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17)
617.
[놀랍군. 설마하니 이렇게 순식간에 꼬리가 잡힐 줄은 몰랐는걸?]“조만간 네가 있는 곳으로 갈 테니 목이나 닦고 기다리고 있어.”
[후후후. 천천히 기다리는 것도 나름 즐겁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조금 지루할 것 같아서 말이지. 그러니 너를 초대하도록 하지.]“초대?”
[그래. 지금 내가 있는 곳을 알려 주마.]“어디지?”
[호오?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는 다니?]“어차피 네가 원하는 건 내 능력이잖아.”
[이미 내가 누구인지 모두 알고 있군? 제르딩거의 노망난 늙은이? 아니면 가증스러운 그림자들?]“장소는?”
흥미를 내비치는 히어로 슬레이어의 반응에도 레오는 더 이상 대화할 가치도 없다는 듯 본론을 이야기했다.
[후후. 후후훗! 너와는 좀 더 천천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군.]즐겁다는 미소를 지은 히어로 슬레이어가 말했다.
[플로브 가문의 영지. 나는 이곳에 있다. 기다리고 있지.]그 말을 끝으로 통신이 끊겼다.
레오의 붉은색 눈동자가 선명한 살기를 내뿜었다.
고오오오오-!
그림자 군주들도.
전 세대의 영웅이자 로드렌 최고의 기사였던 레가스도.
레오가 내뿜는 살기에 압도당했다.
불꽃처럼 아른거리던 살기가 이내 잦아든다.
“함정입니다.”
“알아.”
북부 그림자 군주, 알그렌의 말에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피할 수 없는 함정이지.”
“…….”
히어로 슬레이어는 단순히 레이나만 인질로 잡은 것이 아니다.
플로브 가문의 영지에 사는 모든 이들을 인질로 잡은 것이다.
자신의 위치를 밝힌 것은 그런 이유였다.
‘선전포고.’
레오가 섬뜩하게 웃었다.
자신을 사냥할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겠다는 뜻이었다.
“레오님. 그림자들을 이끌고 함께 가는 건…….”
아냐스의 말에 알그렌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놈은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다. 우리를 언급한 건 일종의 협박이겠지. 그림자들을 이끌고 가는 순간 놈은 플로브 영지의 주민들을 학살하겠다는 협박.”
“그럼 레오님 혼자 플로브 영지로 가야 한다는 건가요? 말도 안 돼요!”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말하는 아냐스를 보며 남부 그림자 군주, 키린이 말했다.
“레오님, 결단을…….”
“확실히 혼자 오라는 말은 없었어.”
레오는 손에 쥐어진 통신 수정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북부 마탑주의 말대로 그림자들이 움직이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지. 놈은 그림자들에게 사냥당했으니까.”
레오가 입을 열었다.
“놈이 가장 경계하는 건 그림자야.”
히어로 슬레이어는 영웅들을 사냥하는 일반적인 히어로 헌터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애초에 배신자의 신분으로 영웅이 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신들이 막장이라도 그런 놈들을 영웅으로 선택하진 않을 테니까.’
그리고 모든 히어로 헌터들은 타의에 의해 영웅을 사냥한다.
애초에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키워졌든.
아니면 배신으로 약점이 잡혀 히어로 헌터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든.
후에는 미치거나 일그러져 자발적이게 될지 몰라도 그 근원은 타의다.
‘아무리 세계를 등졌다고 해도 결국에는 빛을 쫓을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히어로 슬레이어는 다르다.
그는 자신의 의지로 빛을 등졌다.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뭐가 됐든 히어로 슬레이어의 근본은 영웅이다.
그랬기에 무수히 많은 영웅을 학살했음에도 그림자들에게 패배했다.
‘영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겠지. 그래서 영웅들을 학살할 수 있었던 거고. 하지만 그림자는 아니야.’
일종의 천적.
‘그래서 놈은 그림자를 경계하고 있는 거겠지.’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그림자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건 까다롭다.
플로브 영지를 인질로 잡은 건 그것 때문일 것이다.
그림자의 낌새가 느껴지면 바로 영지민까지 학살하겠다는 것.
‘통하지 않는다면 도주하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있겠지.’
