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30)
630.
이른 아침.
탁- 탁탁-
무언가 창문을 치는 소리에 잠에서 깬 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어어어엄!”
부스스한 얼굴로 하품을 한 칼이 배를 벅벅 긁으며 이불 밖으로 나왔다.
칼이 방 창문을 열자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닥쳤다.
“으아~ 오늘도 춥다. 추워.”
칼의 고향인 모이라 왕국은 대륙 중부에서도 북부와 맞닿은 곳에 위치 해 있다.
대륙 북부에서 불어온 차가운 바람에 잠이 확 달아나는 걸 느끼며 온몸을 감싼 칼이 오들오들 떨었다.
끼륵- 끼르륵-
창문 앞에는 발에 가죽 주머니 두 개를 매단 매가 칼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매.
바람 속성의 하급 환수였다.
주로 하는 일은 물건이나 편지 배달이었다.
칼은 바람매의 가죽 주머니에 든 신문 하나를 꺼낸 후 금화 하나를 동전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짤랑~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퍼졌다.
“나도 출세했다니까. 이런 비싼 신문 구독을 하고.”
바람매는 하급이라고는 해도 엄연한 환수다.
그만큼 이용료가 비싸다.
비싸다고 신문값을 내지 않거나 돈주머니를 노리는 순간 험악한 꼴을 당할 수도 있었다.
“루메른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한 번 해볼까?”
코를 훌쩍이며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한 후 창문을 닫았다.
신문을 옆구리에 낀 칼이 방을 나선 후 밑으로 내려갔다.
“엄마~ 나 밥 줘~”
하품을 하며 1층 부엌으로 내려온 칼은 식탁 위에 펼쳐진 광경을 보자마자 그대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듀란 왕자님, 헬란 공주님, 저희 집에 있는 것 중에 제일 최고급 차랍니다.”
“향이 좋네요.”
“입맛에 맞으시다니 영광이에요. 오호호호.”
칼의 누나인 키리아 토마스는 식탁 한 곳에 앉은 금발의 어린 소녀에게 차를 따라주고 있었다.
참고로 그 차는 칼이 구해온 엘프들이 마시는 최고급 차였다.
“음식이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듀란 왕자님.”
“아주 맛있군.”
“솜씨를 부린 보람이 있네요.”
칼의 어머니인 카렌은 이제는 어른 티가 나기 시작한 금발의 미소년에게 아침을 대접하고 있었다.
싸늘해 보이기까지 한 무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어조는 부드러웠다.
입을 닦은 미소년, 듀란은 바닥에 쓰러진 칼을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늦군.”
“왜 네가 우리 집에서 태연하게 아침을 먹고 있는 건데?”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칼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그런 칼을 보며 차로 입을 축인 듀란이 말했다.
“방학 전에 분명 말했을 텐데? 나와 전투 훈련을 하게 될 거라고.”
“그거 진짜로 할 셈이었냐?”
“흥. 4학년, 5학년이 될 때도 특례로 진급할 생각인가?”
이번에 영웅의 자리에 오르면서 3학년으로 진학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사회의 특례였다.
필기시험은 통과했지만 실기시험에서 칼은 낙제점을 맞았다.
칼이 낙제한 이유는 결국 단 하나.
개인의 전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칼의 전투력이 완전히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다.
“나도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동급생 중 네가 감당할 수 있는 녀석이 있나?”
“그러면 할 말은 없지만.”
“네가 적을 쓰러트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곧바로 당하지 않게 어떤 상황에서든 버틸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겠지.”
‘정론이군.’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칼이 물었다.
“왕자님. 저희 아들을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시다니.”
카렌은 감동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카렌을 보며 헬란이 환하게 웃었다.
“칼님은 모이라 왕국의 아주 중요한 인재입니다. 영웅의 자리에 오른 건 물론이고 오라버니의 몇 없는 소중한 친구분이시죠.”
“풉. 역시 너 친구 별로 없었…… 아아아악! 항복! 항복!”
괜히 까불다 팔목이 꺾인 칼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 모습을 보며 헬란이 양손을 모았다.
