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50)
650.
시계탑 기숙사의 식당.
루메른의 교수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가장 상석에 앉은 리이나는 식당으로 들어온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지금 이 시간은 신입생들을 환영하는 자리다. 다들 후배들 괴롭히는 건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환영만 해 줘라. 알겠냐?”
“네.”
“당연하죠!”
고학년들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음식이 있는 커다란 식탁들을 바라보았다.
“야. 바닥 좀 봐.”
누군가의 말에 학생들이 바닥을 바라보았다.
바닥에는 각 학과를 상징하는 엠블럼이 새겨진 바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호화로운 음식이 뷔페로 차려져 있었다.
“이거 완전 학과 별로 따로 어울리라는 소리잖아?”
셀리아의 중얼거림에 넬라의 얼굴이 흐려졌다.
“그러네. 완전히 편을 가르는 느낌이라 기분이 조금 안 좋다.”
“흥. 속 편한 생각을 하는군.”
듀란이 코웃음을 쳤다.
“녀석들은 쓰러트려야 할 적이다. 약한 소리 하지 말도록. 쓰러트려야 할 순간이 오면 가차 없이 베면 그만이다.”
특유의 호전적인 미소를 짓는 듀란의 말에 첸 시아가 방긋 웃었다.
“경쟁해야 할 때는 확실하게 경쟁하고 친하게 지낼 때는 다 잊고 친하게 지내면 된다는 소리죠?”
“왜 그런 식으로 해석을 하는 거지?”
인상을 쓰는 듀란이었지만 더 이상 말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듀란은 보고 있으면 은근히 첸 시아에게는 약한 것 같지 않아? 다른 여학생들에게는 막 하는 편인데 첸 시아와 말할 때는 물러서는 느낌이랄까?”
일리아나가 작게 넬라가 볼을 긁적였다.
“그런가?”
“그러고 보니 넬라. 너한테도 그러네.”
팔짱을 낀 일리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연상에게 약한 타입이구나!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네? 우후후훗!”
그 말에 셀리아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연상에게 약한 타입이라기보다는 알아서 잘하는 녀석에게 잔소리를 덜하는 편이겠지.”
“응? 만날 나한테는 막 뭐라 하잖아.”
“넌 알아서 못 하잖아.”
셀리아의 말에 일리아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자자, 대화는 식사하면서 해요. 나 오늘 엄청 열심히 움직여서 배고파요.”
첸 시아가 친구들을 떠밀며 기사학과 구역으로 향했다.
“레오 학생.”
학생들이 학과별로 나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레오에게 티나가 다가왔다.
“티나 교수님. 정식 교수가 된 걸 축하드립니다.”
“고마워.”
늘 그렇듯 실험 가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로 레오 곁에 선 티나가 물었다.
“그래서, 기숙사는 마음에 들어?”
“굉장하던데요.”
현재 시계탑 기숙사는 말 그대로 거대한 마도 공학의 정수였다.
레오조차도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고위 마법 술식의 결정체인 것이다.
“역시 알아보는구나?”
티나가 씨익- 웃었다.
“이 시계탑 기숙사에는 무수히 많은 수수께끼와 비밀 통로가 있지.”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로 날개짓하듯 가운을 파닥거린 티나가 말했다.
“각 기숙사로 몰래 침입도 가능해.”
“제 방에는 아예 랜덤하게 아무곳으로나 갈 수 있는 문이 있던데요?”
“응. 학생회장의 권한이지. 아! 음흉한 의도로 사용하면 안 된다?”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하는 티나를 보며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안 해요.”
“재미없네. 학생은 사고 치는 맛도 있어야 하는데.”
툴툴거리는 티나를 보며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는 사이 학과 별로 신입생들의 환영회가 시작되었다.
“넌 이런 자리에서도 책이 눈에 들어오냐?”
마법학과생 자리에서 칼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묻자 클로에가 말했다.
“새로운 고유 마법에 사용할 마법 이론이 떠올랐거든. 한번 들어볼래?”
클로에가 눈을 반짝였다.
그런 클로에를 보며 칼이 손을 휘저었다.
“네 마법 이론이면 머리가 깨질 정도로 복잡할 게 뻔하잖아. 나한테 설명해 줘도 어차피 못 알아들어.”
칼의 말에 곁에서 포크를 놀리고 있던 베티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클로에 선배님! 제게 해주세요!”
“오호, 저도 흥미가 깊어요.”
쥬엔 역시 흥미를 드러냈다.
현재 루메른에서 마법학과 최강의 마법사는 누가 뭐라 해도 엘레나다.
이미 3학년 때부터 토루아와 함께 최강이 누구냐? 라는 말을 들어왔었다.
