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94)
594.
치열했던 영웅의 제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루메른이었다.
루메른 학생들이 우승 트로피가 놓인 단상 주변에 모여들었다.
단상 위로 루메른 학생들의 대표라 할 수 있는 하르크가 올라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루메른 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루메른 학생들뿐만 아니다.
관람을 위해 루메른을 방문한 인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열렬하게 환호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종족을 대표하는 영웅 사관 학교의 대결이었던 만큼.
자연스럽게 우승을 지켜보는 종족 전체가 기쁨에 누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간발의 차로 우승을 놓친 다른 학교 학생들은 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레오가 중얼거렸다.
“하르크 선배, 엄청 기뻐 보이네.”
“기쁘겠지. 영웅의 제전에서 제일 열심히 한 게 바로 하르크 선배니까. 그런데 왜 그렇게 달려드신 걸까?”
셀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말대로 이번 영웅의 제전에서 미칠듯한 활약을 펼친 것은 놀랍게도 하르크였다.
영웅의 제전 직전까지만 해도 졸업전까지 부려 먹힌다며 의욕이 없었던 하르크였으나 막상 영웅의 제전이 시작되자마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기왕 고생한 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승컵을 가져가야겠다며 이를 갈더라고.”
“아.”
셀리아가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문 기자들이 그런 하르크의 사진을 찍기 위해 마도구를 계속해서 조작했다.
“그나저나 저런 건 학생회장인 네가 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살짝 볼멘 목소리로 셀리아가 중얼거리자 레오가 피식 웃었다.
“이번 영웅의 제전에서 난 아무것도 한 게 없잖아.”
이번에 레오는 철저하게 대회 운영에만 참여했다.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학교를 대표하는 건 레오인 만큼 셀리아로서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문의 이름을 크게 드높일 기회인데.”
“최연소 루메른 학생회장 타이틀이랑 최연소 영웅 타이틀로는 부족해?”
“기왕 챙길 수 있을 때 최대한 챙기는 게 좋잖아?”
생긋 웃은 셀리아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나저나 다음 주면 종업식인가? 2학년도 이제 끝이네.”
“아직 기말고사가 남았잖아.”
영웅의 제전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끝난 이후 루메른은 바로 기말고사에 돌입한다.
굉장히 가혹한 학과 일정이었지만 이미 루메른의 냉정함에 이골이 날대로 난 학생들은 덤덤히 받아들였다.
“난 시험 준비를 미리 끝내 나서 괜찮아.”
셀리아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에 관람을 온 가문 사람들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조만간 네가 받을 영토를 정한다더라?”
제르딩거의 직계 혈통인 만큼 레오는 광활한 제르딩거 영토 일부분을 물려받기로 되어 있었다.
“그거 때문에 겨울 방학 때 제르딩거 가문으로 와야 할 거야.”
“그래? 알았어.”
***
기말고사가 끝이 나고.
언제나처럼 학생들 사이에 희비가 교차했다.
학교에 남게 된 학생들도 있었고 떠나게 된 학생들도 있었다.
종무식이 끝난 후.
2학년 학생들은 기숙사별로 종강 파티를 열었다.
“우아아아앙! 시아! 클로에! 나중에 나 모른 척하면 안 된다?”
“우리가 왜 모른 척해요? 같은 기숙사였잖아요. 비록 내년에는 같은 공간에서 배우지 못해도 친구예요.”
“언니이이이!”
첸 시아는 쓰게 웃으며 울음을 터트리는 여학생들을 토닥여 주었다.
“뚝 그쳐. 이걸로 끝이 아니잖아.”
“클로에 언니이이이!”
“내가 너보다 한 살 어린데.”
클로에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학생들을 다독여 주던 클로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중충한 분위기는 모두 접어두자. 남는 사람도 있고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중요한 건 우리 모두가 한 해를 무사하게 보냈다는 거야.”
올해도 커다란 사건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학생 없이 모두가 무사하게 이 자리까지 왔다.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역경을 이겨냈어. 같은 기숙사로서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 그러니 앞으로도 우린 쭉 친구야.”
진급하지 못해 훌쩍이던 여학생들과 침울한 표정을 짓던 남학생들도 우울함을 떨쳐냈다.
“시아, 기숙사장으로 너도 한마디 해.”
클로에의 말에 첸 시아가 말했다.
“모두 한 해 동안 잘 따라줘서 고마워요. 처음에는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는데 여러분 덕분에 기숙사장 임무를 훌륭히 수행할 수 있었어요. 모두 고마워요.”
빙그레 웃은 첸 시아가 레오를 바라보았다.
“이제 레오 도령 차례에요.”
“모두 한 해 동안 수고 했어.”
