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599)
599.
“네?”
레이나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레오가 받은 서류들을 확인했다.
“이건 제국령 밖이잖아요? 게다가 레센텅 지방? 이 금싸라기 땅을 어떻게 아버지가 소유하고 계세요?”
“그래. 이 아비의 선물이 마음에 드느냐?”
“가주 시절에 어지간히 해 드셨나 보네요? 언제 이렇게 뒷주머니를 많이 차셨어요? ”
레이나의 말에 레가스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를 하는구나. 네 어머니가 남긴 땅이다.”
“엄마가요? 엄마가 이렇게 땅을 많이 가지고 계셨어요?!”
“네 어머니는 레센텅 지방을 다스렸던 검의 공국, 텅컨의 공주였으니까.”
“엄마가 왕족이었다고요?”
전혀 몰랐던 사실에 레이나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텅컨 왕국?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레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레가스가 말했다.
“그렇겠지. 네 어머니가 태어나기도 전에 멸망한 영웅 왕국이니까.”
영웅 왕국.
강대한 영웅이 건국한 공국 규모의 영토를 지닌 나라들을 의미한다.
“할아버지가 리스의 나이쯤 타르타로스의 침공을 받고 멸망해 버렸지.”
그 말에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레센텅 지방에는 다른 세력이 자리 잡은 거 아닌가요?”
“지금 레센텅 지방에 자리 잡은 세력은 텅컨의 최정예 기사단이었던 튜센 기사단이다. 텅컨에 충성했던 그들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텅컨의 혈통을 찾고 있지.”
“왜 엄마는 당신의 출신을 우리에게까지 비밀로 하셨던 거예요? 그리고 왜 왕족이면서 텅컨으로 돌아가지 않았던 거죠? 튜센 기사단이라면 바로 어머니를 왕으로 추대했을 것 같은데요?”
의아한 표정을 짓는 레이나를 보며 레가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분명 텅컨으로 돌아갔다면 네 어머니는 왕이 되었을 거다. 하지만 나일라는 텅컨의 멸망을 막지 못한 것에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단다. 지키지 못한 땅에 군림할 수 없다며 평생 고향으로 돌아가는 걸 거부했지.”
선대 제르딩거의 안주인.
나일라 제르딩거는 고결한 기사로도 명성이 높았다.
“그런 땅을 저한테 물려줘도 되는 겁니까?”
“영웅으로서 너의 목표가 에레보스의 완전한 멸망이라고 알고 있다.”
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염원이지만 감히 누구도 입에 담지 못했던 원대한 꿈.
“네 어머니는 네 할머니를 많이 닮았단다.”
레가스가 딸을 바라보며 그리운 미소를 지었다.
“힘을 가지고 태어난 자에게는 분명 그 힘을 타고 태어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곤 했지.”
“분명 그렇게 말하셨죠.”
레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힘은 약하고 선량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네 할머니의 신념이었다. 그걸 희생이라 여기며 비웃는 자도 있었지만. 나는 그러한 고결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껏 세계가 거대한 악에 승리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레오.”
레가스의 붉은 눈이 레오에게 향했다.
“너는 세계를 위해 헌신하는 것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다.”
레가스는 레오의 입학 시험부터 레오의 행보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레오의 행보를 보고 뛸뜻이 깊었다.
단순히 뛰어난 재능을 가진 손자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레오에게서 진정한 영웅의 그림자를 엿봤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이들을 앞에서 잡아끌고 때로는 뒤에서 떠받쳐 준다.
충분히 앞서갈 수 있음에도 결코 혼자 달려가는 법이 없었다.
뒤처진 이들을 기다려 주며 함께 성장해 간다.
그걸 보면 알 수 있었다.
에레보스의 완전한 멸망이란 터무니없는 목표가 진담이라는 것을.
“그런 너라면 네 할머니의 유산을 물려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레가스가 목에 걸린 팬던트를 만지작 거렸다.
그 안에는 오래전 사별한 아내의 사진이 있었다.
“힘이란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 개인의 무력도 힘이지만 거느린 세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다.”
레이나가 아들에게 커다란 영토를 물려 주고 싶어 하는 이유 역시 그런 이유였다.
그 영토는 분명 레오가 세력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될 테니까.
