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83)
683.
까앙-! 까앙-!
드리아나가 망치질하고 있었다.
드웨노는 그런 드리아나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드리아나가 무구를 만드는 건 본 적이 없네?”
엔니하는 진지한 모습의 드리아나를 보며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드리아나의 실력은 어때?”
드웨노의 공방 한쪽.
연금 솥 앞에 서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내용물을 휘휘 저으며 칼이 대답했다.
“보면 아마 깜짝 놀라실걸요?”
“하긴, 저 아이 손재주를 보면 심히 걱정되긴 해.”
자칭 예술가로서 온갖 기괴한 그림이나 조각상만을 만드는 드리아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엔니하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런 엔니하 곁에 서 있던 디트가 주먹을 꾹 쥐었다.
“어디 얼마나 잘 만드는지 두고 보자.”
이발디의 스미스 후보생 디트.
드웨노의 수제자가 되고 싶어 열심히 노력했던 디트다.
하지만 그 꿈은 외부인인 드리아나가 드웨노의 수제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좌절되고 말았다.
디트는 드리아나의 실력을 확인하겠다며 자신이 만든 무구를 드리아나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드리아나는 그런 디트가 만든 검을 확인한 후 부족한 점을 완벽하게 짚어냄으로써 디트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드리아나가 만든 검을 디트가 평가할 차례였다.
그런 디트를 보며 엔니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구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걸 보면 보는 눈은 좋은 것 같은데.”
그 대화를 듣던 일리아나가 칼에게 작게 물었다.
“자기 그림을 흉봐서 심술부린 거지?”
“당연하지.”
칼은 아까 전 디트가 만든 검을 평가하던 드리아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 형편 없는 마감 처리는 뭐야! 이러면 날이 빨리 상할 거 아니야!’
‘이건 또 소리가 왜 이래? 너! 불 조절 잘못했지?’
‘장난하냐! 이따위로 하면서 드웨노님의 수제자를 노려! 때려 쳐! 나도 너 같은 건 안 가르쳐!’
평소의 말투까지 집어 던지며 디트가 만든 검을 어떻게든 깔아뭉개던 드리아나.
평소라면 절대 그렇게까지 상대가 만든 물건을 혹평하지 않는 그녀였지만 이번만큼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자기 키만큼이나 쪼잔한 드워프라니까.”
공방에 있는 의자에 앉은 아르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까앙-! 화악-!
드리아나가 망치질을 끝냈다.
그러자 시뻘겋게 달아올라 불을 내뿜던 칼날로 불길이 빨려 들어갔다.
“후우.”
드리아나가 심호흡하고 검을 물속에 넣었다.
치이이익-
격렬한 소리와 함께 수증기가 자욱하게 울려 퍼졌다.
검날을 꺼낸 드리아나가 헝겊으로 물기를 닦아 내고 공방 테이블 위에 검날을 올려놓았다.
그걸 본 엔니하가 탄성을 내질렀다.
“와…… 예쁘다.”
드리아나가 만든 검날은 하나의 예술작품에 가까웠다.
마치 불꽃처럼 타오르는 듯한 칼날의 문양.
거울처럼 얼굴이 비치는 검면.
디트 역시 넋을 놓고 검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혀를 찼다.
‘당연하지. 저래 봬도 레오가 인정한 천재니까.’
모조품이라고 해도 이미 1학년 때부터 드웨노의 작품을 따라 했던 드리아나다.
물론 드웨노의 무구는 겉모습을 따라 한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하지만 드리아나는 그럴듯한 가짜를 만들 능력이 있었다.
레오 파티와 함께 드웨노의 세계를 공략하는 과정에서 드웨노에게 스미스 기술을 전수 받았다.
그 과정에서 드웨노는 드리아나에게 자신의 망치를 주었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간단했다.
대장장이로서 자신의 수제자로 인정한다는 것.
‘레오 말에 의하면 드웨노는 재앙의 시대 당시 누군가를 가르치진 않았다고 했어.’
많은 무구를 만들었지만 자신의 기술을 누군가에게 전수한 적은 없다.
