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89)
689.
훙훙훙-
갈고리가 달린 줄을 돌려 원심력을 만들어 낸 칼이 갈고리를 위로 던졌다.
높이 날아간 갈고리 성벽 위에 걸렸다.
“힘이 엄청 좋네?”
카네아가 신기한 얼굴로 말하자 칼이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훗. 이거 마법 아이템이거든. 일명 칼 만물상 성벽 침입 세트라고 할까?”
“굉장해.”
카네아가 감탄하며 손뼉을 쳤다.
한발 물러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엘리자가 말했다.
“잘도 그런 걸 만들 생각을 했네.”
“공략에 유용할 것 같아서.”
“확실히 준비성이 좋아.”
영웅의 세계에서는 무수히 많은 상황이 존재한다.
성벽을 몰래 넘어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칼은 그런 상황을 대비해 연금술로 아이템을 만든 것이었다.
“훗, 괜히 내가 시작을 준비하는 자겠냐?”
한 번 우쭐한 표정을 지은 칼이 줄을 잡고 성벽 위로 올라갔다.
엘리자와 카네아 역시 그 뒤를 따랐다.
먼저 올라간 칼이 성벽 위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피고는 위로 올라갔다.
경비가 삼엄하지 않은 구역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칼의 움직임은 거침이 없었다.
칼은 몸에 두르고 있던 또 다른 갈고리 줄을 성벽 바깥으로 걸었다.
엘리자와 카네아는 올라오자마자 칼의 손짓에 따라 줄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올라올 때 사용했던 줄을 회수한 칼도 곧바로 따라 내려갔다.
바닥에 도착한 칼이 줄 끝에 있는 실을 잡아당기자, 성벽에 걸린 갈고리가 접히며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탁-!
카네아가 뛰어난 반사 신경으로 그걸 잡아 칼에게 건넸다.
칼은 허리춤에 있는 벨트 주머니에서 하늘색 구슬 세 개를 꺼내 하나를 입에 물었다.
나머지 두 개는 엘리자와 카네아에게 주었다.
두 사람이 칼을 따라 구슬을 입에 물자 칼은 물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칼을 따라 물속으로 들어간 엘리자는 물속에서 큰 저항감이 없자 조금 놀란 눈으로 칼을 바라보았다.
숨을 참는 게 불편하지 않았다.
물속에서 눈을 뜨는 것도 어렵지 않았으며 물속 내부가 훤하게 보였다.
‘이 구슬. 연금술로 만든 아이템이구나.’
드웨노의 연금술을 이어받은 칼의 뛰어난 아이템 제작 능력에 엘리자는 다시 한번 감탄했다.
수영복 역시 물의 저항감을 줄여 주었다.
카네아도 놀란 듯 이리저리 손을 휘둘러보더니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그런 카네아를 향해 마주 엄지를 들어준 칼이 앞서가기 시작했다.
‘죽이 잘 맞네.’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린 엘리자가 칼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세 사람은 오러와 마력, 영력을 사용하지 않은 채 은밀하게 움직였다.
엔니하가 알려준 부근에 도착한 칼은 해자 밑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구멍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눈을 빛낸 칼이 구멍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푸화!”
칼이 숨을 들이켜며 중얼거렸다.
“역시 공기가 좋다니까. 수중 구슬은 다 좋은데 갑갑한 건 어쩔 수가 없네.”
칼이 퉤- 수중 구슬을 뱉어냈다.
그러자 수중 구슬이 물처럼 스륵- 녹아 사라졌다.
“라이트.”
마법을 사용해 빛을 만들어 낸 칼이 물 위로 올라갔다.
“음. 길이 두 개네.”
칼이 고민하는 사이.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어내며 엘리자가 말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이렇게 몰래 움직이는 거야?”
칼의 요청에 의해 따라오긴 했지만 이렇게 은밀하게 움직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레오 플로브의 생각이야?”
“아니. 레오는 몰라. 나랑 첼시, 그리고 엔니하님이 움직이고 있어.”
“왜?”
