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91)
691.
“과연. 해제 술식이 통하지 않는 건가?”
기아스가 턱을 쓰다듬었다.
조금 전 레오가 사용한 마법은 기아스 역시 익히 알고 있는 마법이었다.
재앙의 시대 당시.
무수히 많은 거인 마족을 사냥한 마법.
시작의 영웅 카일의 고유 마법이다.
거대한 덩치를 지닌 거인 마족은 그 거대한 덩치만큼이나 압도적인 무게를 가지고 있다.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중력의 영향을 많이 받기 마련.
카일은 이 점을 노려 중력마법을 사용해 거인을 사냥했다.
하지만 단순히 중력을 배가시키는 마법은 아니었다.
이러한 약점은 타르타로스도 알고 있었기에 대책 역시 존재했다. 거인 마족 스스로의 육체가 감당할 수 없는 중력을 받게 되면 에레보스의 가호가 발동된다.
거인 마족에게 재앙의 불꽃이 내린 가호.
그런 만큼 몸을 파괴하는 수준의 중력 마법은 통하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거인 마족들이 카일의 마법에 사냥당하는 이유는 카일의 마력 특성이 에레보스의 가호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거인 마족에게 통하는 마법은 아니다.
강력한 흑마력으로 중력을 버틸 수도 있다.
또한 흑마법에 능한 거인 마족은 디스펠로 마법에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대응 능력이 없을 경우에는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그랬기에 기아스는 오랜 세월 동안 카일의 마법을 연구했다.
하지만 카일 역시 현세에 되살아난 이후 꾸준히 자신의 마법을 발전 시켜왔다.
그랬기에 기아스의 해제 마법이 통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기아스의 연구가 무가치한 일은 아니었다.
레오의 마법의 기본 바탕은 기아스가 아는 것.
그렇다면 해제 술식을 고쳐 코드를 맞추면 그만이다.
‘게다가 이만한 광범위 마법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건 무리지.’
성운의 시조라면 모를까?
시작의 영웅에게는 한계가 있다.
‘특히나 아직 과거의 힘을 되찾지 못했다면 더더욱.’
기아스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여전히 후방에서 전장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거인왕 기아스.
그는 신중한 대마족이다.
호전적인 마물 여왕 실라투나와는 정반대의 성향.
언뜻 보기에는 함정과 음모로 상대를 무너트리는 걸 즐기는 사령왕과 비슷한 것 같았지만 또 달랐다.
기아스는 확신히 서지 않으면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저 상황을 지켜볼 뿐.
이 전장에서 기아스는 시작의 영웅과 드웨노를 쓰러트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나설 순 없다.
상대는 다름아닌 대영웅.
신을 살해하고 마족의 숙원을 저지한 자.
무수히 많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자들.
비록 두 사람뿐이라 할지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드웨노 놈은 어디에 있지?’
가장 성가신 적이라 할 수 있는 드웨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무슨 꿍꿍이냐. 시작의 영웅, 신의 대장장이.’
꿍꿍이가 있음이 분명했다.
자신을 노리는 함정일 확률이 높다.
어딘가 숨어서 자신을 노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얄팍한 수에 당해줄 것 같으냐?’
군단은 사라져도 얼마든지 재건할 수 있다.
하지만 군단장인 자신이 당한다면 군단은 끝이다.
사냥감의 힘을 뺀다.
그리고 승리를 확신하게 되는 순간.
‘네놈들의 목을 잘라주마!’
기아스의 눈이 번뜩였다.
***
“괴, 굉장해! 검은 토끼!”
아르가 양손을 번쩍 들고 폴짝폴짝 뛰었다.
“갈수록 사람인가 싶네!”
“그거 칭찬이냐? 욕이냐?”
레오가 힐끗 뒤를 돌아보며 혀를 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거인왕의 군단을 주시했다.
군단이 술렁이는 게 느껴졌다.
대규모 광역 마법 한 방에 설마하니 저만한 숫자가 쓸려나갈 것이라고는 그들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하물며 다른 마족도 아닌 높은 방어력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한 거인 마족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그 반응도 일순간일 뿐.
군단의 혼란은 곧 수습된다.
레오의 마법에 즉사한 군단은 극히 일부분.
예상치 못한 숫자가 한 번에 당하긴 했지만 그뿐이다.
이만한 대마법을 난사하는 건 루나가 아니면 불가능하지.‘
하물며 지금의 자신이라면 더더욱 불가능하다.
’뭐 상관없지만.‘
어차피 레오가 공포심을 심으려 했던 건 군단 전체가 아니었으니까.
“아아…….”
“이, 이 마법은!”
몇몇 마족들이 패닉에 빠졌다.