정확하게는 드웨노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이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드웨노에게 인정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스미스로서 드리아나가 얼마나 눈부신 재능을 가졌는지는 짐작이 가능하다.
그 이후에는 1년 동안 꾸준히 스미스 기술을 연마해 왔다.
‘지금 드웨노님께 수련받는 건 지금보다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지.’
“이건 이 자체만으로 예술작품이잖아.”
일리아나가 넋을 놓고 중얼거리자 드리아나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건 아니지. 이제부터 이 검을 진짜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보겠어.”
그 말에 디트가 기겁했다.
“야! 여기서 뭘 더하겠다는 거야?!”
“일단 검면에 문양을 새기는 거지! 봐! 내가 이 밋밋한 검을 어떻게 하는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은 드리아나가 검에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
뻐억-!
드웨노의 주먹이 드리아나의 정수리에 꽂혔다.
머리를 움켜쥐고 바닥을 구르는 드리아나를 뒤로하고 드웨노는 드리아나가 만든 검을 들어 보았다.
“훌륭하군.”
그 짤막한 드웨노의 칭찬에 모두가 놀랐다.
“디트.”
“네.”
“네가 보거라.”
드웨노의 말에 디트는 떨리는 손으로 드리아나가 만든 검을 받아보았다.
이윽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그렇지! 너 따위보다는 내가 훨씬 뛰어나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드리아나가 드웨노 옆에서 디트를 약 올렸다.
“손재주가 형편없다느니 뭐니. 하더니. 난 대충 만든 검이 이 정도라고.”
“그래…… 넌 정말 굉장해.”
“이제 알았냐?”
잘난 척하는 드리아나를 보며 아르가 중얼거렸다.
“이 악물고 만들었으면서.”
“아니. 인정한 상대를 왜 저렇게 짓밟는 거야. 보는 우리가 창피해지게.”
“그러게. 왜 창피한 건 우리 몫인 건데?”
칼과 아르가 투덜거렸다.
그때 일리아나가 공방 구석에서 뭔가를 가져왔다.
“어디 보자. 이게 디트라는 애가 그린 그림이지?”
“어? 무슨 짓이야!”
디트가 당황했다.
“어디 얼마나 잘 그렸는지 궁금해서.”
며칠 전 말싸움에서 자기가 발로 그려도 드리아나보다는 잘 그린다며 그림을 그려오겠다던 디트.
지금 일리아나 손에 쥐어진 그림이 바로 그 결과물이었다.
빠른 속도로 획- 하고 디트를 피해 드리아나 곁으로 온 일리아나가 그림을 건네며 손을 비볐다.
“아이고~ 드웨노님의 수제자 드리아나님. 제가 이걸 가져왔습니다. 상으로 다음에 제게 검 한 자루만…….”
“훗. 그러도록 할까.”
간신배처럼 드리아나에게 딸랑거리는 일리아나를 보며 아르가 중얼거렸다.
“하는 꼬락서니가 완전 비열한 악당인데?”
칼이 한숨을 쉬었다.
잔뜩 붉어진 디트의 얼굴이 애처롭다.
드리아나는 의기양양하게 그림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우지직 굳었다.
“와…….”
일리아나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세상에! 디트! 이거 정말 네가 그렸니?”
그림을 본 엔니하가 깜짝 놀라며 묻자 디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굳어 있는 드리아나의 손에서 그림을 받아 간 드웨노도 놀랐다.
“놀랍군! 디트! 자네는 천재가 분명하네!”
“네?”
“이토록 아름다운 밤하늘 그림이라니! 자네, 그림 그린 적 있나?”
“처, 처음인데요?”
“놀랍군!”
흥분한 드웨노를 보며 아르와 칼도 디트의 그림을 바라보았다.
영웅 사관 학생은 기분적으로 교양 수업도 받는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일도 많다.
물론 드리아나를 제외하고 아르와 칼, 일리아나는 그런 수업에서 하품을 해댈 학생들이지만 최소한 보는 눈은 높아진다.
그런 세 사람의 눈에도 디트의 그림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어떻게 그린 건가?”
