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27)
627
별의 마법, 종언이 작렬하자 실라투나의 몸이 붕괴되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실라투나가 일순간 자신의 팔을 치켜들었다.
이형의 팔이 일순간 거대한 칼날처럼 변했다.
콱-!
실라투나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거대한 몸을 절단했다.
종언은 잘려 나간 실라투나의 몸을 빠르게 붕괴시켰다.
그걸 본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과연이라고 해야 하나.’
종언은 마법에 직격당한 물체를 끝없이 분쇄 시키는 파괴의 마법이다.
그러한 특성 때문에 루나의 상징과도 같은 마법으로 떠올랐다.
어지간한 경우 종언에 직격당하게 된다면 소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절대적인 파괴 마법에도 단점은 있다.
그건 바로 파괴력이 극단적일 정도로 사용자의 마력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루나 정도 되는 마력의 소유자가 완성시킨 종언에 당한다면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시간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레오의 마력은 루나 수준은 아니다.
그랬기에 실라투나를 완전히 소멸시키지 못한 것이다.
실라투나는 군단장이다.
그것도 재앙의 시대에 살아남아 수 천 년 동안 세계의 공포로 군림해 온 존재.
재앙의 시대 당시 대영웅들은 모든 군단장들을 토벌하려 했다.
그렇게 군단장들과 계속된 전투를 벌였다.
그 투쟁의 끝에서 살아남은 것이 바로 실라투나였다.
실라투나 입장에서는 미지의 마법에 당한 셈이지만 빠르게 마법에 대한 대응법을 파악했다.
‘대체 뭐지! 이 마법!’
실라투나의 눈에서 스산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처음 보는 마법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처음 보는 마법이 아니었다.
그 위력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엘프 중에 이런 마법을 쓰는 자가 있었다고?’
알 수 없는 섬뜩함이 느껴졌다.
‘그 루나라는 계집인가?’
실라투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루나 루비넌스.
최근 멸망으로 치닫는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특이점.
‘살아남는 영웅, 어리석은 자, 신의 대장장이와 마찬가지인 규격 외.’
그들이 아니었다면 세계는 진작 에레보스의 불꽃에 잿더미가 되어 멸망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과연 신의 뜻을 방해할 마지막 방해물이란 건가?’
실라투나의 섬뜩한 눈이 마법이 날아온 방향으로 향했다.
그리고 보였다.
자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한 명의 아름다운 엘프를.
연은빛 눈동자를 휘날리며 눈에는 엘프라고 생각되지 않는 진득한 살기를 담고 있는 상대를 보며 실라투나는 순간 인지부조화에 걸렸다.
누가 보더라도 조금 전 마법을 사용한 장본인이었다.
그 마법사가 혼자 단신으로 자신을 향해 돌격해 오고 있었다.
평소라면 그 명백한 자살행위에 비웃음을 날렸을 것이다.
하지만 실라투나는 왜인지 모르게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이 빌어먹을 계집이! 죽고 싶어 환장한 거냐!]마법사인 루나가 자신과 정면에서 맞서 싸워서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누가 뭐래도 마물 여왕은 타르타로스의 군단장.
에레보스의 심복으로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절망적인 존재다.
그리고 지금 루나의 행동은 그런 자신을 얕잡아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상대의 입가에 걸린 것은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마치 자신이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벌레를 바라보는 눈빛.
[오냐! 그렇게 죽고 싶다면 네년을 철저하게 찢어 죽여 주마!]고오오오-!
실라투나의 몸에서 암흑 마력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빠르게 하나의 저주가 완성되었다.
외부와의 연결을 공간적으로 차단하는 단절의 저주.
이로서 외부에서 누구도 루나를 도울 수 없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제 실라투나에게서 도망칠 수도 없었다.
말 그대로 군단장과 1:1로 이 세계에 갇힌 셈이었다.
[나와 맞서 싸운 걸 후회하게 해주마!]쿠가가가가가가강-!
실라투나의 가공할 만한 살기와 투기에 지축이 흔들린다.
실라투나가 그 엄청난 덩치에 맞지 않게 엄청난 속도로 돌격했다.
후왕-!
팔을 들어 올리자 거대한 힘이 아른거렸다.
마법사라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간격에서의 공격.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 실라투나 앞에 있는 이는 루나가 아니었으며 더욱이 마법사도 아니었다.
레오가 온몸의 오러를 폭발시켰다.
번쩍-!
황금색 오러가 레오의 발끝에 어렸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파지지지지직-!
레오의 손에 순백의 뇌전이 아른거렸다.
페가수스 왕, 알부스의 힘이 담긴 뇌전의 정수였다.
