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62)
662.
아르티안의 말에 레오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영령이요?”
“네. 짐작 가는 바가 있으세요?”
영령.
오래전 죽었던 영웅이 영령술사에 의해 소환된 자를 의미한다.
하지만 영령이 영혼인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는 마나에 남은 기억의 파편.
마나란 자연에 흐르는 힘이다.
그리고 살아생전 강한 힘과 의지를 지녔던 존재일수록 마나에 자신의 자취를 깊게 남길 수 있다.
영령술은 그러한 마나에 새겨진 영웅의 살아생전의 기억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영웅 중 현세에 강한 미련을 가진 이들이 영령으로 현세에 소환된다.
‘루나 역시 그렇게 현세로 올 수 있었지.’
다만 루나가 영령으로서 현세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는 코메테스라는 매개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단한 존재라도 50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 마나에 남았던 존재감이 사라지기 마련이니까.’
영웅의 세계 공략 보상과 레오의 영력에 반응하여 루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영령으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리시나스 역시 영령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겠지.’
일전에 리시나스의 세계를 공략하고 레오는 리시나스의 마나를 계승했다.
‘그때 나는 리시나스의 영령과 만났어.’
리시나스 세계가 사라져 가던 마지막 순간.
영웅의 세계 속 어리석은 자는 레오의 마나에 희미하게 깃들어 있던 지혜의 왕과 만났다.
그리고 미래의 자신의 기억을 계승한 채 레오 앞에 섰었다.
그때 리시나스의 마나가 레오의 마나에 흔적을 남겼다면.
‘리시나스의 영령이 내 주변에 남아도 이상할 건 없어.’
게다가…….
‘첼시는 나이트메어에서 만난 리시나스가 못생겼다는 말을 듣고 화를 냈다고 했지.’
그때부터 자신에게 깃들었을지 모를 리시나스의 존재를 의심하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 아르티안의 말을 듣고 확신하게 되었다.
‘리시나스는 영령 상태로 내가 계승 녀석의 마나에 깃들어 있어.’
주먹을 꾹 쥔 레오가 아르티안을 바라보았다.
“짐작 가는 바가 있습니다.”
“역시.”
“혹시 그 영령을 소환할 수 있으실까요?”
아르티안은 굉장한 능력을 지닌 영령술사다.
영령의 존재를 느꼈다면 소환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레오의 물음에 아르티안이 곤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힘들어요.”
“어째서요?”
“레오 학생이 가진 본래의 힘에 깃든 영령이라면 소환까지 가능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레오 학생 주변에서 느껴지는 영령의 존재감은 굉장히 희미하답니다.”
“희미하다?”
“네. 마치 레오 학생에게 깃든 영령이 아닌 것처럼요. 이렇게 존재감이 희미한 경우라면 레오 학생의 마나가 아닌 영웅의 세계 공략 보상에 깃든 영령인 경우가 많아요.”
“제 공략 보상에 깃든 영령이요?”
“예. 하지만 그래서 이상하답니다. 분명 느낌은 계승을 통해 얻은 영령과 비슷한데 이 영령의 감정이 향하는 대상은 분명 레오 학생이거든요. 으음.”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민하던 아르티안이 손뼉을 쳤다.
“아. 혹시 레오 학생이 계승한 영웅의 힘 중에 영령술이 있나요?”
그 말에 레오는 놀랐다.
‘그런 것까지 유추할 수 있어?’
“제 생각에는 레오 학생이 영령술의 힘을 손에 넣으며 발현된 영령인 것 같아요. 1학년 때는 레오 학생에게서 영령의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그 말에 레오가 빤히 아르티안을 바라보았다.
영령술사는 굉장히 드물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못 볼 정도는 아니다.
루메른 학생회장이 된 후에 레오는 몇몇 영령술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르티안처럼 자신에게 깃든 영령의 존재를 느꼈던 이는 없었다.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아르티안 교수님도 천재시네요.”
“네?”
느닷없는 말에 아르티안이 영문을 몰라 했다.
“제가 소환할 수밖에 없겠군요.”
“네. 하지만 굉장히 어려울 거예요. 레오 학생에게 영령이 깃들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각성 상태는 아니거든요. 각성 상태의 영령은 잠들어 있답니다. 게다가…….”
“게다가?”
“타고난 영령술사가 아니라면 영령술의 능력을 손에 넣었다고 해도 능력을 다루기가 굉장히 어렵답니다.”
그 말에 레오가 빤히 아르티안을 바라보았다.
“교수님.”
“네.”
“저한테 영령술을 가르쳐줄 수 있으세요?”