그들은 모두 재앙의 시대에서 살아남은 거인왕의 군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고위 마족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공포에 의해 착란을 일으키는 것만으로 조금 전 마법은 효과가 있는 셈이었다.
군단의 견고함에 잠시 동안 금을 가게 하는 것.
그것이 레오의 목표였다.
“레오!”
그때 엔니하가 다급히 달려왔다.”
“드웨노는? 드웨노가 보이지 않아!”
“드웨노님이라면 무구를 가지러 갔어요!”
“무구?”
“네!”
아르가 흔들림 없는 믿음을 보내주었다.
“곧 올 거야.”
레오 역시 덤덤히 대답했다.
“드웨노가 오기 전까지 준비해. 놈들이 혼란을 수습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릴 거야.”
“뭐? 분명 대단한 마법이긴 했지만…… 그 정도로 군단이 혼란에 빠질 리는…….”
이제는 금이 간 빈틈을 쑤셔버릴 차례다.
“지금부터 휘저을 거거든.”
“무슨 소리야?”
“아르, 따라와.”
“응? 알았어!”
레오가 망설임 없이 성벽 바깥으로 뛰어내리자 아르가 그 뒤를 따랐다.
“뭐?!”
엔니하가 경악하며 두 사람이 뛰어 내린 성벽 아래를 바라보았다.
성벽 아래로 추락하던 레오가 성벽을 박찼다.
그 반발력을 이용해 레오가 일자로 군단을 향해 돌격했다.
크허어어어어어엉!
그 뒤를 따르는 아르의 입에서 하울링이 터져 나왔다.
수화한 아르 역시 성벽을 박차고 달려갔다.
“뭐 저런 애들이 다 있어?!”
아무리 실력에 자신이 있다고 해도 군단을 향해 돌격하다니!
겁이 없는 것도 정도껏이다.
“세상을 구하려면 확실히 저 정도로 정신이 나가야 하나……? 아니! 애초에 저 고양이는 아니잖아! 대체 뭐야!”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는 엔니하에게 이발디의 전사가 다가왔다.
“엔니하님! 어서 빨리 지원을 해야……!”
“……아니.”
“예?”
“도와달라는 말이 없었어. 둘이서 갔다면 분명 생각이 있을 거야.”
“하, 하지만!”
“믿자.”
엔니하가 레오와 아르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드웨노를 믿는 것처럼. 저 저 사람을 믿자.”
드웨노 역시 레오를 신뢰했다.
그렇다면 자신들 역시 믿어야 한다.
“모두 수성 준비해.”
“옙!”
이발디의 전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전사들을 지휘하던 엔니하는 수성 무구를 조작하고 있는 드워프 소년을 발견하고 말했다.
“디트.”
“넵! 엔니하님!”
디트가 황급히 달려왔다.
“레오를 잘 봐둬.”
“네? 잘 보고 있습니다만…….”
“저 애는…… 네 아버지가 만든 무구 덕분에 전장에서 몇 번이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대.”
“예?”
디트의 눈이 크게 뜨였다.
“네 아버지는 이 세상을 구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던 건 기억하지?”
“……네.”
주먹을 꽉 쥐는 디트를 보며 엔니하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웃었다.
“알려줄게, 디트. 네 아버지는…… 세상을 구할 영웅의 목숨을 살린 사람이야.”
“네? 세상을 구해요?”
“응, 그래서 지켜보라는 거야.”
엔니하가 레오 쪽을 바라보았다.
“이 세상을 구해줄 남자의 싸움이니까.”
***
화아아악-!
레오가 엄청난 속도로 질주했다.
거인왕의 군단은 요새의 성벽 위에서 확연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족 거인이었기에 보였던 것 뿐.
실제 성벽과 군단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 거리가 무색하게 레오는 순식간에 군단과 거리를 좁혔다.
“피오라, 키르안, 아티.”
우웅-!
레오의 부름에 세 환수가 응답한다.
소환이 아니다.
그들의 가호가 레오의 몸에 어린다.
화르르륵-
파지직!
우웅!
“오오옷!”
아르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신의 대장장이.
드웨노가 만든 권갑과 각반에 피닉스의 화염과 페가수스의 뇌전이 어렸다.
아르의 육체에도 결계가 어렸다.
레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검끝과 발, 육체가 환수의 힘으로 보호받았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레오의 입에서 룬어가 흘러나왔다.
별의 마력이 넘실거리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환수의 가호와 별의 마법의 강화가 힘을 준다.
“이거 굉장하잖아!”
아르가 눈을 빛내며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았다.
“초감각을 활성화시켜! 날 엄호해!”
“맡겨 줘! 검은 토끼!”
히죽 웃은 아르가 레오의 뒤에 섰다.
