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93)
593.
“할린드 교수가 특례를 요청하자마자 공교롭게도 마법학과 2학년 칼 토마스가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렸군.”
루메른의 이사장.
알테크 제르온이 무표정한 얼굴로 할린드가 제출한 서류를 검토했다.
인피니티 스펠러라 불리는 그는 현역으로 활약하는 마법사 영웅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대한 영웅이었다.
루메른의 이사장 신분인 그이지만 평소에는 타르타로스와의 경계 구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담당하는 구역은 마족의 활동이 줄어들었다.
말 그대로 이름만으로 강력한 억제력을 발휘하는 영웅.
바꿔 말하면 그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게 되면 해당 지역은 타르타로스의 집중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실제 그가 담당하는 구역은 타르타로스와의 격전지에서 최고의 요충지 중 한 곳이었다.
그랬기에 평상시에는 딸에게 이사장 대리 직책을 맡기고 부재중인 경우가 많았다.
엘레나 외에도 마안의 마법사 알비가 루메른의 교수로서 재직 중이며 제르온의 유능한 인재들이 이사회를 이끄는 만큼.
그가 루메른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굉장히 보기 드문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알테크가 이번에 루메른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루메른에 모습을 드러낸 재앙의 불꽃 때문이었다.
아무리 최전방이 중요하다고 해도 후방에 세계의 재앙이라 할 수 있는 에레보스의 불꽃이 모습을 드러낸 이상, 마냥 앞만 지키고 있을 수는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큰 피해 없이 막아냈다고 해도 제대로 된 뒷수습을 위해서는 이사장인 그가 루메른에 돌아올 필요가 있었다.
그런 가운데 칼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할린드 교수의 보고서는 확실히 흥미로워.’
재능으로 본다면 1학년 1학기가 한계였을 학생이 2학년 2학기까지 버텨냈다.
이것만으로 꽤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임기응변이 좋군.’
루메른의 학과 일정은 오로지 재능 있는 학생들만 선별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세상에는 노력만으로 극복이 불가능한 것이 있는 만큼 루메른에서 필요로 하는 재능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도태되기 마련이다.
‘설령 2학년 1학기를 멘토 시스템으로 버텼다고 해도…….’
칼이 멘티로 삼은 쥬엔이 1학년 마법학과 탑이라는 행운이 따라주기도 했다.
‘운 역시 실력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 경우에는 조금 다르겠군. 쥬엔이라는 학생의 성장이 대단했어.’
올해 1학년 중 가장 눈부신 성장 속도를 보여준 건 현재 1학년 대표인 루크다.
하지만 루크의 경우에는 애초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학년 꼴찌에서 최고가 되었다는 건 경이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압도적인 재능과 그 재능을 꽃피울 시간, 그리고 성장을 가속 시킬 도우미만 있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오히려 0에서 시작했기에 더욱 빠른 성장의 발판이 되었을지 모른다.
좋은 멘토만 있다면 쓸데없는 것은 배우지 않고 오로지 성장에 필요한 것만 배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미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이가 빠른 성장을 하는 건 힘들다.
‘입학 때까지만 해도 아이나 베이드나와 비교해 한 수 아래로 평가받았지.’
하지만 1학기 총결산 당시에는 아이나와 비등한 실력을 보여줬다.
기사와 마법사라는 상성 관계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와 비등한 실력을 가졌다고 평가받았던 기사학과의 하비든이나 소환학과의 샤샤보다도 그 성장 속도가 돋보였다.
그렇다고 하비든과 샤샤의 성장 속도가 부족하다고 할 수도 없는 걸 감안한다면.
‘오히려 멘토를 고른 쥬엔이라는 학생의 안목이 뛰어났다고 말할 수 있겠군.’
칼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이후에도 중간고사를 넘어 지금에 이르렀다.
영웅이 되었다는 걸 놓고만 보더라도 알테크는 칼을 높이 평가하고 싶었다.
“서포터라.”
지금까지 루메른에 없었던 유형의 학생이다.
필기시험은 턱걸이로 통과.
하지만 실기는 100% 떨어진다.
그렇다면 진급 시험에서 떨어질 것이다.
굉장히 아쉬웠다.
루메른 내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더 지켜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례는 이야기가 달랐다.
흥미로운 학생이라 할 지라도.
오랜 시간 루메른에 재직 해온 할린드의 요청이라 할지라도 성적이 되지 않는 학생을 루메른에 남겨두는 건 있을 수 없다.
그건 그 자체만으로 다른 학생들에 대한 차별일 테니까.
