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695)
695.
드웨노는 씁쓸한 한숨을 쉬며 살짝 옆으로 피해 드리아나의 등을 손으로 꾹 눌렀다.
콱-!
“진정하게. 드리아나.”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드리아나가 힘을 주며 이를 악물었다.
“어린 자네 힘으로는 발버둥 쳐도 소용없어.”
“알아요! 알지만!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어요!”
드리아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의 드웨노님은 드웨노님 답지 않으신지 알기나 하세요?!”
드리아나가 악을 썼다.
“실망시켜서 미안하네. 하지만 이게 날세. 자네가 나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가?”
“네! 전 드웨노님을 몰라요! 오랜 세월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로만 드웨노님을 접했어요! 직접 만나 뵌 거라고는 지난번 영웅의 세계가 처음이었어요! 고작 그 정도로 드웨노님을 안다는 건 말이 안 되죠! 하지만 그래도!”
드리아나가 울먹였다.
“이건 아니에요! 지금의 드웨노님은 완전 이상하세요! 틀리셨다고요!”
“진정하게.”
“진정하셔야 하는 건 드웨노님이세요! 모르시겠어요?!”
드리아나가 소리쳤다.
“지금 드웨노님께서 지켜야 할 이발디의 사람들이 도리어 위험에 빠졌다는 걸요!”
“뭐라고?”
“조금이라도 미래로 데려가 주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지켜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지금 최전방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어요! 지금 그들에게는 드웨노님이 필요해요!”
“그건…… 자네들이 레코드를 파괴하면…… 우리는 끝나 버리니까…….”
“네! 하지만 다 죽어 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드리아나는 드웨노의 심정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드웨노가 이발디의 사람들을 방치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뿌득- 뿌드득-
드리아나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났다.
“그만두게. 그러다 죽네.”
“으으으으!”
꾸욱-!
어떻게든 자신의 손길을 뿌리치려는 드리아나를 드웨노가 억눌렀다.
‘나는…… 나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지?’
머릿속이 엉킨다.
‘나는 이발디의 사람들에게…… 엔니하에게…… 미래를 보여주고 싶은 것뿐이야. 그게 그렇게 큰 소망이란 말인가?’
희망도 보지 못한 채 미래를 박탈당해야 했던 자신의 사람들에게 미래를 선사하는 게 그렇게 큰 잘못이란 말인가?
‘이 아이들을 막는 건…… 이 아이들이 이발디의 미래를 빼앗으려 하기 때문이야.’
머리가 혼란해졌다.
‘그래. 이기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이기적이면 안 되나?’
고오오오-
드웨노의 눈에서 황금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내 선택이 이발디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끌 거라고? 난 그저…… 그저…… 태양을 보여주고 싶은 것뿐이야. 너희가 누린 걸…… 조금이라도 누리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화르르륵-
황금색 불꽃이 갑자기 검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난…… 틀리지 않았어. 너희가 누리는 평화를……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꽈악-!
“커헉!”
드웨노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엄청난 힘이 드리아나를 짓누른다.
순간 드리아나가 피를 토했다.
하지만 이내 이를 악물고 온몸의 힘을 이용해 드웨노의 팔을 밀어냈다.
화아아악!
검은 불꽃이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그 순간.
콰앙-!
윈드 와이번이 드웨노를 들이박았다.
“드웨노님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나도 보면 알아! 그런데 꿈쩍도 안 해!”
엘리자가 영력을 일으켜 윈드 와이번의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냈다.
“난……! 난……!”
눈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불꽃이 어느새 온몸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꺄악?!”
“엘리자!”
캬아아악-!
검은 불꽃이 일순간 옮겨 윈드 와이번을 덮쳤다.
순식간에 소환이 해제된 윈드 와이번이 모습을 감추었다.
검은 불꽃이 덮쳐 오자 칼이 본능적으로 엘리자를 품에 끌어안고 몸을 날렸다.
소환 해제의 충격으로 엘리자가 기절했다.
그때.
‘어떻게 해야……!’
칼의 얼굴이 하얗게 질릴 때.
“정…… 신 차려…….”
칼의 시야에 드웨노의 뒤에 기절한 아르티안이 몸을 일으키는 게 보였다.
“아, 아르티안 교수님! 드리아나를 구해야……!”
순간 칼은 눈을 뜬 아르티안의 눈동자가 검은색인 것을 발견했다.
“정신 차려! 이 변태 드워프!”
콰가가가강-!
아르티안의 주먹이 드웨노를 후려쳤다.
그대로 튕겨 나간 드웨노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칼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지금 저 사람은 아르티안이 아니다.
물론 아르티안이 영령들에게 몸을 맡기는 게 일상이긴 했으나 신의 대장장이를 향해 저런 호칭을 쓸만한 영령.