개인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
레오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세력이 있을 때.
비로소 레오는 영웅으로서 날개를 활짝 펼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레오가 걸어가려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을 테니까.’
“세계의 완전한 평화를 이루는데 팅컨의 유산이 사용된다면. 네 할머니는 누구보다 기뻐할 거다. 그게 그 땅을 네게 물려주는 이유다.”
그 말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이 아비의 마음에 감동이라도 받았느냐?”
“이걸로 퉁칠 생각은 아니죠? 이건 어머니가 남겨 주신 유산이니까 제르딩거에서 줘야 할 건 따로 확실히 계산해서 레오에게 주셔야 해요. 알겠죠?”
“…….”
챙길 건 확실히 챙기는 레이나를 보며 레가스는 물었다.
“넌 대체 누굴 닮은 거냐?”
“엄마요.”
***
엘더의 회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셀리아는 레오가 나오자 마자 황급히 물었다.
“어떻게 됐어?”
다급한 셀리아의 물음에 레오가 말했다.
“일단은 제국 북부 지방 영토를 물려받는 거로 대충 마무리했어.”
“뭐? 제국 북부 지방에 있는 우리 가문 영토면 대부분 척박한 산맥이잖아!”
“내가 졸업하면 어머니가 물려받아야 했던 땅을 일부분 받기로 했어.”
“말도 안 돼! 지금 당장 고모님의 유산을 모두 물려받아도 모자랄 판인데!”
셀리아가 발끈했다.
“네가 나보다 더 화를 내는 것 같은데?”
“이건 대우의 문제야! 고모님이 가만히 있으셨어?”
“아가씨. 진정하세요.”
“아, 아가씨.”
니엘과 마르티나가 셀리아를 진정시켰다.
“가만 안 있었지. 첼시랑 날 결혼시키시겠다고 해서 난리 났었어.”
“네에에에엑!?”
“첼시라면? 르왈린의 첼시요?!”
마르티나와 니엘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첼시 르왈린이랑 왜 네가 결혼을 해! 절대 용납 못 해!”
셀리아가 붉어진 얼굴로 발끈했다.
다른 레오의 기사들 역시 놀라 입을 뻐끔거렸다.
그 말에 레오가 말했다.
“뭘 그렇게 놀래? 진짜 그러겠다는 것도 아닌데.”
“그, 그렇지? 그래! 네가 첼시 르왈린이랑 결혼할 리 없잖아!”
셀리아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나서서 중재 해주셨어.”
“어떻게?”
“일단 장로회의 의견을 따르는 대신 레센텅 지방을 나한테 물려주시기로 했어.”
“레센텅 지방? 거긴 제국령이 아니잖아? 우리 가문과도 전혀 연관 없는 곳인데? 혹시 제국 내에 레센텅이라는 지방이 따로 있었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니엘이 고개를 저었다.
“제국 북부 지방이 맞아. 그 땅이 우리 할머니 땅이었다고 하더라.”
레오는 레가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셀리아에게 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셀리아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야? 그러면 너…… 텅컨의 정당한 주인이 되었다는 소리잖아?”
“그렇지.”
“그럼 왕이라는 소리네?”
“그게 그렇게 되나?”
“진짜 너란 애는.”
나라 하나를 통째로 물려받은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에서도 별 감흥이 없어 보였다.
‘진짜 그릇이 크다니까.’
“이틀 뒤에 레센텅으로 가볼 생각이야.”
“그럼 나도 갈래. 할머니의 땅이라니. 궁금해.”
셀리아가 눈을 반짝였다.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은 레오가 손을 내려다보았다.
‘왕이라.’
지혜의 왕이라 불렸던 친구를 떠올렸다.
‘점점 더 그 녀석처럼 되는 것 같군.’
***
동부 반란군을 제압한 리스에게 세 사람이 다가왔다.
“훌륭하군. 리스, 사상자 없이 이렇게 빠르게 반란을 진압하다니. 과연 내 라이벌다워.”
울타가 양팔을 벌리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 울타 뒤에서 토루아가 혀를 찼다.
“내 마법이었다면 더 깔끔하고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손님인 너희에게 이런 일을 시킬 순 없지. 게다가 외교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빙그레 웃는 리스를 보며 자무아가 입맛을 다셨다.
