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78)
678.
“아아. 이런 일대일 결투는 질색인데.”
칼은 한탄을 내뱉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눈앞에는 키가 조금 작은 수인 소녀가 몸을 풀고 있었다.
눈에는 의욕적으로 투지가 타오른다.
이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으니 느껴지는 게 있었다.
‘살벌하네.’
루메른에서 호전적인 학생들은 많이 봤다.
루메른 뿐만 아니다.
3학년 동안 루메른을 다니면서 아조니아 학생들과도 교류할 일이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수인 소녀가 내뿜는 기세는 아조니아 학생들과도 달랐다.
‘훨씬 거칠어.’
단순히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더 야생적이네.’
칼이 상대를 가늠했다.
그런 칼의 시선에 수인 소녀가 콧잔등을 찡그렸다.
칼이 자신을 자세히 관찰하는 게 느껴졌다.
“기분 나쁘네.”
“아,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칼이 빙긋 웃으며 양손을 들어 올렸다.
“약점 같은 게 없나 찾아보고 있었어.”
“싸워보지 않고 그런 걸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보통은 힘들지. 하지만 내가 싸움은 잘 못해서 말이야.”
어깨를 으쓱거린 칼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조금이라도 상대를 관찰해 줘야 승률이 올라가지 않겠어?”
“넌 나보다 명백하게 약해.”
“알고 있어.”
“그런데도 이길 생각?”
“당연하지.”
씩- 웃는 칼을 보며 수인 소녀가 빤히 칼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넌 방정맞고 가벼워.”
“내가 그런 소리를 좀 많이 듣지.”
“하지만 그것만 보고 내가 오해했던 것 같아. 내 이름은 카네아. 넌?”
“칼.”
카네아가 이름을 밝히자 칼 역시 웃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그런 칼을 보며 카네아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준비는 됐어? 칼?”
“응.”
그 말을 끝으로 카네아가 그대로 칼에게 일직선으로 쇄도했다.
그런 카네아를 보며 칼이 양손을 품에 넣었다 뺐다.
칼의 손가락 마디에 길고 얇은 포션병이 끼어 있었다.
휘리릭-!
칼이 포션병을 카네아를 향해 던졌다.
“연금 폭탄인가 보군요.”
폭신폭신해 보이는 소환수를 소환해 그 위에 앉아 있던 엘리자가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자리를 잡은 드리아나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저었다.
“아닌 것 같군.”
“네?”
카네아가 포션병을 피했다.
쨍그랑-! 치이이익-!
포션병이 바닥에서 깨지자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걸 본 카네아가 코웃음을 쳤다.
“독이야?”
“그렇지.”
사악하게 웃은 칼이 다른 손에 들린 포션병의 코르크 마개를 이로 물어 따더니 입에 털어 넣었다.
해독제였다.
“으어…… 너희들 모여서 뭘 하고 있어?”
“응? 뭐야? 칼이 왜 싸우고 있어?”
거의 죽어가는 목소리로 아르와 일리아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눈앞의 결투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재미있겠구먼.”
함께 온 드웨노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저 친구는 독을 쓴 건가?”
“독이라니.”
“조금 비겁한 것 같군.”
“많이 비겁해요.”
루크와 하비든, 아이나가 고개를 저었다.
“흥. 칼다운 전술이군요.”
“나쁘지 않은 작전이야.”
“괜찮은 전략이군.”
엘리자, 첼시, 듀란이 칭찬하자 2학년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2학년들은 당황한 얼굴로 선배를 바라보았다.
“좀 치사하지 않습니까?”
하비든의 말에 드리아나가 말했다.
“당한 쪽이 잘못 아닌가?”
“맞아. 맞아.”
아르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에 2학년들은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저 독. 처음 보는 독인데?”
“갑작스러운 결투인데도 해독제까지 준비하다니. 준비성이 좋잖아!”
“적이지만 훌륭해!”
이발디의 전사 후보생들 쪽에서도 칼을 칭찬하는 게 보였다.
마지막으로 드웨노와 엔니하에게 말했다.
“잔재주가 주특기인 모양이네.”
엔니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 역시 어른들은 안 좋게 평가…….’
“훌륭하군.”
“응. 훌륭해.”
드웨노의 말에 엔니하가 동의하자 2학년들이 목을 움츠렸다.
‘우리가 이상한 건가?’
“딱히 너희가 이상한 건 아니야.”
옆에 있던 레오가 웃으며 말했다.
“너희도 3학년이 되면 너희 선배들이랑 똑같아질 거야.”
2학년의 학과 생활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영웅이란 게 생각보다 낭만 넘치는 건 아니니까.’
정정당당하게 적을 쳐부수는 영웅의 모습은 동화 속에의 이야기일 뿐.
실상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
위업이란 시련을 이겨낸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거니까.
“레오 플로브.”
“왜, 듀란.”
“넌 저 수인이 우리가 가지지 못한 걸 가지고 있다고 했고 그게 언제든지 죽을 각오라고 했지?”
“맞아.”
“네 말을 납득하기 어렵군.”
듀란은 칼과 카네아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루메른에 다니는 이상. 아니, 영웅을 목표로 하는 이상 목숨이 걸린 위기는 앞으로도 수없이 찾아오겠지. 물론 죽을 생각 따윈 없다. 위기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발버둥 칠 생각이야.”
“그렇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죽을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건 아니다.”
듀란이 레오를 바라보았다.
“내 각오와 저 여자의 각오가 어떻게 다르다는 거지?”
