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59)
659.
데미안의 교장, 게르윈은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앞에는 수인과 드워프가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똑똑-
잠시 후, 작은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데미안의 교수가 문을 열고 들어와 게르윈에게 인사했다.
“교장 선생님. 루메른의 사람들이 도착했습니다.”
“안으로 들라 하게.”
찻잔을 내려놓은 게르윈의 말에 문이 열리고 일곱 명의 사람이 도착했다.
선두에 선 작은 체구의 여인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게르윈님. 루메른의 소환학과 소속 교수, 아르티안 니에르라고 합니다.”
“어서 오시게. 아르티안 교수.”
자리에서 일어난 게르윈이 껄껄 웃으며 반갑게 아르티안을 맞이했다.
인사를 나눈 게르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르티안의 뒤에 있는 이들에게 말했다.
“반갑네. 레오 플로브. 그리고…….”
게르윈의 시선이 칼에게 머물렀다.
“시작을 준비하는 자.”
“저, 게르윈님.”
“왜 부르나, 시작을 준비하는 자.”
“그…… 왜 저는 이름이 아닌 이명으로 부르시나요?”
조심스럽게 묻는 칼을 보며 아르티안이 빙긋 웃었다.
“영웅은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니까요. 히어로 레코드에 기록된 이명은 말 그대로 영웅으로서의 증표. 그런 만큼 공식 석상에서는 히어로 레코드에 기록된 이름으로 부르는 게 예의랍니다. 레오 학생의 경우 안타깝게도 이명이 없어 이름으로 부르신 거지만요.”
“그것도 몰랐어?”
일리아나가 한심하다는 듯 말하자 칼이 혀를 찼다.
“내가 영웅을 공식 석상에서 만나 볼 일이 있을 리가 있냐?”
“허허. 사실 처음에는 다들 어색해한다네. 하지만 차차 익숙해지겠지.”
“할아버지, 아르는 전혀 어색해하는 기색이 없는데요?”
상황을 지켜보던 드리아나가 끼어들자. 아르가 팔짱을 끼고 꼬리를 바짝 세웠다.
“후후훗! 아조니아의 학생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단 말씀! 그리고 용자의 의지를 잇는 자! 이 얼마나 좋은 울림이야?”
스스로 이명을 되뇌어 본 아르가 감탄했다.
“진짜 나에게 어울리는 이명 아니야?!”
“나는 가끔 자네의 그 끝 없는 자신감이 부럽네.”
보통 대단한 위업을 이룬 이의 후계자가 된다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어떠한 일을 하든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이 선대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하물며 아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대영웅 용자 아르온의 후계자다.
드리아나의 경우에도 아르처럼 아직 공식적으로 드웨노의 후계자라고 인정받은 건 아니지만 굉장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그 부담감에 짓눌린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마냥 자신감에 차 있는 아르를 보면 대단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정신력이 대단한 건가?”
“드리아나, 넌 정신력이 나약하구나? 이 언니를 보고 좀 배워.”
아하하! 웃으며 자신의 머리를 토닥이는 아르를 보며 드리아나가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음. 짐승이라 생각이 없는 건가?”
“뭐얏!”
아르가 눈을 치켜떴지만 드리아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검은 토끼도 카일님의 후계자지만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다고! 그러니 네가 정신력이 약한 거야!”
아르가 레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말에 칼과 첼시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야 레오 오빠는.’
‘카일 본인이니까.’
“떠들썩해서 좋군.”
게르윈이 껄껄 웃으며 루메른 학생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레오 일행은 아르와 드리아나가 앉아 있던 소파에 같이 앉았다.
그리고 테이블 가운데 있는 물건을 보고는 멈칫했다.
“이건…… 브레이브가 아닙니까?”
부러진 검의 정체를 알아본 듀란이 감탄했다.
그에 게르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용자의 의지를 잇는 자가 아르온님께 물려받은 검이지.”
게르윈이 조금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런 게르윈의 반응에 검을 자세히 살핀 레오가 말했다.
“망가지고 있군요.”
그 말에 아르가 귀를 축 늘어트렸다.
“맞아, 검은 토끼.”
