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47)
647
루메른 아카데미의 정문.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며 우르르- 2학년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 학교에 들어왔지? 그런 거지?”
“끄, 끝났다! 끝났어!”
2학년들이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끝나 버렸네요.”
“히이이이익!”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던 2학년들은 자신들 가운데 첸 시아가 있다는 걸 깨닫고는 비명을 내질렀다.
겁에 질린 2학년들을 향해 생긋 웃어준 첸 시아는 가지런히 모은 신발과 양말을 한 손에 들고 가벼운 걸음걸이로 3학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 첸 시아를 보며 일리아나가 질렸다는 얼굴로 물었다.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2학년들이 널 보고 덜덜 떠는 거야?”
“세상이 넓다는 걸 알려주고 왔죠.”
첫 번째 전투 이후.
첸 시아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2학년들을 몰아붙여 갔다.
어둠 속에 숨어 계속해서 자신들의 약점을 집요하게 후벼파는 첸 시아에게 2학년들은 계속해서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2학년들은 그림자에게 있어 어둠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자신들의 목을 노리게 될 존재.
히어로 헌터들의 공포에 대해서도 깨달았다.
세 번의 전투 이후 가까스로 첸 시아에게 열쇠를 빼앗는 데 성공한 2학년들이었지만 또 한 가지 실수를 하고야 말았다.
4, 5학년들과 다르게 2학년들의 통과 기준은 열쇠를 빼앗는 것이 아닌 열쇠를 지니고 루메른으로 들어오는 것 까지였다.
교수들이 평가했을 때 4, 5학년들은 열쇠를 다시 레오에게 빼앗기지 않으리라 판단 했기에 시험이 종료된 것이었지만, 2학년들은 그렇지 않았다.
섣부르게 루메리아 호수로 갔다가 또 첸 시아에게 당하고 만 것이다.
물의 오러를 다루는 첸 시아에게 있어 호수 역시 유리한 전장이었다.
결국 첸 시아에 의해 물속에 끌려들어 간 2학년들은 다시금 열쇠를 빼앗기고 말았고 결국 다섯 번째가 되어서야 열쇠로 문을 여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렇게 첸 시아에게 시달릴 대로 시달린 2학년들이 첸 시아만 보면 기겁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생글생글 웃는 첸 시아를 보며 일리아나가 고개를 저었다.
“어떤 꼴을 당했을지 눈에 훤하네.”
“여러분은 어땠나요?”
첸 시아의 물음에 일리아나의 얼굴이 흐려졌다.
그 표정을 본 첸 시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동급생들에게로 옮겨졌다.
어딘지 모르게 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동급생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좋지 않았나 보네.’
“세 번째 만에 성공했어.”
일리아나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철저하게 정면 대결이었는데. 두 번이나 깨졌어.”
그 말에 첸 시아가 힐끗 한 곳을 바라보았다.
릴은 테이블에 앉은 채 진지한 얼굴로 공책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엘레나 선배는?’
“안녕?”
첸 시아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엘레나가 생긋 웃더니 첸 시아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자자, 최종보스는 최종보스끼리 따로 앉아야지.”
“친구들을 다독여 주고 싶은데요.”
“좋은 마음가짐이지만 지금은 내버려 두는 게 좋아. 너만 있었어도 결과는 조금 달라졌을 테니까. 괜히 너에게 위로받았다간 더욱 자괴감을 느낄지 모르잖아?”
“칼군이 아니라 제가 있다고 결과가 달라졌을까요?”
“당연히 달라지지. 경험이 다르니까.”
분야는 다르지만 루메른에 입학하기 전부터 이미 그림자로서 최전선에서 활약해 왔던 첸 시아다.
다른 3학년들이 경험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확실히 첸 시아보다 경험이 앞서는 이는 없었다.
동급생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에 대해 생각하며 첸 시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순순히 테이블 앞에 앉자 릴이 고개를 들었다.
“첸 시아! 활약상이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누구에게 들으셨어요?”
“어둠의 정령과 물의 정령들에게 들었습니다! 아아! 정말이지 대단한 후배들이 있어서 너무 든든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큰 부담감입니다. 내년이 되면 나를 아득히 추월할지도 모르니까요. 선배로서의 위엄이 부족해지면 안 되는데 말이죠.”
머리를 부여잡고 고뇌하는 릴을 보며 첸 시아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뭘 하고 있으세요?”
“이번에서 제가 실수했던 점과 부족했던 점에 대해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릴이 공책을 보여주며 말했다.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릴이 말했다.
“3학년들에게는 많은 걸 배웠습니다! 오늘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정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첸 시아는 힐끗 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교복이 엉망이었다.
교복뿐만 아니다.
머리는 상해 있었으며 얼굴이나 몸 여기저기에 자잘한 상처와 멍이 들어있었다.
마치 막 전쟁터에서 돌아온 사람 같다.
그에 반해 엘레나는 평소와 다름없는 깔끔한 모습이다.
그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엘레나 선배는 온전히 마법에만 집중했구나.’
엘레나가 주문을 완성하기 전에 저지하려 했던 시도는 모두 릴에 의해 막혔다.
