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76)
676.
“역시 드웨노님은 굉장해!”
“혼자서 마족놈들을 쓸어 버리는 모습이 어찌나 용맹하시던지!”
여기저기서 드웨노에 대한 칭송이 끊이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아르가 중얼거렸다.
“역시 드웨노님이야. 대영웅의 위업을 이루기 전인데도 사람들 사이에서 인망이 대단하구나.”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초창기에, 우리 파티에서 가장 명성이 높았던 건 드웨노였으니.’
자신과 리시나스 역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뭐, 나랑 리시나스는 악명이었지만.’
세계를 구하겠다는 아둔한 소리를 내뱉은 어리석은 자.
그리고 동료들을 희생한 끝에 혼자서만 생환하는 살아남는 영웅.
죽음을 부른다는 소문이 있었기에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었다.
루나의 경우에는 이제 막 이름을 날리던 시기였으며 아르온은 어렸다.
이 당시 가장 유명했던 영웅은 레이사르의 아곤이었다.
창천의 수호자라는 이명을 지녔던 아르온의 스승이자 리시나스가 선택했던 동료 후보.
그리고 그런 아곤에 못지않은 위명을 지녔던 게 드웨노였다.
“대단하긴 하군.”
“대단한 거야 당연하지. 드웨노님 이니까.”
“맞아. 이 도시의 모든 이들이 드웨노를 존경하고 있어. 그는 훌륭한 리더야.”
엔니하가 술을 거하게 들이켜며 말했다.
그 옆에서 드리아나가 음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들으며 레오는 말없이 술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나는 실패한 리더였네.”
전투가 끝나고 연회를 즐기던 어느 날.
문득 단둘이서 술잔을 나눌 때 드웨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발디의 전사들은 훌륭했고 뛰어난 장인들이 많았지. 내가 그들을 끝까지 지켰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르지.”
과거 얘기를 하지 않았던 드웨노가 몇 안 되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던 날이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렇다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취했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네가 가장 잘 알잖아.”
“…….”
“지금 우리에게 과거를 뒤돌아볼 여유 따윈 없어.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할 때야.”
“후후…… 그렇지. 자네 말이 맞아.”
“드웨노, 넌 이미 많은 걸 짊어지고 있어. 과거까지 짊어지려 하진 마.”
“징그러우니 그딴 소리 하지 말게.”
“좋은 말을 해줘도.”
인상을 쓰는 카일을 보며 빙긋 웃은 드웨노가 말했다.
“자네도 나랑 약속 하나 하게.”
“뭐?”
드웨노가 벌컥-벌컥- 술을 들이켰다.
“과거는 후회하되, 절대 얽매이지 않기로.”
“그럴 일 따윈 없어.”
“그래. 자네라면 그럴 일 따윈 없겠지.”
“레오 오빠?”
첼시의 목소리가 상념을 깨운다.
“왜?”
“술잔 비었는데…… 따라줄까?”
“아니.”
“너답지 않군. 레오 플로브. 넋을 놓고 있다니 말이야.”
듀란이 코웃음을 치자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냥, 옛날 생각이 조금 나서 말이야.”
“또 애늙은이 흉내를 내는군요.”
엘리자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자 칼이 말했다.
“엘리자.”
“왜?”
“너 그러다 천벌 받는다.”
“내가 뭐?”
인상을 팍 쓰는 엘리자를 보며 칼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반장,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그냥.”
레오가 연회를 즐기는 수인과 드워프들을 훑어보았다.
“옛날에 내가 했던 일 중 후회되는 게 하나 생겨서 말이야.”
“별일이네. 반장이 그런 생각을 하고. 반장은 후회 같은 일 따윈 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일리아나의 말에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런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
이들은 알 수 없지만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 과거의 존재다.
5000년 전.
멸망에 저항하다 끝내 이발디에서 바스러져 버린 수많은 목숨.
드웨노의 후회.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녀석의 손을 조금이라도 빨리 잡았다면.’
리시나스의 손을 잡고 좀 더 빨리 세상을 구하는 여정에 나섰다면.
‘이 사람들은 살 수 있었을까?’
의미 없는 후회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레오는 후회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절친했던 친우가 남긴 후회다.
전장에서 몇 번이고 목숨을 구해준 전우의 알지 못했던 과거다.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사라져 갔던 영웅들이다.
‘역사는 바꿀 수 없어.’
설령 이곳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역사가 바뀌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를 미래에 전할 수는 있겠지.’
지금 시대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이들의 존재를.
그 당시에 세상을 위해 끝까지 맞서 싸웠던 이들의 최후를.
