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79)
679.
“하앗!”
스각-!
키네아의 발차기가 칼을 노렸다.
“흐읍!”
칼이 품에서 포션병을 바닥에 깨트렸다.
쨍그랑.
후욱-!
보라색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다.
그걸 본 키네아가 빠르게 물러섰다.
칼이 품에서 작은 인형을 꺼낸 후 손가락 끝에 상처를 내 핏방울을 인형에 떨궜다.
화악-!
인형이 부풀어 오르더니 칼과 같은 형상이 되었다.
‘대타 출동!’
자신의 모습을 한 연금 인형이다.
눈속임 교란용이지만 꽤 정교하다.
‘뭐, 우리 우등생들한테는 못 써먹지만.’
상위권 학생들은 하나 같이 기민하고 예리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런 만큼 이런 장난질을 하는 순간 가짜라는 걸 금방 간파 당한다.
‘하지만 넌 아니지.’
강하다.
하지만 마나 감지 능력이 예리하지는 않다.
짧은 공방에서 그걸 간파해 낸 칼이었다.
‘충분히 눈속임으로 쓸 수 있어!’
보라색 연기가 걷히기 전에 손바닥에 손을 댔다.
‘땅 파기 마법!’
땅을 파고 들어간 칼이 마도 안경을 쓰고 입에 빨대를 물고 땅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포션병을 깨트렸다.
그러자 칼이 들어간 구멍 위에 흙이 덮이며 땅 파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강하네.’
안경을 통해 바깥을 확인하며 칼이 눈을 가늘게 떴다.
독을 쓰긴 했지만 통하지 않는다.
‘뭐, 예상은 했지만.’
분명 키네아는 자신이 소속된 파티원들보다 약하다.
‘물론 날 제외하고.’
누가 뭐래도 자신은 3학년 최약체.
하지만 그렇다고 키네아가 약한 건 결코 아니다.
‘이 시대에 영웅 사관 학교나 히어로 레코드 같은 게 없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괴물이지.’
영웅 육성된 교육 기관의 도움 없이 저 나이에 저만큼 강해졌다.
놀라울 정도다.
‘철저한 실전 위주의 성장.’
전투 경험은 압도적으로 저쪽이 우위다.
‘우리 일행 중 누구보다 전투에 익숙해.’
물론 레오는 제외다.
그쪽은 애초에 논외니까.
화악-!
보라색 연기가 걷히자 키네아의 손톱이 마도 인형의 목을 노렸다.
가까스로 몸을 젖혀 공격을 피한 칼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어우! 고맙다! 왕자님!’
겨울 방학 당시 듀란과의 수련이 아니었다면 마도 인형이 당할 뻔했다.
공격의 경로를 가늠해 마도 인형을 가까스로 조작해서 피했다.
‘자, 그럼.’
칼이 손에 쥔 단석궁의 방아쇠를 쥐었다.
‘빈틈투성이지?’
결투가 시작된 이후 칼은 키네아에게 휘둘리기만 했다.
그 결과 현재 마도 인형은 빈틈투성이가 되었다.
칼은 결투가 시작된 이후 주도권을 내준 상태에서 싸움에 임했다.
‘뭐, 내 마법 실력으로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도 힘들겠지만.’
칼이 철저하게 당해준 건 이 한순간을 위한 임기응변이었다.
칼이 키네아를 노리려는 순간.
확-!
‘엉?’
키네아가 급격하게 물러섰다.
그리고 의심스럽다는 듯 대타 인형을 바라보더니 말을 굴러 칼이 묻혀 있는 곳으로 발을 휘둘렀다.
“거기냐!”
“우왁!”
칼이 다급하게 땅을 뚫고 나와 몸을 날렸다.
콱-!
“진지하긴 한데 역시 쥐새끼 같네!”
키네아가 이죽거렸다.
“대체 땅은 언제 파고 들어간 건가?”
“그러게 두더지 같아.”
드리아나와 아르가 감탄했다.
“진짜 칼은 어떤 식으로는 허를 찌르고 함정을 파네.”
“그쪽으로 특화되어 있잖아.”
“흥. 녀석의 전투법이지.”
일리아나의 말에 첼시가 빙긋 웃었고 듀란은 코웃음을 쳤다.
무료한 얼굴로 손톱을 가다듬는 엘리자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넌 어떤 것 같아.”
“흥. 깜찍한 짓을 많이 하긴 하죠.”
“오오! 엘리자는 칼이 깜찍하구나!”
일리아나가 이죽거리자 엘리자가 채찍을 휘둘렀다.
‘와. 이걸 간파했다고?’
칼이 혀를 내둘렀다.
