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1)
【71】70.
깊은 밤.
끼익-
레오는 조심스럽게 숙소 방의 창문을 열었다.
휘오오오-!
차가운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추워! 문 닫아!]모닥불을 쬐듯 손수건을 둘둘 말고 촛불 앞에서 덜덜 떨고 있던 키르안은 그걸 보고 기겁했다.
“자지 말고 대기하고 있어.”
그 말을 남긴 레오가 창문을 통해 방을 나갔다.
레오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2학년들이 머물고 있는 또 다른 고급 호텔이었다.
“역시나 움직이셨군.”
한편 똑같이 방 창문으로 맞은편 루메른 숙소의 동태를 살피고 있던 루니아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내 감이 맞았어.”
루니아가 망설임 없이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레오와 루니아가 방을 나서고 잠시 후.
달칵-!
“레오님과 루니아 양이 가, 같이……?”
또 다른 창문이 열리고 에이란이 얼굴을 내밀었다.
오늘 용기를 내어 세이룬에 합류한 에이란은 헤르디움의 권유에 따라 집이 아닌 이곳에 머물게 되었다.
그리고 긴장으로 인해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사이 우연히 레오와 루니아가 몰래 숙소를 나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무슨 일이지? 레오 님과 루니아 양이 왜?”
왜인지 모르게 시선이 계속 가게 되는 루메른 학년 대표와 무섭기는 하지만 동경의 대상인 세이룬 학년 대표가 늦은 밤 숙소를 나서는 모습에 에이란은 고민했다.
“서, 설마! 밀회?”
영웅담을 사랑하는 사춘기 소녀의 풍부한 상상력이 폭주를 일으켰다.
빨개진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어쩔 줄 몰라 했다.
‘학생 신분으로 그런 불건전한 이성교제를……!’
순조롭게 오해를 한 에이란이 허둥지둥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세이룬 2학년들이 머무는 호텔로 온 레오는 지붕 위에 섰다.
그리고 기척을 감추고 손에 힘을 주어 벽에 손가락을 박아 넣었다.
콰악-!
호텔 벽이 움푹 파였다.
그 방법을 통해 밑층으로 내려온 레오가 호텔 내부의 기척을 감지했다.
‘아무래도 이곳 역시 세이룬에서 통째로 빌렸나 보군.’
안에서 느껴지는 기척은 없었다.
‘학생들이 잡은 층은 3층인가?’
이미 깊은 밤이라 세이룬 학생들은 이미 잠들어있었다.
벽을 타고 3층으로 내려간 레오는 창문을 통해 내부를 확인했다.
‘모두 아홉 명. 한 명이 없군.’
잠들어있는 2학년들의 숫자를 확인한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짐은 있지만 비어 있는 방의 창문을 열었다.
달칵-
문고리가 잠기지 않은 창문은 손쉽게 열렸다.
창문에 걸터앉은 레오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 눈이 잔뜩 묻는 신발을 벗고 방바닥을 디뎠다.
그리고 벽에 걸린 교복 명찰에 적힌 ‘라우타’ 라는 이름을 확인했다.
‘역시 몰래 숙소를 빠져나갔군.’
“야! 너 여기서 뭐 해?”
그때 잔뜩 당황한 표정의 루니아가 창가에 서 말을 걸었다.
“그러는 너야말로 뭐 하냐?”
루니아가 몰래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레오는 여유로운 얼굴로 되물었다.
“지금 그게 중요하냐! 2학년 숙소에 함부로 들어와서 걸리면 어쩌려고! 빨리 나와! 들키기 전……!”
루니아는 레오를 끌고 나오기 위해 신발을 벗고 레오에게 다가왔다.
숙소 무단이탈에 무단 침입.
더군다나 학교도 다르다는 걸 감안하면 걸리면 단순히 징계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퍽-! 쿵-!
“억!”
너무 놀라 레오에게 다가가던 루니아는 자신도 모르게 테이블 다리를 차고 말았다.
테이블이 방바닥에 넘어지며 큰 소리가 울렸다.
발가락을 찍은 루니아는 눈물이 핑 도는 걸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발을 붙잡았다.
잠시 후 똑-똑- 신경질적인 노크 소리가 들렸다.
발을 붙잡고 낑낑거리던 루니아가 당황하여 문 쪽을 보았다.
