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82)
682.
아르가 진지한 얼굴로 레오와 거리를 좁혔다.
스각-!
일순간, 아르의 발차기가 레오의 안면을 덮쳤다.
확-!
허리를 뒤로 젖혀 공격을 피한 레오를 보며 아르가 눈을 빛냈다.
“빈틈!”
몸을 띄워 지지하고 있던 발로 다시 레오를 공격했다.
팍-!
레오가 손바닥을 펼쳐 아르의 공격을 막아냈다.
후욱-!
레오의 몸이 일순간 뒤로 쭉 밀렸다.
탁-!
바닥에 착지한 레오가 정면을 보았다.
어느새 아르의 주먹이 레오의 코앞까지 다다라 있었다.
화악-!
아르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그와 함께 흙먼지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아르가 흠칫했다.
어느새 코앞에 레오의 손바닥이 와 있었다.
“또 졌다!”
아르가 분하다는 듯 바닥에 대(大)자로 누웠다.
그런 아르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벌써 마흔일곱 번 째야. 이러다 날밤을 새우겠어.”
자정이 넘은 시간.
아르는 레오에게 무투대련을 요청했다.
군말 없이 드웨노에 불꽃 내성을 키우는 훈련을 받는 조건으로 아르가 내세운 조건이었다.
던전에 있는 동안 아르가 만족할 때까지 무투대련을 해줄 것.
그 때문에 현재 레오는 늦은 새벽임에도 아르와 대련을 하는 것이었다.
“난 아직 더 할 수 있어!”
“체력도 좋군.”
“한 번 더 해!”
벌떡 일어나 앉는 아르를 보며 레오가 한숨을 쉬었다.
“제발 잠 좀 자자.”
“흐응?”
그 말에 팔짱을 끼고 빤히 레오를 올려다보던 아르가 웃었다.
“뭐, 검은 토끼가 그렇게 애원한다면 오늘은 이쯤에서 봐줄게.”
“눈물 나게 고맙군.”
한숨을 쉰 레오는 땀에 절어 있는 상의를 벗었다.
비 오듯 땀을 흘린 덕분에 상의는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그걸 쥐어짜며 레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애라서 그런가, 그렇게 격하게 움직였는데도 쌩쌩하군.’
그렇게 생각하던 레오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
‘잠깐, 나도 육체는 애잖아.’
가끔 깜빡할 때가 있다.
‘정신 문제인가?’
헛웃음을 터트리며 레오가 옷을 팡-팡- 털었다.
아르는 호오- 호오- 감탄하며 그런 레오를 바라보았다.
“뭘 봐?”
“아니. 이렇게 보니까 검은 토끼 몸이 참 좋구나 싶어서.”
과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균형잡힌 근육.
물론 아조니아 학생들과 비교한다면 빈약해보일 수도 있지만 순수한 완력은 엄청나다.
“눈 호강하네.”
아르가 레오 쪽으로 기어가더니 히죽이죽 웃으며 복근을 콕콕- 찔러 보았다.
“함부로 만지지 마, 변태 고양이.”
“순진한 소녀를 그런 망측한 칭호로 불러?! 드리아나랑 동급 취급 하지 마!”
“최소한 드리아나는 음흉한 목적으로 옷을 벗으라고 하지는 않지.”
“크윽!”
아르가 주먹을 움켜쥐며 분한 표정을 짓더니 상의를 들어 배를 보이며 말했다.
“불만이면 너도 만져! 만지라고! 그리고 변태 고양이라고 부른 거 사과해! 드리아나랑 동급으로 취급한 거 사과하라고!”
그 말에 레오가 아르의 옆구리를 틀어쥐었다.
“아악! 만지라고 했지! 꼬집으라고는 안 했잖아!”
“어디서 함부로 배를 까뒤집어. 변태 고양이.”
“사과하기는 커녕! 또 변태라고 했어!”
가까스로 레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아르가 그대로 레오에게 달려들어 머리를 깨물었다.
“아르르르!”
짐승 소리를 내는 아르를 무시하며 레오는 양 손목과 발목에 있는 팔찌와 발찌를 풀어 내려놓았다.
그리고 가볍게 손목을 돌려보았다.
중량 마법이 걸린 팔찌였다.
