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81)
681.
레오와 첼시를 필두로 루크, 아이나, 하비든 파티는 정찰 임무를 이어 나갔다.
목적지는 타르타로스의 영역을 벗어나는 남쪽 방향이었다.
“마족과 마수, 마물들의 출현 빈도가 올 때보다 높아진 것 같지 않나요?”
200여 마리의 오크들을 전멸시킨 후.
루크가 흐트러진 숨을 고르며 묻자 짧은 마도 지팡이를 꺼낸 첼시가 대답했다.
“높아졌어.”
오크 특유의 악취에 시체와 피 냄새까지 더해져 후각을 괴롭히고 있었다.
인상을 가볍게 찡그린 첼시가 가볍게 지팡이를 휘둘렀다.
휘오오오-
바람이 불어와 악취를 날려 버린다.
청정해진 공기를 한껏 들이 마시며 첼시가 상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 났네. 풍경은 여전히 마음에 안 들지만.”
가볍게 툴툴거리는 첼시를 루크가 유심히 바라보았다.
“왜?”
“아뇨. 아이나의 클레시스를 보고 떠 오른 건데. 첼시 선배님의 그 지팡이도 대단한 물건이죠?”
“응. 플라멘. 르왈린 가문의 가보야. 뭐, 아이나의 클레시스는 드웨노님이 만든 검인 만큼 클레시스에는 못 미치지만.”
첼시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별것 아니라는 듯했지만, 플레멘급의 마도 지팡이는 매우 보기 드물다.
신기 등급은 오직 드웨노의 손에서 탄생한 물건일 뿐.
그마저도 제대로 작동하는 신기는 보기 매우 드물다.
그리고 플라멘은 그 신기의 바로 아래 등급인 전설 등급.
기나긴 영웅의 시대 역사에서 전설급의 무구가 제작된 건 매우 소수다.
당장에 이번 여정에서 망가진 듀란의 무구이자 모이라 왕국의 국보인 라이트닝 스톰도 전설 등급의 바로 아래인 영웅 등급의 무구다.
“와.”
루크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좋은 무구 갖고 싶어?”
“뭐.”
첼시의 물음에 루크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강력한 무구에 너무 의존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것 역시 문제다.
영웅의 무장 역시 엄연한 영웅의 전력.
첼시가 빙긋 웃었다.
“전설이나 영웅 등급의 무구는 어려워도 마법 등급 중 최상위품을 얻을 수 있는 법 가르쳐줄까?”
“하하. 제가 자금이 없어서.”
루크가 머쓱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자 첼시가 악동의 미소를 지었다.
“공짜로 얻을 수 있어.”
“어, 어떻게요?”
마법 등급의 무구는 데미안에서도 4, 5학년은 되어야 만들 수 있다.
그런 무구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고 하니 루크는 혹할 수밖에 없었다.
“드리아나의 모델이 되면 돼.”
“에엑?!”
루크가 새빨갛게 달아 올랐다.
“드, 드리아나님의 모델이요? 그거…….”
“응. 누드 모델이지. 좋다고 만들어줄걸?”
“아우으…….”
입을 뻐끔거리며 귀까지 빨개진 루크.
그때 아이나가 손을 뻗었다.
“안 돼, 루크. 스스로를 소중히 여겨.”
짐짓 당황하여 심각한 얼굴로 말하는 아이나를 보며 루크가 어색하게 웃었다.
“에이. 아이나. 아무리 그래도…….”
“호오? 강한 무구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훌륭한 자세로군. 루크.”
“하비든. 내가 안 그럴 거 알잖아.”
제법 친해져 이제는 농담도 주고받는 루크와 하비든이었다.
물론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하는 아이나는 눈을 치켜떴다.
“왜? 보여준다고 닳는 것도…….”
뻑-!
“이게 무슨 짓이야!”
아이나가 검집째로 하비든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루크에게 이상한 말 하지 마. 내가 그렇게 안 되도록 막을 거야.”
