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39)
639
“와, 강한 건 알았지만 진짜 숨이 막힐 정도로 강하잖아?”
루메른에서 행사 때마다 해설을 맡는 소환학과의 룬바가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말에 공감하는 듯, 여러 학생이 고개를 끄덕인다.
“니엘, 회장에게 약점 같은 거 없어?”
5학년 기사학과 여학생이 답답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제르딩거의 가신 가문인 만큼 이중에서는 레오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게 니엘이다.
동기의 물음에 니엘이 한숨을 쉬었다.
“레오 도련님에게는 약점 같은 게 없어.”
듀얼 클래스들은 두 개의 이능을 이용해 각 이능의 약점을 점을 보완한다.
하지만 레오는 올 클래스다.
모든 클래스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만큼 뚜렷한 약점이 없다.
‘게다가 클래스를 따로 하나씩 놓고만 봐도 학교 최강급이시니…….’
기사로서, 마법사로서, 소환사로서.
각각 하나의 클래스만 떼어 놓고 봐도 루메른 학생 최강급이다.
아무리 산전수전 다 겪은 루메른의 5학년이라고 해도 그런 사람의 약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니엘의 말에 5학년들이 막막하다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가신이라며 후배들에게 굽신거리더니 모시는 가문 사람의 약점도 모르는 거야? 아니면 가신이라서 감추는 거야 뭐야?”
빈정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니엘의 싸늘한 시선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5학년 기사학과의 타크온이었다.
그런 타크온의 반응에 룬바는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역시 꼬이네.’
타크온 세지르.
동급생 중 기사학과 1등을 놓치지 않았던 학생이다.
‘아니, 놓치지 않았던 학생이었지.’
4학년 동안 기사학과 1등을 놓치지 않았던 타크온.
하지만 4학년 2학기 기말고사에서 기사학과 1등 자리를 니엘에게 내주고 말았다.
니엘은 입학 당시부터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던 학생이었지만 4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1등을 놓고 경쟁하기에는 살짝 부족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4학년부터 무시무시한 성장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학기 말에 이르러서 결국 1등을 차지한 것이다.
‘사실 이상할 것도 없지.’
루메른은 최고의 재능들이 모여 그 재능을 발전해 나가는 곳이다.
‘4학년쯤 되면 그중에서도 고르고 골라진 사람들이란 거거든.’
그렇다면 실력이 언제 뒤집혀도 이상할 게 없다는 소리다.
하지만 타크온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놈의 파벌 싸움.’
룬바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어느 학년이나 파벌은 존재한다.
크게는 학과나 대륙 지역 간, 혹은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파벌이 생긴다.
작게는 학년 내에서 파워게임까지.
어쩔 수 없다.
루메른에는 힘 꽤 쓰는 가문의 사람들이 많이 입학하니까.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파벌 간의 다툼은 봉합된다.
‘뭐, 알게 모르게 서열이 정해지기도 하고…… 어쨌든 동고동락한 동료니까. 진짜 가끔 평생 원수처럼 지내는 사람도 있지만.’
오랫동안 학교를 같이 다니면서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등을 맡기게 된다.
없던 전우애도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학년은 반대지.’
현재 5학년은 반으로 나뉘어 있는 상태였다.
한쪽은 니엘을 필두로 한 일반 학생들이고 다른 한쪽은 블루문이다.
엘레나가 이끌었던 영웅 던전 공략 파티 블루문 소속이었던 이들.
‘여왕의 추종자들이지.’
4학년이 되면서 블루문 파티는 해산되었다.
정확하게는 엘레나는 자신의 월권행위를 그만두었다.
이사장의 딸이자 이사장 대리.
그 이전에 압도적인 재능으로 2학년 당시에도 5학년들 상위권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엘레나.
그랬기에 자신의 이사장 대리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온갖 편의를 가져갔다.
말 그대로 망나니.
여왕의 추종자들은 그런 엘레나 곁에서 온갖 편의를 누렸다.
‘물론 단순히 특권을 누리고 싶어서 옆에서 꼬리치던 어중이떠중이들은 다 퇴학당했지.’
루메른이 그런 이들이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문제는 남아 있는 것들이 진성 추종자들이라는 거야.’
그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다.
엘레나에게 인정받는 것.
1학년때 부터 엘레나는 동급생 중 그 누구도 자신과 대등하다고 인정한 적이 없었다.
