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71)
671.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아니, 그냥 집에 가고 싶어.”
“불! 싫어!”
텐트 구석에 무릎을 감싸 안은 채 멍하니 중얼거리는 일리아나와 열려 있는 텐트 입구 사이로 보이는 모닥불을 보며 기겁하는 드리아나.
그 모습을 보며 팔짱을 낀 첼시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레오 플로브가 두 사람을 데리고 아침 수련을 시켰다더군요.”
“레오 오빠가?”
엘리자의 말에 첼시가 혀를 찼다.
“그렇다면 이렇게 망가질 만도 하네. 레오 오빠의 수련이 너무하긴 하니까.”
발끝으로 일리아나를 툭툭 건드리자 일리아나가 덥석- 첼시의 교복 치마를 붙잡고 늘어졌다.
“첼시! 반장이 있지! 반장이 있지!”
“이거 놔! 치마 내려가잖아!”
첼시가 기겁하며 일리아나를 떨쳐냈다.
“반장이 날 죽이려고 했다고오오오!”
“그 정도로 안 죽어.”
“이 악마!”
텐트 입구에서 들린 목소리에 일리아나가 소리쳤다.
“기운이 넘치는 걸 보니 오후 훈련은 강도를 더 높여도 되겠는걸?”
“악마야! 반장은 악마라고!”
“언제는 레오 오빠보고 신의 대리인 같다면서.”
“그건 또 뭐야?”
레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묻자, 첼시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얘가 만든 카일님 연구 동아리 이름이 카일교거든. 이 바보가 이제는 아주 그냥 이제 사이비 교주 행세까지 하려고 해. 쇠고랑 차봐야 정신 차리지.”
“사이비라니! 카일님은 실존하셨던 분이야! 그리고 애초에 종교 아니거든?! 그냥 팬클럽이야!”
물론 레오는 자신의 팬클럽을 진짜로 종교로 착각하고 가입하려던 작자를 알고 있다.
심지어 그 작자는 전직이기는 해도 진짜 신이기도 했다.
작년 영웅의 제전 당시 카일에게 도움을 받았던 일리아나는 그날부터 시작의 영웅에게 푹 빠지게 되었다.
카일에 관련된 기록을 연구한다던가 카일 관련 상품을 모으는 등.
열성적으로 카일에 대해 알아가더니 이내 반농담 삼아 카일은 신이라고 떠받드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 와중에 카일과 같은 올 클래스인 레오를 신의 대리인이라 부른 적이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카일님과 반장은 완전 달라! 카일님은 엄청 상냥하고 온화하셨단 말이야! 악독한 반장이랑은 완전 딴판이야!”
‘내가 카일이고 내가 그때 너 구해줬다.’
일리아나의 외침에 레오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가 입을 막고 키득거리는 첼시를 발견하고 물었다.
“웃기냐?”
“으흠흠흠! 크흠흠!”
첼시가 헛기침하며 고개를 돌렸다.
“나와서 밥이나 먹어.”
그 말에 여학생들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텐트가 있는 공터 한쪽에서는 듀란이 기사학과 2학년 3인방과 대련을 하고 있었다.
번쩍-
아이나의 황금색 오러가 사방에서 듀란을 압박했다.
“빠르군.”
듀란이 롱소드를 쥐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카가가가가각-!
“……!”
아이나의 검격을 모두 튕겨낸 듀란이 곧바로 아이나의 목에 검을 찔러 넣었다.
후왁-! 채앵!
질풍과 함께 날아온 하비든이 듀란의 검을 쳐내려 했다.
‘꿈쩍도 하지 않아?’
하비든의 눈이 부릅떴다.
속도를 담은 검으로 듀란의 검을 튕겨내려 했다.
하지만 듀란의 롱소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살짝- 아이나의 목을 노리는 듀란의 검의 궤적을 아주 살짝 바꾸는 것에 그쳤다.
화악-!
그 작은 궤적의 어긋남 만으로 아이나가 공격을 피하기 충분했다.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이를 악문 하비든이 듀란과 거리를 벌리려는 순간.
번쩍-!
섬광과 동시에 듀란의 검이 벼락처럼 하비든을 향해 휘둘러졌다.
카앙-! 파지지지지지직-!
“크윽?!”
“어중간하게 물러서면 바로 먹이가 될 뿐이지.”
듀란의 말과 동시에 아이나가 하비든을 돕기 위해 듀란과 거리를 좁혔다.
파지지지지직-!
“오러 방출……!”
듀란의 몸 주변에서 휘몰아치는 번개의 오러를 본 아이나가 이를 악무는 순간.
“하아아압!”
파바바바바밧!
“루크!”
듀란이 펼친 뇌전의 폭풍 속으로 루크가 돌격했다.
“으그그그극?!”
감전된 루크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루크는 돌격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가속했다.
후왕-!
