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25)
625.
화르르륵-!
레이나가 검을 휘두르자 불꽃의 칼날이 쭈욱- 하고 늘어났다.
길게 뻗어 나온 불꽃의 칼날이 채찍처럼 유려하게 허공을 수놓았다.
그걸 본 조르아의 모습이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레이나의 붉은 눈동자가 순식간에 조르아를 쫓았다.
“거기냐!!!”
왼손에서 타오르던 화염의 창이 일순간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콰가가가가가-!
던져진 창이 모습을 드러낸 조르아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푸른 화염이 허공에 궤적을 그렸다.
피이잉-! 퍼버버버버벙!
푸른 화염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강렬한 열기로 인해 아지랑이가 일었고 그로 인해 주변 일대가 일그러진 것처럼 보였다.
레이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저 공간 이동, 마법이 아니야.’
근접전에서 공간 이동 마법이 가지는 이점은 크다.
아무리 빠르게 이동한다고 해도 이동은 결국 선과 선의 연결.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
그랬기에 배틀 메이지의 경우에는 근접전에서 근거리 공간 이동을 활용하는 이들이 많았다.
아무리 마법으로 이동속도를 강화시킨다고 해도 오러를 이용한 기사들을 상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 경지에 들어선 기사 클래스를 상대할 때 공간 이동을 이용한 근접전은 오히려 독이 된다.
마력의 파동으로 이동 장소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 이동의 가장 큰 단점은 공간 이동을 하는 찰나의 순간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영웅에 근접한 기사에게 그 찰나의 순간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기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지금 조르아가 이용한 공간 이동에는 마법에 사용되는 파동이 없다.
‘아까도 그랬지.’
자신을 납치하여 이곳으로 오는데도 마력의 파동은 없었다.
말 그대로 나타났다 사라진 것이다.
마력이 가진 특성 자체가 은밀할 수도 있지만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레이나가 다시 한번 조르아를 공격하려는 순간.
조르아가 다시 자취를 감추었다.
그걸 본 레이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오러구나.’
일순간 상대의 능력을 간파한 레이나가 위로 검을 휘둘렀다.
콰가가가가각-!
붉은 화염과 푸른 화염이 격돌하며 거대한 불꽃의 일렁임을 만들어 냈다.
레이나는 젊은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한 조르아를 보며 눈을 번뜩였다.
“불쾌하네, 그 모습.”
“그렇다면 어떻게 할 거지? 너도 네 불꽃의 특성은 잘 알 텐데?”
조르아의 불꽃이 레이나의 불꽃을 집어삼켰다.
“네가 어떻게 불의 대정령의 불꽃을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껏 해봐야 그때 수준의 불꽃에 불과하겠지.”
조르아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겨우 그 정도로 달라지는 게 뭐가 있지?”
조르아의 물음에 레이나가 빙그레 미소 짓더니 그대로 엄청난 양의 불꽃을 폭발시키듯 뿜어냈다.
화르르르륵-!
“소용없다! 그 불꽃은 모조리 내가 삼켜…….”
조르아가 비웃음을 날리는 순간.
콰앙-!
“커억?!”
레이나가 그대로 조르아의 복부를 걷어찼다.
휘이이잉! 콰가가가강-!
엄청난 힘이 담긴 발차기가 작렬되자 조르아가 그대로 바닥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레이나는 바닥에 가볍게 착지한 후 말했다.
“네 말대로 내 불꽃이었던 만큼 그 불꽃의 특성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알고 있어. 그 말뜻은 약점도 잘 안다는 뜻이지.”
레이나의 불꽃은 상대방의 불꽃을 잡아 먹고 더욱 강력한 화력을 일으킨다.
언뜻 보기에는 불꽃을 사용하는 자라면 레이나에게 먹힐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레이나의 불꽃은 상대방의 불꽃을 집어삼킬 때 소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그랬기에 레이나는 상대의 불꽃을 무작정 삼키려 들지 않았다.
“넌 그것도 몰랐어?”
“이익!”
한심하다는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레이나를 보며 조르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진 힘은 자신이 명백하게 우위다.
“고모님!”
“어머? 셀리아!”
그때 하늘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레이나가 환하게 웃으며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순간.