3학년들을 전멸시킨 건 엘레나였지만 두 사람 중 누가 더 무시무시한 활약상을 펼쳤냐고 묻는다면 단연 릴일 것이다.
그런데도 만족하지 않고 발전할 점을 찾는다.
첸 시아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한 단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괴수녀…….”
“……!”
릴이 눈을 크게 뜨더니 울상을 지으며 첸 시아를 붙잡고 흔들었다.
“선배에게 그런 말 하는 거 아닙니다.”
“아, 죄송합니다.”
“응.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아무리 사실이라도.”
“엘레나 선배!”
릴이 원망 어린 눈으로 엘레나를 바라보았지만 엘레나는 빙긋 웃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레오 도령은 어디 있나요?”
4, 5학년들이 가장 먼저 시험에 통과했다면 레오도 단연 이곳에 있어야 했다.
“나 찾았어?”
“어서 와. 레오군.”
“형님!”
엘레나와 릴이 레오를 반겼다.
“늦으셨네요?”
첸 시아의 물음에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볼 일이 남아 있었거든. 1학년들은?”
전교생이 교문 앞에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은 입학식 날.
이 행사의 주인공은 1학년들이라 할 수 있기에 학년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형님! 형님! 이번 시험에서 형님 덕분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응? 무슨 소리야?”
릴이 의욕적으로 레오 앞에 선 채 눈을 반짝거렸다.
레오의 제자가 된 릴이었지만 대외적으로는 형님이라는 이상한 칭호로 부르고 있었다.
레오의 물음에 릴이 말했다.
“겨울 방학 전에 내 주신 수련 과제를 모두 해냈더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령술 실력이 늘었습니다.”
“그걸 다했다고?”
“예!”
레오가 릴에게 내준 과제는 리시나스가 사용하는 정령술의 입문 과정이었다.
그리고 절대 방학 기간 동안 해낼 수 있는 수련이 아니었다.
“……너 진짜 괴수녀 맞구나?”
“형님까지!”
“와! 릴은 이제부터 레오군이 인정한 괴수네!”
“축하드려요.”
엘레나와 첸 시아가 릴을 보며 감탄했다.
“놀리지 마십시오!”
“놀리는 거 아니야. 칭찬이야.”
엘레나가 빙긋 웃었다.
“넌 모르겠지만 진짜 대단한 일이거든.”
무려 시작의 영웅 카일이 놀랄 정도니 대단한 게 확실했다.
“아, 정말. 레오군의 비밀을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네.”
“형님의…… 비밀이요?”
릴이 관심을 보이자 엘레나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궁금해?”
그 말에 살짝 혹한다는 표정을 짓던 릴이 순간 레오와 눈이 마주치더니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 아뇨. 제자로서…… 스승님의 뒤를 캘 수는 없습니다!”
강경하게 말하는 릴을 보며 엘레나가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레오 곁으로 다가가 눈을 빛냈다.
“레오군은…… 아니.”
레오 앞에 선 엘레나가 까치발을 들더니 레오의 귀 가까이에 입을 가져다대고는 속삭이듯 물었다.
“카일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말을 남긴 엘레나가 뒷걸음질 쳤다.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눈으로 카일을 올려다본다.
“말해? 말아? 아주 재미있어 질 것 같은데?”
그 악동 같은 태도에 첸 시아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 도령은 아직 자신의 정체를 밝힐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엘레나 역시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제멋대로인 망나니 아가씨는 자신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그 사실을 밝히고도 남을 사람이다.
지금도 레오의 약점을 잡은 거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밝히고 싶으면 밝혀요.”
엘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머? 세게 나오네. 그럼 진짜 밝혀볼까?”
강하게 나오는 레오를 보며 엘레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정말로 말할 기세였다.
그런 엘레나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말해요. 그런데 그다음은요?”
“그다음?”
“나 감당할 수 있겠어?”
말투가 돌변한 레오를 빤히 바라보던 엘레아나 몸을 획 돌렸다.
“어른이면 어른답게 져줄 줄도 알아야지. 한 번도 안 져준다니까. 망할 아저씨.”
작게 꽁알 거리는 엘레나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났다.
해가 이미 져가는 와중에 일리아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1학년들은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입학식을 해야 하는데 1학년들이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칼이 이렇게까지 버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1학년 때부터 칼과 절친이었던 테이드도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끼이이이이익-!
굳게 닫혔던 문이 열렸다.
1학년들이 터덜터덜 루메른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전교생은 침묵했다.
입학식 당일날.
신입생들이 험한 꼴을 당하는 건 일종의 루메른 전통이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그런 경험을 했다.
그리고 처참한 몰골이 된 신입생들을 보고 한껏 웃는 것도 전통적인 행사였다.
매년 연례행사.
하지만 여기 있는 1학년들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1학년들의 몰골은 처참했다.
마치 전쟁터에서 패배하고 돌아온 패잔병 같은 모습이다.
털썩- 털썩-
신입생 특유의 루메른 학생이 되었다는 자부심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지독한 패배감에 빠진 모습을 바라보던 전교생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들어온 이에게 향했다.
칼은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조금…… 심했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