은빛 섬광이 듀란을 위협했다.
듀란이 그런 루크의 검을 피했다.
“호오? 터프한걸?”
“고맙다, 루크.”
“고맙다는 인사는 나중에!”
듀란의 오러는 셀리아와 함께 대마법에 버금갈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전에도 느꼈지만, 루크 엘다. 넌 전투 방법이 세련되지는 않았군.”
“하하, 뭐…… 아이나와 하비든에 비하면 제가 조금 막 싸우기는 하죠. 조금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게 고쳐야 하는데 말이죠.”
루크가 어색하게 웃자 듀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꼭 고칠 필요가 있나?”
“네?”
“전장에서 안전한 곳 따윈 없지만 우리가 더욱 위험한 곳에서 싸우는 건 사실이지.”
전방에서 적과 맞서 싸우며 마법사와 소환사를 위한 시간을 만드는 클래스가 기사다.
간혹 압도적인 화력을 지닌 오러를 가진 이들이 있기는 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듀란.
하지만 그렇다고 듀란이 마법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적과 숨을 맞대며 싸우는 것이 기사다. 부상을 입어 가며 싸울 필요는 없지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부상을 감수해야 하는 일 따윈 얼마든지 일어난다.”
파지지직-
듀란이 오러를 거두었다.
훈련의 끝을 의미했다.
그에 따라 2학년들도 각자의 무기를 거두었다.
“효율을 이야기했는데 효율적이란 건 상황에 따라 다르다. 때로는 내 목숨을 내놓더라도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어야 하지.”
듀란의 시선이 아이나와 하비든에게 향했다.
“확실히 넌 아이나와 하비든에 비하면 우악스럽고 거칠다. 부상 위험이 크다는 건 확실히 치명적인 단점이지. 하지만 두 사람과는 확연하게 다른 장점도 가지고 있다.”
“장점이요?”
“그래. 상대의 허를 찌른다는 점이지.”
아이나와 하비든은 기사로서 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교육받아 왔다.
한 명의 무인으로서는 루크보다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만큼 다듬어져 있기에 예측하기도 쉽다.
반대로 루크는 루메른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검을 쥐었다.
1학년 시절, 레오가 길을 제시해 주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길일 뿐.
학교에서 보고 배운 걸 자기 나름대로 가다듬었다.
“야성적이라는 거지.”
듀란이 피식- 웃었다.
“아이나, 하비든. 너희들도 루크의 움직임을 관찰 해두는 게 좋을 거다.”
“예.”
“옙.”
차렷 자세를 취하는 아이나와 하비든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듀란이 롱소드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보며 구워진 고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칼이 말했다.
“기사학과 애들은 기운도 좋아. 빈속에 아침부터 훈련이라니.”
“후후. 성실한 거죠.”
아르티안이 빙긋 웃었다.
“드리아나 학생과 일리아나 학생도 아침부터 열심히 훈련했잖아요?”
그 말에 칼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둘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드리아나는 왜 모닥불도 쳐다보지 못하는 거야?”
“드웨노님이 화덕에 집어넣었어.”
아르의 대답에 칼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훈련이야?”
“강한 불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내성부터 키워야 한대. 검은 토끼도 저 훈련을 시키려고 했데.”
“물고문과 전기고문에…… 이제는 불고문이냐. 다음에는 생매장을 하지 않을까 무섭네.”
칼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거 효과는 진짜 있냐?”
칼이 레오에게 묻자 스튜를 먹던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효과가 있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거든.”
레오라고 무작정 드리아나를 불구덩이 속에 밀어 넣으려고 했던 건 아니다.
이 훈련이 불의 내성을 키우는 데 굉장한 효과가 있다는 건 이미 확인했다.
그 실험 대상은 다름아닌 아르온이었다.
‘드웨노와 같이 최전방에 서니까 불의 내성이 필요할 것 같다고 드웨노에게 상담을 했었지.’
당시에 그 사실을 안 루나는 그걸 왜 드웨노에게 상담하냐고 화를 냈었다.
하지만 루나표 하울링 수련을 당한 적이 있었기에 수련에 관하여 루나에 대한 아르온의 신뢰도는 이미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애초에 파티원 중 ‘불’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는 드웨노이기도 했다.
그렇게 드웨노는 아르온의 부탁을 받아 불의 내성을 키워주기 위해 화덕에 아르온을 강제로 밀어 넣었다.
‘그때 이후 드웨노도 불신하게 되었지.’
거기까지 생각한 레오가 아르를 바라보았다.
아르는 불이 붙은 장작 하나를 드리아나 앞에서 흔들며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아르 녀석도 드웨노의 수련이 필수잖아?.’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갑자기 아르가 흠칫하며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바짝 솟은 꼬리와 쫑긋거리는 귀가 마치 위험을 감지한 고양이처럼 보였다.
레오는 슬그머니 아르에게서 시선을 뗐다.