현재 브레이브의 상태는 에레보스와의 일전 직후.
아르온이 숨을 거두기 전의 상태였다.
아르온이 현세에 돌아온 시점이 죽기 직전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검을 받은 이후에도 아르는 몇 번의 전투에서 브레이브를 사용했다.
이미 수명이 다한 검.
그랬기에 아무리 드웨노가 만든 걸작 중 하나라 할지라도 조금씩 망가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검을 고칠 수 없을까, 상의를 하고 있었네.”
게르윈은 현존하는 무구 장인 중 최고의 능력을 자랑하는 이다.
그런 만큼 아르는 게르윈에게 브레이브의 수리를 부탁한 것이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불가능하군요.”
“그렇네.”
게르윈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기 복원에는 그 무구와 사용된 똑같은 재료가 필요하다네. 드웨노님께서 만드신 무구에는 대부분 드웨노님께서 특별하게 제조하신 금속이 들어가네. 그 금속을 만들지 않는 이상 수리는 불가능하지. 설령 수리한다고 해도 그건 모습만 같을 뿐. 브레이브라고 할 수 없네.”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 게르윈을 보며 엘리자가 말했다.
“칼, 네가 계승한 드웨노님의 연금서에 무구에 사용되는 금속 연금법은 없어?”
그 말에 순간 모든 이들의 기대 어린 시선이 칼에게 향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에 관해 문의를 하려고 했었네. 시작을 준비하는 자.”
게르윈의 눈이 반짝였다.
“칼 학생. 혹시 드웨노님의 연금서에 금속 제조 기술도 들어있나요?”
아르티안도 기대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안타깝게도 드웨노님의 연금서에 기록된 금속은 조각상을 만들 때 필요한 금속뿐이었습니다.”
“조각상에 필요한 금속이라…….”
“그러면 아니겠네요.”
“그렇지. 조각상에 쓰이는 금속과 무구에 쓰이는 금속은 다를 테니.”
게르윈과 아르티안이 실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무슨 금속이라고?”
하지만 드리아나는 눈을 번쩍 떴다.
“조각상 재료로 쓰이는 금속.”
“그거일지도 모르네!”
드리아나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드웨노님이 대장장이 이전에 어떤 분이셨는지 기억 안 나나?!”
“너랑 다르게 훌륭한 예술가셨지.”
“나랑 다르다니! 나 역시 엄연히 훌륭한 예술…….”
“그건 아니야.”
“예술을 모독하지 마.”
칼과 아르가 동시에 드리아나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에 드리아나가 삐죽- 입술을 내밀었다.
“확실히 가능성 있긴 한데…….”
칼이 팔짱을 끼고 슬쩍 레오를 바라보았다.
칼과 마주친 레오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켁! 실화냐!’
그렇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왜 그걸 이제야 알려주는 거야?’
경악한 표정을 짓던 칼은 이내 무언가를 떠올리고 납득을 했다.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위험하겠네.’
칼의 생각대로였다.
레오는 드웨노의 연금서를 보고 해당 금속이 드웨노가 무구 제작에 사용하던 금속이란 걸 눈치챘다.
그런데도 칼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는 칼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드웨노 녀석의 무구 제작법의 기초니까.’
신기라 불리는 드웨노의 무구.
물론 해당 금속으로 무구를 만든다고 해도 드웨노와 같은 무구를 만들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하지만 그래도 기존이 생산되는 무구보다 강력한 무구를 만들 수는 있다.
‘게다가 칼을 노리게 되는 건 강력한 무구를 원하는 세력뿐만이 아닐 거야.’
그들이 단순히 칼을 납치하려 한다면.
칼을 아예 죽이려 들이들도 있다.
‘타르타로스.’
다른 누구도 아닌 드웨노의 무구다.
타르타로스 입장에서는 신을 죽인 무구 제조 기술인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칼을 죽이려 들 게 분명했다.
게르윈 역시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는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야기는 당분간 모두 함구하도록 하게.”
그 말에 교장실에 있는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제조법이 있으니 만들 수 있겠나?”
게르윈의 물음에 칼이 볼을 긁적였다.
