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54)
654.
스릉-!
레오가 검을 뽑았다.
파바밧-!
그 순간 첸 시아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채앵-!
레오는 자신의 바로 옆에서 모습을 드러낸 첸 시아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첸 시아가 이 정도로 빨랐나?’
레오의 검이 채 뽑히기도 전에 첸 시아는 레오의 목에 단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검집째 첸 시아의 공격을 막은 레오는 살기로 번뜩이는 첸 시아의 눈동자를 보고는 그대로 검에 힘을 주었다.
콱-!
검을 맞댄 채 그대로 첸 시아를 힘으로 압박했다.
키기기기긱-!
첸 시아가 단검을 교차해 레오의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오의 검을 막을 수는 없었다.
레오의 목을 노렸던 자세에서 그대로 오히려 레오에게 짓눌리는 자세로 변했다.
쩌적-!
첸 시아가 딛고 있던 땅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후왕! 콰가가가가강!
순간 레오의 검이 바닥을 후려갈겼다.
“어엇!”
“첸 시아?!”
레오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첸 시아가 그대로 당했다고 생각한 3학년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자욱하게 일어난 먼지 속을 보며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레오의 힘을 흘려버린 첸 시아가 바닥에 밀착해 있었다.
사선으로 휘둘러진 레오의 검이 첸 시아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쉬익-!
바닥에 붙어서 레오를 올려다보던 첸 시아가 몸을 튕겨 레오와 거리를 좁혔다.
스각-!
레오를 향해 손에 쥐어진 단검을 투척했다.
휘리릭-!
단검이 회전하며 레오의 급소를 노렸다.
레오가 최소한의 동작으로 단검을 피했다.
첸 시아가 순식간에 레오의 품으로 파고들어 가슴팍에 손을 댔다.
퍼엉-!
지근거리에서 물의 오러가 폭발했다.
무시무시한 수압이 레오를 덮쳤다.
하지만 레오는 별 충격이 없는 듯 첸 시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버티신 건가!? 시아 선배님의 공격을?”
하비든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치자 듀란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니. 똑같은 물의 오러로 상쇄시킨 거다.”
레오 역시 첸 시아의 공격에 대응하며 물의 오러를 폭발시킨 것이다.
레오가 자신의 목을 틀어쥐려 하자 첸 시아가 바닥을 박차고 거리를 벌렸다.
그와 동시에 첸 시아의 주변에 흐르던 물이 칼날처럼 변하더니 레오의 급소를 노린다.
촤악-!
레오가 커튼을 낚아채듯 물의 오러를 붙잡았다.
바위도 찢어 버릴 정도로 날카로운 물의 오러가 레오의 손에 붙잡혔다.
보글보글보글-
하지만 물의 칼날은 레오가 만든 물의 오러에 의해 상쇄되었다.
첸 시아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더욱 레오와 거리를 벌리려 했다.
그와 함께 레오의 손에 붙잡힌 물의 오러를 풀어내려는 순간.
후욱-!
“……?!”
레오가 물의 오러를 잡아당기자. 첸 시아가 레오에게 끌려갔다.
물론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첸 시아의 물의 오러가 레오의 오러에 침식당했다.
‘물의 통제권이 넘어갔어.’
자신의 의지에 따르던 오러가 자신에게 저항한다.
물의 오러는 밧줄처럼 첸 시아를 붙잡았다.
첸 시아가 밧줄에 묶인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
상대의 오러를 이용해 첸 시아를 제압한 레오가 그대로 물의 오러를 잡아당겨 휘두르더니 그대로 첸 시아를 바닥에 처박아 버렸다.
콰앙-!
연병장 바닥에 처박히는 첸 시아를 보며 1, 2학년들이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그래도 죽일 각오로 덤볐다면 나도 그에 맞춰 상대해 줘야겠지?”
레오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첸 시아 역시 이걸 각오하고 자신에게 대련을 신청한 것이리라.
‘아니, 이미 대련이 아니지.’
레오가 다시 첸 시아를 잡아당겨 그대로 반대편 바닥에 처박아 버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이미 살육전이야.’
이미 첸 시아는 진심으로 자신과 싸우고 있는 만큼 레오 역시 진심이어야 했다.
