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85)
685.
“어이! 레오 파티가 돌아왔어!”
“문을 열어라!”
요새의 성벽 앞.
해자 앞에 도달한 레오 일행을 보며 이발디의 전사들이 분주해졌다.
“특별한 건 발견했나?”
요새의 성벽 총책임자인 수인, 라흐든의 물음에 레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음! 어지간히도 은밀하게 숨겨 놓은 모양이군! 자네들! 주변은 이미 모두 탐색하지 않았나?”
라흐든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하루 빨리 결계를 파괴해 가드스론의 도움을 받아야 할 텐데.”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레오의 말에 라흐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밤도 고생했어. 다들 쉬도록 해.”
탐색은 달과 별이 뜨는 밤에 이루어졌다.
기본적으로 타르타로스의 마족들은 밤에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현재 이곳은 재앙의 시대와 현세의 경계.
낮에는 잿빛 하늘이 뜬다.
이 하늘 아래에서는 마족이 현세의 밤하늘보다 훨씬 강해진다.
낮에는 휴식을 취하고 밤에 활동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한 상황이 된 것이다.
레오의 말을 듣고 영웅 후보생들과 전사 후보생들이 텐트로 향했다.
혼자 남은 레오가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
“레오 학생.”
아르티안이 심각한 얼굴로 다가왔다.
“입구에 관해 할 말이 있는데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아르티안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입구가 이 요새 내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려는 거죠?”
“역시 레오 학생이군요.”
아르티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웅학을 전문으로 하고 그만큼 영웅의 세계에 관한 지식도 해박한 아르티안은 레오와 비슷한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이발디의 사람들이 폐허가 된 요새를 재건축하긴 했지만 기본 구조를 본다면 타르타로스와의 전쟁을 상정해서 만든 요새는 아니에요.”
“그렇다면?”
“종족 간의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요새랍니다.”
아르티안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 퍼즐을 짜 맞춰갔다.
타르타로스의 세력권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평화에 도취 되어 종족끼리 일어난 전란의 불씨.
불씨는 거대한 화마가 되었고 그로 인해 이 일대 세력의 힘은 약화 되었을 것이다.
결국 타르타로스의 침공에 무너졌다는 흔하디흔한 이야기.
“이 지역에서 종족 간에 벌어지던 시절 건축된 주요 거점 요새들은 수성 쪽에서 지연전을 펼치기 위해 지하에 미궁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잘 아시네요.”
“역사를 좋아하니까요.”
영웅학 자체가 영웅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인 만큼 아르티안은 세계의 역사에 관해서도 능통했다.
“요새의 지하 미궁 깊숙한 곳에 입구가 있는 게 분명해요.”
아르티안의 말에 레오가 생각에 잠겼다.
‘영웅 던전 최중심부로 향하는 내부에는 공간의 일그러짐이 발생한다고 했지?’
그런 게 외부에 있었다면 이미 발견되어야 정상이다.
그래서 아르티안은 던전 최중심부에 입구가 있으리라 유추한 것이다.
“아까 잠시 이발디의 전사분들께 물어봤는데요. 이 요새에 미궁 같은 걸 본 적이 없다고 했어요.”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미궁의 존재를 모른다고요?”
“네. 분명 숨겨져 있는 게 분명해요. 그래서 이발디의 전사분들도 입구의 존재를 모르는 거죠.”
아르티안이 주먹을 꽉 쥐었다.
“당장 오늘부터 미궁 입구를 찾아야…….”
“아니요.”
“네?”
“이틀 정도만 휴식을 취하도록 하죠. 지난 열흘 동안 많이 힘들었을 테니까요.”
“그러도록…… 할까요?”
레오의 반응에 아르티안이 살짝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교수와 학생의 관계라 할지라도 현재 아르히 파티의 리더는 레오다.
게다가 레오가 하는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은 아르티안 잘 알고 있다.
당장 전투에 관해서는 레오가 자신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는 건 아르티안도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그게 힘이든 경험이든.
‘참 신기한 학생이야.’
“그럼 레오 학생. 푹 쉬도록 해요.”
빙긋 웃은 아르티안이 떠났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레오가 걸음을 옮겼다.
레오가 향한 곳은 요새의 외곽 지역.
드웨노의 공방이 있는 곳이었다.
공방에 다가갔지만, 주변은 조용했다.
한창 드웨노의 망치질 소리와 수련을 하는 소리가 들려야 할 시간이었지만 그런 소리는 일절 들리지 않았다.
공방에 도착한 레오는 텅 빈 공방을 바라보았다.
다 같이 어디 간 듯 공방은 고요하기만 했다.
끼익-
공방으로 들어선 레오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공방 한쪽.
드웨노만이 드나드는 개인 골방으로 레오가 다가갔다.
이곳은 드웨노가 만든 무구가 보관된 곳이다.
“…….”
스미스에게 있어 전용 보관소는 보물 창고와도 같은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인이 함부로 드나들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레오는 망설임 없이 문에 손을 뻗었다.
덜컹-
문이 잠겨 있다.
단순히 잠겨 있는 게 아니었다.
마법으로 잠겨 있었다.
스미스인 만큼 드웨노는 마법 공학 방면에서 굉장히 수준 높은 마법사이기도 했다.
전투 마법이 아닌 마법 공학과 연금술에서는 카일을 아득히 앞섰다.
카일이 드웨노가 잠근 문을 열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면 힘으로 열어 버리거나.
키리릭- 철컥-
하지만 레오는 어렵지 않게 잠금 패턴을 분석하고 해제했다.
순식간에 드웨노의 잠금 마법을 풀 수 있는 이유는 지극히 당연했다.