말 그대로 현 루메른 제일의 천재 마법사다.
하지만 그런 엘레나조차도 마법 이론에서 최고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클로에를 최고로 꼽았다.
이미 마법학계에서 무수히 많은 마법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천재소녀라 불리는 클로에다.
클로에의 말을 듣고 주변에서도 눈을 빛내며 클로에의 말에 집중했다.
“크, 역시 마법학계의 아이돌. 말 한마디에 후배들이 눈을 빛내는군. 이런 든든한 후배들이 있으니 난 안 들어도 되지?”
칼이 엄지를 척! 치켜든 칼이 그대로 후다닥 도망갔다.
그런 칼을 보며 클로에가 눈을 흘겼다.
클로에가 한 번 마법 이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선배님. 이야기 해주세요. 네? 네?”
베티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클로에 곁에 바짝 앉았다.
자신의 멘티였던 후배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클로에가 입을 열었다.
“얼음 분신을 좀 더 심도 깊게 활용해 보고 싶어서 떠올린 마법 이론이야.”
“얼음 분신이요?”
얼음 분신은 빙결계 마법이 주특기인 클로에의 장기 마법 중 하나였다.
단순히 분신으로서 적의 눈을 교란하는 것만이 끝이 아니다.
자폭을 통해 적에게 타격을 입히는 건 물론이고 마법을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물론 분신 하나당 하나의 마법만 사용할 수 있을 뿐이고 단순한 전투밖에 못 하지만 분신 하나가 영창을 더해주는 개념이다.
즉, 분신의 숫자만큼 다중영창을 사용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얼음 분신 자체로도 고난위도 마법이지만 그걸 클로에가 거의 마개조 수준으로 술식을 보강했다.
그 덕에 클로에의 얼음 분신은 그 자체만으로 고유 마법이라 불려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2학년들은 물론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던 3학년들도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듣기만 해도 아찔해지는데?’
왜 칼이 급하게 도망을 갔는지 이해가 될 정도였다.
“오오!”
“어떤 마법 술식일지 궁금합니다!”
‘이래야 루메른이지!’
‘클로에 선배님의 마법 이론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니!’
아직까지 상황 파악을 못 한 신입생들만이 눈을 반짝반짝 빛낼 뿐이었다.
“응. 우선 내 새로운 마법 술식의 기본 바탕은 평행 세계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응?”
“뭐라고요?”
1학년들의 얼굴이 일순간 벙찐 표정을 지었다.
2, 3학년들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윽고 클로에가 자신의 새로운 마법에 대해 설명하자 마법학과 신입생들이 모두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지?’
‘하나도 모르겠어.’
‘저렇게 열성적으로 이야기해 주시는데 못 알아듣겠다고 할 수도 없고.’
평소에 얼음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클로에지만 마법 이론을 이야기할 때면 눈을 반짝반짝 빛낸다.
그 모습이 너무 매력적인 나머지 클로에에게 마법 이론에 관한 토론을 하자고 접근하는 이들이 굉장히 많았다.
물론 이후에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면 실망한 표정을 지었기에 양심의 가책이 엄청났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고 있어?”
“오오오! 첼시!”
“마침 잘 왔어!”
3학년들이 환하게 웃으며 첼시를 클로에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데려와 앉혔다.
“뭐야? 뭔데?”
“응. 내가 이번에 새롭게 구상한 고유 마법에 적용되는 이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환하게 웃는 클로에를 보며 첼시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나 오라버니가 불러서…….”
“아바드는 내가 불러올게.”
“크으! 클로에와 같은 우등생인 첼시가 있어야 클로에도 신이 나지!”
마법학과생들이 일어나려는 첼시의 어깨를 누르고 몇몇은 아바드를 데리러 갔다.
첼시는 눈을 치켜뜨며 식탁 아래로 동급생들의 정강이를 마구 걷어찼다.
첼시조차도 본격적으로 마법 이론에 대해 이야기 하는 클로에와는 대화하기가 벅찼기 때문이다.
이윽고 시작된 클로에의 이야기를 들은 첼시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때?”
“무슨 이야기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오오! 저 알아듣고 있어!”
“역시 첼시도 사람이 아니었어!”
“야! 사람이 아니라는 건 대체 무슨 뜻이야!”
눈을 한 번 치켜뜬 첼시가 팔짱을 꼈다.
“보완해야 할 점이 있을까?”
“나는 네 마법 이론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보완점은 떠오르는 게 없네.”
“그래?”
클로에가 살짝 아쉽다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길래 환영회인데 분위기가 이렇게 심각한 거야?”
“레오.”