조르아의 모습이 사라졌다.
낌새도 없이 사라진 조르아는 어느 순간 레이나의 등 뒤에 나타나 있었다.
하늘에서 그걸 본 셀리아가 눈을 부릅떴다.
“고모님! 뒤……!”
콱-!
하지만 셀리아가 경고를 하기 전에 레이나는 조르아가 나타난 곳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깔끔하게 잘린 조르아의 머리가 하늘을 날았다.
일순간 해골의 모습으로 돌아간 조르아의 눈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대체 어떻게……!”
“확실히 그 공간 이동은 마법이 아니라 오러를 이용한 능력이라 이동 장소를 알기는 힘들어.”
레이나의 말대로였다.
지금 조르아의 기술은 오러를 이용해 공간을 자르는 것.
공간과 공간을 잘라 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기에 예측이 불가능에 가깝다.
살기를 느끼고 반응하기에는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레이나는 조르아가 이동하는 장소를 정확하게 간파했다.
레이나의 붉은 눈이 반짝였다.
‘온도.’
불꽃의 사용자들은 온도에 민감했다.
그리고 레이나는 다른 이들 보다 그 온도를 감지하는 감각이 월등하게 뛰어났다.
마치 뱀이 먹이를 감지 하듯.
사람이 가진 미묘한 온도를 체크할 수 있었다.
아무리 마나의 움직임이 없다고 해도 감각 내에 특정 온도가 사라졌다 나타나는 것이기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미쳤군!
레이나에게 힘을 빌려준 이스타가 경악성을 내질렀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열기에 친숙할 수 있는 거지! 아니, 애초에!
-어떻게 내 힘을 이 정도까지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거냐!
이스타가 빌려준 불꽃의 힘은 전성기 시절 레이나의 힘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레이나는 이스타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었다.
‘불가능한 건 아니야. 가끔 그런 자들이 있어. 그릇은 이미 완성된 자들!’
보통 사람이 힘을 키울 때는 그릇과 함께 성장한다.
하지만 가끔 지금 가진 힘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그릇을 가진 이들이 있다.
물론 그릇이 크다고 성장이 빠른 것은 아니다.
단순히 그릇이 클 뿐.
외부에서 힘을 빌릴 경우 그 허용 범위가 클 뿐이다.
레이나의 경우라도 그러한 경우라면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레이나 플로브는 오랫동안 힘을 잃어 있던 상태였다!’
스스로의 힘도 아닌 다른 존재의 힘을 빌린 상황이다.
불꽃을 다루는데 어색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레이나에게는 그런 낌새가 없었다.
그저 오랫동안 힘을 다뤄온 것처럼.
자신이 받아들인 힘을 완벽하게 다루고 있었다.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다.
말 그대로 불꽃을 다루는 기술이 상상을 초월했다.
“이 계집이! 나를 무시해! 크아아아아아아!”
콰가가가가가가가-!
조르아는 계속해서 냉정을 잃어갔다.
레오는 말했다.
그가 빼앗은 힘을 망치고 있다고.
그 말에 코웃음을 쳤던 조르아였지만, 지금 눈앞에 그 말을 증명하는 이가 나타났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 존재는 다름아닌 그 말을 한 이의 어머니였다.
고오오오오-! 파지지직! 파직!
거대한 마력이 일렁였다.
눈에 지독한 살기가 낀 조르아가 대마법을 준비했다.
“어디 한 번 막아 보시지!”
그걸 본 셀리아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고, 고모님! 어서 피해야……!”
“셀리아.”
“네?”
“뒤를 볼래?”
“뒤…… 요?”
셀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숨을 삼켰다.
그곳에는 플로브 영지의 성벽이 보였다.
“우리가 피한다면 많은 사람이 죽을 거야.”
“…….”
셀리아가 이를 악물었다.
그런 셀리아를 보며 레이나가 빙그레 웃었다.
“플레임 스톰을 좀 빌려줄래?”
“네? 아, 네……!”
셀리아가 자신이 받은 제르딩거의 가보인 플레임 스톰을 레이나에게 주었다.
오래전 레이나가 쥐었던 검이다.
의지가 살아 있는 한 꺾이지 않고 타오르는 검.