듀란의 물음에 레오가 카네아와 디트, 그리고 다른 전사 후보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태어난 시대가 다르니까.”
“태어난 시대?”
“투지와 각오 같은 전투에 임할 때 가지는 마음가짐은 누구나 같다고 생각하지.”
레오는 키네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밝은 세상에서 태어난 사람과 어두운 세상에서 태어난 사람은 근본적으로 달라.”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래. 듀란. 네 목표는 뭐지?”
“이미 알고 있을 텐데.”
“그래.”
웃음을 터트린 레오가 말했다.
“그 목표가 저 녀석들에게는 없어.”
“…….”
“무언가를 이뤘다는 성취감은 물론이고 뛸 듯이 기뻤던 경험도 심지어 행복한 기억도 별로 없을 거야.”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그런 것들은 사라진 시대였다.
“실패 따위는 허락되지 않아.”
몇 번이고 재도전이 가능한 지금의 영웅 후보생들과는 다르다.
숨 쉬듯 죽음이 당연했다.
언제 멸망할지 모를 세대.
‘애들뿐만이 아니야.’
어른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방탕하게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내일 따위는 언제 사라져도 모를 시대니까.
그런 것이 잘못이라 말할 수 없는 세상이 재앙의 시대였다.
“듀란. 넌 네 노력의 결과가 실패라면 노력할 수 있겠어?”
“실패하지 않게 만들면 그만이다.”
“그게 네 뜻대로 할 수 없다면? 결과는 결국 정해져 있다면?”
“…….”
듀란은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 시대는 그런 시대야.”
밝은 세상에서 태어난 이들이라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시대.
“하지만 그런데도 꼭 있거든. 결과가 보이는데도 발버둥 치는 바보들이.”
불 보듯 뻔한 미래에 달려드는 불나방이.
하루하루를 연명시키기 위해 발버둥 치는 자들.
후대에 이름을 알리지 못한.
히어로 레코드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영웅이라 불렸던 이들.
‘나 역시 그랬고. 루나도 그랬으며 아르온과 드웨노 역시 마찬가지야.’
그 당시 세상에 있는 모든 영웅은 끝을 알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
한 사람만 빼고.
진정으로 세계를 구하겠다고 소리치던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 루나조차도 그 단 한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그런 생각 따윈 하지 못했다.
‘그래서 녀석이 특별한 거지.’
“저 키네아라는 꼬마를 잘 봐.”
레오가 말했다.
듀란에게 한 말이 아니다.
모든 영웅 후보생들에게 한 말이다.
“저 녀석은 이미 멸망이라는 미래를 선고받았음에도 노력하는 녀석이니까.”
“당신은 그게 어떤 심정인지 알고 있다는 건가요?”
“나야 모르지. 나도 이 시대에 태어난 건 아니니까.”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레오가 태어난 시대는 평화의 시대였다.
재앙의 시대 세대와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다만.
“너희보다 저런 녀석들을 많이 봤지. 그래서 아는 거야.”
재앙의 시대를 살면서 지켜본 것이다.
하지만 첼시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레오가 대영웅의 세계를 몇 번이나 공략했다는 걸 떠올렸다.
모두가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때.
레오가 키네아를 바라보았다.
아무 의미 없는 발버둥.
하지만 그랬기에 특별했다.
비록 여기에 있는 그 어떤 영웅 후보생 보다 약하지만.
키네아는 지금 시대의 전사, 아니 영웅 후보생을 대표하고 있었다.
‘저런 녀석들이 자라서 훗날 아르온이 되었고 베르키아와 비하르가 되었지.’
싹트지 못한 씨앗.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갈 목숨.
하지만 그 의지만은 착실하게 후대에 이어져 간다.
레오가 드웨노를 바라보았다.
‘실패했다고?’
스스로를 실패한 리더라고 자책했던 드웨노.
‘어디가 실패했다는 거냐?’
레오는 키네아를 포함한 전사 후보생들을 바라보았다.
저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어제 거인왕의 군단에 맞서 싸운 전사들만 봐도 알 수 있지.’
레오는 숨을 내뱉었다.
‘이발디에서 꺾인 녀석은 어디에도 없었어.’
이발디가 존속하던 때에 살아남은 요새 중 가장 절망적인 곳을 꼽으라면 바로 단연 이발디였다.
가드스론과 레이사르같은 요새는 서로 교류할 수 있었다.
엘프의 저항 세력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발디는 혼자 타르타로스 세력 한가운데 고립되어 있었다.
도움은 바랄 수조차 없었다.
리시나스가 이끌던 아르히 파티가 이발디에까지 닿을 수 있었던 것 역시 기적에 가까웠다.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발디의 전사들은 투지를 불태웠다.
비교적 상황이 이발디 보다 좋았으며 세력도 강성했던 가드스론조차 싸울 의지를 가지지 못한 자득이 한가득했다.
리시나스가 가드스론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만큼 절망과 탄식만이 가득했다.
그런데 이발디에는 그런 기색이 없다.
별빛을 봐서?
‘애초에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어제 같은 침공을 막아내는 건 불가능해.’
분명 레오가 이끄는 아르히 파티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어제의 침공을 막아낸 건 이발디 전사들의 저력이었다.
결국 이들은 모두 죽는다.
결과는 실패로 정해져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절망에서도 이렇게 싸울 수 있는 전사들의 리더가 실패한 리더라는 거냐? 그럼 난 뭔데 망할 영감탱이야.’
그저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에만 관심 없었던 과거의 한심한 자신을 떠올리며 레오가 혀를 찼다.
‘넌 실패한 게 아니야. 드웨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