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92)
692.
후우우우웅-! 콰아아아앙!
거인 기사단이 휘두른 거대한 칼날이 바닥에 내리꽂혔다.
크게 도약해 공격을 피한 레오와 아르.
허공에 뜬 상태에서 아르가 다급히 물었다.
“검은 토끼! 방금 그 마족이 한 소리는 뭐야?! 시작의 영웅이라니?”
“별거 아니니까. 나중에 신경 쓰고.”
레오가 손을 뻗어 아르의 뒷덜미를 잡았다.
“와아악?!”
아르를 잡아끌 듯 던진 레오가 검을 정면으로 휘둘렀다.
키잉-! 서걱-!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레오릐 검이 거인 기사의 검을 절단냈다.
날카롭게 타오르는 피닉스의 불꽃이 타오른다.
하지만 공격이 끝이 아니었다.
화악-!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또 다른 거인 기사 두 명이 레오의 양방향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거대한 덩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교함.
거인 기사단의 무서운 점.
그것은 완벽한 연계다.
자신보다 강한 존재와 싸우기 위해 훈련을 한다.
날 때부터 강한 힘을 지닌 마족에게는 매우 보기 드문 특성이다.
레오의 붉은 눈이 한 발짝 물러선 마족에게 향했다.
그곳에서 나레다가 레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다.
조금 전 레오의 초감각을 속인 것도 나레다의 흑마법이다.
확실히 나레다는 군단장의 최측근 마족치고는 형편없을 정도로 약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런 나레다가 군단장의 심복의 자리를 꿰찬 이유는 거인왕의 성향 때문이었다.
신중한 나레다는 전투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변수를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유형의 지휘관이다.
그리고 기사단이 보다 완벽하게 싸울 수 있도록 보조 마법을 사용한다.
그녀가 거인 기사단의 단장이 되고부터 거인 기사단은 무시무시한 재앙을 몰고 오게 되었다.
쩌엉-!
레오가 양방향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좌우에서 레오를 노리던 거인 기사의 칼날이 주먹에 의해 막혔다.
공간이 살짝 일그러진다.
강대한 힘이 담긴 거인 기사의 검이 레오를 압박한다.
순간.
우웅-!
레오의 손에서 황금색 오러가 치솟았다.
카앙-!
거인 기사의 검들이 파괴되었다.
순간.
레오의 머리 위에서 유독 큰 덩치의 거인 기사가 거대한 전투 도끼를 레오를 향해 내려찍었다.
레오의 기억 속에 있는 마족이다.
5000년 전.
재앙의 시대 당시 토벌된 거인 기사단의 부단장.
‘카록슨.’
머나먼 5000년 전 마족과 현세대의 마족들이 펼치는 연계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그 연계 공격을 펼치고 있는 게 거대한 거인 마족이라는 게 더 놀랍다.
이 모든 게 가능한 것이 나레다의 지휘 때문이었다.
‘빈틈이 보이지 않는군.’
레오의 움직임을 훤히 읽고 있다.
‘하긴, 5000년 동안 살아남았다면 내 움직임 정도는 꿰뚫고 있겠지.’
레오가 어떻게 마족을 죽일지 고민하고 살아온 것처럼.
나레다 역시 시작의 영웅 카일 같은 존재가 다시 나타났을 때 어떻게 죽일지 고민을 하며 지난 5000년의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철저하게 자신을 연구했을 것이다.
나레다는 그런 마족이다.
멸망을 부르짖는 마족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레다는 미래를 쳐부수기 위해 미래를 고민하는 마족.
‘그래서 성가시지.’
나레다의 입꼬리가 희열에 차 올라간다.
레오는 자신의 향해 내려찍어지는 거인 기사의 배틀 엑스를 향해 검을 쥐지 않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런데 어쩌지?’
쩌억-!
레오의 손바닥과 배틀 엑스가 격돌했다.
그와 함께 레오의 몸이 지상으로 처박혔다.
콱-! 콰가강 쩌저저저저저적!
