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09)
609.
레오는 굳게 닫혀 있는 왕궁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레틴의 청사 뒤는 왕궁의 입구와 이어져 있었다.
‘정확하게는 왕궁의 입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청사를 지나야 하는 구조. 이 왕궁을 지키고 있는 건가?’
텅컨 왕국이 멸망한 이후, 봉인되어 버린 이 왕궁에는 텅컨의 많은 유산이 잠들어 있다.
오랫동안 텅컨의 왕족을 찾아온 튜센 기사단으로서는 지키는 것이 당연했다.
“흐음? 가까이서 보니 봉인 술식의 구조가 확연하게 보이는데?”
“정령 마법과 유사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네요.”
아바드와 첼시가 호오! 호오! 감탄사를 내뱉으며 굳게 닫힌 왕궁의 문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마법사답게 정령이 구성한 마법 술식에 호기심이 동한 모양이다.
“클로에가 봤으면 환장했겠는걸?”
첼시의 중얼거림에 레오가 피식 웃었다.
“여기 살림을 차렸을지도 모르지.”
마법학과에서 가장 학구열이 뛰어난 친구를 떠올리며 레오가 시스를 바라보았다.
“이 왕궁 안에 정화의 정령이 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레오님.”
텅컨 왕국이 멸망한 이후.
불의 대정령 이스타 역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그때 이후로 이 왕궁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왕궁 입구를 봉인하고 있는 마법 술식을 말없이 바라보던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해석을 어느 정도 끝낸 레오가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자격이 있는 자만 열 수 있는 것 같군.”
“자격?”
셀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오의 말을 듣고 아바드와 첼시 역시 마법 술식을 빠르게 해석했다.
“혈통과 관련 된 마법 술식 같은데?”
“응. 텅컨 왕가의 피를 이어야만 열 수 있는 것 같아.”
레오가 던진 힌트로 빠르게 마법 술식 전체를 해석한 아바드와 첼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레오가 철창으로 이루어진 왕궁의 정문에 손을 가져다 댔다.
철컹-!
그 순간 갑자기 보이지 않던 붉은색 쇠사슬 드러났다.
정령의 힘으로 이루어진 쇠사슬.
그걸 본 시스가 놀란 듯 중얼거렸다.
“이럴 수가. 수십 년 동안 반응조차 하지 않았던 왕궁의 문이……!”
시스는 감동한 눈으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역시 레오님은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텅컨의 왕족이 분명해!’
그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레오가 왕궁의 문을 열기 위에 힘을 주었다.
촤르륵-!
붉은색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거부해?’
왕궁의 봉인이 레오의 손에 반응했지만 길을 허락하지는 않았다.
왕궁 입구는 여전히 강력한 정령의 힘으로 굳게 닫혀있었다.
문에서 손을 뗀 레오가 몇 발짝 물러섰다.
첼시가 당황한 얼굴로 다가왔다.
“안 열려?”
“응.”
“왜 안 열리는 거지? 봉인을 푸는 조건이 다른 건가?”
“아무래도 정화의 정령이 날 거부하는 것 같은데?”
“레오 오빠를 거부해? 왜?”
“나야 모르지.”
첼시가 뚱한 눈으로 문을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철창을 붙잡고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왜 레오 오빠를 거부하는 거야!”
하지만 레오 때와는 다르게 철창은 조금도 반응하지 않았다.
“워. 워.”
아바드는 동생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집어 들며 진정시켰다.
그러고는 레오에게 건넸다.
첼시를 받은 레오가 심통이 난 표정을 짓고 있는 첼시를 바닥에 내려준 후 머리를 토닥여 주었다.
“뭐, 거부하는 이유 중 짐작 가는 게 하나 있지.”
“응? 그게 뭔데?”
첼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레오가 막 설명하려 할 때.
“나한테도 반응하나?”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셀리아가 흥미롭다는 듯 문을 잡았다.
그 순간.
철컹-
“응?”
손목에 언제 감겼는지 모를 붉은색 쇠사슬을 본 셀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뭐야?”
당황하며 쇠사슬을 풀려는 순간.
화악-!
“꺄악?!”
셀리아가 갑자기 왕궁 안으로 끌려갔다.
“셀리아!”
