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05)
705.
그날 저녁.
기숙사에 돌아온 레오 파티의 3학년들은 시계탑 기숙사 내에 있는 방에 모여 있었다.
“그 눈보라는 대체 뭐였던 걸까?”
인중 위에 팬을 올린 칼이 팔짱을 낀 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의뢰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레오 파티의 3학년들은 현재 의뢰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눈보라에도 오크 군락은 모두 토벌되었다.
“게다가 마나 동결 현상이라니.”
일리아나가 손가락 위에서 팬을 휙휙 굴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나 동결 역시 레오와 클로에만이 겪은 현상이었다.
“진짜 아무런 이능을 쓸 수 없었어?”
칼의 물음에 클로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힘이 봉인된 느낌이었어.”
“레오, 너도?”
레오는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진짜 무슨 상황이래?”
레오의 정체를 아는 칼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사이 보고서 작성을 마친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희들도 얼른 마무리하고 쉬어.”
원래는 주말 내내 오크 군락 토벌을 하려 했다.
2학년과 1학년에게 실전 경험을 치르게 할 생각.
하지만 예상 밖의 사태로 3학년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오크 군락 토벌은 예정보다 하루 일찍 끝내게 되었다.
그런 만큼 레오 파티는 이틀의 주말 중 하루인 내일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레오가 나가고 잠시 후.
클로에도 펜을 내려놓고 보고서를 제출했다.
“난 먼저 갈게.”
“잉? 벌써?”
“응. 기숙사로 돌아가야지.”
“어허! 무슨 소리! 모처럼의 기회인데! 놀아야지!”
일리아나의 말에 클로에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통금 시간이야.”
통금 시간이 되면 기숙사 바깥으로 나올 수 없다.
엄격한 루메른의 교칙이었다.
클로에의 말에 일리아나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재미있는 거지!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시간에 나와 있는 거잖아!”
일리아나의 말에 클로에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편의 시설은 다 문 닫았잖아.”
“어허! 그래도 돌아다니는 게 재미있는 거야!”
“난 일찍 들어갈래.”
관심 없다는 표정을 짓는 클로에를 보며 일리아나가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클로에가 돌아가면 기숙사 사감 교수들에게 보고가 될 것이다.
레오야 독채를 써서 사감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웠지만, 일반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지금 3학년들에게 허락된 건 어디까지나 보고서 작성 시간일 뿐이다.
작성을 끝마친다면 돌아가야 한다.
일리아나의 계획은 그 짧은 시간 짬을 내어 밤의 기숙사를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클로에가 돌아간 후에 너무 늦게 기숙사로 돌아가지 않으면 사감들이 찾으러 올 건 불 보듯 뻔했다.
‘시계탑 기숙사에는 비밀이 많아.’
시계탑 기숙사는 굉장히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그 규모에 비해 학생들이 갈 수 있는 지역은 한정적이다.
교수들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게 분명했다.
‘비밀 공간에 보물 상자 같은 게 숨겨져 있을지도 몰라!’
시계탑 기숙사는 그 자체만으로 학생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기숙사로 돌아와 시계탑을 탐색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밤에는 그럴 기회가 없다.
그런데 마침 그럴 기회가 생긴 것이다.
물론 애석하게도 클로에는 그런 것에 큰 관심이 없었다.
정확하게는 시계탑의 비밀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교칙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다.
우등생인 그녀에게 교칙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일리아나 역시 그런 클로에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다.
이리저리 눈을 굴리던 일리아나가 말했다.
“클로에! 그 소문 들었어? 기숙사 도서관에 금서고가 있다는 소문!”
그 말에 클로에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곳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금지된 마도서가 잔뜩 있다고 하더라?”
클로에가 일리아나를 바라보았다.
‘좋았어! 낚였어!’
일리아나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런 일리아나의 얼굴을 바라보던 클로에가 칼 쪽을 보았다.
“사실이야?”