레오의 손끝에서 휘몰아치는 영력의 파동에 실라투나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영력까지?!]아르온의 오러와 자신의 소환술을 융합시킨 레오가 엄청난 속도로 실라투나와 거리를 좁혔다.
“표적이 커서 좋군.”
비웃음을 날린 레오가 그대로 실라투나의 얼굴에 주먹을 내질렀다.
번쩍! 파바바바바밧!
순백의 섬광과 뇌전이 휘몰아쳤다.
페가수스 왕의 힘인 뇌전의 정수는 실라투나에게 있어 상극의 힘이나 마찬가지였다.
치이이이익-!
머리를 통해 상체가 날아간 실라투나의 거대한 몸이 휘청이더니 뒤로 넘어갔다.
콰아아아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렸다.
팔짱을 낀 레오가 실라투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우득- 우드득-! 콱!
뼈와 살점이 뒤틀리는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에 쓰러졌던 실라투나의 몸이 꿀렁이더니 압축되듯 작아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사람의 모습이 된 실라투나가 레오를 올려다보았다.
실라투나가 씹어 내뱉듯 말했다.
“살아남는 영웅은 인간이라고 들었는데?”
조금 전까지 미쳐 날뛸 것만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여전히 분노에 휩싸인 건 맞았지만 그래도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든 자신 앞에 선 미지의 엘프를 가늠하고 있었다.
올 클래스.
그것이 에레보스에게 어떤 의미인지 심복인 실라투나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왜? 겁나나? 에레보스의 천적이 한 명 더 생겼을까 봐?”
레오의 말에 실라투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사실을 어떻게?’
자신이 가진 힘이 어떤 힘인지 아는 상대를 바라보며 실라투나가 이를 갈았다.
‘어떻게든 죽어야 한다.’
레오를 노려보던 실라투나는 레오의 눈에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살기를 느꼈다.
그 흉포한 살기에 실라투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날 죽이고 싶은 모양이군. 하긴, 내가 너의 동족들을 수도 없이 집어 삼켰지. 엘프는 맛있거든.”
어떻게든 상대를 동요시키기 위해 동족애가 강한 엘프가 자극 될만한 말을 했다.
“그야 당연하지. 집에 벌레가 기어다니면 처리하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니까.”
“이 망할 귀쟁이가…… 입에 걸레를 물었나!”
“좀 그런 편이긴 하지.”
하지만 레오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도리어 자신을 조롱하는 레오를 보며 실라투나는 왜인지 모르게 계속해서 속이 뒤집히는 걸 느꼈다.
“허세 부려봤자 소용없어. 어차피 네 녀석들이 멸망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으니까.”
“아, 그거? 내가 예언 하나 할게.”
레오가 빙긋 웃었다.
“너희는 세계를 멸망시키지 못해. 20년 후에 에레보스는 우리 손에 토벌 될 거야.”
“헛소리를.”
“그렇게 들리나? 하지만 사실이야. 얼마 전 탐식왕이 토벌된 건 시작에 불과해.”
“…….”
일순간 실라투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떻게 그 사실을?’
탐식왕 요르문간드가 토벌 당했다는 소식은 실라투나 역시 들었다.
하지만 엘프들은 아니다.
그 전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는 단 두 명.
어리석은 자와 살아남는 영웅.
그리고 그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다.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실라투나는 엘프들을 궤멸시키기 위해 오늘 공격한 것이다.
‘어리석은 자와 살아남는 영웅이 소식을 전할 수단이 없을 텐데?’
군단장들의 세력권 내에서는 저주의 힘에 의해 통신 마법은 사용할 수 없다.
“세계는 구원받을 거야, 마물 여왕.”
“여기서 죽을 놈이 혓바닥이 길구나.”
고오오오-
실라투나의 몸에서 암흑 마력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허세는 그만 부리고 현실을 직시하시지. 너 같은 하찮은 귀쟁이를 죽이는 건 간단해. 단 한 방이면 충분해. 그런 주제에 세계를 구원한다?”
실라투나의 말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단 한 대만 맞아도 즉사겠지.”
레오의 눈이 가늘어졌다.
“한 대라도 맞는다면 말이야.”
콰가가가각-!
실라투나의 손이 쭉- 늘어나더니 레오를 향해 날아왔다.
레오는 그러한 실라투나의 공격을 피했다.
“어딜 도망가!”
실라투나는 그런 레오를 비웃으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뻗어 나온 실라투나의 팔에서 팔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마치 거미줄처럼 자신을 덮치는 살점의 향연을 보며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보인다.’
실라투나가 할 공격의 패턴이.