‘초감각을 배운 이후 쓸데없이 감각이 좋아진 것 같군.’
저 상태면 화덕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죽어라 악을 쓸지 몰랐다.
하지만 레오는 아르에게도 이 수련을 꼭 시키고 싶었다.
‘결국 아르온은 에레보스의 불꽃을 버티지 못했으니까.’
물론 드웨노의 수련법으로 쌓을 수 있는 화염 내성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드웨노의 수련을 끝내는 것은 아르가 아르온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중 하나였다.
‘어떻게 꼬셔야 순순히 자기 발로 화덕으로 들어갈까?’
레오가 고민을 할 때였다.
땡땡땡땡-
갑자기 감시탑 위의 종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부우우우우우우-!
그와 동시에 불길한 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습이다! 공습!”
“타르타로스의 공습이다!”
성벽 위에서 소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키아아아악!
하늘 위로 무수히 많은 파프니르가 괴음을 내지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파프니르다! 요새 상공에 결계를 발동시켜!”
***
침공 소식을 들은 드웨노는 곧바로 공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기간테스 부대가 침공을 해 온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대적인 침공이 또 있다니?
“적의 규모는?”
드웨노의 물음에 엔니하가 다급히 말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어! 하지만…… 거인왕의 군단 전체라고 생각될 정도로 숫자가 엄청 나!”
그 말에 드웨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성벽 바깥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때와 똑같군.”
“뭐?”
“거인왕 기아스는? 그 거대한 덩치를 숨기기 힘들 텐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흠.”
“저 정도 규모라니…… 과연 성벽이 버틸 수 있을지.”
“약한 소리 따윈 하지 말게.”
“하, 하지만…… 드웨노님! 저 압도적인 병력을 본다면 분명 병사들의 사기가…….”
“이곳이 무너지는 일 따윈 없을걸세. 안 그런가?”
“그걸 왜 나한테 묻냐?”
성벽 위에서 팔짱을 낀 채 거인왕의 군세를 바라보던 레오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니……! 어느 틈에!”
“외지인이 성벽에 함부로 올라 올 수는 없다!”
“내려가라!”
주변에 있던 수인과 드워프들이 레오를 경계했다.
비록 요새에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배신자가 판을 치는 재앙의 시대다.
외지인을 요새 방어의 주요 거점인 성벽 위에 오르게 할 수는 없다.
더더욱 거인왕의 군단이 총공세를 가해왔을지도 모를 지금 상황에서.
“놔두게.”
“하, 하지만 드웨노님.”
“그가 우릴 배신하는 일 따윈 없을 거야.”
“어째서 확신하시는 겁니까?”
드워프의 물음에 드웨노가 힐끗- 레오를 바라보았다.
“감일세.”
거기까지 말한 드웨노가 수인 부관에게 말했다.
“이 친구의 일행에게도 도움을 받아야 하네. 분명 큰 도움이 될 걸세.”
“옙! 당장 데려오겠습니다.”
성벽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레오는 성벽 위에 서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드웨노는 그 옆에 서서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될 것 같나?”
“그걸 왜 나한테 계속 묻냐고.”
“자네는 답을 알고 있을 것 같아서 묻는 걸세.”
껄껄- 웃는 드웨노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우리가 이길 거야.”
***
“와, 미쳤다. 진짜 많네.”
칼이 끝없이 펼쳐진 군세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번 드웨노님의 세계와 거의 같은 규모로군.”
드리아나 역시 손을 쥐락펴락했다.
“우리는 그때 최전선에서 싸우는 걸 허락받지 못했지.”
아직 미숙하다는 이유로.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때 일리아나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실제 역사에서는 이곳이 무너졌잖아? 만약 이게 총공세라면…… 막아낼 수 있을까?”
그 말에 칼이 피식 웃었다.
“총공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이 무너지는 일 따윈 없을 거야.”
“어떻게 그걸 확신해?”
여전히 불안감에 잠긴 일리아나의 물음에 칼이 고개를 돌려 레오와 드웨노 쪽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너 카일님 보고 신이라면서?”
“응? 그거야…….”
“지금 우리한테도 신이 있잖아?”
“드웨노님을 말하는 거야?”
그 말에 칼이 빙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레오가 신이라면 드웨노님도 신이지. 그러니까 지금 우리한테는 신이 두 사람이나 있다고! 그리고.’
“우리도 있잖아?”
칼이 거인왕의 군세를 노려보았다.
“옛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그 역사의 결과는 알아도 과정은 알지 못해. 그러니 과거 결과 따위에는 연연해하지 말자.”
그 말에 모든 이의 시선이 칼에게 향했다.
“우리가 모르는 역사 따위. 새로 써 버리면 그만이야. 그러니 지금은 앞만 보자. 지금부터가.”
칼이 히죽 웃었다.
“새롭게 기록될 역사의 시작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