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53)
653.
“뭐야? 무슨 일이야?”
“연병장 가운데 왜 레오 선배님이랑 시아 선배님이……?”
“혹시 두 분 대련을 하시려는 건가?”
1학년들이 흥분된 목소리로 연병장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레오 플로브가 싸우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1학년 때 이미 루메른의 학생회장 자리에 오르고 2학년 때는 영웅의 자리에 오른 레오는 이미 전설적인 존재였다.
말 그대로 하늘 같은 선배들 중에서도 차원이 다른 존재.
그런 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잔뜩 흥분된 1학년들이었다.
한편 2학년들은 조금 놀란 눈으로 레오와 첸 시아를 번갈아 보았다.
이미 어제 시험에서 첸 시아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낀 2학년들이다.
“나 어젯밤에 시아 선배님 나오는 악몽 꿨다니까.”
“으으…… 나는 불 꺼진 복도를 가려는데 무서울 정도였어.”
아직 잊혀지지 않았던 어둠 속의 공포를 느끼며 2학년들이 몸서리쳤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게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일 대 일로 시아 선배님이 레오 선배님을 상대할 수 있을까?”
2학년들도 안다.
레오의 실력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하물며 이곳은 어제처럼 어둠 속도 아닌 대낮.
1, 2학년들이 의문을 느끼는 사이.
가장 의아함을 느끼는 건 역시나 3학년들이었다.
“레오와 시아가 왜 갑자기 대련을 하는 거야?”
클로에가 의아한 얼굴로 셀리아와 듀란에게 다가왔다.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더군.”
“가르침?”
듀란의 말에 클로에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대련의 결과야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첸 시아가 가르침을 언급했다고 한다면 분명 이때까지 3학년들이 배우지 못한 무언가를 보여줄 생각인 게 분명했다.
“응? 무슨 일이야?”
창고 뒤에서 돌아온 첼시는 소란스러워진 연병장 분위기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오! 레오랑 시아가 대련할 모양인데! 이런 빅 이벤트를 놓칠 수야 없지!”
칼이 무언가를 주섬주섬 준비하자 엘리자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분석이라고 하려는 거야?”
“넌 칼이랑 1년이랑 기숙사를 같이해 놓고 아직 칼이라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파악 못 했나 보네.”
“뭐라고요?”
첼시의 말에 엘리자가 미간을 찌푸릴 때였다.
“팝콘 팝니다! 시원한 주스도 있습니다!”
아공간에서 매대를 준비해 구경꾼들 사이로 달려가는 칼을 보며 엘리자가 휘청거렸다.
“오오! 칼! 나 팝콘!”
“나는 주스!”
3학년들이 기다렸다는 듯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오징어 버터구이 있어?”
“당연하지!”
“역시 준비성이 철저해!”
3학년들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선배님! 저희도 부탁드려요.”
“아잉~ 조금 깎아주시면 안 돼요?”
2학년들도 익숙하다는 듯 칼에게 팝콘과 음료를 구매했다.
1학년들은 그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뻥긋거렸다.
“학생회장 대리씩이나 되는 사람이…… 노점상을 한다고?”
“어, 어제 그 칼 선배님 맞아!”
“으아아아! 뭔가 환상이 깨져!”
“어제 그 멋있던 모습은 어딜 가고……!”
몇몇 1학년들은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내질렀다.
“응? 헉! 밀리아?!”
“너 어쩌려고?”
그렇게 1학년들이 눈치만 살피고 있을 때.
신입생 기사학과 1등인 밀리아가 칼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세트 메뉴 하나 주세요.”
“옙, 알겠습니다~”
칼이 영업용 미소를 가득 담은 얼굴로 팝콘 한 컵을 밀리아에게 건넸다.
“서비스로 칼 상회에서 취급하는 물건들 카탈로그를 주실 수 있을까요?”
“엥? 그거 구독제 회원들에게만 주는 건데?”
“제가 선배님의 1학년 첫 고객이잖아요? 저 덕분에 1학년들이 칼 선배님의 물건을 사는데 저항감이 줄어들었을 텐데요?”
한쪽 눈을 찡긋하는 밀리아를 보며 칼이 헛웃음을 터트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카탈로그를 받아온 밀리아가 그걸 펼쳐 들었다.