정확하게는 동료로 인식한 적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
‘수준이 다르니까.’
괜히 여왕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엘레나는 철저하게 군림해 왔다.
그랬기에 엘레나의 추종자들은 동료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타인이 봤을 때는 별 것 아니다.
엘레나가 동급생들을 무시한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오히려 서로 웃으면서 장난도 곧잘 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절대 그 이상은 허락하지 않는다.
곁에 설 수 없다.
엘레나와 함께 해온 이들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일 것이다.
‘저 녀석들이 루메른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은 이유겠지.’
그런 상황에서 기사학과 1등을 빼앗겼으니 타크온이 날카롭게 반응한 것이다.
1등일 때도 안중에 없는 자신을 2등으로 밀려났는데 인정해 줄까? 하는 불안감이 그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니엘과 타크온 사이에서 튄 불똥은 신호탄이었다.
블루문이 아닌 학생들은 성적에 목을 매며 늘 신경질적인 블루문 학생들에게 감정이 없을 수가 없다.
블루문 소속이 아닌 학생들은 원래는 파벌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상대가 항상 날을 세우니 날을 세우지 않는 이들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뭉치게 되며 파벌이 형성되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마법학과 여학생 한 명이 눈을 치켜떴다.
그러자 블루문 소속 마법학과 여학생이 조소했다.
“뭐가? 니엘이라면 이 상황에서 가문을 더 생각할 사람인 건 맞잖아? 충성스러운 신하니까.”
“엘레나의 충견인 너희처럼?”
“지금 뭐라고 했냐?”
분위기가 점점 더 험악하게 변해 갔다.
보다 못한 룬바가 넉살 좋게 중재에 나섰다.
“야야. 그만들 싸워라. 후배들 보는데 쪽팔리지도 않아?”
“넌 빠져. 룬바!”
“오늘 결판을 내야겠다. 제 3자인 너는 참견하지 마라.”
룬바의 만류에도 화가 가라앉을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룬바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너희 지금 내 말이 말 같지 않냐?”
평소의 까불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싸늘한 목소리에 5학년들은 물론이고 4학년들까지 흠칫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동급생들을 바라보던 룬바가 잠시 후 봄날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단은 레오에 대한 대책이 우선이야.”
누가 기사학과 최고로 졸업하느냐는 학기 말이 되어야 결판이 나겠지만 누가 동급생 중 차석으로 졸업하느냐는 이미 1학년 때부터 정해졌다.
룬바 테스.
그는 엘레나 제르온을 제치고 학년 대표까지 차지해 본 적이 있는 명실상부 부동의 2인자다.
‘뭐, 엘레나 녀석이 공부하기 싫다고 한 학기를 통째로 날렸기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일단 지휘는 타크온, 네가 맡아줘.”
“……알겠다.”
“작전은…… 에렌. 부탁하마”
“예, 선배님.”
룬바는 4학년 중 공략 구상 능력이 가장 좋은 에렌에게 참모를 위임했다.
불만을 가지는 학생은 없었다.
‘불만이 나올 턱이 있나? 내가 해설 짬밥만 몇 년인데.’
학생들에 대해선 훤히 꿰고 있다.
타크온과 에렌은 강적을 상대할 때 지휘와 작전 구상 능력이 4, 5학년 중 가장 좋은 학생들이다.
지휘자와 참모를 정하며 교통 정리를 한 룬바는 몇몇 학생을 더 뽑았다.
“너희는 정찰조야. 나를 따라 와.”
“네. 선배님.”
룬바가 정찰 능력이 좋은 4학년들을 이끌고 레오의 습격에 대비했다.
후배들이 흩어지고 혼자 남게 된 룬바는 고민에 잠겼다.
잠시 후 룬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수님들의 의도는 알겠군.”
5학년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룬바는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였다.
“엘레나가 없을 때 완전히 콩가루로 변한다는 게 문제야.”
룬바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4학년들.’
1년 후배인 지금의 4학년들은 4년 내내 한 학년 위인 5학년들에게 휘둘려 왔다.
엘레나의 카리스마는 3학년을 넘어서 2학년에게까지 뻗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 1년 후배들도 엄연한 상급생이다.
‘마냥 우리가 하자는 대로 따르지 않겠지.’
머리가 클만큼 컸다.