“아니. 그러니까 난 누드 모델이 될 생각이 없다니까.”
소란스러워진 후배들을 보며 첼시가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아무튼 성격이 못됐다니까.’
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눈앞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자욱한 안개가 깔려 있었다.
그걸 본 레오가 인상을 썼다.
“아! 재미있다! 루크랑 아이나는 순진해서 놀리는 맛이 있다니까!”
2학년을 이간질 시킨 첼시가 레오 곁으로 다가왔다.
“그나저나 안개가 짙네.”
“저건 저주야.”
“응?”
레오의 말에 첼시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무래도 군단장급 되는 녀석이 펼친 모양이군.”
“사령왕이나 거인왕이 펼친 거야?”
경악하는 첼시를 보며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그놈들이 펼쳤다면 저렇게 조잡한 수준이 아니겠지.”
레오의 대답에 첼시가 혀를 내둘렀다.
자신은 저 안개가 저주인지조차 간파하지 못했다.
그런 만큼 정교하고 강력한 저주.
‘군단장급이 사용했다면 그럴만도 하지.’
그런데 레오는 저 저주를 가리켜 조잡하다고 한다.
“이 시대에 탄생한 애송이 군단장들이 펼친 저주야.”
“가끔 보면 레오 오빠의 기준은 너무 터무니 없을 정도로 높은 것 같아.”
최강의 마족들이라 불리는 군단장들이 애송이라니.
“시대가 다르니까.”
피식 웃은 레오는 저주의 구름을 바라보았다.
“환영과 관련된 저주로군. 외부의 접근을 막고 있어.”
“통신 마법이 통하지 않은 것도 저 저주 때문인가?”
“그렇겠지.”
레오가 파티를 꾸려 정찰을 나선 것은 외부와의 통신 마법이 두절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지원 요청을 위해 소수 인원을 데리고 나선 것이었다.
“레오 오빠, 저 저주 해주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레오가 저주의 구름을 향해 다가갔다.
“애초에 나한테는 저주는 안 통해.”
전생에 무수히 많은 저주를 경험한 레오다.
그런 만큼 처음 보는 마족의 저주라도 저주 술식을 해석하여 간단하게 해주 할 수 있었다.
면역이 아니라 대응이 비상식적으로 빠른 것이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경험을 통해 체득한 능력.
어느새 2학년들도 레오 쪽으로 다가와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기던 레오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몇 발짝 뒤로 물러섰다.
“왜 그래? 레오 오빠? 뭐가 있…… 하욱?!”
의아한 얼굴로 레오를 지나쳐 앞으로 가던 첼시가 비명을 내지르며 안면을 감싸 쥐고 뒷걸음질 쳤다.
“뭐, 뭐야? 벽?”
첼시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2학년들도 첼시 주변으로 허공에 손을 뻗었다.
보이지 않는 벽이 일행을 막아서고 있었다.
“결계인가?”
“그렇다면 내가 못 알아차릴 리 없는데?”
첼시가 인상을 쓰더니 지팡이를 휘둘렀다.
강풍이 불어닥치더니 벽에 부딪혀 자연스럽게 흩어졌다.
그걸 본 첼시가 미간을 좁혔다.
“레오 오빠, 이거 설마…….”
“네 예상이 맞을 거야.”
레오가 손으로 보이지 않는 벽을 쓸어보았다.
“제약의 벽이야.”
히어로 레코드의 능력인 영웅의 세계는 과거에 영웅이 겪었던 일을 현세의 이들이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말 그대로 완벽하게 과거의 시대를 구현한다.
하지만 아무리 과거를 완벽하게 구현한다고 해도 영웅의 세계는 결국 가짜 세계.
구현되는 공간은 어디까지나 히어로 레코드의 해당 페이지에 기록된 공간뿐이다.
일정 범위 이상 밖으로 나가면 이 제약의 벽에 가로막힌다.
