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94)
694.
레오와 기아스의 격돌.
단 일합의 공격만으로 주변은 파멸을 몰고 왔다.
격돌지를 중심으로 주변 일대의 생명체는 피륙이 되었다.
그렇게 낭자하게 된 피륙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증발했다.
주변 일대의 지형이 바뀌어 갔다.
투콱-!
공간이 일그러지며 레오가 튕겨 나갔다.
콰가가가가강-!
유성처럼 궤적을 그리며 레오가 바닥과 충돌했다.
그 충격파로 주변 일대가 휩쓸렸다.
자욱하게 먼지가 일었다.
주변으로 마족과 마물들이 몰려들었다.
콰아아아아아!
화염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쳐 주변의 마족과 마물들을 쓸어 버렸다.
미처 잿더미가 되지 못한 마족과 마물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온몸이 불타는 대도 불구하고 마족과 마물들은 살기를 흩뿌리며 불꽃의 중심을 향해 돌격했다.
스각-!
회색의 선이 허공을 갈랐다.
푸확-!
날카로운 검격에 마족들의 몸이 절단되며 널브러졌다.
터벅- 터벅-
불 속에서 걸어 나온 레오가 검을 휘둘렀던 팔을 가볍게 돌려보았다.
그러고는 저 멀리 서 있는 기아스를 바라보았다.
‘권능이군.’
최상위 고위 마족들이 가지는 고유 능력 권능.
그러나 군단장들의 권능은 특별하다.
군단장 산하의 마족들이 가진 권능은 군단장들이 내려주는 것이지만 군단장의 권능은 에레보스가 부여하는 권능이다.
지금 시대의 군단장들이 과거의 군단장들에 비해 약한 이유.
그것은 권능의 유무이기도 했다.
그 자체만으로 전율스러운 힘을 지닌 군단장이지만 결국 권능이 존재하지 않는 한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에레보스가 봉인된 이후에는 기아스도 권능을 잃었다.
‘뭐, 워낙 괴물 같은 놈들이라 권능이 없더라도 영웅의 시대에 탄생한 군단장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하지만 지금.
기아스는 권능을 되찾았다.
군단의 세계 속에 존재하는 에레보스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놈의 권능은 버서커.’
발동되는 순간 가진 힘이 폭등하며 파괴와 파멸을 부르는 마인으로 변모한다.
단순하지만 그만큼 군단장 중에서도 가장 강력했던 권능중 하나였다.
거기에 더해 군단장의 권능은 군단에게도 깃든다.
그 결과 지금 거인왕의 군단의 힘은 더욱 강해졌다.
단순하고 강력하지만, 기아스의 권능에는 명확한 단점이 있었다.
그건 이성이 상실돼 오로지 파괴의 본능에만 휩쓸리는 괴물이 된다는 것.
기아스는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다.
거대한 전쟁에서는 그 신중함이 발목을 잡을 때도 있다.
조금 전처럼.
‘드웨노를 경계하지 않고 처음부터 나섰다면 위험했을 거야.’
하지만 기아스는 지나치게 드웨노를 경계하여 첫 전투에서 군단의 기세를 꺾이게 만드는 우를 범했다.
또한 이발디가 철저하게 방어 태세를 갖출 시간을 주었다.
하지만 그 신중함이 항상 발목을 잡는 건 아니다.
때로는 그의 신중함과 인내심은 기아스의 강력한 무기가 되곤 한다.
‘일대일 전투에서라면 더더욱.’
거대한 육체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힘은 확실히 전율스러운 수준이다.
하지만 그만큼 표적이 넓다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
그랬기에 기아스는 일대일의 전투에서 상대를 신중하게 공략해 간다.
승기를 잡는다고 섣부르게 덤비지 않는다.
버서커를 발동시킨 기아스는 어떤 의미에서는 공략법이 간단하다.
힘으로 찍어 누르거나 힘이 부족하면 함정을 파면 된다.
그런데 지금의 기아스는 버서커를 발동시켰음에도 이성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권능 역시 레오의 기억보다 훨씬 강하다.
화르르륵-
기아스의 몸에 재앙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단순히 권능으로만 힘을 강화한 게 아니다.
현재의 기아스는 에레보스의 가호를 받고 있다.
‘에레보스의 가호를 얻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제물로 바쳐야 해.’
그걸 본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과연…… 또 다른 자신을 제물로 사용한 건가.’
