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69)
669.
이튿날 아침.
침낭 속에서 잠을 청하던 아르가 본능적으로 코를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눈을 번쩍 뜬 아르가 괴성을 내지르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우야아악!”
괴성을 내지른 아르가 침낭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몸을 꿈틀거렸다.
“무슨 일 생겼어?”
아르 옆에서 자던 일리아나가 부스스한 얼굴로 물었다.
“맛있는 냄새가 나!”
탐색을 시작한 후 육포와 빵 같은 간편식으로 식사를 대체했었다.
그런 만큼 아르는 제대로 된 식사에 대한 열망이 절실했다.
“너희는 안 가?”
“반장이 마음껏 자도 된다고 했어. 난 잠이 먼저야.”
일리아나가 침낭 속으로 파고들었다.
다른 여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인지 꿈쩍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탐색 기간 동안 잠을 최소화하고 움직였다.
영웅 후보생들 모두가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소유하고 있는 만큼 이틀 정도 잠을 못 잔 정도로 피로에 찌들거나 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푹 잘 수 있을 때 자고 싶은 것은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욕망이었다.
“게으른 녀석들!”
“누구 보고 게으르단 거야. 먹보 고양이가.”
“내버려 두게. 짐승이지 않은가.”
일리아나가 툴툴거림에 드리아나가 맞장구를 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르는 텐트 밖으로 나갔다.
“아르가 저렇게 떠드는데 이 셋은 잘만 자네.”
일리아나는 침낭 속에서 눈을 감고 곤히 자는 첼시와 엘리자, 아이나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더니 기회라는 듯 작게 중얼거렸다.
“첼시랑 엘리자. 둔탱이 바보들. 성격 파탄자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첼시와 엘리자가 침낭 속에서 손을 내밀었다.
첼시의 손은 펼쳐진 상태였고 엘리자의 손은 주먹이 쥐어진 상태였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엘리자가 신경질적인 얼굴로 침낭에서 나와 주먹을 쥔 채 일리아나에게 다가갔다.
“자, 잠깐! 너희들에게 한 아니…… 아아악!”
일리아나를 응징한 엘리자가 침낭 속으로 돌아갔다.
그때 아르가 텐트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침낭째로 드리아나와 일리아나를 옆구리에 끼더니 텐트 바깥으로 나갔다.
***
“이 짐승! 내려놓지 못하겠나!”
“잠도 못 자게 이게 무슨 짓이야!”
드리아나와 일리아나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아르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두 사람을 바깥으로 끌고 나와 바닥에 내팽개쳤다.
“데려왔어! 검은 토끼!”
“응, 수고했어. 자, 밥.”
“와!”
아르가 환하게 웃으며 레오가 건네는 스튜 그릇을 받아 들었다.
“역시 젊어서 그런가? 아침부터 기운들이 넘치는군.”
“와, 너 요리 잘한다.”
“헉! 드웨노님! 선생님!”
드리아나가 화들짝 놀라며 허겁지겁 침낭에서 빠져나왔다.
“억! 반장?!”
일리아나는 기겁하더니 침낭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드리아나는 그런 일리아나의 침낭 속에 손을 집어넣어 일리아나를 강제로 끌어내려고 했다.
“무슨 무례인가! 드웨노님과 선생님 앞에서!”
“잠깐! 나 침 흘린 거만 닦…… 아악! 놔! 야! 놔! 이 무식한 드워프야!”
“아하하하하하!”
엔니하가 옥신각신하는 두 소녀를 보고 배를 잡고 웃었다.
이윽고 자리에선 두 사람을 보며 엔니하가 양손의 검지와 엄지로 사각형을 만들어 보이더니 일리아나를 그 안에 넣으며 말했다.
“음~ 이렇게 보니 일리아나, 제법 비율이 좋네? 내 모델 안 할래?”
“모델이요? 당장 벗길까요?”
“이거 안 놔?! 이 변태 드워프!”
자신의 옷자락을 움켜쥐는 드리아나를 보며 일리아나가 기겁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턱을 괴었다.
‘그놈의 누드모델 타령은 이 엘프에게 배운 거였나?’
“음, 벗어주면 좋긴 하겠지만. 본인이 싫으면 어쩔 수 없잖아?”