레오의 발이 지면에 맞닿았다.
레오의 다리는 땅에 처박히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의 땅이 조각나고 솟아올랐다.
충격이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나도 태어난 후 17년 동안 놀고 있었던 게 아닌데.’
레오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성벽이라도 무참하게 갈라 버릴 듯한 배틀 엑스의 날을 바라보더니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화르륵-!
황금색 오러가 곧 황금색 불꽃으로 바뀌었다.
쩌저저적-!
더욱 강한 힘이 가해진 배틀 액스가 마치 유리에 금이 가듯 깨지기 시작했다.
그걸 본 나레다의 눈이 부릅떠졌다.
“말도 안 돼…….”
콰직-!
배틀 엑스의 파편이 사방으로 튄다.
그중 유독 거대한 파편 하나가 레오에게 떨어졌다.
쿵-!
레오는 건물만 한 거대한 도끼날을 손에 쥐고는 카록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목을 향해 칼날을 집어 던졌다.
퍼걱-!
“끄륵?!”
고위 마족의 목이 허무하게 날아갔다.
쿵-! 콸콸콸-! 철퍽-!
무릎이 꿇자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그 피 위로 카록슨의 머리가 떨어져 내렸다.
카록슨의 눈이 레오에게 향했다.
비록 목은 날아갔지만, 거인 마족의 강인한 생명력은 이 정도로 죽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죽어라!”
카록슨의 외침과 함께 무릎을 꿇었던 카록슨의 몸이 움직였다.
팔을 치켜들어 그대로 레오를 내려쳤다.
레오의 그림자가 일순간 일렁이더니 순식간에 커졌다.
퍼버버벅-!
커진 그림자는 마치 송곳처럼 카록슨의 몸을 찔러 속박했다.
카록슨의 몸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레오는 검 끝을 카록슨을 향해 겨누었다.
위잉-!
검면에 복잡한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포스테리타스는 검의 형상을 취했을 뿐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무엇이든 벨 수 있는 날붙이가 될 수도 있고 강력한 소환의 매개체가 될 수 있으며 신기급의 마도 지팡이도 될 수 있다.
드웨노가 시작의 영웅 카일을 위해 만든 특별한 무구.
검에서 휘몰아친 별의 마법이 섬광이 되어 쏟아져 나갔다.
번쩍! 콰가가가가가각-!
고위 마족의 상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레오가 검을 거두자 그림자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나레다가 내뱉듯 소리쳤다.
“당신 정체가 뭐지! 도대체 뭐냐고!”
핏발이 선 눈으로 레오를 삿대질했다.
“방금 인사하지 않았던가?”
레오가 땅에 꽂아 지팡이처럼 몸을 기댔다.
“시작의 영웅이라고.”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다.
단 한 사람의 영웅에 의해 거인왕의 군단의 진격이 멈추었다.
“당신이 시작의 영웅 카일이라고?”
어지간한 마족은 레오 앞에서 감이 레오를 살아남는 영웅이라 칭하지 못했다.
살아남는 영웅은 재앙의 시대 마족들 사이에서 시작의 영웅을 깎아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멸칭이었다.
눈앞에 없을 때야 마음껏 사용하지만, 신조차 죽인 공포 그 자체의 존재 면전에 두고 멸칭을 함부로 부르는 것을 본능적으로 꺼렸다.
나레다 역시 그걸 피할 수 없었다.
“웃기지 마! 그렇다면 어떻게……!”
나레다는 대영웅들과 몇 번이고 싸우고 살아남았다.
마족들 사이에서는 그 자체만으로 칭송받아 마땅한 위업.
그렇기에 그만큼 대영웅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조금 전.
황금의 오러로 카록슨의 공격을 막는 모습은 시작의 영웅이 아니었다.
그러한 공격을 부드럽게 막아 낼 수 있는 오러 컨트롤 할 수 있는 자는 나레다가 아는 한 용자 아르온 밖에 없었다.
