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23)
623.
자신이 영웅의 세계에 들어왔다는 인지를 한 순간 레오의 눈이 번쩍 뜨였다.
레오가 주변을 살폈다.
‘간이 텐트로군.’
레오가 눈을 뜬 곳은 야전에서 주로 쓰는 텐트였다.
제법 넓은 공간의 텐트 한쪽에 있는 침구류에서 몸을 일으킨 레오는 한쪽에 있는 작은 거울로 다가갔다.
순백의 하얀 백발에 붉은색 눈동자.
‘빙의형 세계는 아니야. 아니, 애초에 여기에도 그런 개념이 똑같이 적용될까?’
레오가 얼굴을 굳히며 조금 전의 메시지를 떠올렸다.
‘군단의 레코드, 그리고 실라투나의 세계.’
누가보더라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타르타로스 놈들도 레코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어.’
히어로 레코드의 각성으로 인해 세계는 한 번 구원 받았다.
하지만 타르타로스 역시 그걸 가지고 있다면?
‘과거의 막강한 마족들은 물론이고 군단장들의 힘까지 계승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가까스로 맞췄던 균형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었다.
레오는 빠른 속도로 머리를 굴렸다.
‘설마 원래 있었던 물건인가? 아니. 그렇지는 않을 거야. 원래부터 이만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면 사령왕 놈이 새로운 군단장을 양성하는데 골머리를 썩이고 있진 않겠지.’
레오는 추론을 계속해 나갔다.
‘사령왕은 에레보스의 조각을 가지고 있어. 조각의 힘을 이용해 만든 거라면?’
‘아니, 아무리 에레보스라도 이런 걸 만드는 건 불가능 할 거야.’
신들은 히어로 레코드를 레코드 시스템이라 불렀다.
에레보스는 신들과 동등한 존재.
그렇다면 레코드 시스템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이상할 건 없다.
하지만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과 구현은 별개의 이야기다.
히어로 레코드는 신들이 모든 힘을 쏟아부어 만든 신들의 정수.
‘아무리 그놈이 신적 존재라도 모든 신이 힘을 합쳐 만든 물건을 혼자만의 힘으로 구현하는 건 불가능할 거야. 게다가 사령왕이 가진 힘은 에레보스의 한 조각에 불과해.’
거기까지 생각한 레오는 한 가지 가설에 도달했다.
‘기존의 히어로 레코드를 고친 건가?’
히어로 레코드는 에레보스의 조각을 봉인하는 과정에서 더럽혀졌다.
에레보스의 힘이 닿지 않은 세계가 더 많지만, 몇몇 세계는 에레보스의 힘에 잠식당했다.
이 페이지 역시 그런 페이지 중 하나일 것이다.
레오는 메시지를 통해 얻은 정보들을 정리했다.
‘세계의 주인은 실라투나. 그리고 시점은 서장. 장소는 마물의 숲.’
마물의 숲은 본디 엘프들의 땅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루나의 고향이기도 했다.
실라투나와 마물의 숲이라면 생각 나는 인물은 하나다.
“루나.”
[시스템 오류: 허락되지 않은 존재가 세계에 침범했습니다.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허락되지 않은 존재? 나를 말하는 건가?’
레오가 고민에 빠졌다.
‘이 세계가 히어로 레코드와 같은 방식으로 구현된 세계라면…… 나는 타르타로스 쪽의 마족이나 마수, 마물로 들어왔어야 했을 거야.’
레오가 슬쩍- 텐트 내부를 바라보았다.
눈앞에 있는 것은 5000년 전 시대의 엘프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레오는 평상시처럼 루나 시점으로 영웅의 세계에 들어온 상황이다.
촤악-
레오가 텐트 바깥으로 나갔다.
재앙의 시대를 상징하는 잿빛 하늘이 보였다.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엘프들이 오가고 있다.
그걸 본 레오가 중얼거렸다.
‘역시 원래는 루나의 세계였던 모양이군. 그렇다면 난 뭘 해야 하지? 타르타로스 놈들이 이 세계를 공략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는 건가?’
“아, 일어났군요. 루나님!”
‘루나?’