“그…… 뭐랄까, 밤하늘을 처음 봤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렸어요.”
부끄러워하는 디트를 보며 드웨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얼굴이 흐려졌다.
“안타깝군. 이런 재능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걸…….”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디트! 예술가가 되어볼 생각 없니?”
엔니하가 환하게 웃으며 묻자 디트가 강경하게 말했다.
“전 무구를 만들고 싶어요! 훌륭한 스미스가 되어서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이 세상을 위해 싸우는 전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누구와는 다르게 훌륭한 마음가짐이네.”
아르가 드리아나를 바라보며 히죽 웃자 드리아나가 움찔 몸을 떨었다.
“그러게. 자기보다 어린애 상대로 최선을 다해 깐족거리던 누구와는 다르네.”
칼도 옆에서 거들자 드리아나가 붉어진 얼굴로 칼에게 달려들었다.
“왜 나만?!”
“저 바보 고양이는 때리고 싶어도 얄밉게 피하지 않나!”
소란스러워진 공방 내부를 보며 일리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나저나 드리아나는 이런 그림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 감성은 멀쩡하다는 건데 왜 자기 작품을 그렇게 엉망일까?”
“자기도 저렇게 만들고 싶은데 열심히 만들다 보면 엉망이 된다고 하더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동원해서 최대한 아름답게 만드는 거래. 그래서 그 결과물이 자기 눈엔 예쁘게 보이나 봐.”
“……저주받은 거네.”
아르의 설명을 들은 일리아나가 측은한 시선으로 드리아나를 바라보았다.
한바탕 소란이 있은 후.
공방 한쪽 구석에서 우울한 얼굴로 디트의 그림을 보고 있는 드리아나와 반대쪽 구석에서 드리아나의 검을 보고 있는 디트를 보며 엔니하가 생긋 웃었다.
“좋은 생각이 났어.”
“뭔가?”
“드리아나는 그림을 배우고 싶고 디트는 스미스 기술을 배우고 싶잖아? 서로가 서로를 가르쳐 보는 건 어떨까? 비슷한 나이에 가치관이 다른 만큼 서로에게 뭔가 영감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으흠. 나쁘지 않은 생각 같군.”
드웨노가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드웨노. 당신은 여전히 드리아나를 가르쳐야겠지만.”
“엔니하. 자네도 드리아나에게 그림을 가르쳐 줘야 하지 않나?”
“나보다는 디트에게 배우는 게 드리아나에게 훨씬 도움 되지 않을까?”
그 말을 듣고 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거 그냥 디트에게 떠넘기는 아닙…….”
“호호호호. 눈치 빠른 아이를 이 누나는 참 싫어한단다?”
“죄송합니다.”
“누나가 아니라 아줌마겠지.”
드웨노가 냉정하게 말하자 엔니하는 드웨노의 머리를 팔꿈치로 찍어 버렸다.
그리고 팔꿈치를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 엔니하를 무시한 드웨노가 드리아나와 디트를 불렀다.
“그래서,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전 좋습니다!”
디트가 열성적으로 말했다.
드리아나의 실력을 인정했기에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저도 좋아요.”
드리아나 역시 디트의 그림에 자극을 받았다.
고개를 끄덕인 두 사람이 공방 한쪽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엔니하가 빙긋 웃었다.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다는 건 참 좋네.”
어느새 해가 지고 밤하늘에 별이 떠오르고 있었다.
절망적인 낮이 가고 희망찬 밤이 떠오른다.
“이런 풍경을 보는 게 얼마 만인지.”
살아남기 급급했던 시절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
콰가가각-!
거대한 로드 기간테스의 머리가 그대로 짓뭉개진다.
콰아앙-!
머리가 뭉개진 로드 기간테스를 보며 레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탐색을 시작하고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다.
꿈틀거리는 로드 기간테스의 몸에 붉은 화염이 휘몰아쳤다.
화르륵-
제르딩거의 오러로 로드 기간테스를 태운 레오가 검을 검집에 꽂아 넣었다.
‘이것으로 요새 주변 일대는 모두 탐색했어.’
파티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며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왜 입구가 보이지 않는 거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