“그건 받아서 뭐 하게?”
1학년 기사학과 학생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밀리아가 빙긋 웃었다.
“궁금해서요.”
그렇게 말하며 밀리아는 칼의 카탈로그를 펼쳐 보았다.
‘칼 선배님은 1학년 때부터 학생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판매해 왔다고 했어.’
남부 상단을 틀어쥐고 있는 롤라 상단의 후계자인 만큼 밀리아는 대륙의 자금과 자재 흐름에 대해서는 꿰뚫고 있었다.
그리고 루메른에 입학하기 전 루메른과 루메리아 시티 상권에 대해서도 자세히 조사했다.
루메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준비는 아니었다.
그냥 상인 집안의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겨 한 행동이다.
그리고 2년 전부터 루메른 내에 유통되는 포션 및 마도구 유통량에 변화가 생긴 걸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칼 이었다.
2년 만에 학생들이 소비하는 포션이나 마도구, 재료 등등.
루메른 내의 상권을 칼이 틀어쥔 것이다.
‘물건도 좋았겠지만, 수완 역시 좋으셔.’
어떤 의미에서는 무자본으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밀리아였지만 밀리아가 주목한 건 그게 아니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걸 판매한다는 건 칼 선배가 파는 품목들만 파악 해놓으면 어느 정도 루메른의 커리큘럼을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겠지.’
워낙 돌발 상황이 자주 일어나는 루메른이지만 그렇다고 학교 일정의 큰 틀이 바뀌는 건 아니다.
포션의 종류와 효과가 워낙 다양한 만큼 칼이 판매하는 물품을 보면 과제에 어느 정도 대비를 할 수 있다는 게 밀리아의 생각이었다.
‘물론 아무 쓸모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유비무환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작은 차이가 성적의 유무를 바꾼다.
특히나 밀리아 같은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카탈로그에서 시선을 뗀 밀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하아…… 돈을 위해 저렇게 노력하는 모습…… 정말 멋져.”
“돈을 위해서 후배들에게 아양 떠는 모습이라니! 언니는 대체 저 볼품없는 인간의 어디가 배울 점이 있다는 거야?!”
“응?”
“응?!”
밀리아는 옆에서 자신과 반대 되는 말을 하는 소환학과 1등 페레나를 바라보았다.
둘은 서로의 눈에 잠시 스파크가 튀는가 싶더니 동시에 코웃음을 쳤다.
한편 마법학과 쪽에서는 마법학과 1등인 비토가 진지한 얼굴로 팝콘과 음료수를 음미하며 열심히 메모하고 있었다.
“비토, 뭐 해?”
“칼 선배님의 팝콘과 음료수 제조법 비법을 알아내고 있다.”
“뭐? 그건 알아내서 뭐 하려고?”
“칼 선배님은 연금술의 대가. 이 팝콘에도 그 노하우가 깃들어있을 게 분명하다.”
1학년 마법학과생은 조금 전 3학년들 선배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대충 아무 데서나 적당하게 떼와서 파는 거라고 들었는데…….’
“알았다! 이건 과즙이 5%야?!”
아주 진지한 얼굴로 분석하고 있는 비토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1학년 마법학과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인지 모르게 친구를 비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멀리서 1학년들을 바라보던 아이나가 중얼거렸다.
“이상한 후배들이 들어온 것 같아.”
“저 밀리아라는 녀석. 확실히 이상해 보여. 성격도 나빠 보이고.”
“페레나 헤르긴 역시 마찬가지예요. 분명 입학식 때는 착해보였는데.”
“저 비토라는 녀석은 뭘 저렇게 진지한 얼굴로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거야? 이상한 애네.”
하비든과 샤샤와 쥬엔도 아이나의 말을 거들었다.
그 모습을 살짝 뒤에서 지켜보던 루크가 볼을 긁적였다.
“너희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
“너와 제대로 싸워 본 건 1학년 당시 학과대항전 이후 처음인가?”
“후훗. 추억이네요.”
“한참 영웅인지 그림자인지로 방황하고 있을 때였지.”
레오의 말에 첸 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새삼 격차를 느껴 보기 위해 싸우자고 한 건 아닐 거고.”