아바드가 아공간에서 지팡이를 소환했다.
휘오오오오오오-!
콰가가가가강-!
날카롭고 거대한 바람이 순식간에 왕궁 입구를 갈랐다.
마치 태풍이라도 몰아친 듯 어마어마한 바람이 주변을 휘감았다.
시스는 자세를 낮추고 바람에 휘말려 날아가지 않기 위해 몸에 힘을 주었다.
첼시는 레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레오 앞에 서서 바람을 통제했다.
“무영창? 이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마법의 위력은 평범한 루메른 2학년 학생의 범주를 뛰어넘은 수준.
하지만 그보다 놀라운 건 예고도 없이 발동된 마법이다.
무영창 주문.
루나가 아바드에게 선물한 마법 술식이었다.
아바드는 흠집도 나지 않은 왕궁의 문을 보며 더욱 살벌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주변으로 연하늘빛 마력이 넘실거렸다.
진심으로 분노하는 아바드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진정해, 너답지 않아.”
그 말에 아바드가 지팡이를 바닥에 늘어트렸다.
그리고 심호흡했다.
“무슨 일이야? 셀리아는 왜 갑자기 끌려간 거야?”
첼시가 당황한 목소리로 묻자 레오가 왕궁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이 왕궁의 주인이 데려간 모양이야.”
“왜?”
“셀리아도 텅컨의 왕족이니까. 문을 열 자격은 있어. 끌고 간 이유까지는 알 수 없지만.”
레오는 왕궁 문앞에 섰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봉인을 강제로 끊어 버릴 수는 있지만.’
봉인을 힘으로 파괴한다면 주변의 피해가 극심할 게 분명했다.
잠시 봉인을 바라보던 레오가 검을 뽑았다.
스릉-
그걸 본 아바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보는 검인데?’
레오가 평소에 사용하는 검이 아니었다.
레오가 검을 가리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평상시에는 명검의 반열에 들 상등품을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 쥔 검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롱소드였다.
포스테리타스.
일전에 리안에게 받은 칠흑의 망토 속에 잠들어 있던 드웨노가 만든 최후의 무구.
레오의 눈이 일순간 회색으로 변했다.
‘바이블.’
자신의 고유 마법.
바이블을 발동시킨 레오는 빠르게 마법 술식을 해석했다.
그와 함께 검의 표면에 회색 마력진이 생겨났다.
“디스펠 술식?”
아바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가 검을 휘둘렀다.
스각-!
회색의 마력이 넘실거리는 검이 왕궁의 입구를 베어냈다.
그 순간.
철컹-!
왕궁의 문이 열렸다.
레오의 눈이 원래 색으로 돌아왔다.
검에 디스펠을 부여해 봉인 술식을 끊어낸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간단한 행동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었다.
봉인 마법은 해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순간순간 술식 배체 패턴이 변한다.
그걸 일일이 계산해 찰나의 순간 마법 술식을 해제할 디스펠 술식을 짜 봉인 술식을 끊어낸 것이다.
결과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과정은 비효율적이다.
아바드로서는 따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클로에라면 따라 할 수 있을까?’
아바드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한 거야?”
첼시도 놀라 묻자 레오는 지끈거리는 미간을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
“내가 아는 마법사를 따라 했을 뿐이야.”
“아…….”
“세상에는 괴물이 많군. 언제 한 번 만날 수 있을까?”
“기회가 된다면.”
첼시는 레오가 말한 아는 마법사가 루나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아바드는 그저 세상이 넓다며 감탄할 뿐이었다.
“봉인이 풀렸으니 이제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첼시의 물음에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봉인을 완벽하게 파괴한 건 아니야. 그냥 틈을 만든 것뿐이지.”
“아. 레오 오빠만 지나갈 수 있도록?”
“그래.”
레오는 봉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은 있었지만 봉인의 주인인 이스타에 의해 거부당했다.
봉인의 조건 중 그 부분만 제거한 것이다.
“나 혼자면 충분해.”
레오는 조금 삐딱한 눈으로 왕궁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아바드가 씁쓸하게 웃었다.
“부럽군. 공주님을 구하러 가는 기사 같아.”
어딘지 모르게 분한 표정을 짓는 아바드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셀리아가 공주는 아니지.”