“아아. 오라버니가 저렇게 격 없이 지내시는 모습이라니. 오라버니가 또래분들과 이렇게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서 저는 정말 기뻐요.”
헬란의 말에 듀란이 쯧- 하고 혀를 찬 후 칼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팔목을 주무르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입학 초기에는 완전히 독불장군에다가 남들 무시하는 걸 밥 먹듯이 하는 녀석이었지. 처음에는 단순히 왕족의 권위 의식인 줄 알았지만.’
경쟁심과 투쟁심으로 똘똘 뭉쳐 있긴 했지만 그만큼 다른 이를 인정할 줄도 알았다.
1학년 학기 초의 그런 모습은 주변에 정말로 대등한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많이 변했지.’
1학년 때라면 평민인 자신의 집에 찾아와 식사를 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뭐, 누가 뭐라 해도 레오가 인정한 녀석이니까.’
“네가 왕자님 친구라니. 출세했다.”
“그러게.”
키이라가 키득거리자 칼이 한숨을 쉬었다.
칼이 듀란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신물을 펼친 후 물을 마시며 내용을 확인했다.
“푸흡?!”
첫 장에 대서특필 된 기사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물을 뿜었다.
그걸 고스란히 덮어쓴 듀란이 그대로 칼의 멱살을 잡았다.
“콜록! 콜록-! 야야! 진정하고 이것 좀 봐!”
칼이 사례를 진정시키며 듀란에게 신문을 보여주었다.
신문 내용을 확인한 듀란의 얼굴의 눈이 보기 드물게 커졌다.
“레오 플로브……!”
그리고 인상이 살짝 일그러졌다.
[과거의 악몽! 히어로 슬레이어 토벌.>토벌자: 레오 플로브, 리스 제르딩거, 울타 레그디션, 리 자무아, 아바드 르왈린, 셀리아 제르딩거, 첼시 르왈린.
[제르딩거에 분 피 바람!> [레오 플로브, 텅컨의 정당한 왕위 계승자!>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신문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듀란을 보며 칼이 혀를 내둘렀다.
“레오는 겨울 방학도 화려하게 보네? 그나저나 왕위 계승자라니.”
“칼, 아침이다.”
“오우!”
고개를 설레설레 젓던 칼이 아침으로 나온 빵과 베이컨, 샐러드를 보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포크를 쥐고 막 식사하려는 순간.
덥석-!
“어어?”
“놀고 있을 틈 없다, 칼 토마스. 훈련이다.”
“나 아침 먹어야 하는데?”
“아침은 훈련한 후다.”
“아니! 너 혼자 하면 되잖아!”
칼이 비명을 내질렀지만, 이글이글 타오르는 경쟁심에 잠식된 듀란은 듣지 않았다.
“오라버니가 절친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모습이라니. 저는 너무 기뻐요.”
감동한 헬란을 보며 칼은 속으로 부르 짖었다.
‘이게 절친이냐! 이게 절친이냐고!’
***
팔락-!
다리를 꼰 채 느긋하게 신문을 확인한 엘레나가 빙긋 미소 지었다.
“잘 나가네요, 레오군.”
그 말에 알비가 말했다.
“파란이 일겠군.”
“파란이 일겠죠.”
대부분의 이는 과거에 사라졌다고 알려졌던 히어로 슬레이어가 다시 등장했다는 것과 그 히어로 슬레이어를 토벌한 레오와 그와 함께하는 파티를 주목했다.
하지만 엘레나가 주목한 건 레오가 텅컨의 왕위를 계승했다는 점이었다.
다른 이들은 단순히 선조의 유산을 물려받은 것으로 치부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는 레오군이라면…… 아니. 시작의 영웅이라면.’
지난 영웅의 제전 당시 레오의 정체를 어렴풋이 깨달은 엘레나는 앞으로 레오가 나아갈 행보에 대해 예상할 수 있었다.
‘타르타로스와 맞서 싸울 세력을 구축하겠지.’
오직 소수 영웅의 힘만으로는 타르타로스와 맞서 싸울 수 없다.
