“영웅의 제전은 모두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하잖아. 그런 만큼 레오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인 일정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교수님들뿐이야.”
칼의 말에 일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가운데 1학년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레오 앞에 도열했다.
“1학년 대표들, 단상 위로.”
레오의 말에 네 명의 학생이 레오가 있는 단상 위로 올라갔다.
루메른에서는 루크가 겁에 질린 얼굴로 단상 위로 올랐다.
아조니아의 대표. 곰 수인 메드베즈는 레오를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이 남자가 레오 플로브. 아르 선배가 인정한 최강의 사내!’
메드베즈는 진지한 눈으로 레오를 바라보다 힐끗 자신의 옆에서 잔뜩 긴장하고 있는 자기 어깨까지 올법한 키의 루크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담이 작군. 고작 이런 자리에서 겁에 질리다니. 소문으로 듣자면 대단하다던데 소문은 소문일 뿐이었나? 경계할 필요 없겠어. 역시 세이룬의 레아 팅겔을 가장 경계해야…… 응?’
메드베즈는 눈을 뜬 채 대놓고 루크를 바라보고 있는 레아를 발견하고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알고 보니 루크는 최대한으로 레아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이, 이 사람은 왜 전에부터 나한테 이러는 거야?’
‘용서 못 해. 용서 못 해. 혼자서만 플로브 선배님의 멘티라는 호사를 혼자서만 누리다니. 이 부러운 자식! 용서 못 해.’
‘……레아 팅겔…… 루크 엘다에게 이 정도로 경쟁심을 불태우다니…… 겉모습으로 판단한 내가 어리석었군!’
메드베즈가 눈을 부릅떴다.
‘루크 엘다! 사과의 의미로 나도 최선을 다해 너를 상대하겠다!’
‘히익! 이 사람은 왜?’
거대한 곰 수인이 자신을 노려보자 루크는 더더욱 질겁했다.
그 모습을 보며 데미안의 1학년 대표, 릭센이 중얼거렸다.
‘일단 저 세 사람 주변에는 얼씬도 안 하는 게 좋겠어.’
레오는 앞에 선 학생들에게 말했다.
-1학년 대표들, 학교를 대표 선서하도록.
-루메른 학생으로서 한계에 도전하겠습니다!
-세이룬의 학생으로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아조니아의 학생으로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망설이지 않겠습니다.
-데미안의 학생으로서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각 학교의 교훈을 읊은 1학년 대표들이 입을 모아 선언했다.
-위대한 선대들의 이름 앞에 결코 부끄럽지 않게 영웅의 제전에 임할 것을 선서합니다!
그 말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으로 개막식을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개막식이 끝이 났다.
그때였다.
딱-!
레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함께 에레크 연병장 위에 스코어 보드가 떠올랐다.
[루메른 : 100] [세이룬 : 100] [아조니아 : 100] [데미안 : 100]“……?”
갑작스러운 상황에 관중 전체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관중뿐만 아니라 연병장에 있던 1학년들도 멍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번쩍-!
콰가가가가가가가각-!
하늘에서 빛과 동시에 무구들과 마법 지팡이, 소환구들이 나타나 바닥에 떨어졌다.
“무슨…….”
루크가 멍하니 중얼거릴 때였다.
“뭐해? 개막식 끝났다니까?”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네…… 끝났죠. 그런데 이건 뭐죠?”
메드베즈가 멍하니 묻자 레오가 말했다.
“개막식이 끝났으면 개막전을 시작해야지. 첫 경기는 서바이벌이다. 끝까지 살아남아 최후의 1인이 남는 학교가 승리한다. 대충 알아들었지?”
레오가 빙긋 웃었다.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