‘하지만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렸다면 이야기는 다르지.’
루메른 역사에서 학생 신분으로 영웅의 자리에 오른 이는 극히 드물다.
‘하물며 2학년 때 영웅에 오른 이라고 해봐야 레오 플로브가 전부야.’
그리고 레오는 규격 외의 괴물이다.
‘아니, 칼 토마스 역시 통상적인 영웅은 아니지.’
레오 같은 괴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이 올라 영웅이 된 무수히 많은 영웅들과 그 궤를 달리했다.
“영웅의 자리에 올랐다면 특례를 준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되오만. 이사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소?”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영웅이 되었다고 해도 특례는 있을 수 없습니다.”
이사회에서 몇몇 이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알테크가 동생을 바라보았다.
“알비, 네가 보기에는 어떻지?”
“확실히 칼 토마스는 특이한 학생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루메른 마법학과 교수로 담당 수업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가 학생들을 보지 않는 건 아니다.
마법 전투와 관련된 특별 수업에서 알비는 루메른의 모든 마법 학과 학생들을 지켜보았다.
마안의 마법사라 불리는 만큼 학생들의 재능도 확실하게 눈여겨봤다.
“하지만 원칙대로 특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흠.”
“다만.”
“다만?”
알비가 보고서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루메른은 영웅 사관 학교입니다. 이 학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들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며 지난 수천 년 동안 그걸 위해 계속해서 교육 과정을 개편해 왔습니다.”
“그렇지.”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유형의 영웅이 탄생했습니다. 기존의 틀을 깨는 영웅이죠. 이 말의 뜻은 간단합니다.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는 뜻이죠.”
알비가 이사회를 바라보았다.
“어떤 의미에서 칼 토마스는 이미 졸업 조건을 갖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영웅이 되기 위한 학교에서 이미 영웅이 된 학생이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도 웃긴 이야기겠죠.”
“크흠.”
“으음.”
몇몇 이사들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들은 원론주의자였다.
영웅의 틀을 정해 놓은 자들.
그랬기에 칼 토마스 같은 유형의 영웅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세계는 변하고 있습니다. 그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면 도태될 뿐이죠.”
“그 말은?”
“칼 토마스가 어떤 자질을 인정받아 영웅의 자리에 올랐는지. 루메른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신들이 그를 인정했다는 건 곧 칼 토마스와 같은 영웅이 필요한 시대가 온다는 뜻이겠죠. 이런 때에 낡은 기준에 맞추어 칼 토마스를 퇴학시킨다면 루메른만 손해일 겁니다.”
알비가 덤덤히 말했다.
“애초에 칼 토마스가 퇴학당하는 순간 다른 영웅 사관 학교에서 데려갈지도 모르죠.”
“인간인 이 아이를 받아줄 학교가 있다는 겁니까?”
이사회 중 한 사람이 미간을 좁히자 알비가 픽- 웃었다.
“어느 영웅 사관 학교든 설립자와 같은 종족만 받는다는 법은 없습니다. 애초에 레오 플로브를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걸 잊은 건 아니겠죠?”
그 말에 대답을 하는 이사회 임원은 없었다.
“의도가 됐든 그렇지 않든 우리가 키운 영웅입니다. 괜히 남 좋은 일 시킬 필요는 없겠지요.”
알비의 말에 알테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칼 토마스의 특례 진급에 대해 투표를 진행하도록 하겠소.”
***
“헤헹!”
아르가 가슴을 활짝 펼쳤다.
“용자의 의지를 잇는 자라.”
레오의 중얼거림에 아르가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에게 딱 어울리는 이명 아니야?”
뽐내듯 제자리에서 가볍게 턴을 하는 아르를 보며 루니아가 팔짱을 꼈다.
“과분한 이명이네.”
“네 이명도 과분하긴 마찬가지거든?”
“뭐야? 난 루나님에게 지팡이도 받았어!”
“나도 아르온님께 검을 받았거든?!”
서로 이마를 대고 으르렁거리는 엘프와 수인을 보며 드리아나가 말했다.
“유치하게 싸우지 말고 다들 스스로가 이룬 위업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둘을 강제로 떼어낸 드리아나가 말했다.
“둘 다 대단하군, 그래.”
“흥.”
“헤헤.”
루니아는 쑥스러운 듯 가볍게 코웃음을 쳤지만, 그 칭찬이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아르는 머리를 긁적이며 헤실헤실 웃었다.
“그런 의미에서 벗게. 내가 그대의 아름다움을 후대에 전할 테니.”