“이럴 때는 자유로웠던 학생 시절이 그립군.”
“응. 맞아. 사고 쳐도 뒤처리는 학교가 다 알아서 해줬으니까.”
토루아가 공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어떤 마법 바보와 근육 얼간이가 그런 파렴치한 짓을 했지? 우등생인 나로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문제아들이군.”
“네가 제일 심했거든?”
토루아가 지팡이로 울타의 머리를 툭툭 밀었다.
투덕거리는 둘을 보며 혀를 차던 자무아는 심각한 리스의 표정을 보고는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 조금 신경 쓰이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무슨 이야기?”
“적들을 제압하는 와중에 내 불꽃을 보고 악마의 불꽃이라고 소리치던 자들이 많았어.”
“악마의 불꽃?”
자무아가 미간을 좁혔다.
“그래. 그리고 마치 내 불꽃을 본 적 있는 것처럼 두려워하더군.”
제르딩거의 불꽃은 피닉스의 힘이 깃든 진홍색 불꽃.
보통의 불꽃 오러나 마법의 불꽃.
환수와 정령의 불꽃과는 명백하게 다르다.
누가 보더라도 제르딩거의 불꽃임을 알 수 있다.
“너희 가문의 불꽃은 피닉스의 불꽃이잖아.”
“맞아. 그리고 로드렌에서 피닉스의 힘을 다루는 건 제르딩거가 유일해.”
“그냥 저들이 착각한 거 아니야?”
“그렇다면 좋겠지만.”
그들은 분명하게 제르딩거의 불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일평생에 한 번을 보기 힘든 제르딩거의 불꽃을 반란군이 여러 번이나 목격했다.
‘신경 쓰이는데.’
“아니면 리스. 내가 이번에 심문 마법을 새로 만들어 봤는데 도와줄까?”
토루아가 리스 옆에 앉으며 물었다.
그런 토루아를 보며 자무아가 혀를 찼다.
“외부인이 이번 사건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걸 벌써 잊었냐?”
“쯧쯧. 자무아. 예전부터 말했지만 그대에게는 사랑이 너무도 부족하군.”
“뜬금없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토루아가 리스를 도우려는 저 마음이 사랑이란 걸 정녕 모르겠나?”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얼굴을 찡그리는 토루아를 보며 울타가 양팔을 벌렸다.
“숨길 것 없다. 토루아. 난 보았으니까. 졸업식 날 새벽, 리스의 기숙사방 창문에서 나오던 네 모습을!”
“뭐야? 그렇게 아니라고 하더니 너희 결국 그렇고 그런 사이였어?”
울타의 말을 들은 자무아가 능글 맞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둘을 보며 토루아가 빙긋 웃었다.
“응. 그런데 그 사실은 나와 리스만의 비밀이야.”
“이제 둘만의 비밀이 아니게 되었군? 나랑 울타가 알게 되었으니까.”
“아니. 앞으로도 쭉 둘만의 비밀일 거야?”
“어떻게?”
“비밀을 아는 자를 죽이면 돼.”
그 말을 듣자마자 울타와 자무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토루아는 그런 둘을 정말로 죽일 듯이 한 기세로 쫓아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리스가 한숨을 쉬었다.
“어째 졸업해도 바뀌지 않는군.”
***
“놓쳤나.”
토루아가 쳇- 하고 혀를 찼다.
“울타는 몰라도 자무아, 그 입 싼 녀석은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데.”
토루아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자무아는 뇌까지 근육으로 단련되어 있을 게 분명하니까 정신 조작 마법을 좀 세게 걸어도 문제없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며 리스가 있는 쪽으로 돌아가던 누군가 자신이 가는 길을 막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는 검을 들고 있었다.
‘반란군?’
토루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토루아 얀?”
“날 아나요?”
“지금 시대의 유명한 영웅 후보생이라고 들었다.”
후드 아래로 남자의 입매가 호선을 그렸다.
“너의 마력을 받아가야 겠다.”
화르륵-!
남자의 검에서 선홍색 불꽃이 치솟았다.
토루아의 눈이 크게 뜨였다.
너무도 익숙한 불꽃이다.
루메른에 입학하고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 보았던 불꽃.
“제르딩거의 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