‘헉? 안 잠겨 있잖아!’
만약 이대로 열고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꼼짝없이 걸리게 된다.
레오 역시 그걸 보고 미간을 좁혔다.
“야! 라우타! 밤중에 이게 무슨 소란이야! 여기 너만 있는 줄 알아! 잠 좀 자자!”
짜증스러운 남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오는 다급히 신발을 밖에 두고 창문을 닫은 다음 굳어 있는 루니아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침대 안쪽으로 밀어 넣고 자신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루니아를 바짝 끌어당겼다.
“야! 무슨……!”
“쉿!”
붉어진 얼굴로 무언가 말하려는 루니아의 입가에 레오가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내 말 무시하냐!”
벌컥-!
짜증스럽게 문이 열렸다.
루니아는 심장이 멎는 걸 느꼈다.
방문과 침대 사이의 거리가 꽤 멀어 등을 지고 누우면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이상 두 명이 누워 있는지 잘 분간이 가지 않았다.
“들어왔는데도 무시냐? 그래! 상급반 나으리께서 중급반 나부랭이랑은 말도 섞기 싫다 이거지?”
방문을 열었음에도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얼굴조차 내밀지 않는 걸 보고 멋대로 착각한 남학생은 신경질적으로 방문을 닫았다.
잠시 후, 이불을 걷고 나온 루니아는 목까지 새빨개져 레오에게 급히 멀어졌다.
“그렇게 끌어안을 필요는 없었잖아!”
작은 목소리로 항의하는 루니아를 보며 레오가 침대 위에서 내려가며 대답했다.
“밀착을 안 했으면 두 명이 누운 걸로 보였을걸.”
“그렇긴 하지만!”
‘아오! 이 녀석은 왜 이렇게 덤덤해!’
“몰라! 몰라! 아무튼! 이 이야기 딴 데 가서 하면 죽어!”
주먹까지 쥐어 보이며 협박하듯 말하는 루니아를 보며 웃음을 터트린 레오가 창밖으로 향했다.
“진짜! 여긴 왜 온 거야!”
“라우타를 찾으러.”
레오의 말에 루니아가 멈칫했다.
“여기 라우타 선배의 방이야?”
“그래. 몰래 숙소를 빠져나갔어. 페어리 포레스트로 향한 게 분명해.”
“왜?”
루니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보면 알겠지.”
“잠깐. 지금 이 시간에 페어리 포레스트에 간다고?”
“응. 넌 먼저 숙소로 돌아가.”
“…….”
루니아가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너 지금 라우타 선배가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래.”
“네 생각은 틀렸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재수 없는 선배라도 라우타는 세이룬의 학생이었다.
루니아 입장에서는 다른 학교 학생이 세이룬 학생을 타르타로스와 연관 짓는 게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이 시간에 몰래 페어리 포레스트에 간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니 너와 같이 가서 확인하겠어. 세이룬의 1학년 대표로서 같은 학교 선배의 의심을 풀어야겠어.”
“하고 싶은 대로 해.”
신발을 신은 레오가 지붕 위로 올라갔다.
루니아가 그 뒤를 따라 올라왔다.
“좋아, 그러면 출발하자”
두 사람은 도시를 벗어나 페어리 포레스트 초입 부분에 도착했다.
초입 부분에 도착한 레오가 자리에서 멈추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너도 계속 쫓아 올 거야?”
“응?”
느닷없는 말에 루니아가 당황했다.
바스락-
수풀을 헤치는 소리와 함께 에이란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이란? 언제 쫓아 온 거야?”
“너랑 같이 계속 쫓아오고 있었어.”
“뭐?”
루니아가 쫓아온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레오는 에이란의 기척도 함께 느꼈다.
‘에이란이 고자질을 할 성격은 아니지만.’
에이란은 몰래 빠져나가는 걸 목격한다면 이르기보다는 혼자서 끙끙 앓을 타입이었다.
그래서 내버려 두었지만 계속 쫓아오니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루니아가 에이란에게 다가갔다.
“에이란. 왜 여기까지 온 거야? 빨리 숙소로 돌아…….”
“아……!”
“응? 뭐라고?”
“아, 안 돼요! 학생들끼리 불건전한 이성 교제는 안 된다고요!”
“…….”