그래야 첸 시아가 보여주고 싶은 걸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그게 진심을 다해 나에게 부딪혀 오는 상대에 대한 예의야.’
레오가 첸 시아를 다시 한번 잡아당기는 순간.
파앗-!
첸 시아가 그대로 자신을 구속한 물의 밧줄을 풀어냈다.
사방으로 퍼지던 물의 파편이 일순간 바늘이 되어 레오를 향해 쏟아졌다.
파바바바바박-!
레오가 몸을 날려 공격을 피했다.
휘익-!
일순간 첸 시아의 손에서 무언가 투척 되었다.
레오가 고개를 젖혀 그걸 피했다.
탁-!
첸 시아가 바닥에 착지했다.
레오 역시 젖혔던 고개를 들었다.
주륵-
레오의 뺨에서 얇은 핏자국이 생겨났다.
“흐응.”
레오가 톡톡- 볼을 두드렸다.
“암기라. 본격적인데?”
레오의 붉은 눈이 위험스럽게 빛났다.
첸 시아는 웃으며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위로 잡아당겼다.
우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탈골되었던 왼쪽 어깨가 맞춰졌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왼쪽 팔등을 붙잡았다.
와득-!
뼈 맞추는 소리가 들렸다.
부러진 왼쪽 팔등 뼈의 근육을 오러로 자극해 고정한 것이다.
물론 엄청난 격통이 몰려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통증에 움직임이 무뎌질 정도로 첸 시아는 나약하지도 호락호락한 삶을 살아 오지도 않았다.
“거친 건 싫은데요.”
“네가 거칠어지게 만들었잖아?”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런 레오를 보며 첸 시아가 단검을 고쳐 쥐었다.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셀리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레오는 진심이야.’
셀리아가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두 사람의 싸움을 보며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벌이고 있는 것이 위험천만한 극한의 살육전이라는 걸.
죽음을 수도 없이 경험했던 자들만이 경험한 한계 끝에서의 싸움.
작은 실수가 죽음으로 직결되는 아슬아슬한 전투.
‘나는 저 정도로 진심으로 싸우는 레오를 상대로 시아처럼 버틸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첸 시아가 자신들에게 무얼 말하려는지 단번에 이해했다.
‘이게 진짜 싸움.’
첸 시아가 되었든 레오가 되었든.
앞으로 자신들이 싸워야 할 적들은 저 영역에 서 있을 게 분명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종이 한 장 차이지만 그 종이 한 장 차이는 컸다.
듀란 역시 그걸 느꼈기에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듀란 뿐만 아니다.
클로에와 첼시, 아바드는 물론이고 워레든과 엘리자까지.
다른 이들이 레오를 주목하고 있을 때 그들은 첸 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단 한 번도 첸 시아가 진짜로 싸우는 모습을 본 적 없었어.’
경쟁자라고 생각했던 첸 시아조차 실전에서의 진짜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
곁에 있다고 생각했던 이가 사실 한발자국 앞에 서 있었다.
‘이건 단순히 가르침이 아니잖아.’
셀리아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는 누구보다 먼저 레오 도령의 등 뒤에 서겠어요.’
지금 이 싸움은 경쟁자들에게 던지는 도발이었다.
지난 2년 동안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했던 이의 선전포고에 정신이 확 들었다.
첸 시아의 싸움이 3학년들에게 충격을 주는 사이.
검을 쥔 첸 시아가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슬슬 끝내야겠지.’
첸 시아가 진심으로 자신에게 살의를 내뿜을 수 있는 이유는 까마득한 실력 차가 있기 때문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선 상태에서도 첸 시아의 최선은 레오의 뺨에 작은 생채기를 입히는 것.
그게 첸 시아의 최선이었다.
이 이상 싸움을 지속하면 첸 시아가 진짜 위험해진다.
‘다음 한 방으로 끝내야겠군.’
이미 첸 시아의 움직임은 레오의 예상 범위 안.
싸움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화악-!
첸 시아의 몸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레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검은 아지랑이.
마치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 같아.
‘이건……!’
레오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완벽하게 첸 시아의 존재를 놓치고 말았다.