“그럴 이유가 있거든. 일단 설명은 나중에 해줄게. 지금 입구를 찾는 게 먼저야.”
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엘리자가 앞에 섰다.
“길이 두 개인데 어떻게 할래?”
“난 왼쪽으로 갈게. 너랑 카네아는 오른쪽으로 가.”
“혼자 가도 괜찮겠어?”
“오우. 한창 사춘기 소년보고 어두운 곳에서 수영복 차림의 소녀들과 단둘이 가라고? 자극이 너무 강해서 안 돼.”
능글맞게 웃은 칼이 왼쪽으로 향했다.
“어차피 별다른 위험 요소는 없을 거야.”
그 말을 남기고 칼은 먼저 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엘리자가 카네아와 함께 오른쪽으로 향했다.
앞장서서 걸어가던 카네아는 양손을 맞잡고 말했다.
“칼 멋있지 않아?”
“당신도 어지간히 남자 보는 눈이 없군요.”
시큰둥하게 말하는 엘리자를 보며 카네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뭐든지 척척 해내잖아.”
“전혀요. 당신도 조금만 더 알고 지내면 그런 생각 안 할 걸요? 오히려 환멸하게 될 거예요.”
픽- 미소 짓는 엘리자의 눈을 빤히 바라보던 카네아가 빙긋 웃었다.
“거짓말쟁이.”
“뭐라고요?”
“경쟁자를 줄이려는 거지?”
“웃겨. 헤르긴 가문의 후계자인 내가 왜 그런 평민 때문에 그런 거짓말을…….”
발끈하던 엘리자는 카네아와 눈이 마주쳤다.
‘진짜 꼴불견이네.’
엘리자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카네아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고 속으로 시인하며 엘리자가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을 보며 카네아가 웃었다.
“부럽다.”
“뭐가요.”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거.”
“그게 뭐가 부럽죠?”
“넌 앞으로도 칼이랑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거잖아.”
“당신도 그러면 되잖아요.”
“아니.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아. 감이 말하고 있거든.”
“감?”
“내게 허락된 시간이 왠지 길지 않을 것 같달까?”
“…….”
“칼 역시 그래. 날 오래 볼 사람처럼 대하지 않아.”
“그거야…… 아직 친하지 않으니…….”
“그런 거랑은 달라. 음. 마치 이별을 준비하는 것 같달까? 뭔가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 같아.”
카네아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음울한 시대에 태어나 언제 사라질지 모를 목숨을 부지해 온 수인 소녀의 감은 놀랍도록 예리했다.
침묵하는 엘리자를 보며 카네아가 웃었다.
“언젠가 네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그게 너무 늦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
“그 전에 정나미가 떨어질 수도 있어요.”
“그것도 그렇네!”
깔깔 웃음을 터트린 카네아가 말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생각도 못 해 봤는데 말이야.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좋네. 만족스러워.”
음음! 고개를 끄덕이던 카네아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만 아쉬운 건 칼의 기억 속에 좀 더 오래 기억되고 싶은데. 음. 아까 그대로 확 덮쳐볼걸 그랬나? 아! 돌아가면 덮쳐볼까?”
“웃기지 마요.”
싸늘한 엘리자의 말에 카네아가 키득키득 웃었다.
“사냥감을 두고 다투는 것 같아 이것도 즐겁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당신에게는 솔직해질게요. 사냥감을 두고 다투는 게 아니라 그냥 추한 치정 싸움이에요.”
“오? 그런 거야? 뭔가 더 흥미진진해졌어! 우리 친구 할래?”
“치정 싸움을 하는 사람이랑요?”
“안 돼?”
“안 될 건 없죠.”
***
“이 둘은 왜 있는 거야?”
첼시가 팔짱을 끼며 묻자 칼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도움을 받았지. 그나저나 미궁 쪽에는 입구가 있었어?”
“그걸 묻는 걸 보니 해자 쪽에도 없었던 모양이네.”
첼시가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미궁 쪽도 허탕인 모양이다.
