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41)
641.
“…….”
4, 5학년들의 문제는 단순한 단합력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3학년과 4, 5학년들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최고를 향한 집념이 이 녀석들에게는 없어.’
그럴 수밖에 없다.
3학년들에게 레오가 있었듯.
4, 5학년들에게는 엘레나와 릴이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레오는 처음에는 동기들과 발을 맞춰 걸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자신의 등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아무리 멀어져도 목표롤 놓치 않도록.
그랬기에 지금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아득한 거리가 있어도 3학년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또 머나먼 미래가 되더라도 닿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또 모르지.’
언젠가 자신의 등 뒤에 빠짝 붙어 자신의 등을 붙잡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엘레나와 릴은 발을 맞춰 걸어주지 않았다.
그랬기에 4, 5학년들은 엘레나와 릴을 쫓는 걸 포기해버렸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엘레나와 릴을 자신의 한계로 정해버렸다.
두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레오와 다르게 두 사람은 주변을 신경 쓰기에는 어리니까.
“아마 이대로라도 영웅은 될 수 있을 거예요.”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영웅 후보생들의 목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겠죠.”
‘이대로는 결과가 뻔해.’
레오는 알고 있다.
이들이 훌륭한 영웅 후보생이란 걸.
자신의 선배들은 미래에 닥칠 재앙에서 결코 눈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모든 걸 걸고 미래를 위해 투쟁하겠지.’
하지만 그 혼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처럼…… 개벽의 영웅들처럼 시대를 위해 희생되는 걸로 끝나 버릴 확률이 높아.’
그것이 잘못된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굉장히 숭고하고 고결한 일이다.
하지만…….
‘이왕이면 살아서 미래를 봐야지.’
재앙의 시대 당시 레오는 한 번도 미래를 꿈꾼 적이 없었다.
이런 자신조차도 지금 시대가 즐겁고 행복하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무겁다.
함께였다면 더욱 즐겁고 행복했을 텐데…….
‘내가 아니라 녀석들이 되살아났어도 그런 생각을 했겠지.’
그랬기에 레오는 후대만큼은 자신들과 다르기를 바랐다.
소중한 이들이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후대가 더 나은 미래를 살기를 바라는 마음.
‘그게 어른이니까.’
그랬기에 레오는 냉정해지기로 했다.
‘스스로가 한계를 정한 순간부터…… 정말 끝이거든.’
하지만 다가올 미래.
이들이 서게 될 전장은 엘레나와 릴을 한계로 정한 이들이 살아남을 정도로 순탄한 곳이 아니다.
사람은 보는 만큼 강해진다.
목표가 높으면 높을수록.
설령 그것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하게 높다 하더라도 그 목표를 향해 손을 뻗을 때 사람은 비로서 한계를 넘을 수 있다.
‘아마 선배들은 이미 자력으로는 넘어 수 없겠지.’
이들은 이미 자신의 틀이 정해져버렸다.
졸업 후에는 스스로가 정한 한계가 더더욱 강해져서 이들을 얽맬 것이다.
한계를 넘어선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어쩌면 평생을 넘어서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기다려 줄 시간이 없을 것 같거든.’
그렇다면…….
“너…… 대체 어떤 미래를 보고 있는 거야?”
룬바의 물음에 레오가 웃었다.
“알고 싶으세요?”
“…….”
“그럼 알려 드릴게요.”
고오오오-
레오의 몸에서 회색의 마나가 흘러나왔다.
뻔히 죽을 줄 아는 이들을 전장으로 데려갈 순 없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짓밟는 것이 답이야. 재기 불능 수준으로.’
한계라는 껍질을 깨기 위해서는 그 방법뿐이다.
그렇게 짓밟혔는데도 다시 일어선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증명해 봐.”
“뭐?”
“너희 역시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영웅이란 걸.”
***
루크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휘리릭-! 펑!
“크억!”
기사학과 동기생의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루크가 양손에 쥔 검을 꽉 쥐며 조금 전 첸 시아의 말을 떠올렸다.
‘난 말이죠, 어둠 속에서 단 한분을 제외하면 3학년 최강이랍니다?’
그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첸 시아는 한 명, 한 명씩 2학년들을 사냥해 가기 시작했다.
‘시아 선배님의 무서운 점은…… 어둠 속에서 찾을 수 없다는 점.’