지금의 기아스는 과거의 자신을 먹어 치웠다.
그리고 자신의 뼈와 가죽을 가지고 갑옷과 무기를 만들었다.
기아스가 가진 검.
저건 기아스의 척추뼈로 만든 검이다.
‘권능을 발동시킨 것도 기아스놈 본인이 아니라 놈의 무구야.’
자신의 힘을 고스란히 미래의 자신에게 넘긴 것이다.
그리고 의식을 자신의 척추뼈에 깃들게 한 것이다.
그 기괴함에 생물적인 거부감이 들었다.
‘완전 괴물이로군.’
레오가 자세를 낮췄다.
‘토벌 난이도로 본다면…… 요르문간드에 버금가겠어.’
레오와 리시나스가 둘이 힘을 합쳐 간신히 쓰러트린 탐식왕 요르문간드.
군단을 거느리지 않은 군단장.
혼자만으로 군단이라 불려도 손색없었던 최강의 마족.
지금 기아스의 힘은 그 요르문간드 수준이다.
쿵-! 쿵-!
기아스가 레오 앞으로 걸어와 눈을 가늘게 떴다.
“놀랍군. 고작 십 년이 조금 넘는 세월을 살았는데 그만한 힘을 되찾았다니.”
“본격적으로 마나를 다루기 시작한 건 3년이야.”
레오는 태연하게 피식 웃었다.
“그런가?”
콰가가가가가강-!
기아스의 검이 레오를 내려쳤다.
검에 서려 있던 재앙의 불꽃이 사라졌다.
대지에 검흔이 새겨졌다.
기아스의 검을 빗겨 쳐 궤도를 바꾼 레오는 팔이 아작나는 고통을 느꼈다.
그런 레오를 내려다보던 기아스의 시선이 성벽 쪽으로 향했다.
기아스의 시선이 닿은 곳은 아르가 서 있는 곳이었다.
“아르온의 후계자라 불리는 저 계집도 성장이 심상치 않군.”
히어로 레코드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아르의 성장 속도는 빨랐다.
‘루나의 후계자라는 엘프 계집도 마찬가지겠지.’
모든 중심에는 누가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네놈이 기적을 일으키는 것도 오늘로 끝이겠지.”
기아스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그게 무슨 뜻이지?”
“네놈은 여기서 죽는다는 뜻이다. 살아남는 영웅.”
“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레오의 입매가 호선을 그렸다.
“널 찢어 죽이는 게 딱히 기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당연한 거 아닌가?”
쾅-!
기아스가 레오를 걷어찼다.
휘이이이이잉! 콰앙-!
날아간 레오가 성벽에 처박혔다.
“거, 검은 토끼!”
아르가 다급히 레오를 불렀다.
피를 토한 레오가 성벽에 박힌 팔을 빼냈다.
레오의 검에는 아르온의 오러가 깃들어 있었다.
레오가 정면을 바라보았다.
걷어차이기 직전.
기아스의 발목을 베어냈다.
레오가 낼 있는 최대의 힘으로.
‘자르지 못했군.’
지금 레오의 검격으로는 권능과 에레보스의 힘으로 강화된 기아스의 몸을 베지 못했다.
“검은 토끼!”
레오 곁으로 내려온 아르가 울 것 같은 얼굴로 레오를 부축해 성벽 위로 올라갔다.
“나도 싸울래!”
“아직 너한테는 일러.”
“그렇지만!”
“놈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시, 시간?”
“그래. 마법을 완성할 시간.”
아르에게서 몸을 뗀 레오가 입가를 닦아 냈다.
속이 엉망이 된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 버틸만해.’
이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건 한 가지.
루나의 마법이다.
그리고 자신은 루나의 흉내를 낼 수 있다.
문제는 전위.
자신이 주문을 완성하는 동안 앞을 지켜줄 최강의 방패가 필요했다.
“드웨노는 올 거야.”
“하, 하지만! 한참 동안 안 오시는걸? 차라리 내가……!”
“그러니까 이르다니까.”
레오가 아르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터벅- 터벅-
레오가 앞으로 나아갔다.
‘누구나 흔들릴 수밖에 없어.’
자신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그것처럼, 드웨노도 완벽하지 않다.
자신과 드웨노뿐만 아니다.
아르온, 루나.
심지어 리시나스조차도.
완벽한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흔들리고 방황을 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언제나 바라보는 곳은 같았어.’