“그런 소문이 있긴 하지.”
“신빙성은.”
“제로에 가깝지.”
어깨를 으쓱거리는 칼을 보며 클로에는 흥미 없다는 듯 방을 빠져나갔다.
학교의 정보통인 칼이 저렇게 말했으면 금서고 같은 건 없다고 보는 게 무방했다.
“신빙성이 있다고 해야지!”
“내가 루메른 정보통이 된 건 신뢰 때문이야. 없는 걸 어떻게 있다고 하냐? 그리고 클로에도 조사하면 다 알 텐데.”
칼의 말에 일리아나가 혀를 찼다.
“그리고 밤에 탐색한다고 뭐 제대로 탐색할 수 있겠어? 교수님들이 순찰하실 텐데.”
“하여간! 낭만이 없어요! 낭만이!”
***
방으로 온 레오는 눈앞의 광경에 이마를 눌렀다.
“소파야. 나는 네가 부러워. 넌 매일 매일 레오님을 위해 봉사하고 있잖아? 아아! 나도 레오님의 소파가 되고 싶어. 이 하찮은 몸뚱어리로 레오님에게 안락함을 드릴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레오가 자주 앉은 소파에 딱 붙어서 얼굴을 비비고 있는 리안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저기. 나랑 바꿀래? 내가 레오님의 소파가 될게. 네가 히어로 레코드의 관리자가 되렴. 너도 좋지? 응?”
‘저 모습은 봐도 봐도 적응이 안 되는군.’
곱게 미치지 않고 더럽게 미쳤다는 점에서 확실히 신다웠다.
신의 시대와 재앙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이 시대의 그 누구보다 신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신을 이해할 수는 없다.
아니, 아마 신의 시대에서도 신을 이해할 수 있는 자는 없었으리라.
“앗! 레오님! 이제부터 제가 소파를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제 위에 앉아주세요!”
리안은 레오의 소파를 밀어내더니 소파가 있던 자리에 웅크려 앉았다.
“비록 하찮은 몸뚱어리이지만 레오님께 안락함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그 말에 레오가 리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옆에 손님용 소파에 앉았다.
리안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아아! 난 소파만도 못한 존재구나!”
소파에게 패배했다고 생각한 리안이 축 처질 때였다.
“왜 소파 따위랑 널 비교하고 있어. 네가 소파보다 훨씬 대단한데.”
“네?”
“히어로 레코드를 관리하는 건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잖아. 그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그 말에 리안이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소파보다 더 필요한 존재라는 건가요?”
“그래.”
소파를 이겼다는 사실에 리안은 진심으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소파보다 못하면 그게 사람인가? 아, 이거 신이지.’
루나의 말을 인용해 보자면 회까닥한 신은 길가의 잡초만도 못한 존재라고 했다.
레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사이.
리안은 소파를 원위치시킨 후 레오 맞은편에 무릎 꿇고 앉았다.
그리고 마치 신에게 기도드리듯 두 손을 모았다.
그 모습이 경건하고 독실한 신도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언뜻 신성해 보이기까지 하는 리안의 자태를 보며 혀를 찼다.
몇 번이고 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것만큼은 말을 안 들었다.
그랬기에 레오는 포기해 버렸다.
잠시 후 눈을 뜬 리안에게 레오가 물었다.
“물어볼 게 있어서 불렀어.”
“하명하십시오. 레오님.”
“에레보스가 다른 속성의 힘도 사용할 수 있어?”
“다른 속성이라 하심은?”
“불꽃 이외에 속성을 쓸 수 있어? 가령 빙결 능력이라든지.”
“불가능합니다.”
리안이 고개를 저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태초의 악인 그 흉물에게 있어 꺼지지 않는 불꽃이란 함은 흉물을 나타내는 상징 그 자체입니다.”
“상징 그 자체?”