만약 이 기술이 레오가 모르는 기술이었다면 대응이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레오가 뒤를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
원래라면 주먹을 휘둘러야 했다.
그러나 그랬다가는 정말로 첸 시아의 목숨이 위험했다.
시종일관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첸 시아를 상대했던 레오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첸 시아의 움직임에 레오는 진심으로 반응 했다.
퍼엉-!
레오의 손바닥이 첸 시아의 가슴팍을 후려갈겼다.
첸 시아는 그대로 연병장 바깥으로 튕겨 나가 운동장 벽에 부딪히기 직전.
화악-!
아인의 부교수 클라리아가 첸 시아를 부드럽게 품에 앉더니 바닥에 착지했다.
사뿐-!
“기사학과 규정상 목숨을 건 싸움은 금지일 텐데.”
아인이 연병장 가운데로 모습을 드러냈다.
“학생회장이라고 모든 게 용서 받는 건 아니야. 게다가 방금 전. 너 진짜 진심이었지?”
“죄송합니다.”
“후우…… 일단 너와 첸 시아는 벌로 일주일간 화장실 청소다. 당연히 벌점도 부여한다.”
“예.”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는 레오를 보며 아인이 말했다.
“우선 첸 시아와 양호실에 다녀오도록.”
레오 곁으로 다가온 클레리아가 첸 시아를 건넸다.
의식을 잃은 첸 시아를 품에 안은 레오가 양호실로 향했다.
“조금 약한 게 아닐까요?”
클레리아의 말에 아인이 피식 웃었다.
“레오나 시아나 혈기 때문에 사고를 칠 바보들은 아니야.”
단순히 개인의 원한이나 호승심 때문에 일을 벌였다면 화장실 청소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반성실로 잡혀갔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싸움은 다른 이들에게 자극이 되었다.
“필요한 싸움이었다고 생각한다.”
생각에 잠긴 3학년 탑들을 바라보며 아인이 힐끗 레오를 바라보았다.
“레오 녀석에게도 말이야.”
“레오 학생에게도요?”
“그래.”
클레리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은 짐이 한결 가벼워졌을 테니까.”
***
양호실에 도착한 레오가 첸 시아를 침대에 눕혔다.
정신을 차린 첸 시아가 눈을 떴다.
“어땠어요? 레오 도령?”
“……어떻게 사용한 거야?”
“일전에 선조님이 제 몸에 빙의 하신 적이 있었잖아요. 그때 선조님의 움직임을 기억해 두고 계속 연습했었어요.”
조금 전 첸 시아가 보여준 보법은 비하르의 보법이었다.
무색무취로 움직이는 비하르의 오러 스킬.
카일 조차도 사용하지 못했던 비하르의 비전 기술.
“……이제 어린애 취급도 못 하겠군.”
“그럼요, 전 올해 19살이니까요. 이제 어엿한 어른인걸요? 앞으로 어른으로 대해주세요.”
“그래도 이건 너무 하지 않냐? 진짜 찌르는 건 너무 했는데.”
레오가 자신의 등 뒤를 가리켰다.
레오가 첸 시아의 움직임을 놓친 찰나의 순간.
첸 시아가 쥔 비하르의 단검은 아주 살짝, 레오의 등을 찔렀다.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피가 살짝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상처, 평생 남겨주세요.”
“왜? 난 새삼 흉터를 몸에 새겨서 발전할 나이는 아닌데?”
“그건 증표예요.”
“증표?”
“네, 평생동안 내가 레오 도령 뒤에 서 있겠다는 증표. 내가 그 자리를 선점했다는 증거죠.”
첸 시아가 즐겁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부터 레오 도령의 등 뒤는 오직 나만 설 수 있는 자리에요. 누구에게도 양보 못 해요.”
마치 자기 물건에 이름을 쓴 것처럼 말하는 첸 시아를 보며 레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레오 도령의 등에 처음으로 칼자국을 세긴 게 나니까 그 정도 자격은 충분히 있잖아요?”
“그래, 마음대로 해라.”
레오의 말에 첸 시아가 환하게 웃었다.
그런 첸 시아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럼 상을 줘야겠지?”
“상이요?”
“그래. 눈 감아 볼래?”
첸 시아는 눈을 감았다.
묘한 두근거림을 느낄 때.