“사실 만드는 것도 쉽지는 않아요.”
“왜인가?”
“금속을 만들 때 필요한 게 드웨노님의 불꽃이거든요.”
“그거라면 레오가 있지 않나?”
드리아나가 눈을 반짝이며 레오를 바라보았다.
그에 레오가 말했다.
“아마 내 몸은 드웨노의 불꽃을 감당할 수 없을 거야.”
드웨노가 망치를 휘두를 때의 화력을 내뿜는 건 가능해도 그 화력을 버틸 수는 없다.
“결정적으로 난 망치질에 소질이 없거든.”
그렇게 말한 레오가 드리아나를 바라보았다.
“……? 날 왜 바라보나?”
“드웨노의 불꽃을 한 번 다뤄 볼래?”
“뭐? 그게 가능한가?!”
드리아나가 눈을 크게 떴다.
“용광로 역할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 같거든. 물론 그 불꽃을 버티고 다루는 건 온전히 네 역할이지만.”
“하겠네! 드워프로서 대단한 영광이지!”
“하겠다는 거지?”
“물론이지!”
“좋아. 그럼 오늘부터 훈련을 시작하면 되겠군.”
“응! 좋아!”
드리아나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무 기쁜 나머지 드웨노의 말투를 따라 하는 것도 잊은 채 원래 말투를 사용할 정도였다.
“좋아, 그러면 브레이브의 복원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잠시 쉬었다가 임무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아, 그러면 저와 칼 학생은 학생들에게 돌아가 보겠습니다.”
데미안에 왔다는 보고를 위해 교장실을 방문한 아르티안과 칼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허허. 가기 전에 차 한잔이라도 들고 가게.”
“아, 그렇다면 차 한잔하고 가겠습니다.”
게르윈의 말에 아르티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잠시 티타임이 시작 되었다.
“야, 레오.”
“왜.”
“너 갈수록 사기 치는 게 능숙해지는 것 같다?”
칼의 말에 레오가 피식 웃었다.
“난 그 사기꾼 도마뱀 따라가려면 멀었어,”
‘대체 리시나스님은 얼마나 사기를 잘 치시길래 레오가 이러는 걸까?’
속으로 생각하며 칼은 측은한 얼굴로 드리아나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2학년들은 데미안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워프 게이트를 타고 어디로 가던데?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첼시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작년에 데미안 아카데미에서 스미스 계약을 진행했던 첼시로서는 오자마자 다른 곳으로 이동한 2학년들의 행방이 궁금했다.
“그거?”
칼이 차를 홀짝이며 빙긋 웃었다.
“광산으로 보냈어.”
“엥? 광산.”
“응.”
***
“아니!”
콱-!
“대체! 왜!”
콱! 콱!
“마법사인! 내가! 이렇게!”
콱! 콱! 콱!
“광산에서 곡괭이 질을 하고 있어야 하냐고!”
콱-!
“오오오오! 굉장해!”
“쟤 진짜 마법사 맞아?”
“저런 무식함이라니!”
“방금 어떤 자식이야! 무식하다고 한 녀석! 곡괭이로 머리를 찍어 버리겠어!”
쥬엔이 눈을 치켜뜨며 데미안 학생들을 향해 곡괭이를 마구 휘둘렀다.
그런 쥬엔을 보며 루크가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쥬엔. 이번 스미스 전속 계약에 쓰일 무구의 재료는 본인이 직접 구해야 한다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콱-! 콱-! 콱-!
“아이나 좀 봐!”
“쌍 곡괭이질을 하고 있어!”
“질 수 없군.”
“헉! 하비든도!”
“기사학과…… 너희는 아주 살판 났구나?”
쥬엔이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쥬엔. 놀지 말고 일하세요.”
“아니! 황녀인 넌 또 왜 신나서 그렇게 열심히인 거야!”
“노동의 고결함을 깨닫고 있어요. 내가 다스릴 백성들의 삶을 체험하는 아주 중요한 공부라고 생각해요!”
“아니! 왜 우리가 이런 막노동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안 가?”
“……? 딱히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샤샤를 보며 쥬엔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이상한 건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