레오의 덤덤한 말에 글로리 학생들이 실소를 터트렸다.
“반장의 축사는 언제나 짧군.”
일리아나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어쨌든!”
손에 들린 주스가 든 잔을 들어 올리며 일리아나가 말했다.
“오늘은 이 순간을 즐기자!”
모두가 우울한 분위기를 떨쳐내고 파티를 즐겼다.
“앗! 세나 교수님!”
“왜 이제야 오셨어요! 빨리 온다고 했으면서!”
“미안해요, 여러분. 교무회의가 늦어져서요.”
글로리 기숙사 사감 교수 세나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다.
그런 세나에게 일리아나가 말했다.
“세나 교수님! 이제 방학이죠? 교칙 위반한다고 벌점이나 그런 건 없죠?”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묻는 일리아나를 보며 세나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긴 한데…… 무슨 교칙을 어기려고요?”
“교칙을 어기는 게 아니라 그냥 살짝 풀어지자는 거죠.”
일리아나가 주섬주섬 테이블 밑에서 병을 꺼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학교에서 술을 마시겠어요?”
“너 그거 대체 언제 기숙사에 들고 온 거야?”
“헉?!”
클로에가 눈을 치켜뜨자 일리아나가 흠칫하더니 첸 시아 뒤로 냉큼 숨었다.
“나, 나는 시아에게 허락 맡고 들고 왔어!”
“시아!”
“뭐 어때요? 아직 마시진 않았잖아요?”
“정말.”
클로에가 한숨을 푹 쉬었다.
기숙사 규칙에 철저한 클로에와 달리 첸 시아는 가끔 학생들을 풀어줄 때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세나가 말했다.
“원래는 안 되지만. 오늘은 날이 날인 만큼 한 번은 눈감아 드릴게요. 그래도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되는 거 알죠?”
“오오오!”
한쪽 눈을 찡긋- 하는 세나를 보며 학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다들 저게 뭐라고 못 마셔서 안달 들이래?”
“클로에 양은 안 마실 거예요?”
“……마실 거야.”
클로에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술이 들어가자 파티 분위기가 더더욱 떠들썩해졌다.
“카일님 완전 대박이었다니까! 그래서 나 결심했어! 카일교를 만들기로!”
“일리아나 양, 너무 많이 마셨어요. 진정하세요.”
술에 취해 붉게 된 얼굴로 왁왁 소리치는 일리아나를 첸 시아가 진정시켰다.
“레오, 너도 한잔해.”
클로에가 술병을 들고 레오 옆으로 왔다.
“취한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나 하나도 안 취했어.”
클로에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클로에를 보며 레오가 힐끗, 손을 바라보았다.
클로에의 손에 들린 커다란 술잔을 바라보았다.
‘독한 술인데 저걸 맥주 먹듯 들이켜네.’
클로에가 따라주는 술을 마시며 레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레오! 내 술도 받아 줘!”
“나도! 나도!”
기숙사 학생들이 레오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난 방학 때 숙제 다 끝내고 수련 여행을 가볼까 해.”
“난 쟤랑 가문 별장에 놀러 가기로 했어.”
“반장은 방학 동안 뭐 해?”
“글쎄, 외가에서 상속받는 영토에 가보게 될 것 같은데?”
“헉! 상속?”
“아아, 그러고 보니 레오는 제르딩거 가문의 직계였지.”
“그 나이에 상속이라니, 부럽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반장 완전 부르주아잖아!”
“라덴 가문도 명가잖아. 너도 너희 가문 후계자면서 뭘 그렇게 부러워해?”
“왜 안 부러워?! 아버지는 가문을 물려받을 때까지 내 앞으로 땡전 한 푼 안 물려주신다고 했단 말이야! 그때까지 용돈 받는 신세라고!”
“얼마만큼 물려받는 거야?”
“제르딩거니까 역시 크지 않을까?”
“부럽다. 나는 우리 아버지 대에 가문이 쪼개지고 형이랑도 나눠야 해서 받을 영토가 줄었는데.”
“일단 영토가 있다는 것 자체가 세금 수입이 있다는 거니까. 레오는 앞으로 학교 다니면서 돈 걱정 없겠다.”
루메른을 다니다 보면 이래저래 돈이 들어갈 일이 많다.
부럽다는 듯 중얼거리는 학생들을 보며 첸 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땅을 물려받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요?”
“당연하지!”
“귀족가에서는 그것 때문에 가문 내에서 내전까지 일어나잖아.”
“그래요? 작은 왕국 규모의 땅이 아니라면 문제 될 게 있나요?”
첸 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학생들이 침묵했다.
‘아 맞다. 쟤 샨 제국의 후계자지.’