‘후대에 전할 수는 있어.’
그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자신의 역할일 것이다.
‘당신들의 이야기는 후대에 꼭 전하겠어.’
레오가 고개를 돌렸다.
드웨노의 공방이 있는 곳이다.
‘그러니 드웨노. 너도 과거에 얽매이지 마라.’
***
다음 날 아침.
텐트에서 자고 있던 첼시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흐아아암!”
늘어져라 하품을 한 첼시가 눈을 부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벽 무렵 비교적 일찍 잠에 들었던 첼시다.
‘아르랑 드리아나…… 그리고 일리아나는 없네. 훈련하러 갔나?’
방 한쪽을 보니 엘리자와 아이나, 아르티안이 죽은 듯이 자고 있었다.
어제 전투는 치열했다.
그런 만큼 체력적으로 지치는 것도 당연했다.
슬쩍 밖을 나가자 늦은 아침이었다.
‘나도 어제 마력을 너무 많이 썼나.’
마력 과부하로 인해 몸 여기저기에서 근육통이 느껴졌다.
“역시 난 뒤에서 마법을 쓰는 것보다 앞에서 싸우는 게 체질이라니까.”
어깨를 몇 번 주물러 준 후 첼시가 끄응- 기지개를 켤 때였다.
“오우! 꼬마 아가씨! 좋은 아침이군!”
“와하하하! 어제 대단하더군! 네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혹시 마도 지팡이 필요 없니? 만들어 줄 수 있는데.”
성벽 주변을 오가던 드워프와 수인들이 호의를 보였다.
“괜찮아요! 제 마도 지팡이는 아주 좋거든요! 보수 물자 옮기는 거 도와드릴까요?”
“아니야, 아니야. 귀한 마법사님께 그런 일을 시킬 수 있나?”
“도와드릴게요!”
“괜찮대도! 푹 쉬기나 해!”
여성 수인에게 첼시가 붙임성 있게 다가서자 여성 수인이 손사래를 쳤다.
그 모습을 보며 첼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벽이 많이 허물어졌네.’
노골적인 경계의 시선이 사라졌다.
함께 타르타로스의 침공을 막아내고 연회를 즐긴 것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던전 타파를 위한 조건은 갖추었네.’
지금 발생한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던전 내부 탐색이 필수다.
이 요새가 되었든 아니면 요새 바깥 주변 일대가 되었든.
던전을 발생시키는 군단의 레코드를 찾아 파괴해야 한다.
그것만으로 이번 임무는 완벽하게 해결될 수 있었다.
‘그 전에…… 데미안에 지원을 요청할 수는 없나?’
첼시가 고민할 때였다.
“일찍 일어났네.”
“레오 오빠. 좋은 아침!”
첼시가 환하게 웃으며 레오에게 다가갔다.
“어디 갔다 왔어?”
“애들을 드웨노에게 맡기고 왔어.”
아침 일찍.
레오는 자고 있는 아르와 드리아나, 일리아나를 깨워 드웨노의 공방으로 끌고 갔다.
“응? 아르도 훈련을 해?”
첼시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레오가 웃었다.
“필요할 것 같더라고. 옛날에 아르온도 했던 훈련이거든.”
“아르가 순순히 들어가려고 했어?”
이미 훈련 내용은 들었다.
“아니.”
물론 걱정 없었다.
‘이거놔아아아! 이 변태야아아아악!’
레오에게 상황을 전해 들은 첼시가 중얼거렸다.
“물귀신…… 아니, 불귀신이네.”
혀를 차던 첼시가 헹! 하고 코웃음을 쳤다.
“드웨노님이랑 레오 오빠의 훈련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은 거지!”
“그럼 너도 받을래?”
“……난 괜찮아.”
첼시가 어색하게 웃었다.
1학년 때부터 레오에게 붙잡혀 훈련한 첼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레오의 훈련이 얼마나 끔찍한지.
‘뭐, 효과는 확실하지만.’
몸서리치던 첼시가 말했다.
“아침 준비할 거야? 그러면 도와줄게.”
“아니. 오늘 아침은 대충 때우고. 그 전에 할 일이 있거든.”
“할 일? 뭐야? 던전 공략과 관련된 일이야?”
“아니, 개인적인 일이야.”
“개인적인……?”
“그래.”
레오가 요새 내부 도시를 바라보았다.
“생명의 은인을 찾아야 하거든.”
“생명의 은인?”
레오가 향한 곳은 요새의 주거 구역 옆에 붙은 무구 제작 구역이었다.
개인 공방을 사용하는 드웨노가 특별한 경우.