그렇다고 대규모 토벌대를 꾸린다면 그대로 도주할 것이다.
불리한 싸움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함정을 팔 이유도 없지.’
“소수로 데려가는 것 정도는 가능할 거야.”
그 말에 레가스가 말했다.
“제르딩거의 영웅들을 보내마.”
“아뇨. 무게추가 기운다고 생각하면 녀석은 도주할 겁니다.”
“…….”
“영웅 후보생들 정도면 가능할 겁니다.”
레가스와 그림자 군주들은 레오가 리스 일행과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가려 한다는 걸 눈치챘다.
“리스와 그 친구들이라면 몰라도 셀리아와 르왈린의 아이들은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레가스의 말에 레오가 말했다.
“위험하겠죠. 그래도 그 애들이라면 괜찮아요. 그리고 알게 해주고 싶어요.”
“알게 해주고 싶다?”
“인간의 악의를요.”
“…….”
레오의 말에 레가스는 침묵했다.
첼시와 셀리아, 아바드는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다.
레가스는 생각했다.
‘지금 영웅 후보생들은 나는 물론이고 내 아들들조차 아득하게 추월하게 될 것이야. 지금의 시대는 그러한 시대다.’
영웅의 세계가 발견되었을 때.
세계는 비약적으로 힘을 키웠다.
3000년 전.
재앙의 재림 당시 사실상 저울은 타르타로스 쪽으로 기울었었다.
비록 에레보스의 조각이 봉인되고 개벽의 영웅들에 의해 무수히 많은 군단장이 소멸했다지만 막대한 피해를 입은 건 세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개벽의 영웅들은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에레보스와 함께 스스로를 영웅의 세계에 봉인했다.
그리고 재앙에 의해 무수히 많은 영웅이 목숨을 잃었고 재앙의 시대까지 만큼은 아니지만 수천 년간 부흥시켰던 세계는 불타올랐다.
그런 세계와 달리 타르타로스에는 재앙의 시대부터 살아왔던 세 명의 군단장이 건재했던 시기다.
재앙의 시대가 끝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역사의 분기점.
세계의 운명을 결정지었을지 모를 시대.
하지만 그 분기점에서 세계는 영웅의 세계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손에 넣고 가까스로 타르타로스와 균형을 맞추었다.
역사가들은 말한다.
3000년 전.
재앙의 재림 이후가 진정한 영웅의 시대라고.
선대의 힘을 계승하는 새로운 타입의 영웅들의 탄생이라고.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러한 시대다.
선대의 힘을 계승하는 건 물론이고.
지금 영웅들의 시조라 할 수 있는 대영웅들이 다시금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재앙의 시대 당시 사라졌던 신이 다시 출현했으며 이때까지 몰랐던 세계의 비밀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지금껏 무분별하게 이름을 올렸던 영웅들이 그 자격을 잃어가고 있다.
역사의 뒤편에서 차별받아 왔던 그림자들도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계의 운명을 건 역사의 분기점.’
그런 시대의 영웅 후보생들은.
기존의 영웅들을 아득히 추월할 것이다.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
지금 영웅 후보생들은 더욱 많은 위협에 시달릴 것이다.
‘그중에는 완전히 개화하기 전에 그 가능성을 짓밟으려는 시도 역시 분명 있겠지.’
머지않아.
‘아니, 어쩌면 3학년이 된 이후부터. 셀리아는 히어로 헌터들의 노림을 받을지도 모른다.’
타르타로스와의 전투와 히어로 헌터들과의 전투는 다르다.
타르타로스는 근본적으로 공존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배신자인 히어로 헌터들은 다르다.
‘놈들은 우리와 같은 길을 걸었으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타르타로스보다 더욱 위험하지.’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기에 더욱 악의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랬기에 영웅들이 히어로 헌터들에게 사냥당하는 것이다.
레오는 그런 악의를 접하게 해주려는 것이었다.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려 하고 있었다.
‘레이나가 인질로 잡히고…… 영지민들 전체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미래를 보고 있는 건가.’
레가스가 말없이 레오를 바라보았다.
‘레이나와 영지민을 모두 구할 수 있는 자신감인가?’
하지만 레오의 눈은 그것과는 달랐다.