엔니하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엔니하의 반응에 레오가 빤히 드웨노를 바라보았다.
“뭔가? 그 불쾌한 눈빛.”
의아한 드웨노의 물음에 레오가 말했다.
“내가 아는 드워프 중에 자기가 예술가라면서 바락바락 우기는 녀석이 있었거든.”
“그런데?”
“예술 타령을 하면서 누드모델이 필요하다는 헛소리를 했는데…… 결국 변태였나 싶어서.”
“그런데 왜 날 보는 거지?”
“그냥 그렇다고.”
인상을 쓰는 드웨노를 보며 레오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나저나 난 왜 끌고 나온 거야?”
“드리아나는 드웨노님이, 넌 검은 토끼가 데리고 나오라고 했어.”
“반장이? 왜?”
“별거 아니야. 일단 식사부터 좀 해야지?”
레오가 부드럽게 웃으며 친절하게 스튜를 떴다.
그에 일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스튜 그릇을 받았다.
“으음! 이거 맛있다! 내가 좋아하는 맛이야!”
“네 취향에 맞춰서 만들어봤어.”
“진짜? 반장! 내 입맛까지 기억하고 있었구나! 완전 감동이야!”
일리아나가 방방 뛰며 즐거워했다.
“이것도 먹을래?”
꼬챙이에 끼워 굽던 소시지를 그릇에 덜어주자 일리아나가 냉큼 포크로 찍어 먹었다.
그러고는 뺨을 감싸 쥐고 행복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어.”
“많이 먹어.”
“응! 응!”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르가 슬쩍- 엉덩이를 빼며 레오와 거리를 벌렸다.
‘수상해.’
아르의 눈이 가늘어졌다.
레오와 최대한 멀어지라고 그녀가 가진 야성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일리아나.”
“응! 응!”
“이번에 탐색을 할 때 보니까 듀란에게 속도가 따라잡혔더라?”
“아! 그거?”
일리아나가 별것 아니라는 듯 스튜를 먹으며 말했다.
“듀란이 워낙 독하잖아? 나한테 속도로 진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무식하게 수련을 한 것 같더라. 듀란 뿐만 아니라 첼시랑 엘리자도 이제 나랑 속도가 비등한 것 같았어.”
“흐음. 루나가 만들어 준 고유 마법 수련을 안 한 거야?”
“하긴 했는데…… 광속쾌검 속도가 빨라지기 위해서는 내 육체가 더 강해져야 하더라고.”
루나가 만들고 일리아나가 이름 붙인 고유 마법.
광속쾌검은 육신을 가속하는 마법인 만큼 사용자의 육체에 가해지는 부담도 컸다.
즉, 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강한 육체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소리였다.
“기본기 부족이라는 건가?”
“응! 그러니 시간이 다 해결 해 줄 거야! 난 성장기니까!”
아하하하! 웃은 일리아나가 포크로 소시지를 콕-! 하고 찍는 순간.
“그러니까. 방학 동안 쳐 놀았다는 거네?”
“그렇지! 어?”
태평하게 대답하던 일리아나는 순간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레오가 한 없이 친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반장이 이렇게 따뜻한 미소도 지을 줄 알았던가?’
순간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일리아나는 속 좋은 생각을 했다.
‘흐흐흐. 이렇게 웃어주니 좋네! 반장은 이제 미소년을 벗어나서 미청년 느낌까지 나니까.’
첼시가 봤다면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도망치라고 소리쳤을 표정을 보고도 일리아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쟨 위기 감지 능력이 부재중인가?’
아르가 식은땀을 흘리며 속으로 중얼거릴 때였다.
“일리아나.”
“응!”
“너는 오늘부터 나랑 특별 훈련 좀 해야겠다.”
“응! 응? 뭐라고?”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하던 일리아나의 눈이 순간 번쩍 뜨였다.
“무려 성운의 시조가 네 재능에 감탄해서 고유 마법을 만들어 줬어.”
레오의 얼굴이 표정이 사라졌다.
일리아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런데 넌 지금 그 마법을 썩히고 있어.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이건 그냥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잖아? 내가 널 사람으로 만들어 줄게.”
“나, 나 돼지 할래!”
“안 돼. 그거 먹으면 바로 훈련에 들어간다.”