대부분 스미스는 공용에서 무구를 생산한다.
가드스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깡- 깡-
후욱- 후욱-
화르르륵-! 치이이익-!
망치 소리와 풀무질 소리.
그리고 쇠를 달구는 소리와 식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자네들. 여긴 출입 금지 구역이네만?”
원래라면 외지인은 이곳에 올 수 없다.
하지만 오늘 아침 드웨노에게 이곳에 출입하는 걸 허락받았다.
레오가 품에서 드웨노가 써준 서신을 책임자에게 보여주었다.
그걸 읽은 책임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무슨 일인가? 무구라도 수리하러 왔나?”
“디네트라는 드워프가 여기 있어?”
“디네트?”
책임자로 보이는 드워프 여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을 만드는 스미스야. 중급 스미스로 알고 있어.”
디네트.
카일이 사용했던 검의 손잡이 끝에 이발디 문양과 함께 새겨져 있었던 이름이다.
전생에 그에 대해 물은 적이 있었지만, 드웨노도 알지 못했다.
‘이발디에는 많은 스미스가 있었네. 중급이라면 어엿하게 한 사람 몫은 할 수 있었겠지만…… 애석하게도 내가 기억할 정도로 직급이 높은 이는 아니었네.’
이발디는 재앙의 시대에서 오랫동안 에레보스에 저항했던 몇 안 되는 요새.
그런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당장에 이 요새 안의 인구만 해도 상당하다.
그런 만큼 총사령관이기도 했던 드웨노가 중급 스미스의 이름까지 기억했을 리는 만무했다.
“디네트…… 디네트…… 아아! 그 디네트.”
무기제작소의 책임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외지인이 디네트는 왜 찾는 거지?”
“은인이야.”
“뭐?”
“그 장인이 만든 무구 때문에 몇 번이고 목숨을 구했거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
“허…… 이발디의 무구를 사용한 이가 감사 인사를 전하러 올 날이 올 줄은…….”
“내가 너무 늦기는 했지.”
이들 입장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5000년 만의 감사 인사다.
레오가 쓰게 웃자 책임자는 씁쓸하게 웃었다.
“디네트가 들었다면 정말 기뻐했겠군. 스미스로서 최고의 영광이라고.”
“들었다면?”
“죽었네. 이쪽으로 전송되기 직전.”
“…….”
그 말에 레오가 눈을 감았고 첼시는 숨을 들이켰다.
“무덤은 이발디에 있지만 죽어간 이들을 기리는 비석은 있다네. 원한다면 안내해 주겠네.”
“부탁할게.”
***
안내받은 곳에는 비석이 늘어서 있었다.
이곳이 새로운 묘지가 될 예정인지 현세로 넘어온 이후 생성된 새로운 묘비가 몇 개 보였다.
레오는 비석 앞에 섰다.
비석에 새겨진 이름을 찾던 레오는 디네트라는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얼굴도 모르는 장인이다.
디네트 역시 죽는 그 순간까지 자신이 만든 무구의 사용자에 대해 꿈에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살아남는 영웅은 그저 우연히 디네트의 무구를 전장에서 주웠을 뿐이다.
디네트는 그저 스미스로서 무구를 만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당신 덕분에 몇 번이고 목숨을 건졌어.”
레오가 몇 번이고 목숨을 빚진 건 변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세상을 구할 수 있었어.”
절망적인 세상 속에서도 이 세상이 구해지기를 바라며 무구를 만들기를 멈추지 않았던 한 스미스의 무구는 세상을 구하는 초석이 되었다.
“고마워. 내 목숨을 구해줘서.”
닿을 리 없지만.
꼭 해야 하는 말을 전하고 레오는 뒤돌아섰다.
***
화르르륵-
화덕 안에 검은 불꽃이 치솟았다.
스윽-
기아스는 거대한 망치를 들어 올렸다.
그의 앞에는 무쇠의 산을 연상시키는 모루가 있었다.
그 모루 위에는 또 다른 기아스가 누워있었다.
텁-
양손으로 망치를 잡은 기아스가 웃었다.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섬뜩한 미소와 함께 거대한 망치가 휘둘러졌다.
콰직-! 콰직!
모루 위에 올라가 있던 기아스의 팔을 무참하게 짓이겨졌다.
살아 있는 채로 몸이 뭉개지는 고통.
“크으흐흐흐흐! 크하하하하!”
몸이 뭉개진 기아스가 광소를 터트렸다.
핏발이 선 기아스의 눈으로 자신을 덮치는 검은 불꽃이 보였다.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