이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레오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새벽 밤하늘.
곧 여명이 밝아 올 시간이다.
그 순간.
레오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거 봐.”
아르가 눈을 부릅 뜬 가운데 레오가 빙긋 미소 지었다.
“온다니까.”
***
콰가가강-!
마치 꽃잎이 흩날리는 듯한 날카로운 검격에 드웨노가 손을 뻗었다.
텁-!
“커헉?!”
목이 붙잡힌 아이나가 발버둥 쳤다.
예기가 충만한 검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만든 검이군.’
어쩌면 드웨노의 방어를 뚫을 수 있는 무구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자신이 만든 검은 자신을 헤치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무구는 그런 무구였다.
그 순간-
샥-
“……?”
아이나의 검, 데몬 슬레이어가 드웨노의 뺨을 베어냈다.
드웨노의 몸이 순간 의구심이 떠올랐다.
꾸욱-!
“끄윽?”
드웨노가 살짝 힘을 주자 숨을 취지 못한 아이나가 순간 축 늘어졌다.
“아이나!”
루크가 다급히 아이나와의 거리를 좁혔다.
“받게나.”
“억?”
드웨노가 아이나를 루크에게 던지듯 건네주었다.
황급히 아이나를 받은 루크가 다리가 꼬이며 바닥을 뒹굴었다.
아이나가 다치지 않게 품에 꼭 안았다.
드웨노는 자신 앞까지 굴러온 루크의 이마에 딱밤을 먹여 주었다.
뻐억!
“커헉?”
루크가 눈을 까뒤집고 기절했다.
파바바바바밧-!
그 순간.
드웨노의 시야를 어지럽히는 순백의 섬광과 황금색 뇌전이 보였다.
듀란과 일리아나였다.
“빠르군.”
드웨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것뿐일세.”
덥석- 덥석-
“커억?!”
“큭?”
드웨노가 손을 뻗어 가볍게 듀란과 일리아나의 목덜미를 잡았다.
경로를 예측하고 두 사람을 낚아챈 것이다.
그 순간.
“내 제자들에 손대지 마요! 이 짜식님아아아아악!”
“자네. 막말을 할 거면 막말하고 존대할 거면 존대하게.”
드웨노의 뒤에서 날카롭게 드웨노의 빈틈을 파고든 아르티안이 주먹을 휘둘렀다.
드웨노는 빙긋 웃으며 뒤를 향해 힘껏 고개를 젖혔다.
쿵-!
순간 아르티안의 이마와 드웨노의 뒤통수가 부딪혔다.
털썩-
아르티안이 그대로 무릎을 꿇고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양손에 힘을 주어 듀란과 일리아나의 목을 압박했다.
결국 의식을 잃은 두 사람도 기절했다.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
“지금이야!”
첼시의 외침과 동시에 하비든이 검을 내리쳤다.
바람의 오러를 다루는 하비든의 검에 첼시가 최대한으로 마력을 끌어내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 냈다.
그걸 본 드웨노가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하아아아아아압!”
오러가 담긴 기합을 내질렀다.
아르온의 하울링과는 달랐다.
순식간에 대기의 기압이 일순간 변했다.
바람의 칼날이 허공에서 흩어졌다.
갑작스러운 기압의 변화와 소리에 담겨 있는 드웨노의 기합은 바람 변화에 민감한 첼시와 하비든의 귀에 큰 타격을 주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그대로 눈을 까뒤집고 기절했다.
“……뭐…… 이런…….”
윈드 와이번을 탄 엘리자의 뒤에 탄 채 지휘하던 칼이 입을 뻐끔거렸다.
“지휘가 날카롭군, 칼.”
드웨노가 빙긋 웃었다.
“하지만 이런 전투법은 처음 보는 모양이군.”
드웨노의 말대로였다.
기상천외한 전투법이다.
‘이건 뭐 거의 방패로 상대를 내려치는 것 같잖아.’
압도적인 방어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을 제압했다.
온몸에 이는 전율에 칼은 자신도 모르게 엘리자를 꽉 껴안았다.
평소 같았으면 날카롭게 반응했을 엘리자도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본능적인 공포에 의해 급격하게 심장이 띈다.
그 가운데…….
“하아아아압!”
드리아나가 정면에서 드웨노에게 돌격했다.
“야! 안 돼! 드리아나! 멈춰!”
칼이 기겁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