대련에 응하긴 했지만, 레오는 첸 시아가 갑자기 대련을 청한 의도가 궁금했다.
그런 레오를 보며 첸 시아가 웃었다.
“레오 도령은 분명 누군가를 가르치는 걸 잘해요.”
재앙의 시대가 끝을 고하고.
영웅의 시대가 열린 이후에도 세계의 위협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타르타로스와의 전면전.
그 대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후 비로소 진정한 평화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시대를 짊어졌던 베르키아와 어둠 속에서 베르키아를 떠받쳤던 비하르.
시작의 영웅 카일이 남긴 유산.
베르키아는 루나와 아르온의 제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가르침을 온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게 지도해 준 건 다름아닌 카일이었다.
‘아르온님은 스승으로서 뛰어나신 분은 아니었으니까.’
어때? 참 쉽지? 라며 해맑게 웃던 아르온을 떠올리며 첸 시아가 고개를 저었다.
때로는 앞에서 이끌어 주고 때로는 등 뒤에서 떠밀어 준다.
루메른의 황금 세대인 지금의 3학년이 재능을 완벽하게 개화시킨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명 레오가 활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레오라도 3학년들과 똑같이 눈높이를 맞출 수는 없다.
하물며 실전에서의 싸움이 어떤 것인지.
“언니로서, 또 누나로서. 친구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어요.”
3학년 최상위 학생들과 첸 시아의 실력은 대등하다.
실제로 첸 시아는 대련으로는 셀리아와 듀란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첸 시아의 진짜 실력은 대련이 아닌 실전에서 빛을 발했다.
영웅으로서 태어난 것이 아닌 그림자로서.
그림자의 정점에 서기 위해서 태어난 첸 시아는 일반적인 영웅 후보생들이랑 달랐다.
이미 루메른에 입학하기 전부터 배신자들을 추격하고 말살해 왔다.
경험 자체가 다르다.
하물며 몬스터가 아닌 악의를 지닌 사람을 상대하는 경험은 하늘과 땅 차이다.
실전이라면 셀리아와 듀란은 물론이고 워레든 조차 이길 수 있다.
설령 어둠이 아니라 대낮에서도.
경험의 차이란 그런 것이다.
‘레오 도령의 경험은 다른 사람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겠지.’
대영웅.
그것도 어둠 속에서 배신자들을 묻어왔던 시작의 영웅의 경험은 까마득한 심연에 가깝다.
첸 시아조차도 가늠할 수 없는 레오의 움직임을 다른 학생들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첸 시아는 자신이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실전이란 걸 알려주려고요.”
‘분명 다른 친구들은 나와는 가는 길이 다를 거야.’
영웅을 목표로 하는 첸 시아의 소망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영웅들과 같은 길을 걸을 생각은 없다.
빛이 있다면 어둠이 있는 법.
선조인 비하르가 그랬던 것처럼.
시작의 영웅인 레오가 그랬던 것처럼.
첸 시아 역시 그들이 가려는 길을 가리라 마음먹었다.
그것 역시 영웅다운 길이기에.
어둠 속에 있다고 마냥 빛에 외면받는 건 아니다.
‘레오 도령이 가르쳐 줬어.’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빛 속에 있다고 어둠을 몰라서는 안 된다.
어느 순간, 분명 악의를 가진 인간과 싸울 일이 올 것이다.
그것이 영웅을 사냥하는 히어로 헌터든.
아니면 자신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든.
‘원래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실전이 무엇인지.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이 무엇인지.
싫어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일찍 영웅이 되어야 하잖아요?”
레오가 기다리고 있다.
저곳으로 조금이라도 일찍 가기 위해서는.
차차 알게 될 것들도 미리 알 필요가 있다고 첸 시아는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었군.”
“네. 그래서 진심으로 싸우려고 해요.”
탁- 탁-!
“어?”
“잠깐…… 첸 시아의 손에 쥐어진 거…….”
“단검?”
여기저기서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첸 시아의 양손에 날카로운 두 자루의 단검이 들여 있었다.
‘……비하르의 단검이군.’
고오오오오-!
첸 시아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살기에 레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진짜 죽이려 드는 건 너무하지 않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