“나도 더 이상 예상가는 곳이 없는데.”
엔니하가 초조함을 드러낼 때였다.
그 모습을 보며 카네아가 물었다.
“뭘 찾는 거예요?”
“도시 지하로 향할 만한 곳을 찾고 있어.”
엔니하의 대답에 카네아가 눈을 깜빡이더니 말했다.
“그거라면 드웨노님 공방도 있잖아요.”
“뭐?”
엔니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소리야?”
“첫날에 드웨노님을 따라 요새 내부를 살필 때 발견한 건데요. 드웨노님의 공방이 있는 곳에 원래 지하로 향하는 거대한 계단이 있었어요.”
카네아의 말을 듣고 일행은 모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고 보니 드웨노는 개인 공방을 혼자 멀리 떨어진 곳에 세웠어!”
이발디에서 드웨노의 개인 공방은 다른 장인들의 공방과 같은 곳에 있었다.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은 안 했지만 카네아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확실히 수상했다.
“가보자!”
엔니하가 앞장서서 드웨노의 공방으로 향하려 할 때였다.
쿠구구구구구구구-!
갑자기 지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일어난 지진에 일순간 모두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지진?!”
“가, 갑자기 뭐야?”
***
쿠구구구구구구구-!
거센 지진에 성벽이 흔들렸다.
성벽 위에 앉아 있던 레오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이건 뭐야?”
레오 곁에서 조잘조잘 떠들던 아르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심상치 않은 지진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까딱하지 않던 레오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왔다.”
“뭐?”
번쩍!
지평선 너머.
하늘에서 검은색 불기둥이 내리꽂혔다.
화르르륵-
검은색 불기둥에서 마치 세상을 멸망시킬 기세로 검은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타오르던 불꽃은 이내 사그라들더니 그 속에서 거대한 마물과 마수, 마족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거인왕의 군단…….”
아르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화악-
이윽고 검은색 불꽃의 기둥이 사라지더니 그곳에서 거인왕 기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 기아스라고?’
레오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기아스가 내뿜는 힘은 심상치 않았다.
“아르.”
“응.”
“다른 파티원들에게 상황을 전파해 줘.”
“알았어!”
아르가 성벽 아래로 몸을 날렸다.
성벽 위에 남은 레오는 기아스를 유심히 삼켰다.
처음 보는 흉측한 무구로 무장한 기아스를 바라보던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두 명?’
“저놈은 아무래도 과거의 기아스가 아니라 내가 목을 쳤던 놈 같군.”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레오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드웨노가 수염을 쓰다듬고 서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뜬 드웨노가 말했다.
“그리고 놈이 하고 있는 무장.”
“나도 처음 보는 물건인데.”
“아무래도 과거의 자신을 잡아먹은 모양이군.”
“……과연.”
기아스를 두 명이라고 느꼈던 레오는 납득했다.
“미친놈.”
레오가 나직이 혀를 찰 때였다.
“레오! 파티원들이 준비하고 오겠다!”
엄청난 속도로 상황을 전파한 아르가 레오 곁에 착지했다.
“레오. 나는 공방에 가서 무구를 가져오겠네.”
“……부탁해.”
“브레이브 수리가 끝났나요?”
“그래.”
“와! 역시 드웨노님이세요!”
아르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럼 다녀오겠네.”
드웨노가 그대로 몸을 날렸다.
그러다가 힐끗 뒤를 바라보았다.
성벽 위에서 흔들림 없는 자세로 서 있는 레오와 아르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드웨노의 눈에 소년과 소녀의 모습이 곧 회색 머리카락의 인간 청년과 백발의 늑대 수인의 모습으로 투영되었다.
시작의 영웅 카일과 용자 아르온.
낯설지만 익숙한 그 뒷모습을 보며 드웨노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훌륭한 동료를 얻었군. 카일.’
드웨노가 앞을 바라보았다.
‘믿고 맡겨도 되겠어.’
앞을 바라보고 있는 레오를 등진 채 드웨노는 뒤를 향해 달려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