“웃기지 마. 변태”
루니아와 아르가 동시에 얼굴을 팍 구겼다.
“어쨌든! 검은 토끼! 이제야 겨우 너랑 대등해졌네!”
아르가 손가락으로 레오를 척!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 아르를 보며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장하다.”
“애 취급하지 마아앗!”
꼬리와 기를 바짝 세우며 하악질을 하는 아르를 보며 루니아가 작게 한숨을 쉬고 작게 중얼거렸다.
“대등은 무슨.”
영웅의 자리에 오른 건 물론 엄청난 성과다.
하지만 대영웅인 레오와 비교한다면 달 아래 반딧불 신세다.
‘하지만 언젠가 닿아야겠지.’
레오를 바라보며 루니아가 주먹을 꾹 쥐었다.
“그나저나. 넌 뭘 그렇게 넋을 놓고 있어?”
자리에 앉은 채 영혼이 나간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칼을 보며 루니아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영웅…… 하하하. 꿈속에서나 그리던 영웅…… 내년에도 루메른 학생회장 대리…… 이야~호. 신난다…… 하.하.하.하.”
고장난 인형처럼 멍하니 중얼거리는 칼을 보며 드리아나가 칼의 등을 팡-! 팡-! 두들겼다.
“영웅이 되었으면 당당해져야지! 왜 침울해하는 건가!”
“컥! 커헉?!”
작지만 옹골찬 드리아나의 손바닥에 칼이 그대로 바닥으로 엎어졌다.
축 늘어져 있던 칼이 먼지를 털고 일어났다.
“그래. 기뻐할 일이지.”
짝-
양손으로 양 뺨을 때린 칼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
“오호. 제법 그럴듯한 표정이 되었군.”
드리아나가 씩- 웃었다.
그런 드리아나를 보며 칼이 말했다.
“누드모델 같은 건 절대 안 해줄 거다.”
“쳇.”
레오가 드리아나를 보며 혀를 찰 때였다.
“칼이다. 요! 우리 영웅 나으리!”
일리아나가 달려왔다.
그런 일리아나 뒤로 첼시와 넬라, 테이드가 따라왔다.
“여태까지 어디 있었던 거야?”
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칼의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칼의 친구들이 모습을 감췄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보며 일리아나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파티 준비하고 있었어!”
“파티?”
“그래!”
일리아나가 씩- 웃었다.
“너 3학년 진급 한 걸 축하하는 파티를 열기로 했어. 다들 기적이라면서 놀라워하는 중이야.”
첼시가 덧붙여서 말했다.
그런 둘을 보며 칼이 감동 받은 표정을 지었다.
“내가 학교생활 잘하기는 했다니까. 이렇게 좋은 친구들을 둔 걸 보니.”
뭉클한 표정을 짓던 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영웅이 된 건 왜 축하 안 해줘?”
그 말에 첼시와 일리아나가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말했다.
“그것보다 네가 진급한 게 더 기적 같은 상황이니까?”
“맞아, 맞아.”
웬일로 죽이 잘 맞는 두 사람을 보며 칼이 얼굴을 팍 구겼다.
“내가 헛살았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맞아!”
“아니! 다른 것도 아니고 영웅이 되었잖아! 영웅이! 그게 더 축하할 일 아니냐고! 아! 혹시 그런 거야?”
칼이 얄밉게 웃었다.
“내가 영웅이 돼서 지금 질투하는 거지? 그런 거지?”
그 말에 일리아나가 어깨를 흠칫 떨었고 첼시는 인상을 썼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아~ 이제 친구들에게까지 질투를 받게 된다니. 영웅이란 짐이 무겁구만.”
“재수 없네!”
일리아나가 인상을 찡그리더니 칼의 뒤로 가 칼을 붙잡았다.
“첼시, 명치. 명치를 쳐.”
“응, 꽉 잡아.”
“사, 살려 줘!”
주먹을 움켜쥐는 첼시를 보며 칼이 하얗게 질려서 소리쳤다.
“어째 이제 3학년이 되는데 다들 1학년 때랑 변한 게 없군.”
테이드가 한숨을 쉬며 중얼거리자 넬라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게 우리 5반 매력이잖아? 그치, 레오?”
그 떠들썩한 분위기에 레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고 보니.”
레오가 생각났다는 얼굴로 말했다.
“칼, 너 이명이 뭐냐?”
레오의 물음에 가까스로 일리아나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칼이 말했다.
“아, 그거?”
칼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시작을 준비하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