‘수를 읽혔나?’
그렇게 생각한 칼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감으로 알아낸 거야.’
압도적인 경험이 만들어 낸 감각.
‘묘하게 레오랑 닮았네.’
이런 잔재주는 루메른 상위권에게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레오와 다른 학생들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다른 학생들이 타고난 능력을 통해 칼의 함정을 간파한다면.
레오는 철저하게 경험으로 위기를 감지한다.
‘확실히 경험은 우리보다 이 시대 애들이 압도적이야. 더 신중하게 함정을 파야겠어.’
칼이 눈을 가늘게 뜨는 사이.
키네아 역시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진짜 이쯤 되면 무서운 수준인데.’
쥐새끼라고 이죽거리긴 했지만, 칼이 계속 허를 찔러왔다.
‘천천히 몰아가야겠어.’
섣부르게 덤비면 함정에 당한다고 생각하며 키네아가 발을 빼려는 순간.
“응?”
발에서 묵직함이 느껴졌다.
발아래를 보니 바닥에 있는 흙들이 키네아의 발을 붙들고 있었다.
‘이것도 함정이었어?’
연계 함정에 키네아가 당황했다.
“체크 메이트!”
칼이 히죽 웃으며 키네아를 향해 단석궁을 겨누었다.
콰직-!
“엉?”
그 순간 키네아가 발을 들어 올렸다.
바닥에 금이 가더니 그대로 바닥이 들렸다.
“뭐 이런…… 오러를 쓰면 더더욱 무거워질 텐데?”
물론 듀란 정도 된다면 오러 출력을 최대로 높여 연금 마법 자체를 파괴해 버리겠지만 키네아는 그 정도로 오러 출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순수한 완력으로?”
수인이 완력이 강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다는 느낌이지 힘이 이렇게 강하지는 않다.
“난 수인이랑 드워프 혼혈이거든!”
“어쩐지! 키가 좀 작더라!”
“뭐가 어쩌고 어째!”
발끈한 키네아가 그대로 칼에게 발을 휘둘렀다.
“우왁!”
무시무시한 질량 공격에 칼이 기겁하며 물러섰다.
콰직-!
연금술의 효력이 다했는지 키네아의 발을 구속하고 있던 흙덩어리가 흙더미가 되어 흩어졌다.
자유가 된 키네아가 손톱을 세웠다.
“재미있는 먹이네.”
혓바닥으로 윗입술을 훑은 키네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모습이 마치 야생동물 같았다.
‘우악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신중해. 까다롭네.’
칼이 혀를 찼다.
함정을 파고 있긴 하지만 잘 걸리지 않는다.
어떻게 걸린다고 하더라도 능력으로 파괴해 버린다.
칼이 품에서 포션병 하나를 꺼냈다.
“그런 것에 맞을 것 같아?”
키네아가 히죽 웃으며 칼과 거리를 좁혔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몰 듯.
칼의 도주 경로를 차단하며 칼을 몰아갔다.
키네아의 손톱 끝에서 뿜어져 나온 오러가 칼의 몸 여기저기에 상처를 냈다.
“크윽!”
피를 뿜으며 칼이 무릎을 꿇었다.
피를 많이 흘려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그걸 본 키네아가 칼과 거리를 좁혔다.
“끝이야.”
나직이 중얼거린 키네아에게 칼이 끝까지 쥐고 있던 포션병을 던지려 했다.
“흥! 못 던져.”
덥석-!
키네아가 칼의 손목을 잡았다.
‘끝났다.’
근접까지 접근했다.
이제 한 방이면 끝.
거기까지 생각한 키네아는 순간 칼의 입매를 보았다.
‘뭐?’
칼이 웃으며 손에 쥐어진 포션병을 움켜쥐었다.
파앗-!
“헉!”
엄청난 섬광이 시야를 덮쳤다.
황급하게 눈을 감았지만 밝은 빛이 일순간 시력을 빼앗았다.
눈을 감은 채 본능적으로 칼의 손목을 잡아 끄려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칼이 키네아의 발을 걸어 중심을 빼앗는 게 빨랐다.
중심을 잃은 키네아를 칼이 밀어 버렸다.
키네아가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이익!”
키네아가 황급기 남은 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칼은 보이는 듯 그 손을 피했다.
‘이 녀석은 눈이 보여? 어떻게?’
칼이 눈을 감았다면 키네아도 같이 눈을 감았을 것이다.
철컥-
“휴, 잡았다.”
칼이 키네아의 배 위에 올라탄 자세로 키네아의 가슴팍에 단석궁을 겨누었다.
“쐈으면 끝이야. 인정하지?”
***
“확실히 우리랑 다르네.”