타인에게는 무겁게 느껴지지 않지만 착용자에게는 확실히 몸에 부하를 주는 수련용 아티팩트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즐겨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레오의 등 뒤에 매달린 채 머리를 깨물던 아르가 내려와 곁에 앉았다.
그리고 살짝 뚱한 얼굴로 아티팩트를 노려보았다.
알고 있다.
이런 제약이 없이 대련하게 된다면 자신은 레오에게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걸.
그래도 분한 건 분한 거 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발목을 풀어주기 시작하는 레오를 올려다보며 아르가 말했다.
“언젠가는 제약 없이 싸울 수 있으면 좋겠네.”
“그러게. 언제 따라올래?”
“우웃!”
살짝 도발적인 레오의 발언에 아르가 발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아르를 보며 피식 웃은 레오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넌 충분히 빨리 강해지고 있어. 그러니 너무 조급해 하지 마.”
“헹! 하긴! 대영웅의 후계자 중에는 내가 2등이지!”
“2등?”
“그래. 검은 토끼, 나, 깡패 엘프, 변태 드워프! 이 순서지!”
‘루니아 녀석도 똑같이 생각할 것 같은데?’
금방 우쭐해 하는 아르를 보며 레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한 사람 빼먹었군.”
“응?”
“드래곤 로드.”
“우웃!”
아르가 움찔했다.
아무리 기운 좋은 아르라도 멜리나가 비교 대상이 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드래곤 로드 멜리나는 이미 한 시대를 짊어지고 있는 영웅이니까.
“그, 금방 따라잡을 거야!”
“진짜?”
“물론이지! 검은 토끼! 우선 널 따라잡고! 그다음이 멜리나님이야!”
호기롭게 소리치는 아르.
그런 아르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순서가 바뀌었는데.’
물론 아르로서는 알 길이 없으니 넘어가기로 했다.
“자네들 이 늦은 새벽에 뭐 하나? 데이트라도 하나?”
“어엇! 드웨노님!”
껄껄- 웃는 드웨노를 보며 아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드웨노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진즉에 눈치채고 있었던 레오는 힐끗-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훈련을 하고 있었어.”
“거 참, 열심히군. 자네들은 이미 충분히 강하지 않나?”
턱을 쓰다듬으며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는 드웨노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이 정도로는 한참 모자라. 그걸 제일 잘 아는 건 드웨노, 너일 텐데?”
살짝 삐딱한 말투로 말하는 레오를 보며 아르가 화들짝 놀랐다.
“거, 검은 토끼! 드웨노님께 그런 태도라니!”
“난 신경 쓰지 않으니 걱정 말게.”
드웨노가 껄껄 웃으며 레오 곁으로 다가왔다.
“이 친구가 싹퉁 머리가 없다는 건 처음 봤을 때부터 꿰뚫어 봤거든.”
퍽-! 퍽-!
드웨노가 기껍게 웃으며 레오의 어깨를 두들겼다.
가볍게 두드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레오 입장에서는 쇠몽둥이로 후려치는 느낌이었다.
“이 영감탱이가 사람을 왜 치고 난리야?”
“가볍게 두들겨 준 게 치는 걸로 느껴졌나? 자네. 허우대만 멀쩡하지 생각보다 허약하군.”
쯧- 혀를 차는 드웨노를 보며 레오가 얼굴을 구기며 발로 드웨노의 얼굴을 밀어냈다.
“이 변태 영감탱이가!”
“변태라. 살면서 그렇게 불리긴 또 처음이군! 엔니하라면 모를까? 내가 왜 변태라는 건가! 하하하!”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드웨노가 웃으며 레오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 위험한 주먹을 피한 레오가 발길질을 했지만 드웨노도 냉큼 피해 버렸다.
“으아아아아아.”
엄청난 불경을 눈앞에서 목격한 아르는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살벌하게 싸우던 두 사람은 이내 태연하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 정찰 결과 완전히 갇힌 상태라고?”
“맞아. 외부에서 도움은 어려워.”
“마법으로 해제는 어렵나?”
“……에레보스의 힘으로 이루어진 결계야. 뚫는 건 불가능해.”
“그렇단 말이지.”
드웨노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요새 주변 일대에 결계를 이루고 있는 핵이 있을 거야. 그걸 파괴하면 돼.”