인간의 두 제국.
로드렌과 샨 중 대륙 동부를 아우르는 샨 제국의 차기 주인인 첸 시아에게 귀족 가문 단위의 땅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아이고~ 미래의 황제 폐하~”
일리아나가 손을 싹싹 비비며 첸 시아 옆에 냉큼 앉았다.
“황제가 되시면 잘 부탁드려요! 혹시 땅을 조금만 제게 하사해 주실 순 없나요?”
장난스럽게 말하는 일리아나를 보며 첸 시아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황제가 된다고 해도 땅을 함부로 드릴 순 없어요.”
“왜? 황제가 되면 다 네 땅이잖아.”
“아뇨, 레오 도령 땅인데요.”
“…….”
“…….”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첸 시아를 보며 학생들이 중얼거렸다.
“시아도 취했네.”
“그럼 레오는 미래에 샨 제국 전체를 가지게 되는 거야?”
“완전 부럽다!”
“반장! 아니! 반장님 땅 좀 하사해 주세요!”
“레오! 나도 잊으면 안 된다?”
농담으로 받아들인 학생들이 와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농담이 아닌 것 같은데.’
레오가 눈을 가늘게 뜨며 첸 시아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첸 시아가 생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이 지나고.
늦은 새벽이 되었을 때쯤 일어나 있는 학생들은 레오와 클로에가 전부였다.
술에 취한 학생들이 휴게실 곳곳에 누워 자고 있었다.
“끄응- 이렇게 놀고 있으니까 뭔가 정말로 끝난 것 같네.”
기지개를 쭉 켜며 말하는 클로에를 보며 레오가 허- 감탄사를 터트렸다.
“너 술 세구나?”
“그런가?”
클로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빨갛게 된 얼굴로 클로에가 빙긋 웃었다.
“어쨌든 레오. 한 해 동안 고생 많았어. 내년에도 잘 부탁해.”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래, 잘 부탁한다.”
***
워프 게이트를 타고 델라드 왕국의 수도 델란에 도착한 레오는 곧바로 저택으로 향했다.
‘우리 집에 가는 데 은밀하게 가야 한다니. 난감하군.’
델라드 왕국 역사상 최초의 영웅.
거기다 시작의 영웅 카일의 뒤를 잇는 올 클래스가 된 이후부터 델라드 왕국 내에서 레오의 명성은 이미 왕가를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레오가 딱히 델라드 왕국을 위해서 무언가를 한 건 아니지만.
왕국의 이름을 크게 드높인 것만으로 레오는 이미 왕국 내에서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었다.
‘레오, 꼭! 꼭! 몰래 집에 와야 한다?’
레이나의 당부를 떠올리며 뒤집어쓴 후드를 확인한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이번 영웅의 제전에서도 플로브 가문의 사람들은 한 명도 오지 못했다.
자신과 관련된 것만으로도 항상 이목을 끌었다.
‘델라드 왕가에서 막은 것도 있다고 했지?’
레오의 외가가 제르딩거인게 밝혀진 만큼.
델라드 왕국에서는 플로브 가문이 망명하는 사태를 경계하고 있었다.
기껏 탄생한 델라드 왕국 최초의 영웅을 제국에 빼앗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로드렌 제국은 델라드 왕국이 해주지 못하는 대우를 충분히 해줄 수 있는 나라였다.
‘아버지가 골치 아프겠네.’
아버지를 떠올리며 레오가 쓴웃음을 지으며 저택에 도착했다.
“아버지, 어머니. 저 왔…….”
“어머. 레오. 어서 오렴.”
“……어디 가세요?”
레오는 저택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집안 사람들을 보며 멍하니 물었다.
“응. 내일 바로 온 가족끼리 엄마 고향에 갈 예정이란다.”
“어머니 고향이면 제르딩거잖아요.”
“응.”
“왜요?”
레오의 물음에 레이나가 빙긋 웃었다.
“이번에 네게 영토가 하사 되잖니.”
“네.”
“꽤 오랫동안 협상이 이어질 거야.”
제르딩거 내에서도 많은 이권이 걸린 만큼 직계 혈통에게 영토가 하사 될 때면 잡음이 많이 발생한다.
“가문의 늙다리들이 훼방을 놓을 게 뻔하거든.”
가문의 늙다리가 장로회를 두고 하는 말이란 걸 레오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 엄마가 명색이 제르딩거 직계였잖니? 그래서 어떤 땅이 금싸라기인지 잘 알 거든.”
“그렇게 안 해도 어련히 잘 주겠죠.”
“아들아.”
“네.”
“줄 때 최대한 뜯어내야 하는 거야.”
호호호-! 웃음을 터트리는 레이나를 보며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