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02)
702.
솨아아아아아-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하필이면 비가 내리네.”
칼이 하늘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갑작스러운 비였지만 2, 3학년들은 익숙하다는 듯 우의를 꺼내 입었다.
“왜 비가 내려!”
“으앙! 양말 다 젖었어!”
하지만 1학년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루메른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각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런 만큼 대부분 각자의 나라와 가문에서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키워지는 경우가 많다.
뛰어난 실력과 몬스터 토벌이라는 실전을 겸비한 학생이라 할지라도 이런 시시각각 변하는 야전 상황을 입학 전에 겪어 보는 일은 드물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신입생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건 연례행사였다.
특히나 산인 만큼 바닥은 진창이 되어가고 있었다.
“다들 진정해.”
루크가 앞으로 나서며 후배들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루크 선배님! 교복이 다 더러워져요!”
기사학과 1학년 여학생들이 루크에게 칭얼거렸다.
쥬엔은 루크 옆에 서며 팔짱을 꼈다.
“루메른에서는 이런 일은 허다하게 겪어. 어리광 부리지 마!”
쥬엔의 말에 1학년들이 흠칫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일리아나가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작년 처음 실전 나갔을 때 울상 짓던 2학년들이 이제 선배라고 한마디씩 하네?”
“비가 내렸던 첫 실전 수업 날에 할린드 교수님께 기합받은 네가 할 말이냐?”
“야! 칼! 그건!”
“무슨 일이 있었어?”
클로에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칼이 킬킬 웃었다.
“1학년 전투학 수업 실습 때 소나기가 내렸거든. 그걸 보자마자 일리아나가 바로 할린드 교수님한테 뛰어가서 실내 수업으로 바꾸자고 건의했었어.”
그 말에 클로에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일리아나를 바라보았다.
“할린드 교수님이 이유를 물으니까 대답이 걸작이었지!”
“하지 마! 하지 마!”
새빨개진 얼굴로 일리아나가 칼의 입을 틀어막았다.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듣던 클로에가 힐끗 레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레오는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신발을 새로 샀는데 더러워지면 안 된다고 했었어.”
“반장!”
일리아나가 원망스럽다는 듯 레오를 노려보았고 클로에는 아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일리아나답다면, 일리아나답네.”
심통이 난 일리아나가 손가락으로 레오를 계속 찌르는 사이.
칼이 1학년들에게 다가갔다.
“뭐, 선배로서 호의를 베풀도록 할까? 어이, 1학년들. 줄 서. 지금부터 내가 우의를 나눠줄게.”
그 말에 1학년들이 빠르게 칼 앞에 섰다.
“쟤들이 입고 있는 우의 보이지? 저거랑 같은 거야.”
칼이 손으로 레오와 클로에를 가리켰다.
사실 레오와 클로에 말고도 절반에 가까운 2, 3학년들이 같은 우의를 입고 있었다.
우의에는 소환진이 새겨진 연금 솥에 검 한 자루가 빠져 있는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칼이 만든 물건이다.
“빌려줄게. 나중에 반납해야 한다?”
“감사합니다!”
1학년들이 차례차례 우의를 받아 갔다.
“와! 쾌적해!”
“비 맞는 느낌이 안 나는데?”
“역시 시작을 준비하는 자! 준비성이 철저하세요!”
1학년들이 감탄을 터트리며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웬일로 네가 공짜로 빌려주는군?”
“훗. 일종의 판촉 행사지.”
레오의 말에 칼이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판촉 행사?”
“이거 꽤 비싸단 말이지. 선뜻 사라고 하면 애들이 사겠냐? 이렇게 성능 체험해 봐야 아~ 하고 사는 거지.”
“철두철미하네.”
“훗. 내가 괜히 2년 동안 뼈 빠지게 일한 줄 아냐? 2년 동안 그렇게 번 돈으로 루메리아 시티에 건물도 하나 샀잖아.”
“학생의 본분은 공부잖아.”
팔짱을 낀 클로에가 눈을 게슴츠레 뜨자 칼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사업 역시 인생 공부지.”