오랜 세월 전장을 누볐던 레가스는 레오의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익숙한 거군.’
잃는 것이 익숙했다.
도대체 무엇을 잃어 온 것일까?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를 가진 눈앞의 소년은 도대체 어떤 걸 잃어 온 것일까?
그리고…….
‘그러고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군.’
레오의 모습에서 영웅 후보생의 모습 따윈 없다.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닳고 닳을 정도로 전장에서 끝없이 싸워 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공허함.
제르딩거를 이끄는 기사로서.
오랜 세월 전장에 선 노기사인 레가스이기에 감지할 수 있는 그 공허함을 품고 있었다.
‘잃는 다는 것은 알게 되면 결국에는 인정하고 타협을 하지.’
일부분을 포기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가 더욱 괴롭다.
하지만 레오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잃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코 포기하려는 기색이 없다.
‘영웅.’
오래전부터 레가스가 그려온 진정한 영웅의 모습.
침묵하던 레가스가 말했다.
“미안하다. 레오야.”
“뭐가요?”
“내가 안일했기에 너에게 짐을 들게 했구나.”
“……설마하니 가문의 요직에 앉은 자가 그런 짓을 할 거라는 건 할아버지도 상상하지 못하셨겠죠.”
엑거슨은 평생 동안 자신의 욕망을 철저하게 숨겨왔다.
수상한 점이 발견되어 파고들어 갔고 타이밍 좋게 증거를 잡을 수 있었을 뿐.
설마 일평생 혈육이라는 이름아래에 전장을 누벼온 이가 어리석은 욕망을 위해 칼을 꽂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안일했던 건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지켜야 하는 소중한 사람이죠.”
레오가 웃었다.
“그러니 개의치 마세요. 어머니는 반드시 구해 올게요.”
“……부탁한다.”
* * *
플로브 영지로 향할 준비를 하는 와중에 레오는 자신 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엘시님. 여기 세계에서 가장 공기가 맑은 곳에서 자란 허브를 아침 이슬을 모아 끓인 차가 있사와요.
-어머나, 향이 정말 좋네요.
-엘시님! 여기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숲속에서 딴 과실입니다.
-이런 귀한 것들을.
정화의 정령을 따르던 불의 최상급 정령들은 엘시에게 진귀한 것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평소의 손바닥 크기의 모습으로 돌아간 엘시는 자신의 크기와 같은 찻잔과 과실들을 바라보며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는 피오라와 키르안만 신이 나 있을 뿐 이었다.
처음에 이 두 철부지 피닉스와 요정이 다과를 노리자 불의 최상급 정령들이 쌍심지를 켰지만 키르안의 말에 누그러들었다.
-우린 엘시님의 최측근이야.
삐약.
뻔뻔하게 거짓말하는 둘을 보며 아티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피오라 양이야 원래 식탐이 강했지만, 최근 키르안 군도 식탐이 만만치 않네요. 저러다 둘 다 살찌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실제로 피오라는 비만 피닉스가 된 전적이 있었다.
-아니 된다! 이 몸이 하나같이 아끼는 것들이 아닌가! 이 불충한 것들! 감히 나를 배신하다니!
한편.
어둠의 감옥에 갇힌 이스타는 철장을 붙잡고 비명을 내지를 뿐이었다.
최상급 불의 정령들은 싹 무시했다.
“정령의 위계질서가 철저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건 과한 것 같은데.”
레오의 말에 라르엘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위 정령이라도 감정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정화의 정령에게 어지간히 시달렸던 모양이네요. 이스타는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가요?”
“일단은 히어로 슬레이어를 처단하는 게 우선이겠지. 슬슬 가지.”
그 말에 엘시는 그림자를 펼쳤다.
그러자 최상급 불의 정령들이 그 속으로 들어갔고 엘시에게 제압당한 이스타 역시 끌려가듯 들어갔다.
레오가 방문을 열자 그 앞에는 첼시와 셀리아, 아바드가 긴장 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 뒤에는 리스와 울타, 자무아가 있었다.
이미 여섯 사람도 상황을 듣고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갈까?”
리스의 물음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죠.”
터벅- 터벅-
레오가 앞서서 걸어가자 영웅 후보생들이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