레오의 말에 첼시가 응응!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걘 붙잡히면 알아서 탈출하고도 남아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요. 오라버니.”
“그래.”
첼시의 말에 아바드가 쓰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다녀 올게.”
레오가 왕궁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아바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정화의 정령은 악한 정령이 아닐세. 더더욱 자신의 오랜 맹약자였던 텅컨의 혈통에 해를 끼치는 않을 걸세.”
“그래야 할 겁니다.”
아바드가 빙긋 미소 지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대정령이라도 용서치 않을 테니까요.”
그 말에 시스가 속으로 감탄했다.
‘과연, 르왈린의 다음 주인이란 건가?’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레오 도련님! 셀리아 아가씨!”
청사 쪽 문이 열리며 니엘이 황급히 달여왔다.
이곳은 허락된 이들만 출입이 가능한 곳이다.
그런 곳에 니엘이 갑자기 들어 오자 첼시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시스 역시 무언가 일이 생겼다는 걸 깨닫고 출입에 관해 별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레오와 셀리아는 방금 왕궁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니엘 선배.”
아바드의 물음에 니엘을 뒤따라온 마첼이 다급히 말했다.
“조금 전 제르딩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르딩거에 손님으로 와 있었던 토루아 선배님이…… 의식불명의 상태라고 합니다!”
“뭐?”
“토루아 선배님이?”
아바드와 첼시가 눈을 크게 떴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레오 도련님의 어머님이신 플로브 부인께서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납치를 당하셨다고 합니다!”
***
스릉-!
팔목을 휘감은 채 엄청난 힘으로 자신을 잡아당기는 붉은 쇠사슬을 본 셀리아가 검을 뽑았다.
화르륵-!
셀리아의 손에서 제르딩거의 가보로 내려오는 검.
플레임 스톰이 맹렬한 불꽃을 내뿜었다.
스각!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플레임 스톰을 쇠사슬을 향해 휘둘렀다.
까앙-!
하지만 베어내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그에 셀리아가 이를 악물었다.
고오오오! 화르르륵-!
셀리아의 몸에서 건드리기만 해도 불타고 베일 것 같은 불꽃의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셀리아의 붉은 눈이 타오를 듯 이글거렸다.
사악-!
검 끝에 집중된 셀리아의 검기가 쇠사슬을 베어냈다.
일순간 셀리아를 잡아당기던 힘이 사라졌다.
허공에 부유감을 느낀 셀리아가 자세를 붙잡고 바닥에 착지했다.
탁-!
고개를 들어 빠르게 주위를 확인했다.
‘알현실?’
셀리아의 눈이 가늘게 뜨였다.
그 순간.
짝- 짝- 짝-
“과연. 제르딩거의 피와 텅컨의 피가 섞이면 이런 불꽃을 내뿜는 건가?”
박수 소리와 함께 거만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린 쪽을 본 셀리아가 눈을 크게 떴다.
그곳에는 왕좌에 앉은 사내가 보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옅은 푸른색 장발과 눈동자를 가진 남자는 온 몸을 문신으로 도배하고 있었다.
남부인처럼 그을린 구릿빛 피부가 존재감을 과시했다.
키는 컸으며 온 몸에 근육이 잘 잡혀 있었다.
문제는 웃통을 벗고 있다는 점.
셀리아는 진하게 웃는 남자를 보며 당황했다.
‘뭐야? 이 변태는?’
셀리아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정화의 정령, 이스타님이시죠?”
“그렇다, 소녀여. 영광으로 알도록.”
“네?”
“지금 이 순간, 그대는 내 간택을 받았으니 말이다.”
“저기요. 전 정령사의 재능이 없는데요?”
“그렇지. 그 부분이 매우 아쉬워.”
턱을 쓰다듬는 아스타를 보며 셀리아가 말했다.
“제 사촌은 정령도 다루거든요? 걔가 당신 맹약자에 더 어울릴 텐데요?”
“처음 왕궁의 문을 두드린 그놈?”
이스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반응에 셀리아가 움찔 몸을 떨었다.
왜인지 모르게 이 정령은 레오에게 적대적이었다.
“잘 알아둬라. 소녀.”
이스타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난 이 세상에서 바람둥이가 제일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