아르가 키네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듀란 역시 그 말에 동의했다.
칼을 압박하는 키네아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함을 주게했다.
‘살기가 가득하다거나 그런 느낌이 아니야.’
죽음과 맞닿아 살아온 자의 움직임.
“첸 시아와 닮았군.”
듀란의 중얼거림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닮았지.”
‘이때까지 첸 시아의 움직임은 그녀가 가진 특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절망 속에서 싸워온 자가 가지는 특성이었다.
그걸 이번 전투를 지켜보고 깨달았다.
‘그래 위기를 감지하는 감각.’
듀란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만약 자신이 싸웠다면 키네아가 가진 저 감각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압도적인 실력 차에서는 빛을 발하는 능력이 아니다.
칼이 동수를 이뤘기에 제삼자인 자신들이 볼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저 여자와 같은 실력이었다면. 난 칼 토마스를 이길 수 있나?’
거기까지 생각한 듀란이 손을 쥐락펴락했다.
“검은 토끼.”
“왜?”
“나와 저 키네아라는 애가 실력이 동등하다는 가정하에 싸우면 누가 이겨?”
“답은 알고 있지?”
레오의 대답에 아르가 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대답은 듀란의 의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
“단순히 전투 경험이 많다고 저렇게 될 수 있는 게 아니야. 죽음에 가까운 전투를 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감각이지.”
죽을 위기를 경험한 자가 죽음에 익숙해질까?
아니다.
오히려 더욱 죽음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런데도 죽을 각오를 가지고 전투에 나서려 한다.
경험이 다르다.
그러니 각오의 무게감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태어난 시대가 다르다는 말이 체감된다.
그렇게 영웅 후보생들이 각자의 상념에 빠질 때.
키네아가 칼에게 멍하니 물었다.
“어떻게 넌 앞을 볼 수 있었어?”
“안경 덕분이지. 이 안경, 섬광 차단 기능도 있거든.”
“……설마 여기까지 읽고 작전을 짠 거야?”
“그렇지.”
칼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흉포한 야수를 잡으려면 수를 많이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
시야가 돌아왔다.
빙긋 웃고 있는 칼의 얼굴이 보였다.
“……내가 졌어.”
“웃차. 깔아뭉개서 미안. 무겁진 않았지?”
칼이 키네아 위에서 비켜주었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의 손목을 붙들고 있는 키네아의 손을 잡아당겨 일으켜 주었다.
“너…… 굉장한 사냥꾼이구나. 완패야.”
“칭찬 고마워. 그런데 이거 이만 놔주면 안 돼?”
칼이 키네아의 손에 붙들린 손목을 흔들어 보았다.
하지만 키네아는 손을 놔주지 않았다.
‘분한 건가?’
칼이 볼을 긁적이며 레오 쪽으로 돌아가며 슬쩍 팔을 당겼다.
칼의 손목을 붙잡은 채 키네아가 따라왔다.
“수고했어.”
레오가 웃으며 말하자 칼이 씩- 웃었다.
“어땠냐?”
“그 정도는 해줘야지.”
“와. 이렇게 고생했는데 그게 끝이냐?”
“넌 이제 영웅 후보생이 아니니까. 엄격하게 봐야지.”
레오가 웃으며 말했다.
“멋졌네.”
드웨노가 껄껄 웃었다.
“전투의 흐름을 읽고 전략을 세우는 게 남다르더군.”
“감사합니다.”
칼이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그때 엘리자가 칼의 손목을 잡고 있는 키네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칼이 머리를 긁적이며 키네아에게 말했다.
“이만 놓아주면 안 될까?”
그 말에 키네아가 더욱 칼을 붙잡은 손에 힘을 줬다.
“야. 나 너한테 반한 것 같아.”
“엉?”
칼이 일순간 멍청한 소리를 냈다.
“나랑 결혼하자.”
쿵-!
그 말을 듣는 순간 엘리자가 소환수 위에서 중심을 잃고 굴러떨어졌다.
“무슨!”
시뻘게진 얼굴로 몸을 일으킨 엘리자를 보며 일리아나가 입을 막고 웃었다.
“우리 엘리자님께 라이벌이…….”
“삐삐.”
화악-!
엘리자의 부름에 윈드 와이번이 소환되었다.
엘리자는 붉어진 얼굴로 일리아나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먹어!”
콱-!
입을 쩍 벌린 윈드 와이번이 일리아나의 머리를 삼켰다.
“아아악!”
일리아나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레오가 중얼거렸다.
“곤란하게 됐네.”
“왜?”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을 짓던 첼시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레오가 혀를 찼다.
“이 시대 수인은 물면 안 놓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