화르륵-
콰가가가가강!
진홍색 불꽃의 칼날이 선두의 기간테스를 양단했다.
“그워어어어어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는 기간테스를 뒤로하고 레오가 옆에 있는 다른 거대 마수를 베어 넘겼다.
“그라아아아악!”
군단의 중심으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과일 껍질을 도려내듯.
외각의 군단을 베어 넘기며 군단의 진격을 저지한다.
레오의 초감각이 사각을 지운다.
물론 초감각으로 자신을 위협하는 공격을 모두 파악했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집중된 공격을 막을 순 없다.
하지만 레오는 혼자가 아니었다.
등을 지키는 한 명의 동료가 있다.
“우랴아아아!”
콰앙-!
레오의 등을 노리는 거대한 석궁 화살을 아르가 걷어찼다.
마치 발라스타의 화살 같은 흉측하고 거대한 화살.
튕겨 나간 화살이 휘리릭- 돌자 아르가 깃 방향을 걷어차 쏜 거인 마족 쪽으로 날려 보냈다.
콱-!
“끄륵?!”
이마를 꿰뚫린 거인 마족이 단말마를 내지르며 쓰러졌다.
아르는 접근하는 다른 기간테스를 보며 무릎을 굽혔다.
화르르륵-! 파지지직-!
양 손끝과 발끝에 화염과 뇌전이 휘몰아쳤다.
화염이 깃든 아르의 발톱이 기간테스 부대를 무참하게 찢어발기며 적을 불태웠다.
아르의 발은 무참하게 적들의 머리를 터트리며 구워 버렸다.
아르의 귀가 쉴 틈 없이 쫑긋거렸다.
초감각의 영역에 들어선 움직임은 더욱 예리해져갔다.
‘검은 토끼에게 공격이 집중 되어서 적들의 움직임이 훤히 보여!’
한 발짝, 두 발짝.
초감각의 영역에 더욱 다가간다.
싸우면 싸울수록 무아지경에 빠져들어 갔다.
‘이 녀석.’
레오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아르의 움직임에 눈을 크게 떴다.
‘성장하고 있잖아?’
마치 점점 누군가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것만 같았다.
항상 자신에게 용기를 주던 누군가와 닮아간다.
레오가 검을 쥔 주먹에 더욱 힘을 준 순간.
화악-!
눈앞에 갑자기 거대한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각을 파고들었다고?’
초감각의 영역을 벗어난 공격이다.
레오가 고개를 들었다.
‘거인 기사단.’
레오가 충격에 대비할 때.
“어딜!”
꽈앙-!
“아르?”
레오의 초감각이 반응하지 못한 영역에 아르가 도달했다.
탁-!
“내가 있는 이상 검은 토끼에게는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다!”
흥분한 아르가 콧김을 흥! 하고 불었다.
“굉장하군요.”
그때 웃으며 허공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레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시작의 영웅 카일. 무시무시한 애완 고양이를 키우고 계시는군요.”
“지금 누구더러 애완 고양이라는 거야!”
아르가 눈을 치켜뜨고 으르렁거렸다.
“찢어 죽여 주겠어!”
주먹을 콱 지고 살기등등한 표정을 짓던 아르가 획-! 하고 레오를 보았다.
“엥? 시작의 영웅?”
경악하는 아르의 반응에 레오가 말했다.
“5000년 동안 잔재주가 더 늘었군 그래.”
“훗, 그 하나 덕분에 지금껏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죠.”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나레다를 보며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네 주인의 겁쟁이 기질은 여전한가 보군.”
“무례한 언사를 삼가시길. 그분은 신중하신 겁니다. 당신의 간악한 함정을 꿰뚫어 보고 계시니까요.”
“함정이라…….”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지.”
***
‘……어째서지. 어째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냐, 드웨노.’
거인왕 기아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시작의 영웅이 돌격했다.
그렇다면 최강의 방패라 불리는 드웨노가 앞장서야 했다.
용자의 후계자라 불리는 애송이의 역할은 원래 용자나 시작의 영웅이 해야 할 일.
하지만 드웨노의 역할은 레오가.
용자의 역할은 아직 걸음마를 막 떼기 시작한 햇병아리가 하고 있다.
‘어쭙잖은 드웨노 흉내. 함정이군.’
처음 그 모습을 봤을 때 기아스는 비웃음을 날렸다.
역시나 얄팍한 함정을 판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기아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설마…… 드웨노는 이 전장에 없는 것인가? 아니! 그럴 리 없다!’
드웨노에 대해서는 거인왕 기아스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기아스의 눈이 부릅떠졌다.
‘대체 무슨 꿍꿍이냐! 카일! 드웨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