2학년들이 아무리 탐지 마법을 사용하고 정령과 소환술을 이용하고 감각을 날카롭게 가다듬어도 어둠의 장막 속으로 몸을 감춘 첸 시아를 찾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하압!”
푸화하하학-!
하비든이 자신을 노리는 첸 시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첸 시아는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그런 하비든의 공격을 피해냈다.
키이이잉-! 콰앙-!
거대한 폭발 소리와 함께 기사학과생들에게 보호를 받던 쥬엔이 마탄을 발사했다.
샤샤의 환수들이 첸 시아를 포위한 채 공격을 감행했다.
소환사는 정령사와 환수 이전에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강력한 소환수를 소환해 그 소환수를 강화하는 전투 타입의 소환사.
또 무수히 많은 소환수를 소환하는 지휘관 타입의 소환사.
그리고 샤샤는 명백한 후자였다.
압도적인 영력을 바탕으로 백의 소환수를 소환한 샤샤가 환수들을 지휘했다.
마치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처럼 촘촘한 포위망.
하지만 첸 시아는 부드럽게 물 흐르듯 그런 포위망을 빠져나가더니 이내 다시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물의 정령 같아!”
“아름답다…….”
“지금 감탄할 때야?!”
쥬엔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하지만 상황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첸 시아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마치 비단처럼 첸 시아의 몸에 걸쳐진 물의 옷은 그녀가 모습을 드러날 때마다 아름답게 흩날렸다.
맨발로 오러 스텝을 밟을 때는 마치 물의 정령이 호수를 달리는 것처럼 바닥을 미끄러졌다.
공격할 때는 움직이는 부드러운 손길.
솔직히 루크가 보기에도 아름답다.
남자라면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우아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꽈앙-!
“크윽!”
그 손끝에서 펼쳐지는 공격의 위력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어느새 아이나의 등 뒤에 나타난 첸 시아가 손바닥을 펼쳐 아이나의 등 뒤를 때렸다.
물 폭탄이 터지듯.
엄청난 수압에 아이나가 무릎을 꿇고 이를 악물었다.
어둠 속으로 사라진 첸 시아를 공격할 순 없다.
라이트 마법을 사용해도 이 숲 전체에는 어둠이 드리워 있고 그 어둠은 첸 시아의 세계였으니까.
하지만 그 첸 시아도 공격을 할 때면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학년들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첸 시아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첸 시아는 유유히 그 공격을 빠져나와 모습을 감추었다.
일방적으로 사냥당하고 있다.
하지만 2학년들의 눈에는 의외로 초조함이 없었다.
“시간은 우리 편이에요!”
샤샤가 섭선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그 말대로다.
시간은 2학년들의 편이었다.
첸 시아가 많은 2학년들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든 건 사실이다.
지금 당장에 속수무책으로 당해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첸 시아는 지금도 마나를 소모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기척을 감추는 건 오러를 소모할 수밖에 없다.
당연하게도 공격을 할 때 역시 마찬가지.
첸 시아가 상대해야 하는 2학년의 수는 수십 단위가 아닌 백 단위.
장기전이 되면 첸 시아도 지친다.
그때가 되면 이길 수 있다.
그 생각을 하며 2학년들이 방어에 전념할 때였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던 루크의 몸에서 은빛의 오러가 출렁이기 시작했다.
‘초월.’
한계의 한발자국 너머로 가게 해주는 루크의 고유 마법.
은빛 섬광이 된 루크가 샤샤에게로 돌격했다.
“엑? 에엑? 꺄아아아악!”
“미안!”
루크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섬광에 샤샤가 기겁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샤샤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베어 버린 루크가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그나마 아이나보다는 낫네! 쟨 나한테 사과도 안 했다고!”
깜짝 놀란 샤샤가 꽥- 소리를 질렀다.
그게 나름 괜찮다는 뜻인 걸 안 루크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모습을 드러낸 첸 시아를 추격했다.
“굉장한 집중력이네요.”
첸 시아가 웃으며 오러 스텝을 밟았다.
하얀 발바닥이 찰박-! 물을 밟자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엄청난 스피드.
하지만 루크는 속도 만큼은 자신 있었다.
‘됐다! 잡았…….’
루크가 눈을 빛내며 첸 시아의 옷자락을 베려했다.
그 순간 첸 시아가 루크의 검격을 벗어났다.
‘어?’