게다가 계속해서 휘둘려온 것에 대한 반발심도 있을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4, 5학년 사이가 분열 돼.’
릴이 있었다면 교통 정리가 되겠지만 애석하게도 릴도 빠져 있다.
룬바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하아, 내가 조금만 그릇이 컸으면 조금 나았으려나?”
성적도 우수하고 성격도 좋고 사교적인 룬바지만 애석하게도 남을 이끌만한 그릇은 아니다.
그 사실은 가장 잘 아는 건 룬바 본인이었다.
‘일단 다른 녀석들에게 교수들의 의도를 공유해야…….’
“조금은 나았겠죠. 물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겠지만.”
“하하, 회장. 언제 왔어?”
“선배가 교수님들 의도를 파악했을 때부터요.”
레오가 진하게 웃었다.
그 미소를 보며 룬바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걸 느꼈다.
‘틈은…… 없겠지?’
아무리 룬바가 5학년 차석이라도.
상대는 레오다.
‘엘레나나 릴이었다면 달랐겠지.’
재작년까지만 해도 5학년 차석은 루메른의 2인자였다.
하지만 작년부터 그러한 공식이 깨졌다.
당장에 루메른 최강의 자리를 꿰찬 건 2학년이었으니까.
레오 플로브라는 이레귤러의 등장.
하지만 레오가 없었더라도 룬바는 루메른의 2인자가 되지 못했다.
다름 아닌 1년 후배인 릴이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레오 덕분에 덜 쪽팔리는 편이니 고맙다고 해야하나?’
룬바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룬바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선배 참 의욕 없으시네요.”
레오의 말에 룬바가 웃었다.
딱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레오는 빈정거릴 의도로 자신에게 말한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자신의 의욕이 없다.
교수들조 선배들도 심지어 같은 학과 후배들도 하는 말.
“가늘고 길게. 그게 내 인생 모토거든.”
그 말대로였다.
학년 2등임에도 그가 학교 생활에 큰 족적을 남기지 않는 이유.
그건 그가 철저하게 편한 길을 찾기 때문이었다.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다.
다만.
“그런것 치고는 굉장히 노력하시네요.”
레오의 진한 웃음에 룬바가 흠칫했다.
‘들켰다!’
레오 몰래 정령술을 이용해 5학년들에게 레오의 등장을 알렸던 룬바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어차피 정면에서 짓밟을 생각이었으니까 상관 없지만.”
“역시 학생회장님이라니까. 통이 크구만.”
룬바가 넉살 좋게 웃었다.
‘나도 이렇게 패기 부리고 싶은 시절도 있었는데 말이야.’
1학년때 엘레나를 보고 한 번 좌절했지만 의욕적으로 도전했다.
하지만 2학년 때 릴이 입학 한 걸 보고 깔끔하게 포기했다.
자신이 꿈꾸는 걸 이루기에는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였으니까.
‘후배지만 진짜 멋진 놈이라니까.’
레오를 보고 룬바가 생글생글 웃을 때였다.
“웃어?”
“엉?”
“지금 상황이 웃기냐?”
느닷 없는 말에 룬바는 굳어버렸다.
졸업한 선배들이 옛날에 자신을 갈굴때 패턴이다.
“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선배인데?”
“선배고 나발이고 남들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싶어도 못 가지는데 떡 하니 능력가지고 나보다 더 대단한 녀석들이 있으니 난 그냥 구경꾼이나 되어야지. 이러고 있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너 루메른 왜 왔어?”
분위기가 심싱치 않다.
이건 선배들이 갈구는 수준을 넘어섰다.
교수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려운 할린드.
“왜 툭하면 경쟁에서 빠지고 해설하나 싶었는데 이런 거였어? 난 정신 못 차리는 선배것들 정신 차리게 해준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건 정신이 완전 썩어 빠졌잖아? 너 이리와. 그 썩은 정신머리를 고쳐줄테니까.”
“히이이이익?”
“어딜 도망가!!”
눈을 치켜뜨며 덤벼드는 레오를 보고 룬바는 기겁하며 도망쳤다.
왜 갑자기 눈이 뒤집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건 확실하다.
지금 잡히면 큰일난다.
“레오다!”
“작전대로 진영 짜!”
“커허허헝!”
다시 한번 하울링이 터져나왔다.
레오와 4, 5학년들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