“레오 학생에게요?”
아르티안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말했다.
“어려울 건 없지만 영령술에 문외한이라면 늦은 밤에 배워야 할 거예요. 밤에 영령의 기운이 강해지거든요.”
“다행이네요. 제가 학생회장이라서.”
“네?”
의아한 표정을 짓던 아르티안이 환한 표정을 지었다.
“아아! 레오 학생은 독실을 사용하는군요.”
아르티안이 손뼉을 쳤다.
“후훗, 제가 밤마다 레오 학생의 기숙사 방에 가면 문제 없겠군요.”
“의욕적이시네요.”
“그럼요, 다른 누구도 아닌 레오 학생이 저에게 개인교습을 요청한 거잖아요?”
아르티안의 눈이 살짝 뜨였다.
“교수로서 레오 학생 같은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건 큰 행운이랍니다.”
“그럼 잘 부탁드려요.”
“나만 믿으세요.”
주먹으로 가슴팍을 살짝 친 아르티안이 야무진 표정을 지었다.
“제가 아는 모든 걸 레오 학생에게 가르쳐 줄게요.”
***
다음 날 아침.
“왜 저는 못 가는 건가요! 제가 부족하기 때문인가요?”
샤샤가 울상을 지으며 레오에게 물었다.
“너와 다른 애들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야. 그냥 이번 임무에 저 세 사람이 특화되었기 때문이지.”
“맞아. 샤샤. 너무 기죽을 것 없어.”
첼시 역시 샤샤를 달랬다.
“그래도 순수한 마법사는 첼시 선배님밖에 없는데…… 저는 합류할 만하지 않나요?”
옆에서 쥬엔이 분한 얼굴로 말하자 칼이 손가락으로 듀란과 엘리자를 가리켰다.
“기사학과와 소환학과지만 왕자님과 엘리자는 걸어 다니는 대형 폭탄이거든. 성격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력적으로도.”
“죽고 싶다는 걸 그런 식으로 표현할 필요는 없다만? 칼 토마스?”
“내 성격 뭐라고?”
“케게게겍!”
듀란이 싸늘하게 웃으며 물었고 엘리자는 채찍으로 칼의 목을 마구 졸랐다.
“그래도 분하네요.”
쥬엔이 주먹을 꼭 쥐며 말하자 가까스로 풀려난 칼이 목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뭐, 임무에는 특성이란 게 다 있으…….”
“훗. 선배들의 기대를 받는 것도 부담감이군요.”
“너 그런 성격이었냐? 리틀 왕자님.”
칼에게 다가와 웃는 하비든을 보며 칼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1학년 당시 듀란의 멘티였던 하비든이었기에 칼은 그를 리틀 왕자라는 칭호로 불렀다.
게다가 듀란처럼 한 나라의 후계자이기도 했다.
“웃기지 마, 하비든. 그냥 네가 기동성에 특화돼서 선택되었을 뿐이잖아!”
“남겨진 자의 질투는 추하군.”
그 말에 이마에 힘줄이 솟은 쥬엔이 칼을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칼 선배! 레오 선배님께 말해주세요! 짐짝처럼 묶어서 끌고 다녀도 좋으니 저도 데려가 달라고요!”
“그건 안 돼. 쥬엔. 짐짝은 더욱 쓸모없어.”
“캬아아아아악!”
“아이나. 쥬엔을 놀리면 어떻게 해.”
“……? 놀린 거 아닌데?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루크의 나무람에 아이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만전의 상태에서도 합류하지 못했는데 짐짝 같은 상태라면 더욱 합류해서는 안 된다.
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던 아이나였지만, 분위기 파악을 못 해준 덕분에 훌륭하게 쥬엔을 도발했다.
“훗. 짐짝이라. 어울리는군.”
“너 죽었어!”
하비든이 놀리자 쥬엔이 곡괭이를 들고 덤벼들었다.
“자자. 적당히들 해라.”
칼이 뒤에서 쥬엔의 겨드랑이를 잡아들어 올렸다.
발이 허공에 뜬 채로 쥬엔이 마구 파닥거렸다.
“선배! 놔주세요! 제가 이 곡괭이로 저 녀석 머리를 찍어서 제가 더 필요하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어요!”
“자자. 그만. 사탕 줄 테니까.”
“제가 애예요!”
“하비든. 너도 그만 놀려.”
“예.”
칼의 지적에 하비든이 깍듯이 대답하고 물러섰다.
입학 전 3대 명문 학원 출신이었던 하비든은 아직 루메른에 입학하기 전 루메른에 온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칼을 평민이라고 무시했지만, 그 당시 칼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생각을 바꿔 먹었다.