한 손에는 창을 쥐고 다른 손에는 반짝이는 방패를 든 엘프 청년이 루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에 레오는 루나를 찾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영웅의 세계 속 루나는 이전의 세계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세계의 루나도 바깥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할까?
‘무슨 말을 전해야 하지?’
일전에 루나와 헤어졌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그때의 루나는 히어로 레코드로구현된 존재가 아닌 영령 상태였다.
‘그때의 기억이 있을까?’
레오의 눈이 살짝 흔들릴 때였다.
루나를 부르던 엘프 청년이 레오 앞으로 다가왔다.
“루나님! 숲 최심부에서 마물 여왕의 움직임이 감지 되었습니다!”
그 말에 레오가 멈칫한 표정을 지었다.
“루나?”
“예?”
“내가 루나라고?”
“…….”
레오의 말에 엘프 청년이 얼굴을 감싸 쥐었다.
“루나님. 오늘은 숲의 탈환을 결정지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전투입니다! 그 전투 전날까지 과하게 음주하시다니요!”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엘프 청년을 보며 레오는 청년의 손에 쥐어진 방패로 자신을 비추어 보았다.
아무리 봐도 레오 플로브의 얼굴이다.
“무슨 일이냐?”
“아킨트님…… 그것이 루나님이…….”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오는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알고 있는 인물이 레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킨트 루베샤.
루나의 마법 선생이자 은인과도 같은 존재.
일전에 루나의 세계에서 레오가 빙의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루나, 또 술을 마신 것이냐?”
아킨트가 깊게 심호흡하며 물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 세계 속 사람들은 내가 루나로 보이는 모양이군.’
그리고 레오는 지금이 정확하게 어떤 시점인지 이해했다.
‘루나가 토벌대에 합류하기 직전이야.’
자신과 리시나스가 요르문간드를 토벌하고 루나를 영입하기 위해 이곳으로 오던 시점.
빼앗긴 고향 땅을 탈환하기 위해 엘프들이 힘을 합쳐 마물의 숲으로 쳐들어갔던 때.
‘엘프들은 이 전투에서 패배했지.’
아킨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 사람은 여기서 죽었고.’
***
고오오오! 화르르륵-!
리스는 자신을 향해 거대한 화염 덩어리를 내리찍는 기간테스를 올려다보았다.
“뭐 하세요! 그건 헬 파이어라고요! 피하세요!”
아바드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런 아바드를 돌아보며 리스가 말했다.
“아바드, 마법을 준비해.”
짤막하게 남긴 리스는 눈앞에서 검붉은 화염을 불태우는 기간테스를 향해 검을 쳐올렸다.
화르르륵! 꽈가가가가강-!
화염계 마법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헬파이어와 격돌한 리스의 불꽃 오러는 놀랍게도 헬 파이어를 밀어내더니 그대로 기간테스의 팔을 집어삼켰다.
그워어어어어!
잿더미가 된 팔을 부여잡고 기간테스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방어 마법까지 한 번에 날려 버렸잖아?’
아바드가 감탄하며 준비하고 있던 주문을 해방했다.
무영창으로 수십 개의 바람 마법을 축적하고 있던 아바드가 주문을 한꺼번에 개방하자 순간적으로 폭풍이 불어닥쳤다.
무서운 점은 그 폭풍의 바람은 칼날과도 같다는 점이었다.
스가가가가가각-!
그워어어어어어어어-!
아바드가 마력을 쏟아부어 만든 대규모 마법이 한꺼번에 개방되자 그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후두두두둑-
기간테스가 순식간에 살점 조각과 피가 비처럼 하늘에서 내렸다.
쿵-! 철퍽-!
기간테스의 머리가 피 웅덩이로 추락하며 순간적으로 피의 파도를 만들어 냈다.
머리를 제외한 육신이 모두 조각난 처참한 몰골이 되었음에도 기간테스는 살아 있었다.
리스가 싸늘한 얼굴로 기간테스를 끝장내기 위해 다가갈 때였다.
“한심하군.”
싸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리스가 걸음을 멈추었다.
“공략 보상으로 강력한 마수의 육체를 손에 넣었음에도 고작 영웅의 자리에도 오르지 못한 애송이에게 당한 건가?”
“스켈레톤?”