그리고 타르타로스와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거대한 힘이 필요하다.
하나로 합쳐진 힘.
‘그래서 레오군이 만들려고 했던 게 길드였지.’
뜻이 맞는 영웅들이 창설하는 길드.
그 자체만으로 강력한 세력이다.
하지만 레오가 영웅 길드 창설을 목표로 세웠을 당시 생각 보다 많은 이들이 레오를 경계하고 견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레오라는 전대미문의 존재가 영웅 길드를 만들고 명성을 높인다면 지금 세력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레오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에레보스의 완전한 토벌.
그것은 세계의 염원이기는 하지만 그 염원이 자신의 대에 이루어지는 걸 원하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 우리 세대는 그 에레보스와의 전면전이라는 재앙과 조우하게 될지 모르지.’
시대의 흐름이 그러했다.
오랜 평화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다.
그것을 확연하게 느끼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많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자신들이 누려 온 걸 상당 부분 내려놓아야 할 테니까.’
엘레나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이해관계를 이유로 레오가 세력을 키우는 걸 견제할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레오가 느닷없이 텅컨 왕국을 계승했다.
물론 대륙 전체로 봤을 때 대외적인 세력은 미비하다.
하지만…….
‘레오군의 뜻을 따르는 커다란 세력이 생겼다는 건 의미가 크지.’
텅컨 왕국을 바탕으로 빠르게 세력을 늘리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당장에 왕위를 계승하는 건 아니겠지만. 일단은 확실한 세력을 손에 넣은 셈이니.’
엘레나가 빙긋 웃었다.
“앞으로 재미있겠네.”
***
“우리 아들 출세했네. 일국의 왕이 되고 말이야.”
레이나가 빙그레 웃었다.
그런 레이나를 보며 레오가 물었다.
“몸은 조금 어떠세요?”
“응. 이제 괜찮아.”
“불꽃은요?”
“무리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내 몸을 갉아 먹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아.”
히어로 슬레이어가 레오의 검에 완전한 죽음을 맞이하고 레이나는 자신의 불꽃을 되찾았다.
레이나뿐만 아니다.
토루아 역시 마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과거 히어로 슬레이어가 자취를 감추고.
조르아의 피해자 중 생존한 이들 중에 이능을 되찾은 이는 없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사령왕의 권능으로 되살아났기 때문이겠지.’
조르아는 원래 존재해서는 안 될 망자.
그런 존재가 세계의 법칙을 역행해서 되살아났다.
그런 조르아가 레오의 순수의 오러에 의해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
‘그 때문에 빼앗은 힘 자체도 원래 있어 할 곳으로 되돌아간 것일지도 모르지.’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토루아로서는 다행이었다.
레이나의 경우에는…….
“아쉽지 않아요?”
“응. 이제 한은 풀렸어.”
불꽃은 되찾았지만 조르아와의 전투에서 무리하게 싸운 덕분에 육체에 큰 타격을 받았다.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되찾은 자신의 오러를 감당하기는 힘들었다.
불꽃을 사용하면 육체가 무너 질 것이다.
“내 마지막답게 화려한 전투였어. 어때? 이 엄마? 정말 영웅 다웠지?”
“……무척이요.”
“우리 아들이 인정해주니까 영광인걸?”
레이나가 빙긋 웃었다.
“레오.”
“네.”
“누가 뭐라 해도 너는 내 아들이야. 그 사실은 변함이 없어.”
“……네.”
“후훗-! 짜식.”
레이나가 레오의 머리를 토닥여주었다.
그러다가 문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너. 네가 계승할 왕국의 이름을 바꾼다면서?”
“네.”
“기존의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
“그건 아니지만. 꼭 짓고 싶은 이름이 있어서요.”
“응? 뭔데?”
“아르히.”
“아르히?”
“용언으로 시작이라는 이름이에요.”
“흐응? 좋은 뜻이네.”
“그렇죠?”
레오가 빙긋 웃었다.
아르히.
그것은 오래전 리시나스가 이끌었던 에레보스 토벌대의 이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