루크의 검이 첸 시아에게 닿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첸 시아가 루크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째서?’
루크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루크는 2학년 중 가장 발이 빠른 학생 중 한 사람이었다.
순수한 속도에서는 첸 시아보다 우위라고 평가 받을 정도였다.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면 모를까?
이때까지 첸 시아를 추격하지 못한 건 그녀가 움직이는 경로를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첸 시아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고 공격을 차단했다.
그렇다면 이제 첸 시아를 따라 잡는 것도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속도로 첸 시아에 뒤쳐졌다.
‘시아 선배님이 힘을 숨기고 있었나?’
루크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 때 어느새 아이나와 하비든이 첸 시아의 양 옆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첸 시아가 손바닥을 양쪽으로 뻗었다.
콰앙-!
내질러진 물의 오러와 아이나와 하비든의 오러가 격돌했다.
엄청난 충격에 아이나와 하비든이 튕겨나갔다.
“윽?!”
“잠깐! 이거 지금 위력이 상승했……?”
아이나와 하비든의 눈이 부릅 뜨였다.
어느새 첸 시아가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더 빨라지고…… 더 강해졌어?’
루크가 멍하니 첸 시아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았다.
마치 물 흐르듯 유유자적한 모습.
‘물 흐르듯……?’
“아……!”
순간 루크가 경악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무슨 일이야? 루크?”
아이나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루크가 말했다.
“흐름! 흐름이야!”
“무슨 소리죠?”
샤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루크가 다급하게 말했다.
“주변을 봐! 시아 선배님이 공격을 했음에도 젖은 곳이 없어!”
불의 오러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가 불타듯.
물의 오러가 쓸고 지나간 자리는 물이 흥건하다.
그런데 주변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시아 선배님의 오러는 한 번도 흩어지지 않았어! 그대로 시아 선배님의 주변에 흐르고 있는 거야!”
그 말을 이해한 모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불꽃이 타오를수록 강해진다면. 바람 빨라질수록 땅은 단단해질수록 강해진다.
그처럼 물은 모일수록 강해진다.
하지만 물의 오러는 사용자의 주변에 흐르지 않는다.
한 번 사용한 물은 사방으로 퍼진다.
그랬기에 물의 오러의 사용자의 공격력은 다른 속성에 비해 약한 구석이 있었다.
그런데 만약 그 물이 계속해서 사용자의 주변에 흐른다면?
흐름은 더욱 강렬해지고 더욱 빨라지며 더욱 무거워질 것이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었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러의 파괴력은 급격하게 높아진다.
루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정답이에요.”
어둠 속에서 첸 시아가 양팔을 벌린 채 모습을 드러냈다.
“내 주변에 물을 흐르게 한다, 그게 내 오러 특성이랍니다.”
첸 시아가 부드럽게 웃었다.
“하지만 물의 흐름이 끊긴다면 물은 그대로 흩어져 버려요.”
물의 흐름이 끊긴다.
그건 상대의 공격이 물에 닿는 걸 의미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라면 상대의 공격이 닿지 않는다.
그랬기에 첸 시아는 단언할 수 있었다.
‘레오 도령을 제외하고는 어둠 속에서 내가 제일 강하다는 걸.’
첸 시아가 주먹을 쥐었다.
쿠구구오오-!
첸 시아의 주먹에 맺힌 거대한 물의 오러가 성난 파도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어둠에 있는 존재는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비겁한 함정을 팔 수도 있고, 지금처럼 비장의 수를 준비할 수도 있어요. 여러분의 상식 밖의 일을 거침없이 한답니다.”
첸 시아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게 무수히 많은 영웅들이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배신자들에게 사냥당한 이유이며 그림자들이 여웅들을 지켜온 이유예요.”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실전이었다면, 난 여러분을 모두 죽일 수 있었어요.”
저 말이 절대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다.
지금 첸 시아의 모습은 말 그대로 지금껏 2학년들의 상식을 가볍게 깨부수는 모습이었다.
“그러니 이제 혼나야죠, 우리 후배들?”
2학년들은 순식간에 첸 시아에게 전멸 당했다.
혼자 바위 위에 앉아 파닥파닥- 말에 묻은 흙탕물을 털며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다음에는 함정을 파볼까?”
마치 해일이라도 덮친 것 같이 초토화가 된 숲속에서.
천진난만하게 웃는 첸 시아의 모습은 조금 섬뜩해 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