그 후 배틀 엑스를 파괴하는 압도적인 힘은 신의 대장장이 드웨노의 힘이었다.
카록슨의 움직임을 막은 것은 지혜의 왕 리시나스의 용언 마법이었고 숨통을 끊은 것은 루나의 별의 마법이었다.
재앙의 시대와 달리 지금 시대에는 히어로 레코드가 있다.
‘그 증오스러운 기록을 통해 대영웅들의 힘을 계승했겠지!’
레오의 능력은 다름아닌 올 클래스.
신의 천적이라 불리는 순수의 힘의 사용자다.
실제 5000년 전 과거에서도 대영웅들의 힘의 정수를 이어받은 시작의 영웅에 의해 신은 토벌 당했다.
레오가 대영웅들의 힘과 그들의 기술을 사용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 힘들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는 거지!’
조금 전 공방에서 나레다는 아르온과 드웨노, 리시나스와 루나를 봤다.
그들이 이 시대에 현신한 것만 같았다.
“내가 다시 현세에 태어난 게 17년 전이다.”
검을 어깨에 걸친 레오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5000년 전 그대로 정체되어 있을 리 없잖아?”
에레보스를 온전하게 소멸시키지 못한 것은 다시 태어난 레오에게 가장 큰 미련 중 하나였다.
동료들의 힘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었다면.
어쩌면 후대에 에레보스의 조각을 남기는 일은 없었을지도 몰랐다.
다시 태어나고 루메른에 입학하기 전까지.
레오는 마나를 개화시키지 않은 채 동료들이 자신에게 남겼던 기술들을 머릿속으로 연마하고 또 연마했다.
그리고 마나를 개화시킨 이후에도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동료들의 기술을 완벽하게 흉내 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흉내 내는 것일 뿐.
응용하고 힘을 연계시키는 건 아직 먼 단계였다.
‘아직 멀었어.’
여전히 자신은 전사로서, 전위로서, 마법사로서, 소환사로서.
동료들과 비교한다면 한참 멀었다.
하지만…….
‘언젠가 닿을 수 있어.’
5000년 전과 다르게 자신에게는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말도 안 되는……! 고작 17년입니다! 17년으로 대체 뭘 할 수 있다고…….”
“너희에게는 짧은 시간이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굉장히 긴 시간이거든.”
“5000년 동안 고생했어. 헛수고 하느라.”
레오의 비웃음에 나레다의 어깨가 분노로 떨렸다.
하지만 이내 도리어 레오를 비웃었다.
“하하! 헛수고한 건 당신이에요!”
나레다가 레오를 삿대질했다.
“아무리 대영웅의 힘을 완벽하게 다룬다고 해도 결국 당신은 혼자입니다! 혼자서 신을 토벌하는 게 가능할 것 같습니까!”
5000년 전.
아르온, 드웨노, 루나, 리시나스를 차례차례 희생시키며 에레보스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레오는 에레보스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 것에 불과하다.
“그래. 혼자서는 어렵지.”
“하하!”
“그래서 열심히 키우고 있잖아.”
“뭐?”
콱-!
나레다는 순간 시야가 뒤집힌 걸 느꼈다.
‘어느새?’
허공을 나르는 나레다의 머리가 뒤를 향한다.
그곳에는 자신의 머리를 날려 버린 백발의 푸른 눈을 가진 고양이 수인이 손톱을 치켜세우고 있었다.
콱-!
아르의 손이 심장을 헤집는다.
‘내 흑마법의 경계망을 뚫고 접근했다고?!’
나레다를 5000년 동안 살게 한 건 여러 잔재주 때문이기도 했다.
그중에 자신에게 접근하는 이를 포착하는 흑마법의 경계망은 마족 중에서는 뚫을 수 있는 자가 없을 정도였다.
‘그 경계망이 저런 젖비린내 나는 애완 고양이에게 뚫렸다고?’
아무리 온 신경이 레오에게 가 있었다지만.