“통신 방해는 건 저주 때문이 아닌 것 같군.”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우린 이곳에 갇힌 거야.”
***
정찰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니 밤이었다.
레오가 파티원이 머무는 텐트로 향했다.
모닥불 앞에는 아르티안을 포함한 다섯 사람이 앉아 있었다.
“돌아왔군요! 레오 학생!”
아르티안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레오는 아르티안 앞에 앉았다.
레오를 따라 정찰 임무를 나섰던 일행 역시 휴식을 풀기 위해 모닥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아직 저녁 식사는 하지 않았죠? 식사 준비를 해뒀어요.”
아르티안이 빙긋 웃으며 모닥불 위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고 있는 스튜 냄비를 가리켰다.
“와! 잘 먹을게요! 아르티안 교수님!”
“잘 먹겠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루크와 아이나, 하비든이 감사를 전하고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첼시는 스튜를 먹기 전에 먼저 힐끗- 칼을 바라보았다.
“칼, 아이는 몇 명이 좋아?”
“그러니까 난 결혼 생각이 없대도?”
“이 누나가 그냥 물어보는 거잖아?”
드워프와의 혼열이라 키가 작고 어려보이는 카네아였지만 칼 보다 연상이었다.
“우린 고생하다가 왔는데 팔자 좋네.”
첼시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말하자 칼이 퀭한 눈으로 말했다.
“나도 연금술 하느라 팔자가 마냥 좋지는 않았거든?”
칼의 말에 고개를 저은 첼시가 힐끗 엘리자를 바라보았다.
엘리자는 눈을 감은 채 허브티를 즐기고 있었다.
고급 찻잔이 없어 흔히 볼 수 있는 두꺼운 머그컵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우아한 몸가짐에서 영웅 명가 후계자의 품격이 느껴졌다.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불량학생으로 불리지만 행동거지는 완벽한 명가의 사람이었다.
‘저 자존심 덩어리가 칼을 좋아한다고?’
첼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틀 전 사건 이후 호들갑을 떨던 일리아나를 떠올렸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이럴 줄 알았다고! 엘리자가 칼을 좋아했던 거야!’
‘피 좀 닦고 이야기해.’
‘당장 신문부에 제보할 거야! 후후후! 이런 스캔들을 제보했으니 두둑하게…….’
‘어, 엘리자의 삐삐다.’
와그작-!
‘아아아아악!’
엘리자를 놀리다가 삼켜질 뻔했던 주제에 정신 못 차리고 또다시 호들갑을 떨다가 다시 윈드 와이번에게 씹혔던 일리아나.
그때 까지도 설마설마했다.
‘엘리자의 반응은 확실히 이상했지만 그래도 쟤가 칼을?’
작년 영웅의 제전 이후 둘 사이가 가까워졌다는 걸 모르는 학생은 없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친구가 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엘리자 헤르긴은 3학년 중 권위 의식이 강한 학생 중 하나다.
자존심 덩어리에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학생 취급도 하지 않는다.
헤르긴 가문의 후계자인 만큼 어찌보면 당연한 태도이기도 했다.
그런 엘리자가 평민인 칼을 인정한 것도 신기한데 이성으로 마음까지 있다?
‘절대 아니지.’
칼이 어린 나이에 영웅이 되었다고 해도 상상이 가지 않는다.
헤르긴 가문쯤 되면 영웅이라는 타이틀이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으니까.
‘저 깐족이가 뭐가 좋다고.’
유서 깊은 헤르긴 가문의 차기 주인과 평민.
소설 속에나 나올법한 스캔들이다.
“결혼 전에 확 아이부터 가져 보는 건 어떨까?”
빠각-!
엘리자의 입에 맞닿은 머그잔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났다.
엘리자를 주목하고 있던 첼시만이 목격한 장면.
퉤-! 하고 이로 부러트린 두꺼운 머그잔을 뱉어낸 엘리자는 순간 입을 뻐끔거리고 있는 첼시와 눈이 마주쳤다.