정확하게는 군단의 세계의 중심부로 갈 수 있는 입구다.
그곳을 통해 군단의 세계에 침입한 후 군단의 레코드를 찾아 파괴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영웅 던전은 붕괴한다.
드웨노에게 거짓말을 하며 레오가 말했다.
“그래서 내일부터 요새 주변 일대를 탐색할 계획이야.”
“필요한 건 있나?”
“흠. 이발디의 전사 후보생들과 함께 움직이고 싶은데?”
“그 아이들과?”
“우리도 인력을 나눠야 하니까.”
아르와 드리아나, 일리아나는 훈련 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
칼 역시 타르타로스와의 전투에 필요한 포션 생산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있어 연금 가마에서 떠날 수가 없었다.
결국 현재 레오 파티 역시 인력 부족이었다.
이발디의 전사들은 성벽을 지켜야 해서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
“후보생들이라도 요새 주변의 정찰 임무나 마물 토벌은 해왔잖아? 큰 도움이 될 거야.”
순수한 무력은 레오 파티보다는 약하다.
하지만 재앙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얻은 경험은 영웅 후보생들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그런 만큼 탐색 임무에서는 큰 전력이 될 게 분명했다.
레오의 말에 고민하던 드웨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전사 후보생들에게는 말해놓도록 하지.”
고개를 끄덕이던 드웨노가 아르를 보며 웃었다.
“자네는 좋은 친구를 동료로 뒀구만.”
“그렇죠.”
아르가 배시시 웃자 드웨노가 피식 웃었다.
“성질머리는 뭣 같은 것 같네만 배울 점은 많은 친구 같아 보이니 많이 배우게나.”
“이게 또 왜 시비야?”
레오가 얼굴을 구길 때 아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네! 검은 토끼랑 함께 꼭 강해질 거예요! 강해져서! 에레보스를 꼭 토벌하고 말겠어요! 아르온님의 명예를 걸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양 주먹을 꼭 쥐는 아르를 보며 드웨노가 말했다.
“믿음직스럽군!”
“에헤헤헤.”
“꼭 쓰러트려 주게. 그 증오스러운 검은 불꽃을.”
“물론이죠! 제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에레보스를 꼭…….”
“아니.”
“네?”
“절대 죽지 말게. 죽지 말고 놈을 토벌하게.”
드웨노가 단호하게 말했다.
“넵!”
아르가 힘차게 대답하자 드웨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탐색을 위해 씻고 일찍 자게나.”
“네!”
딱-!
푸확-!
레오가 손가락을 튕기자 아르 위로 물벼락이 떨어졌다.
쫄딱 젖은 고양이 꼴이 된 아르가 쌍심지를 키고 레오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무슨 짓이야!”
“씻겨 준 거잖아.”
“좀 곱게 씻겨 달라고! 곱게!”
악악! 거리며 한바탕 불만을 쏟아낸 아르가 몸을 푸드드! 떨며 물방울을 레오에게 마구 튕겼다.
그리고 코웃음을 한 번 친 다음 획! 가버렸다.
그런 아르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은 레오가 그 뒤를 따르며 말했다.
“그럼 나도 이만 갈게.”
“레오. 묻고 싶은 게 있네.”
“왜?”
“자네가 파괴하려는 결계의 핵. 그걸 파괴하면 우리는 승리하겠지?”
“아마도.”
“우리는…… 이발디의 사람들은 어떻게 되나?”
“…….”
일순간 레오의 말문이 막혔다.
‘사라진다.’
물론 그 말은 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있어 이곳은 과거의 편린일 뿐이지만 드웨노에게 있어 이곳은 현재다.
“이곳을 탈출해 가드스론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이곳이 위험 지역이란 건 변함 없으니까. 거인왕의 세력에 큰 타격을 입히면 분명 틈이 생길 거야.”
“…….”
드웨노는 레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레오는 드웨노와 눈을 계속 마주쳤다.
“그렇다면 대규모 이동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겠군.”
빙긋 웃은 드웨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철저하게 준비해 둬.”
고개를 끄덕인 레오가 텐트로 돌아갔다.
멀리서 레오를 기다리고 있던 아르가 레오와 함께 돌아갔다.
같이 걷기 시작한 두 사람이 점점 멀어져 간다.
그 뒷모습을 제자리에 선 드웨노는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