거기에 검은 마력이라면…….
“……리시…… 나스님?”
칼이 멍하니 그 이름을 불렀다.
털썩-!
하지만 아르티안은 다시 기절했다.
그 모습을 보고 칼이 정신 차렸다.
“드리아나! 괜찮아?”
“난…… 괜찮…… 아.”
울컥!
드리아나가 피를 토하며 몸을 일으켰다.
칼은 품에서 황급히 포션을 꺼냈다.
그때…….
드웨노가 몸을 일으켰다.
“자네가…… 자네가 내 선택을 부정하는 건가!”
드웨노가 기절한 아르티안을 향해 악을 쓰듯 소리쳤다.
“카일은! 카일은 나를 이해 해줬네! 그런데 자네는 왜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건가! 우린 동료였지 않나!”
드웨노의 몸에는 타오르는 검은색 불꽃이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그런 드웨노를 보며 칼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지금 드웨노님은 제정신이 아니야.’
이성을 잃었다.
레오가 말하길 대영웅 중에서도 가장 고강한 정신력의 소유자이자 대영웅의 기둥이었던 드웨노는 지금 없었다.
‘저 검은 불꽃.’
드웨노의 몸에서는 원래 불꽃인 황금의 불꽃 대신 재앙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대체 왜?’
경악한 표정을 짓던 칼의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 세계의 원래 주인은 드웨노님이었을 거야.’
군단의 레코드가 되었지만 원래 이 레코드의 주인은 드웨노였다.
그 기록이 에레보스에 힘에 의해 기아스의 기록으로 덧씌워진 것이다.
‘그 영향이…… 드웨노님까지 미친 거라면?’
드웨노가 제정신이 아닌 것도.
지금 검은 불꽃이 타오르는 것도 설명이 된다.
“왜 나를 이해 하지 못하는 거지! 내가 그렇게 큰 소망을 바란 건가! 대답을 해보게! 리시나스!”
검은 불꽃이 더더욱 흉흉하게 타오르는 그때.
“드웨노.”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드웨노가 고개를 돌렸다.
“엔니하.”
“……데리러 왔어.”
엔니하의 말에 검은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네.”
드웨노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만 믿게. 내가 이발디의 사람들을…… 너를 미래로 데려가 줄 테니까.”
“……기아스를 쓰러트리지 못하면 미래도 뭐도 없는 거 아니야?”
“그거라면 걱정 말게! 카일이 있으니까! 카일은 먼 훗날 에레보스도 쓰러트리는 친구일세! 기아스 같은 건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네!”
드웨노가 활짝 웃었다.
“그러니 거인왕의 군단은 걱정 말게. 태양을 그리고 싶다고 했지? 내가 태양이 뜨는 하늘을 다시 보여 주겠…….”
“드웨노.”
“응?”
“역시 우린 너한테 짐이구나.”
드웨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날 뭐로 보는 건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할 것 같나! 정신 차리게! 엔니하!”
“아, 그래?”
엔니하가 생긋 웃었다.
그러더니 팔을 뒤로 젖혔다.
빠악-!
일순간 온 힘을 다해 휘두른 엔니하의 주먹이 드웨노의 안면을 강타했다.
드웨노의 고개가 돌아갔다.
“끄아아아아아!”
엔니하가 드웨노의 안면을 강타한 손을 붙잡고 바닥을 굴렀다.
“진짜 더럽게 단단하네!”
이상한 방향으로 꺾인 손가락 관절은 누가 봐도 무참하게 산산조각 난 걸 알 수 있었다.
“에, 엔니하! 자네 손이!”
그림을 그리는 엔니하가 손을 소중히 여긴다는 사실을 아는 드웨노가 허둥지둥 엔니하에게 다가갔다.
바닥을 뒹굴던 엔니하가 그런 드웨노를 걷어찼다.
빠각-!
드웨노가 튕겨나갔고 엔니하의 정강이에서 역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났다.
“진짜 아프네!”
엔니하가 이를 악물며 몸을 일으켰다.
정강이뼈도 산산조각 났기에 자신도 모르게 쩔뚝거리며 멍하니 쓰러진 드웨노 앞으로 다가갔다.
“너야말로 정신 차려. 망할 드워프.”
“뭐라고?”
“지금 우리를 짐짝 그 이상 그 이하로 취급하지도 않고 있잖아!”
“아닐세. 난…….”
“미래로 데려가 주겠다고? 우리에게 묻지도 않고 네 마음대로? 그게 짐짝 취급이 아니면 뭐야?”
“미래로 데려가는 게 뭐가 나쁘다는 건가? 자네들은 미래를 누릴 자격이 충분해.”
“그래. 충분하겠지.”