“물론 저 사람들이랑 함께 죽는다면 그건 개죽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면 맞서 싸우는 게 내 신조란다.”
레이나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앞뒤 재지 않고 도망칠 생각부터 한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런 셀리아를 보며 레이나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넌 아직 어린아이잖아? 그리고 꼭 나처럼 될 필요도 없어.”
“고모님…….”
레이나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조카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줬다.
‘가끔은 레오 보다 얘가 내 딸 같다니까.’
자신을 많이 닮은 조카.
“넌 분명 나보다 훨씬 더 대단한 기사가 될 거야. 네 신념을 만들고 네가 갈 길을 정해. 그리고 그 가야 할 길에…… 내가 조금이라도 방향성이 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
레이나가 뒤돌아서서 조르아에게 다가갔다.
화르르륵-!
레이나의 몸에서 푸른 화염이 일렁였다.
저벅- 저벅-
치솟은 화염이 플레임 스톰의 끝에 집중된다.
그걸 본 셀리아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어떻게 불꽃을 저렇게 다룰 수 있는 거지?’
평생을 제르딩거의 오러를 수련해온 셀리아로서도 저 정도까지 불꽃을 다루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아니. 나뿐만이 아니야.’
리스도…… 룬드아 가문의 루니아도.
심지어 레오도.
같은 불꽃이라도 레이나가 사용하는 불꽃은 달랐다.
단순히 자유자재로 불꽃을 다룬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레이나의 손끝에 머물고 간 불꽃은 더욱 강렬하게 타오른다.
‘아버지. 왜 고모님은 화염의 마녀라 불렸던 건가요?’
‘그보다 어울리는 별명이 없었기 때문이지.’
문득 과거의 대화가 떠올랐다.
‘아아. 그렇구나.’
저 뒷모습을 보고 단번에 깨달았다.
‘저래서 마녀구나.’
불의 대정령이 가진 불꽃이 특성조차 레이나의 손 끝에 닿으면 레이나의 불꽃으로 변한다.
어느새 검 끝에 집중된 홍염의 불꽃을 바라보며 셀리아가 중얼거렸다.
‘불꽃, 그 자체.’
그 강렬한 모습이 셀리아의 눈을 사로잡았다.
***
“넌 말했지.”
레이나가 검에 깃든 홍염의 불꽃을 양손으로 쥐며 말했다.
“그날 이후, 내가 평생을 후회했다고. 그래, 사실이야.”
레이나의 붉은 눈이 반짝였다.
“하루하루를 후회를 하며 보냈어.”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며.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그리워했다.
“그 어리석은 미련 때문에 수련을 멈추지 못했지.”
이미 불꽃을 잃어버렸음에도 레이나는 자신을 갈고닦는 걸 멈추지 않았다.
검술 뿐만이 아니었다.
상상 속에서 불꽃을 연마해왔다.
잃어버려 사라진 것에 매달리는 추함.
-그랬었나.
레이나의 말을 듣고 이스타는 이제야 이해했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이제야 알았다.
수십 년 동안 불꽃을 잃어왔음에도 이 정도로 자유자재로 자신의 불꽃을 다룰 수 있는 이유를.
그 어리석었던 수십 년 동안의 미련이.
무의미할 것만 같았던 한심해 보일 수도 있는 시간이.
이 짧은 순간에 보상받은 것이다.
-넌…… 포기하지 않았던 거군.
이스타의 말에 레이나가 웃었다.
“프로미넌스.”
제르딩거의 불꽃의 정수가 레이나의 검 끝에서 구현되었다.
검 끝에 압축되어 집중된 불꽃이 마법을 꿰뚫고 그대로 조르아를 양단했다.
“크아아아아악! 어리석은 발버둥을!”
또다시 죽음을 당해 능력을 상실한 조르아가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어째서! 어째서 포기하지 않는 거냐!”
“당연할 걸 왜 물어?”
이성을 상실해서 마구 지껄이는 조르아를 보며 레이나가 한심하다는 듯 대답했다.
“곧 내 아들이 올 거거든.”
손가락으로 척- 조르아를 가리킨 레이나가 으르렁 거리듯 말했다.
“그러면 넌 뒈지는 거야. 너 뒈지는 꼴 보는 그 순간까지 난 절대 포기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