“예. 세상이 불타 잿더미가 되어 사라지는 광경. 그것이 그 흉물의 비원이죠. 그 비원에 걸맞은 능력이 바로 꺼지지 않는 불꽃입니다. 결국 놈의 본체가 검은 불꽃 그 자체이죠.”
그렇다면 빙결 능력을 사용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리안의 설명을 듣고 레오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왜 물으신 겁니까?”
레오는 산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녹지 않는 얼음과 마나를 얼어붙게 한 힘이라.”
리안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마법은 아니었어. 그건 분명 권능일 거야.”
마법이란 결국 세상의 법칙 내에 있는 능력.
그리고 그 법칙을 벗어나는 걸 기적이라 부른다.
군단장의 고유 권능들은 그 기적의 범주에 들어가 있다.
사령왕은 에레보스의 조각을 가지고 있다.
그걸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새로운 군단장에게 권능을 하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아니면 군단의 세계를 통해 얻은 능력이던가.’
레오의 말에 리안이 입을 열었다.
“설령 사령왕이 흉물의 조각을 이용해 힘을 사용했다고 해도 ‘녹지 않는 얼음’ 과 같은 권능을 부여하기란 어렵습니다.”
“왜?”
“녹지 않는 얼음. 그건 꺼지지 않는 불꽃. 그러니까 에레보스 그 자체와 같은 개념이라 그렇습니다.”
“같은 개념?”
“네. 기적에도 격이란 게 있으니까요. 자세히 설명해 드리면 복잡하니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자면…… 녹지 않는 얼음은 최상위 개념의 기적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흠.”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에레보스는 불꽃 외에는 다른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그 말에 리안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드릴 말씀은 어디까지나 제 추측입니다.”
전지전능에 가까운 존재.
신의 추측이라는 말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초의 악에 대한 기원은 저희 신조차도 알 수 없습니다. 그저 흉물은 어느 순간 존재해 왔고 그때부터 세계의 멸망을 바라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흉물은 많은 권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권능이 바로 꺼지지 않는 불꽃이죠.”
에레보스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권능.
“하지만 이상했습니다. 꺼지지 않는다는 건 계속해서 불탄다는 소리죠. 즉 시간이 흐를수록 에레보스의 불꽃은 강해집니다. 하지만 신들이 지상에 머물며 오랜 세월 에레보스를 억누르는 동안. 에레보스는 불태울 것이 없었습니다.”
신의 힘이 약해질 때까지.
에레보스는 자기 자신을 불태우며 시간을 보내왔다.
아무리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도 태울 것이 없으면 결국에는 사라진다.
즉, 에레보스는 오랜 세월 자신의 육신만을 불태워 왔던 것이다.
하지만 끝내 에레보스는 자신을 모두 불사르지 않았다.
“불꽃을 억제할 힘을 가지고 있었을지 모른다?”
“네.”
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들 사이에서는 에레보스가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악신들을 집어삼켜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야 놈이 가진 그 다양한 권능들이 설명된다면서요.”
거기까지 설명을 들은 레오도 리안이 생각한 가설이 무엇인지 감을 잡았다.
“오래전에 자신과 반대 속성의 권능을 가진 악신을 잡아먹었을지도 모른다는 소린가?”
“예. 빙결의 힘으로 자신의 화력을 제어하고 있었지 않았을까요?”
리안의 말을 들은 레오가 턱을 쓰다듬었다.
“지금 에레보스는 여섯 조각나 있지.”
마지막 결전에서 레오가 여섯 조각으로 잘라 봉인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예측할 수 있는 추론은 하나다.
“그 여섯 조각 중 빙결의 힘을 가진 조각이 깨어났다?”
“제 보잘것없는 예상으로는 그렇습니다. 다만 레오님께서 예상하신 것처럼 사령왕이 군단장에게 부여한 권능일 가능성도 큽니다.”
리안의 말을 듣고 레오는 섬뜩함을 느꼈다.
‘만약 리안의 예상대로 에레보스의 조각이면. 정말 골치 아프게 됐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