엔니하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런데 찰나의 순간을 위해 그 미래를 위기로 몰아 넣어야 한다면. 이발디의 사람 중 그 누구도 그걸 반길 놈은 없어. 너만 빼고.”
“…….”
“드웨노. 우리의 시간은 한참 전에 이미 끝났어. 그리고 내 시간은 당신의 시간보다 더 훨씬 더 이전에 끝이 났지.”
드웨노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발디의 사람은…… 모두가 어떤 최후를 맞을지 알고 있었어. 그래서 미래로 갈 수 있다는 건 진즉에 포기했지. 포기했지만…… 다들 너는 다르다고 생각했어.”
엔니하가 웃었다.
“우리라는 짐에서 해방되었을 때. 넌 우리보다 더 먼 미래로 갈 수 있다고. 그래서 결국…….”
엔니하가 무릎을 꿇고 드웨노와 눈을 마주쳤다.
“이 세계에 평화를 되찾아 줄 거라고 믿고 있었어. 그래서 우린 꺾이지 않았던 거야.”
“자네들은…… 짐이 아닐세.”
“그래. 짐이 아니지. 우린 네 동료야. 넌 그저 우리가 맡긴 소망을 짊어졌을 뿐이야.”
삶을 포기했지만, 희망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찾지 못했을 뿐.
자신들을 지켜준 든든한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언젠가 그 뒷모습이 희망을 꿈꾸는 다른 이들의 방패가 되어줄 것이라는 걸 믿었다.
그것이 이발디 사람들의 소망이었고 드웨노는 끝내 그 소망을 이루었다.
지금 보면 그리 크지 않은 소망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이발디의 사람들이 꿈꿀 수 있었던 최대의 소망이었다.
“우리가 네 동료이듯. 너한테는 또 다른 동료가 있잖아?”
“…….”
“우리가 짐이 아니었다며? 그런데 네가 짐이 될 생각이야?”
드웨노가 눈을 감았다.
“우리가 너를 믿었던 것처럼.”
화르르륵-
타오르는 검은 불꽃이 찬란한 황금빛으로 서서히 변해갔다.
“너를 믿는 동료가 널 기다리고 있어.”
드웨노가 주먹을 쥐었다.
“우리가 네게 맡긴 소망들은 결국 다시 너에게서 그 녀석으로 전해진 거지?”
“그렇네.”
“그렇다면 레오는 분명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걸 짊어졌을 거야. 그러니…….”
엔니하가 단호하게 말했다.
“더 이상 떠넘기지 마.”
그 말에 드웨노가 뒤돌아섰다.
터벅- 터벅- 터벅-
“으으…….”
“드웨노님?”
“어떻게……?”
영웅 후보생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런 영웅 후보생들을 뒤로하고 공방으로 들어간 드웨노는 잠시 후 거대한 상자를 하나 들고나왔다.
쿵-!
드웨노가 영웅 후보생들 앞에 상자를 놓았다.
“선물일세.”
덤덤히 말한 드웨노는 브레이브를 등에 메고 드리아나 앞으로 다가갔다.
“실망시켜서 미안하구나.”
“아, 아니에요! 실망 같은 건 하지 않았어요.”
“그래.”
드리아나의 머리를 토닥여 준 드웨노가 심호흡하며 말했다.
“추태를 보였군. 내가 이런 말 할 자격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자네들은 군단의 세계 중심으로 향하게.”
“그 누구보다 그런 말씀을 하실 자격이 있으세요.”
어느새 정신을 차린 아르티안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아르티안을 바라보던 드웨노가 입을 열었다.
“고맙네.”
닿지 않을 이에게까지 감사를 전한 드웨노가 발걸음을 옮겼다.
터벅- 터벅-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던 드웨노가 엔니하 곁에 도달했을 때 걸음을 멈추었다.
“엔니하. 부탁이 하나 있네.”
“뭔데?”
“기아스를 쓰러트리면. 모델이 되어주게.”
“그 정도야 쉽지.”
“기대하게. 자네보다 월등히 뛰어난 예술가인 내 작품을 보고 자네는 절망에 빠지고 말 테니까.”
“이 망할 드워프가!”
발끈하던 엔니하가 이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 모델이든 뭐든 되어줄 테니까 얼른 그 망할 거인왕이나 처리하고 와.”
그 말에 드웨노가 웃음을 터트렸다.
화르륵-!
드웨노의 몸에서 타오르던 불꽃이 완전한 황금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순간 세계가 변했다.
“어?”
칼이 눈을 크게 떴다.
[공략 목표가 변경됩니다.] [공략 목표: 드웨노를 생존시키세요.] [공략 목표(Hidden): 이발디를 구원하십시오.] [공략 목표(Hidden): 거인왕 기아스를 토벌하십시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