이마를 무언가가 찍었다.
“무슨?”
첸 시아가 당황한 얼굴로 이마를 문지르더니 물의 오러를 이용해 수경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마에 찍힌 [참 잘했어요.] 도장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상이란 게 이 유치한 도장인가요?”
“그럼 뭘 바란 건데? 애 한테 참 잘했어요 도장이면 충분하지.”
“이제 전 어른이라고 했잖아요?”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아직 애라는 증거야.”
첸 시아의 이마를 토닥여 준 레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럼 치료 잘 받아. 난 수업 들으러 갈 테니까.”
태연하게 양호실을 떠나는 레오의 뒷모습을 보며 첸 시아가 한숨을 푹 쉬었다.
‘좀 겉모습이 어른스러워지면 어린애 취급을 안 하시려나?’
***
깊은 밤.
대륙 동북부 끝자락.
그곳은 오래전 타르타로스와의 침공 끝에 빼앗긴 드워프들의 터전이었다.
“모두 뛰어! 어서!”
그워어어어어어-!
마수의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사대를 이끄는 드워프 영웅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최근 이 지역에서 영웅 던전의 출몰 징후가 포작되었기에 타르타로스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드워프들은 조사대를 파견했다.
폭주한 영웅 던전이라면 세계를 침식하기 전에 공략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설령 타르타로스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조사대는 전멸의 위기를 맞이했다.
이 주변 일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대규모 기간테스 부대들과 조우했기 때문이다.
그것만 보더라도 이곳에 폭주한 영웅 던전이 발생한 것이 분명했다.
그의 임무는 목숨을 걸고 이 사실을 외부에 전하는 것이었다.
“얼마 안 있으면 선조님들이 사용했던 요새가 있다! 그곳에서 항전한다!”
드워프 영웅이 파티원들을 다독였다.
하지만 드워프 영웅의 얼굴에는 절망감이 깃들어 있었다.
그 요새는 이미 폐허가 된 지 오래.
요새의 기능 역시 잃은지 오래였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야 한다! 어떻게든 이 사실을 데미안에 전해야해!’
이를 악문 드워프 영웅과 파티원들은 자신들이 이미 죽음 목숨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의 상황만이라도 전해야 했다.
하지만 기간테스 부대는 그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요새에 다가갈수록 기간테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어둠 속에서 미쳐 날뛰는 기간테스들은 드워프들은 무참하게 유린했다.
“대장님! 대장님이라도 어서!”
“펠로른!”
부관의 죽음에 드워프 영웅 노렌이 비명을 내질렀다.
살육의 현장이었다.
“고고한 데미안이시여! 위대한 드웨노시여! 제발 저희가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시옵소서!”
노렌이 위대한 선대 영웅들에게 기도했다.
곧 해가 뜬다.
해가 뜨면 마수인 기간테스의 힘이 약해지고 요새까지 갈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최소한 내 사명은 다할 수 있…….’
시간을 확인하며 노렌은 동이 트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리고 동이 트는 순간.
“…….”
털썩-
노렌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 주저 앉았다.
검붉은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는 별빛의 밤하늘을 몰아내고 있다.
회색의 아침이 다가온다.
그것이 무엇인지 노렌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영웅의 자리에 오르기 훨씬 전.
아주아주 어렸을 때부터 읽어온 영웅담 속의 하늘.
“재앙의…… 시대?”
상황 조차 인지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저 태양이 절망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검붉은 태양의 등장에 드워프들이 전의를 상실하고 절망했다.
그들이 가까스로 요새 주변에 다다른 것 조차 잊어먹은 그 순간.
콰가가가강-!
포격 소리가 울려퍼졌다.
퍼버버벅!
그워어어어어어!
카아아아악!
마법 대포에 포격 당한 기간테스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흠칫한 드워프들의 시선이 포격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폐허가 아닌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거대한 요새를.
그 모습을 본 노렌이 입을 쩍 벌렸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경악하는 노렌의 시선에 요새의 성벽 위에 서 있는 한 명의 드워프가 보였다.
황금색 불꽃을 온몸에 휘감은 그 늠름한 모습에 노렌의 눈이 크게 뜨였다.
“신의…… 대장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