“…….”
그 말에 일리아나는 덜덜 떨며 숟가락을 손에서 놨다.
최대한 늦게 수련을 시작하기 위한 꼼수였다.
“아, 다 먹었어? 그럼 시작하…….”
“아, 아직!”
일리아나가 울 것 같은 얼굴로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드리아나.”
“왜 그러나?”
“너도 내가 훈련을 시켜주려고 했는데.”
레오가 슬쩍- 드웨노를 바라보았다.
“새벽에 이 레오라는 친구와 대화를 조금 했지. 그래서 내린 결론이 자네는 내가 수련을 시키기로 했네.”
“저, 정말인가요?!”
드리아나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그래. 들어 보니 이 친구는 자네에게 강력한 불꽃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훈련 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더군. 나는 자네에게 대장장이 기술을 가르칠 생각이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나 강한 불꽃을 다룰 수 있어야 해. 들어 보니 훈련 방식이 나와 유사하길래 내가 자네를 맡기로 했지.”
드리아나가 감동 받은 표정을 지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힘차게 대답하는 드리아나를 보며 드웨노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아르가 레오에게 다가왔다.
“드웨노님은 어떤 훈련을 드리아나에게 시키려는 거야?”
“나랑 아르온이 너한테 시켰던 하울링 발성법 수련 기억나?”
“그걸 잊을 리가 있냐! 물에 넣고 물고문시켰잖아!”
“고문이라니. 엄연히 수련이었는데. 결국 봐. 물은 답을 알고 있었잖아.”
“으으.”
아르가 몸서리쳤다.
그런 아르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그 반대 버전이지.”
“뭐야! 엄청 편하잖아! 불공평해!”
아르가 발끈했다.
그런 아르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넌 행복했던 거야. 아르.”
“응?”
***
드리아나의 수련 장면을 견학하러 온 아르가 넋을 잊고 중얼거렸다.
“……뭐야, 이 지옥은?”
화르르르륵-!
“꺄아아아아아아아! 너무 뜨거워요! 드웨노님!”
“버티게! 버텨! 뜨거운 불에서 버틸수록 강철은 더욱 강해진다! 육체 역시 마찬가지다!”
“아아아악! 저 이러다 죽어요!”
“드워프는 쉽게 죽지 않네! 그러니 나오지 말고 버티게!”
커다란 화덕 속에서 드리아나가 불타고 있었다.
드웨노는 화덕에서 뛰쳐나오려는 드리아나를 다시 강제로 밀어 넣었다.
“자 이제 망치를 들어!”
“이 상황에서 망치를 어떻게 들…… 아아아악!”
드리아나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물속에 집어넣고 물고문하는거의 반대가 불 속에 집어 넣고 불고문하는 거였어?’
현재 있는 곳은 드웨노의 공방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드웨노 공방 바깥의 공터에서는…….
“아아악!”
거대한 대검을 든 골렘이 엄청난 속도로 일리아나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일리아나는 비명을 내지르며 그 공격을 가까스로 피했다.
“검은 토끼. 저거 못 피하면 어떻게 돼?”
“죽는 거지.”
팔목과 발목에 중량 마법이 걸린 족쇄를 찬 일리아나는 미친 듯이 골렘을 피해 움직이고 있었다.
레오는 그런 일리아나를 향해 소리쳤다.
“살고 싶으면 움직여!”
“야! 레오 플로브! 너 진짜 두고 봐! 히이이이익!”
평소와 달리 레오의 풀네임을 부르짖던 일리아나가 다시 골렘의 공격을 피했다.
‘저기도 지옥이네.’
아르는 식은땀을 뚝뚝 흘리며 살금살금 이곳에서 벗어나려 했다.
여기 있다가는 왜인지 모르게 자신도 지옥을 경험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르.”
아르는 뒤에서 들리는 레오의 목소리에 기겁하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이리 와봐.”
아르가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며 레오에게 다가갔다.
“브레이브를 꺼내 볼래?”
“아……!”
아르가 귀를 쫑긋하더니 허겁지겁 아공간에서 브레이브를 꺼냈다.
“드웨노.”
“응? 왜 부르나?”
드웨노가 뒤를 돌아보았다.
레오는 브레이브를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이 검, 고칠 수 있겠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