같은 시간을 보냈다면 절대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드웨노의 시간이 멈춰 있고 레오의 시간은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 레오는 앞으로 나아갔다.
끼익-
레오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공방 내부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손에 힘을 주었다.
공방 내부를 확인하고 있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부터 눈치채고 있었나?”
레오가 뒤를 돌아보았다.
공방 입구에서 드웨노가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런 쪽으로는 쓸데없이 눈치가 빠르군. 카일.”
***
레오는 잠시 드웨노를 바라보다가 다시 골방 내부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아르온의 대검과 루나의 반지가 강한 뇌전과 한기를 내뿜고 있었다.
완벽하게 원래 모습으로 복원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부러졌던 브레이브가 원형을 되찾은 상태였다.
물론 브레이브는 아직 온전한 원래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시기의 드웨노의 솜씨로는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브레이브를 저 정도까지 복원하는 건 불가능하다.
레오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드웨노 쪽으로 완전히 몸을 돌렸다.
“네가 기메온을 처단했을 때부터 의심이 들긴 했어.”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이 도시 어딘가에 입구가 있다는 생각이 들자 거의 확신으로 바뀌었고.”
드웨노는 오랜 세월 이발디는 물론이고 가드스론 방어에서도 선봉장으로 있었던 사내다.
“내가 아는 너라면 자신이 지켜야 할 요새를 철저하게 파악했을 테니까.”
그 과정에서 미궁 입구 역시 발견되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발디의 전사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누가 의도적으로 미궁의 존재를 숨겼을 확률이 높았다.
거기까지 퍼즐을 맞춰간 레오는 드웨노가 기억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완전히 확신한 건 이 문을 열 때였지.”
레오가 엄지로 뒤에 문을 가리켰다.
“이 문을 잠그는 데 사용한 마법 공학 술식. 숨기려고 했지만, 우리가 최후의 원정을 나설 때의 네 마법 실력 수준이었거든. 결정적으로.”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넌 이런 문을 잠그지 않았다.”
드웨노는 스미스의 일에 애착이 없다.
그런만큼 자신이 만든 무구에도 애착이 없다.
그가 재앙의 시대를 이겨내면서 작품이라 칭하며 이름을 붙인 무구는 단 하나뿐이다.
이름이 존재하는 대부분의 신기는 드웨노가 아닌 사용자가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것만 봐도 그런 드웨노의 성향을 알 수 있다.
그런 드웨노가 문을 잠갔다는 것 자체가 이 안에 보여주기 싫은 것이 있다는 뜻이었다.
“…….”
드웨노가 눈을 감은 후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전부터 느낀 거지만 이런 쪽으로는 눈치가 빠르군.”
“언제부터 기억이 있었어?”
“미래…… 아니. 지금 시대로 온 순간부터 기억이 돌아왔네.”
드웨노가 손을 내려다보았다.
“선명하게 기억나더군. 이발디가 멸망한 이후. 내가 아르히에 합류하고 동료들과 여정을 떠난 기억이.”
드웨노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기아스가 가드스론을 침공할 때. 머나먼 미래에서 카일, 자네가 저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온 기억까지.”
현세에 온 순간.
드웨노는 미래의 기억까지 닿았다.
“……지금 넌 조금 더 미래까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브레이브 때문이네.”
“브레이브?”
“저 부러진 브레이브가 보여주더군. 아르온의 최후를.”
드웨노의 시선이 레오 뒤편의 창고 너머로 향했다.
드웨노의 눈이 가라앉았다.
비록 가짜일지라도.
주인의 최후를 자신의 창조주에게 전한 것이다.
‘그래서 그때…….’
부러진 브레이브를 잡고 눈물을 흘리던 드웨노를 떠올리며 레오가 깊은숨을 내뱉었다.
레오와 드웨노는 다르다.
아르온이 죽은 후.
차례차례 드웨노와 루나…… 최후에는 리시나스까지 떠나보낸 레오다.
그들의 최후를 레오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환생했지.’
현세에 되살아나 계속해서 친우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들을 추모했다.
동료들의 희생이.
자신의 희생의 결과물을 보고.
슬픔을 시간 속에 흘려보냈다.
그런다고 슬픔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더 이상 죽음에 매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드웨노는 아니다.
자신과 동료들이 죽는다는 걸 알아도.
그 결과를 통해 세계가 구원받는다는 사실을 알아도.
브레이브가 전해준 기억을 통해 직접 목격한 아르온의 죽음은 드웨노에게 있어 큰 슬픔이었을 것이다.
침묵하던 레오가 입을 열었다.
“드웨노. 너, 입구를 알고 있지?”
“알고 있네.”
드웨노가 레오를 직시했다.
“하지만 내 목표를 이룰 때까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수 없네.”
“목표가 뭔데.”
“이발디의 사람들에게 완전히 구원받은 세상을. 해가 뜨는 내일을 보여주는 것일세.”
“…….”
“나는 나의 미래를. 이들의 미래를 알고 있네. 내가 가짜라는 것도. 내 아집이 무의미하다는 것도 알고 있네.”
드웨노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들은 희망조차 보지 못하고 절망 속에서 죽어갔네.”
드웨노가 스스로 실패라고 칭했던 것.
레오가 알지 못했던 드웨노의 과거이자 커다란 미련.
이발디의 사람들은 철저하게 절망 속에서 죽어갔다.
고립된 채 구원받으리라는 희망도 보지 못한 채.
그저 절망과 탄식 속에서 죽어갔다.
“이들을 조금이라도 미래로 데려가 주고 싶네. 그 정도는……”
드웨노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정도 소망은 이뤄도 되는 거 아닌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