이후로 입학한 이후에도 칼을 굉장히 깍듯하게 대하는 하비든이었다.
자신에게 받은 사탕을 입에 문 쥬엔을 보며 칼이 말했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마. 다시 말하지만 네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니니까. 샤샤, 너도 마찬가지고.”
“……네.”
“알겠어요.”
후배들을 진정시키고 돌아온 칼을 보며 엘리자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학과를 따지지 않고 후배들이 잘 따르네.”
“훗. 인망이 좋아서 아니겠어?”
“확실히 넌 후배들 사이에서 인망이 좋지.”
“잉?”
긍정하는 엘리자를 보며 칼이 당황했다.
엘리자였다면 후배들을 진정시키는 게 훨씬 쉬웠을 것이다.
그냥 카리스마로 억누르면 된다.
하지만 칼은 말 그대로 순수하게 후배들을 달래가며 진정시켰다.
“뭐, 물러 터진 너한테는 딱 좋은 방법이지만.”
“다행이다.”
“……? 뭐가?”
“웬일로 칭찬을 하길래. 난 네가 어디 아픈 줄 알았어.”
팍-!
“레오! 살려 줘!”
채찍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엘리자를 보며 칼이 냉큼 레오에게 도망쳤다.
드리아나는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뭘 또 그리 보고 있어?”
“이 파티에서 훌륭한 모델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절대 못 구할걸?”
아르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준비가 끝난 걸 확인한 레오가 말했다.
“그럼 출발하자.”
*
타르타로스의 영역에 들어선 레오 일행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르타로스의 영역 초입 부분은 분쟁 관계의 국경선과 비슷했다.
분명 타르타로스의 영역이긴 했지만, 세계에서도 탈환을 위해 계속해서 전투가 벌어지는 곳.
최근 동부 전선에서 타르타로스와 무력 충돌은 없었지만, 대륙 동부의 최대 세력인 데미안과 샨에서는 꾸준히 주변 일대의 마족과 마물, 마수들을 토벌했다.
즉, 상대적으로 초입에는 적들의 숫자가 적었다.
“우리가 정찰한 구역에 무수히 많은 기간테스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특별한 경우야.”
“특별한 경우라고?”
“그래. 밀집 지대지.”
레오가 이틀간의 전투를 떠올리며 말했다.
“타르타로스의 영역 전체에 그렇게 마물이 많다면 이 세계면 애초에 멸망했을 거야.”
레오의 말을 듣고 아르티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 학생의 말이 맞아요. 아무리 타르타로스 영역 깊숙한 곳이라도 그 정도 숫자의 몬스터와 마물을 항상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가령 그 주변에 영웅 던전의 입구가 있다던가.”
“결국 다시 그쪽으로 가야 한다는 소리군요.”
“맞아.”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일행이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이동했다.
이미 주변 일대의 지형과 상황에 대한 파악은 끝난 상황이었기에 일행이 움직이는 건 매우 빨랐다.
잠시 후.
기간테스 출몰 지역에 도착한 레오가 미간을 좁혔다.
“응? 뭐야? 그 많던 기간테스들이 어디 간 거야?”
일리아나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일전에 확인했던 엄청난 수의 기간테스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르티안은 지도를 확인하며 말했다.
“원래는 이 주변 일대도 마물이나 마수를 찾아볼 수 없는 안전지대이기는 해요.”
하지만 영웅 던전의 발생이라는 명확한 이상 사태가 발생한 지금은 위험지대라 불리기 손색이 없었다.
하늘 위에서 정찰을 하던 엘리자와 칼이 지상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기간테스들이 대규모 이동을 한 것 같은데?”
“대규모 이동?”
“그래. 이동 흔적이 보여.”
거대한 괴물인 기간테스가 대규모로 이동했다면 확실히 그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흔적을 따라가야겠…….”
쿠구구구구구구궁-!
주변 일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경계 태세를 취했다.
콰드드득-! 콰가강-!
이윽고 레오의 앞에 거대한 팔이 치솟았다.
“그오오오오오오!”
“뭐야? 저 괴물은?!”
칼이 기겁하며 땅에서 솟아오른 마족을 바라보았다.
심상치 않은 흑마력을 내뿜는 거대한 마족을 바라보며 레오가 중얼거렸다.
“기간토.”
“레오 오빠, 아는 마족이야?!”
“거인왕 기아스의 오른팔이었던 대마족이야.”
레오가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재미있네.”
“뭐가?”
당황하는 첼시를 보며 레오가 호전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죽인 마족을 또 죽인다는 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