“레오 오빠.”
클로에와 첼시가 레오를 바라보았다.
첼시의 눈이 반짝였다.
“레오 오빠! 클로에가 새로운 마법을 구상했데! 마법 이론 좀 들어 봐.”
“응. 레오 네 의견이 듣고 싶어.”
“뭔데? 해 봐.”
레오의 말에 클로에가 다시 마법 이론에 대해 설명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레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오? 감탄사를 터트렸다.
“어때?”
이야기를 끝낸 클로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굉장한데.”
‘얜 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 거야?’
레오도 혀를 내둘렀다.
자신의 친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괴랄한 마법 이론을 생각해 낸다.
‘루나가 괜히 입이 닳도록 칭찬한 게 아니라니까.’
“확실히 분신에 또 다른 자아를 부여하려 할 때 마도 공학으로 만든 자아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지.”
마도 공학으로 자아를 가진 에고 웨폰을 만들 수 있지만 그 한계는 명확하다.
“그래서 정말 또 다른 나를 만들기 위해서 거울 속의 나…… 그러니까 평행 세계의 나를 불러온 다라.”
구현이 가능할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재미있는 생각이다.
“좀 더 보강할 게 없을까?”
기대 어린 클로에의 눈빛에 레오가 속으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루나도 아니고 말이야.’
루나라면 신나서 온갖 상상을 다 했겠지만, 애석하게도 레오는 실전파 마법사였다.
고개를 저으려던 레오는 순간 첼시와 눈이 마주쳤다.
굉장히 반짝반짝한 눈으로 레오를 올려다보고 있다.
‘레오 오빠는 대영웅이니까! 보강점을 찾을 수 있겠지?’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눈빛이 왠지 부담스러워진 레오가 슬쩍 말했다.
“다세계 해석으로 접근을 해보는 건 어때?”
“다세계 해석?”
클로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행 세계에 관한 이론 중 하나야.”
레오는 일전에 리안이 해주었던 이야기를 클로에게 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클로에가 눈을 크게 뜨더니 자리에 벌떡 일어났다.
“나 도서관에 좀 갈게!”
굉장히 흥분한 얼굴로 당장에라도 환영회를 박차고 나갈 클로에를 보며 레오가 손을 뻗어 뒷덜미를 잡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하지만 레오! 그건 정말 획기적인 생각이라고! 누가 먼저 논문을 작성해서 등록하기 전에 네 이름으로 논문을 작성해야……!”
“쉿.”
레오가 손가락으로 클로에의 입을 막았다.
눈을 동그랗게 뜬 클로에를 보며 빙긋 웃은 레오가 말했다.
“우선 진정하고. 심호흡.”
“후우. 하아.”
심호흡을 한 번 한 클로에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누가 논문을 작성하는 지가 뭐가 중요해? 마법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면 그게 좋은 거지. 그리고 내가 처음 생각한 개념도 아니고 말이야.”
“누가 이런 굉장한 생각을 한 거야?”
“아는 사람.”
‘곧이곧대로 신이라고 할 수는 없지.’
레오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클로에의 등을 팡- 두드려 주었다.
“어쨌든 오늘은 환영회에 집중해. 너랑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 하는 후배들이 잔뜩 있어.”
“응?”
“누가 뭐래도 마법학계의 아이돌이잖아?”
“놀리지 마!”
붉어진 얼굴로 자신의 어깨를 치는 클로에를 보며 레오가 킥킥- 웃음을 터트렸다.
“마법 연구도 좋지만 쉴 때는 쉬어 둬.”
“루나님도 전에 같은 이야기를 해준 적 있는데.”
클로에가 작년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쓴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해줬나 보네.’
***
환영회가 끝나고.
방으로 돌아온 레오는 짐 정리를 했다.
가방을 열고 교복과 사복을 정리하던 레오는 마지막으로 칠흑의 망토를 들어 올렸다.
오래전 리시나스가 자신에게 선물한 망토.
진품은 오래전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지만 히어로 레코드를 통해 구현된 카일의 망토였다.
망토를 들어 올린 레오가 옷걸이에 망토를 건 순간.
툭-! 팅! 좌르르륵-!
“응?”
망토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의아한 표정을 지은 레오가 망토를 옷걸이게 걸어두고 망토에서 떨어져 굴러간 물건 쪽으로 걸어갔다.
“반지?”
가방 속에 넣은 기억이 없는 반지를 줍기 위해 손을 뻗던 레오가 멈칫했다.
“이건……?”
살짝 눈을 크게 뜬 레오가 반지를 조심스럽게 주웠다.
기억 속에 있는 반지였다.
“루나의 반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