“아무튼 말은 잘해.”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클로에를 보며 칼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1학년들도 우의를 입는 것을 확인한 레오가 출전 학생들을 집합시켰다.
“오크 군락 토벌은 3개 조로 나눌 거야. 우선 1조.”
레오가 힐끗 칼을 바라보았다.
“조장은 칼. 조 원은 1, 2학년들이야.”
“1, 2학년들. 내 앞으로 모여.”
1, 2학년들이 재빠르게 칼 앞에 도열 했다.
“2조 조장은 힐루이.”
3학년 소환학과 여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레오는 2조에 포함된 3학년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3조는 나와 클로에야.”
“반장, 난?”
“일리아나는 이곳에서 남아서 1학년들을 통제해 줘.”
“응. 알았어.”
조원 발표가 끝이 나자 1학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레오 선배님과 클로에 선배님 단둘이서만 움직이시는 건가?”
“아무리 오크라고 해도 군락이 형성되었을 정도면 숫자가 장난 아닐 텐데.”
“괜찮으시려나?”
1학년 중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일리아나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어…… 일리아나 선배님. 아무래도 토벌 인원이 부족한 것 같은데 학생회장님께 건의해서 1학년 중 인원을 차출하는 건 어떨까요?”
“인원이 부족해? 그럴 리가.”
일리아나가 고개를 저었다.
“인원이라면 오히려 차고 넘치지.”
“네? 하지만 3조는 학생회장님과 클로에 선배님 두 분뿐이잖아요?”
당황하는 1학년을 보며 일리아나가 부드럽게 웃었다.
“선배로서 조언을 하나 해주자면 앞으로 루메른을 계속 다닐 생각이라면 너희가 생각하던 상식은 빠르게 잊는 게 좋아.”
“네?”
“끝 없이 한계에 도전 해온 사람은 일반인의 상식을 가볍게 뛰어넘는 법이거든. 특히.”
일리아나가 힐끗- 클로에를 바라보았다.
“클로에는 그중에서도 특별해. 괴물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지. 사실 오크 군락 정도는 클로에 혼자서 날려버릴 수도 있어.”
일리아나의 말에 1학년들이 숨을 죽였다.
농담일까? 싶었지만 일리아나의 얼굴에서는 그런 기색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당연하지. 너희가 목표로 하는 영웅은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이야. 그런 만큼 영웅 후보생도 기적을 일으켜야지.”
“그럼…… 레오 선배님은요?”
최연소 학생회장이자 2학년 때 이미 루메른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던 레오다.
영웅 후보생인 클로에도 그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미 영웅의 반열에 오른 레오는 어느 정도란 말인가?
“음…… 반장은.”
일리아나가 혀를 찼다.
“그냥 대마왕이지 뭐.”
***
솨아아아아아-!
비 내리는 산속을 걸었다.
레오와 클로에가 맡은 구역은 산의 최정상 쪽이었다.
“오크 군락이 생긴 건 역시 타르타로스의 짓이겠지?”
“그렇겠지.”
루데르아 산은 제법 규모가 큰 산이다.
산세가 험한 편이고 마석이나 광물 같은 자원은 존재하지 않는 산림지대였다.
환수와 정령조차 자리 잡지 않은 만큼 그다지 가치가 없는 산이다.
자연스럽게 인간들에게 방치된 땅이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인간의 발길이 끊긴 산에는 예의 그렇듯 몬스터가 출몰한다.
하지만 루데르아 산은 루메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루데르아 산은 루메른에서 꾸준히 학생들에게 토벌 의뢰를 맡기는 곳이다.
영웅 사관 학교의 역사는 3000년.
원래라면 몬스터의 생태계는 진즉에 사라지고도 남을 시간이다.
하지만 루데르아 산은 지난 3000년 동안 몬스터들의 출몰이 끊이지 않았다.
루메른에서 대대적인 토벌로 몬스터들을 멸절시킨 이후에도 출몰했다.
‘저주의 땅.’
레오는 루데르아 산을 올려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루데르아 산과 같이 몬스터가 끝 없이 발생하는 지역은 세계 곳곳에 있다.