기간테스 옆에 해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해골의 몸이 환하게 빛나더니 이내 드워프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얼굴을 확인한 아바드가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재생의 성자?”
재생의 성자는 오래전 영웅으로서 영웅의 시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치유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힐러였다.
목숨만 붙어 있다면 그 어떠한 상처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으로 명성이 높았다.
조르아가 재생의 성자의 능력을 이용해 기간테스를 치유했다.
쿠구구구궁-!
순식간에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간 기간테스가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본 리스가 입을 열었다.
“히어로 슬레이어냐?”
그 말에 조르아가 힐끗- 리스를 바라보았다.
“리스 제르딩거. 그리고…….”
콰가가가각-!
강력한 바람이 불어닥쳐 조르아를 찢어발겼다.
“무영창?”
조르아의 눈에 탐욕이 일었다.
“과연, 르왈린의 후계자인가. 훌륭한 능력이군.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너를 사냥하고 싶지만…….”
조르아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지금은 먼저 처리해야 할 게 있다.”
조르아의 살기가 하늘로 향했다.
“레이나 제르딩거. 레오 플로브를 낳은 걸 후회하게 해주지.”
‘고모님이 목적인가!’
조르아의 살기가 향한 곳을 알아차린 리스가 조르아를 공격하려는 순간.
콰가가가가강-!
기간테스의 육중한 팔이 리스를 덮쳤다.
부왁-!
리스의 검이 기간테스의 팔을 그대로 잘라냈다.
푸화하학-!
엄청난 피가 쏟아내렸다.
그 피를 순식간에 불꽃으로 증발시킨 리스가 조르아를 노렸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은 조르아가 하늘로 날아가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울타!”
리스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오러가 담긴 목소리가 플로브 영지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외침을 들은 울타가 흠칫하더니 이내 조르아의 기척을 눈치채고 빠르게 이동하려 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섬광처럼 움직인 조르아가 페가수스에 올라탄 레이나를 낚아채는 것이 빨랐다.
“레이나님!”
“고모님!”
울타와 셀리아가 다급하게 레이나를 구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조르아가 마법을 이용해 사라지는 것이 빨랐다.
“영웅 후보생들 따위. 내 적수가 될 수 없지.”
멀찍이 공간 이동 해온 조르아가 비웃음을 날렸다.
그는 어느새 수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즐거워 보이네. 자신보다 한참 약한 어린애들을 상대로 이긴 걸로 좋아하는 거 보니. 레오에게 꽤 처참하게 당했나 봐?”
그때 조르아에게 목이 틀어 잡힌 레이나가 조소했다.
조르아의 싸늘한 시선이 레이나에게 향했다.
“내가 여기 왔다는 걸 이해 못할 정도로 머리가 나쁜가 보군? 레오 플로브는 처리했다.”
“그래? 처참하게 구겨진 면상을 보니까 전혀 아닌데?”
레이나가 비웃음을 날렸다.
“애초에 관심을 끊었던 나를 잡아 왔다는 것 자체가 날 상대로 화풀이하겠다는 뜻 아니야?”
“이 계집이……!”
일그러지던 조르아가 이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래, 만약 레오 플로브가 살아 있다면 엉망이 된 네 사체를 던져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렇게 되면 그놈도 정신이 나가겠지.”
조르아가 짙은 살기를 내뿜었다.
“해봐.”
“뭐라고?”
“그 정도로 그 아이는 흔들리지 않아.”
태연하게 웃고 있는 레이나를 보며 조르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넌 평생 내 아들을 이길 수 없어.”
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레이나의 모습에 조르아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는 걸 느꼈다.
“그 입을 함부로 놀린 걸 후회하게 해주지!”
고오오오오-!
조르아의 몸에서 치솟는 소름 돋는 기운을 보며 레이나가 웃었다.
‘이건…… 틀렸네.’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고통을 가한다 해도 자신은 웃을 것이다.
‘레오는 괜찮을 테니까.’
자신의 아들이 흔들릴 일 따윈 없다고 레이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미안해, 데이드.’
남편에게 사과를 남기며 레이나가 눈을 감는 순간.
-도와줄까?
‘응?’
-도움이 필요냐하고 물었다.
‘누구?’
-나는 정화의 정령, 이스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