지금의 실라투나와 5000년 후의 실라투나의 순수한 힘을 비교한다면 압도적으로 강한 게 지금의 실라투나다.
5000년 후의 실라투나는 권능을 잃은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레오의 힘은 5000년 후의 실라투나보다 조금 부족한 상황이었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싸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초감각.’
레오의 감각이 극한으로 날카로워졌다.
전투 능력은 힘으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비록 지금의 실라투나가 미래의 실라투나 보다 신체적 능력이 강력하다고 해도 전투에서 더욱 위협적인 건 5000년 후의 실라투나였다.
앞으로 20년 동안의 이어질 세계를 구하려는 자와 세계를 멸하려는 자의 치열한 전쟁에서 살아남은 건 대영웅뿐만이 아니었다.
실라투나 역시 그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갈고닦을 수밖에 없었다.
끊임없이 변칙 공격을 만들고 끝없이 자신의 흑마법의 패턴을 바꾸었다.
영웅들에게 공략되지 않기 위해.
영웅들을 쳐 죽이기 위해.
최종적으로는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
경험을 쌓고 강해진 건 자신들뿐만이 아니다.
군단장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놈들의 진정한 무서움은 그것이지.’
살아남았다는 것.
그런 5000년 후의 3대 군단장과 비교하면 같은 마물 여왕이라도 눈앞의 실라투나는 힘만 센 애송이에 불과했다.
‘미래만큼 영악하지도 못하고 악독하지도 못하지.’
그저 자신의 힘을 휘두르기 바쁜 덩어리.
‘자신의 힘을 과신하는 애송이만큼 상대하기 쉬운 것도 없지.’
그랬기에 레오의 눈에는 실라투나의 공격이 훤히 보였다.
끝없이 실라투나를 죽이기 위해 고민해온 레오에게 지금의 실라투나는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이 단절의 저주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의 실라투나라면 섣부르게 단절의 저주를 펼칠 생각 따윈 하지 않겠지.’
레오 입장에서는 지금 실라투나가 가진 힘 중 가장 위협적인 것이 그녀가 이끄는 군단이다.
말 그대로 변수로 작용할 거대한 힘.
하지만 실라투나는 이 단절의 저주 속에 자신의 군단을 끌고 오지 않았다.
과거의 실라투나라면 자신을 직접 찢어 죽이려 들게 분명했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죽는다.
하지만 레오가 쌓아 올린 시간과 경험은 레오에게 조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았다.
‘실라투나가 없는 군단은 반쪽에 불과하다.’
자신이 실라투나를 이곳에 붙잡고 있다면 바깥의 엘프들은 버틸 수 있다.
물론 버티는 것만으로는 승리를 쟁취할 수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절망만이 드리워 올 것이다.
하지만 레오는 알고 있다.
지금 엘프의 숲으로 오는 이들이 누구인지.
‘역사가 반복되는 일 따윈 없어.’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마물 여왕의 공포를 느껴보라고?’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조르아를 떠올리며 레오가 비웃음을 날렸다.
‘나한테 이 싸움은 시련 축에도 못 껴.’
레오에게 있어 이 싸움은 그저 과거 전투의 복습에 불과했다.
‘기다려라, 이 녀석 다음은 너다.’
레오의 검이 회색의 궤적을 그리며 휘둘러졌다.
콱-!
실라투나의 머리가 하늘을 날았다.
실라투나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왜! 왜 맞지 않는 거냐!’
눈앞의 엘프가 자신을 가지고 노는 게 느껴졌다.
마치 자신보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상대는 자신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나는…… 군단장! 마물 여왕 실라투나님이란 말이다!’
실라투나의 몸에서 흑마력이 휘몰아쳤다.
마족의 가장 강력한 힘중 하나인 저주였다.
파칭-!
저주를 구성하던 술식이 일순간 파훼 되었다.
실라투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떻게…….”
“파훼법이 보이더라고.”
레오가 차갑게 말하며 허공에 뜬 실라투나의 머리를 반으로 잘라버렸다.
‘군단! 군단이 필요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상대는 자신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런 상대를 섣부르게 단절의 저주 속에 끌어들인 것이 실책이라고 깨달은 실라투나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단절의 세계를 해제하려 했다.
하지만 레오는 그것까지 간파했다.
해제 주문이 발동되는 것 보다 레오의 검이 해제 주문을 파괴하는 게 더욱 빨랐다.
레오가 음산하게 말했다.
“어딜 도망가?”
고오오오-!
들끓는 살기에 실라투나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살려……!”
콱-!
실라투나의 애원이 허망하게 갈라졌다.
그런 실라투나를 보며 레오가 선언했다.
“넌 여기서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