아르는 이 전장에서 혼자서는 큰 위협이 될 수 없는 존재라 생각했다.
레오가 적들의 이목을 완벽하게 집중시켜 활약할 수 있었던 것뿐.
경악하던 나레다는 아까 전 레오의 감각을 앞지르던 아르의 모습을 떠올렸다.
‘초감각의 영역에서 만큼은…… 시작의 영웅을 뛰어넘었다고?!’
나레다의 시야에 주먹을 쥐는 아르의 모습이 보였다.
“펀치!”
매섭게 휘둘러진 아르의 주먹이 안면에 직격하는 순간.
나레다의 시야가 암전되었다.
***
나레다를 쓰러트리는 순간.
아르가 그대로 쓰러졌다.
귀는 사정 없이 쫑긋거렸고 몸은 경련하듯 떨렸다.
그 모습을 본 레오는 지체 없이 아르를 품에 안고 전장에서 이탈했다.
거인 기사단의 숫자는 아직 많이 남았다.
하지만 나레다를 쓰러트린 순간 거인 기사단의 전력은 절반으로 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군단의 전체 전력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레오가 아르를 데리고 군단에 뛰어든 건 어디까지나 수성 준비를 더욱 완벽하게 끝낼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거인왕 녀석이 혼자 겁먹어서 안 나서준 덕분에 성과가 컸어.’
“우워어어어! 머리가 돈다 돌아!”
아르가 쫑긋거리는 귀를 양손으로 꾹 누르더니 레오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수화를 풀어.”
레오의 말에 움찔 몸을 떨던 아르가 수화를 풀었다.
초감각이 전해주는 압도적인 정보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반쪽짜리 성장인가.”
레오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대단한 건 대단한 거였다.
탁-!
레오가 성벽 위에 섰다.
그사이 조금 진정된 건지 아르가 레오의 가슴팍에서 얼굴을 떼고 힐끗 레오를 올려다보았다.
“검은 토끼, 아니. 레오 플로브.”
“갑자기 웬 이름?”
“시작의 영웅 카일님이세요?”
“새삼 숨길 필요도 없겠지.”
레오가 피식 웃자 아르의 눈이 크게 뜨였다.
“맞아. 난 시작의 영웅 카일의 환생이야.”
“우오오옷!”
레오의 입에서 직접 들은 아르가 양손에 힘을 꼭 주고 양다리를 파닥거렸다.
흥분한 듯 귀가 쫑긋거리고 뱀처럼 꿈틀거리던 꼬리가 레오의 팔뚝을 꽉 휘감았다.
“이때까지의 모든 게 납득이 가!”
또래라고 생각되지 않는 압도적인 강함.
거기에 더해 경험과 지식.
레오가 자신에게 알려줬던 것들을 떠올리며 아르가 흥분했다.
“굉장해! 대영웅이었다니!”
양손으로 레오의 옷깃을 잡고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르가 레오에게 바짝 몸을 밀착시켰다.
팔을 휘감은 꼬리에 더욱 힘이 가해졌다.
“저, 저기! 검은 토…… 가 아니라! 뭐라고 불러야 하지! 토끼님? 레오님? 카일님?”
“편한 대로 불러. 그 전에.”
“응?”
레오는 아르를 내려 주었다.
그러자 아르가 급히 성벽에 배를 대고 바깥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웨에에엑!”
초감각에 의해 진정되었던 감각이 흥분으로 인해 다시 교란 되며 안색이 나빠진 것이다.
아르가 진정되길 기다리며 레오는 저 멀리 보이는 기아스를 바라보았다.
‘이제 전초전이 끝났을 뿐이야.’
예상 외의 타격을 입혔지만 여전히 군단의 군세는 압도적이다.
바람 앞의 등불 신세.
‘아직까지는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군. 놈도 나레다의 죽음 정도야 상정했을 거야.’
심복이지만 군단장의 입장에서는 그저 좋은 장기말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움직일 때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움직이게 되면.
레오가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혼자서 쓰러트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