“뭘 봐?”
“아, 아무것도 아니야.”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엘리자의 말투.
거기에 태도 역시 몇 배는 험악했다.
엘리자에 꿀리지 않는 성격을 가진 첼시도 일순간 찔끔하여 목을 움츠리고 시선을 피했을 정도다.
엘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머그잔을 들고 딴 곳으로 가버렸다.
‘와! 와! 대박! 진짜 대박!’
엘리자의 마음을 확신한 첼시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 칼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대체 어떻게 꼬신 거야?’
***
“제약의 벽이 발생했다라…… 아무래도 던전의 침식도가 상상 이상으로 높은 모양이군요.”
“예.”
제약의 벽이 등장했다는 건 현실의 공간이 영웅의 세계화가 되었다는 것.
“외부에서의 지원은 어렵겠군요.”
“네. 놈들의 공략을 실패시키거나…… 군단의 레코드를 파괴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으음.”
“내일부터 드웨노에게 부탁해 요새 주변 일대를 탐색할 계획입니다.”
보통 영웅 던전을 유지하는 영웅의 레코드는 영웅 던전 최심부에 있다.
그리고 그 최심부로 가기 위해서는 구현된 과거의 공간.
즉 영웅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군단의 레코드 역시 마찬가지 일 터.
이 경우에는 과거의 이발디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곳이 던전인 이상.
어딘가에 이 페이지의 무대가 되는 과거로 가는 입구가 존재할 것이다.
“그 입구는 타르타로스의 마족들이 지키고 있겠죠?”
“……거인왕이 지키고 있을 확률이 크죠.”
“…….”
아르티안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거인왕을 쓰러트릴 수 있나요? 레오 학생?”
“기아스라면 걱정 없습니다.”
걱정말라는 듯 레오가 아르티안을 안심시켰다.
“우리에게는 신의 대장장이가 있으니까요.”
***
화르르륵-!
깡-! 깡-!
황금색 불꽃이 휘몰아쳤다.
그의 망치가 부러진 검을 후려쳤다.
엔니하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치이이익-
부러진 검을 냉각수에 넣은 드웨노가 망치를 놓고 숨을 돌렸다.
“뭘 그렇게 지켜보나. 엔니하.”
“당신이 이렇게 진지하게 무구를 만지는 모습은 처음 봐서.”
“그런가?”
“응. 당신, 무기 만드는 걸 별로 안 좋아하잖아.”
그 누구보다 뛰어난 스미스 기술을 가진 드웨노였지만 무구를 만드는 건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만든 강력한 무구는 파괴를 부르기 때문이었다.
과거에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해 주변에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었던 드웨노에게 있어 파괴를 부르는 물건을 만드는 행위는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것이 설령 세계를 구하는 일일지라도.
“무슨 바람이 분거야?”
“……목표가 생겼기 때문일세.”
“목표?”
“그래.”
드웨노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발디의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완전한 평화를 누리게 해주고 싶다는 목표일세. 나만 믿게, 엔니하.”
“…….”
엔니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당신…… 이곳에 온 이후로 조금 바뀐 것 같아.”
“그렇나?”
드웨노가 껄껄 웃었다.
그런 드웨노를 보며 엔니하가 말했다.
“그런데 왜 공방은 이런 구석에 만든 거야? 이발디에서는 도시 중심부에 만들었잖아?”
“그냥 이곳이 마음에 든 것뿐일세.”
드웨노는 단단한 바닥 위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이렇게 조용하게 별빛을 바라보고 있으면 좋은 영감이 떠오르거든.”
“당신이 영감이 왜 필요해?”
“말하지 않았나? 나도 예술에 관심이 생겼다고. 곧 내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겠네.”
드웨노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니 엔니하. 죽지 말게.”
“안 죽어. 태양을 볼 때까지.”
“나만 믿게.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네를 미래로 데려가 주겠네.”
굳게 쥐어진 드웨노의 주먹이 잘게 떨렸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