저주의 땅이 생성된 것은 재앙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저주의 땅은 재앙의 시대 당시에 에레보스가 소환되었던 곳이었다.
에레보스는 신들의 천적이다.
꺼지지 않은 파멸의 불꽃에 의해 신들은 지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신들이라고 에레보스가 지상에서 마음대로 활개를 칠 수 있게 만든 것은 아니었다.
에레보스가 5000년 전 모습을 드러냈을 때 신들은 세계의 동쪽 끝.
대영웅들의 마지막 목적지이자 레오가 최후의 결전을 치렀던 그곳에 에레보스를 가두는 징계를 걸었다.
에레보스가 타르타로스를 이용해 세계를 파괴했던 이유 역시 자신의 행동반경을 늘리기 위한 밑 작업이었다.
타르타로스의 군단이 점령한 땅을 불태우고 에레보스의 소환의식을 진행하면 그 영역까지 에레보스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에레보스가 소환되었던 땅에는 에레보스의 기운이 진하게 남았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저주받은 땅이라 불리는 곳이 되었다.
‘지금으로서는 저주를 푸는 방법은 없지.’
루나의 고향이자 5000년 동안 실라투나의 저주를 받았던 마물의 숲과는 근본적으로 같다.
그곳은 실라투나가 토벌된 이후에 저주에서 해방되었다.
저주받은 땅 역시 에레보스를 완전하게 토벌한다면 저주가 풀릴 것이다.
평상시라면 저주받은 땅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골치 아픈 땅 정도로만 취급될 뿐.
몬스터 출몰이 끊이지 않는 만큼 저주받은 땅 주변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또한 저주받은 땅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주기적으로 토벌을 진행해 몬스터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갑작스럽게 대규모의 몬스터가 출몰할 때도 있었다.
바로 타르타로스가 개입을 했을 때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아?”
클로에의 말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지.”
현재 세계는 역사의 분기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영웅들의 재림.
신의 등장.
에레보스 조각의 토벌.
개벽 이후 멈춰 있던 시곗바늘이 돌기 시작하듯.
놀라운 기적이 연속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에 따라 타르타로스의 움직임은 더욱 은밀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저주받은 땅에 대량의 오크 군락의 생성이라는 이상 사태가 발생했다.
이 행위가 상대방의 경계심을 키우는 일이라는 걸 타르타로스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러니 조사하러 온 거잖아.”
레오가 걸음을 멈췄다.
클로에 역시 레오의 뒤에 섰다.
멀리 거대한 오크 군락이 보였다.
언뜻 보기에도 수백은 거뜬히 넘어 보이는 오크들이 보였다.
레오가 초감각을 발동시켜 군락의 동태를 살폈다.
“오크 주술왕.”
“주술왕이 있다고?”
클로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반 오크는 하위 몬스터로 분류된다.
하지만 오크는 압도적인 개체수를 자랑하는 몬스터.
그런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돌연변이의 등장이 잦다.
그중에는 흑마법을 사용하는 주술사들이 있다.
그 오크 주술사 중에서도 강력한 흑마력을 가진 오크에게는 주술왕이라는 칭호가 부여 된다.
그리고 오크 주술왕은 어지간한 고위 마족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100년에 한 마리가 출몰할까 말까한 주술왕이 있다고 하니 클로에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법을 준비해.”
레오가 검을 뽑으며 말하자 클로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클로에가 지팡이를 소환했다.
탁-
지팡이로 땅을 짚은 클로에가 눈을 감았다.
고오오오오오오-!
한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솨아아아아아- 티디디디디디디딕-
클로에 주변에 내리는 비가 얼어붙기 시작하더니 얼음 알갱이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클로에는 자신의 영역을 넓혀갔다.
엄청난 마력이 휘몰아치자 오크들 역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하지만 그들이 행동으로 나서는 것보다 클로에가 마법을 완성하는 시간이 빨랐다.
“핌불베트르.”
쩌저저저저적-
거역할 수 없는 한기가 주변 일대를 덮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