새빨개진 얼굴로 다급히 외치는 에이란을 보며 루니아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저 봤어요! 레오님이랑 루니아양이 숙소를 빠져나가 다른 호텔 방에 몰래 들어가는 걸!”
“에이란! 잠깐! 내 말 좀 들어 봐. 그건…….”
“무, 물론 루니아 양은 아름답고! 레, 레오님도 무척 멋있고! 서로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직 1학년인데! 파, 파렴치하게 서로 육체적인 관계를……!”
“아! 진짜! 그런 거 아니거든?! 야! 레오! 너도 빨리 해명해!”
폭주하는 망상을 듣다 못한 루니아가 빽 소리치며 레오 쪽을 보았다.
그리고 배를 부여잡고 웃는 레오를 보며 이마에 힘줄이 빠직-! 올라왔다.
“웃냐! 웃어?! 이게 웃기냐고!”
왁! 왁! 소리치며 멱살을 붙잡는 루니아를 보며 웃음을 멈춘 레오가 루니아의 손을 푼 후 에이란에게 말했다.
“에이란. 네가 착각한 거야. 나나 루니아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
“저, 정말인가요?”
“그래. 아까 거긴 세이룬 2학년들의 숙소야. 뭔가를 조사할 게 있어서 잠깐 들어갔던 거고. 애초에 금방 나왔잖아.”
“아…….”
에이란이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잠시 후 얼굴을 부여잡고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차, 창피해요.”
“어휴. 진짜. 나도 괜히 민망해지네.”
손으로 얼굴에 부채질을 하던 루니아가 에이란을 보며 웃었다.
“그나저나 내가 불건전한 이성 교제를 한다고 생각해서 막으러 온 거야?”
“죄, 죄송해요. 기분 나쁘셨죠?”
“아니. 그냥 신기해서. 내가 사랑놀음 때문에 학업에 집중 못 할 일 같은 건 없겠지만. 만약 그렇게 되면 너한테 좋은 거 아니야?”
루메른 보다 학생 간의 견제가 훨씬 심한 세이룬에서는 상대가 학업에 집중을 못 하게 되는 건 좋은 일이다.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 루니아 양은 최고의 학생이니까 언제나 최고였으면 좋겠어요.”
그 말에 루니아가 살짝 놀랐다.
‘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루니아는 최고 명문가 출신으로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따분하다는 생각도 했다.
세이룬 1학년 중에서는 루니아의 적수가 될만한 학생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급반이던 에이란이 순식간에 자신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을 때는 라이벌이 생겼다고 즐거워했다.
다른 학생들이 에이란에 대해 수군거릴 때도 코웃음만 쳤다.
자신의 라이벌이 저런 패배자들의 말에 휘둘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에이란은 늘 혼자였어.’
친구라고 해놓고 에이란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자신에게 루니아는 창피함을 느꼈다.
“에이란.”
“네?”
“왜 학교에 나오지 않은 거야? 아프다는 거 거짓말이지?”
루니아의 물음에 에이란이 고개를 푹 숙였다.
“저는 다른 분들처럼 진지하게 영웅을 목표로 한 게 아니라 단순히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에 다녔어요. 영웅 같은 사람들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에서요.”
영웅은 동경하지만, 영웅이 된 자기 모습은 그려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지켜보는 게 즐거웠다.
“이런 제가 학교를 다니는 건 진지하게 영웅을 꿈꾸는 분들에게 실례가 아닐까 생각해서…….”
“실례? 말도 안 돼. 그런 생각은 오히려 네 노력에 대한 실례야.”
중급반에서 전교 2등이 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 에이란은 화제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내성적이고 겁이 많은 에이란은 그 관심이 무서웠다.
그와 더불어 쏟아지기 시작한 동급생들의 시기와 질투도 부담스러웠다.
혼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고 생각돼서 도망치듯 본가로 돌아간 것이었다.
에이란의 말을 들은 루니아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난 네가 계속 학교를 다녔으면 좋겠어.”
“왜, 왜요?”
“넌 내 친구니까.”
에이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저랑 루니아 양이 친구였나요?”
“하?”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니셨어요?”
“푸흡.”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리자 루니아가 레오를 한 번 노려보았다.
아까 전 에이란이 루니아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았던 셈이다.
“우리 친구 맞거든? 그러니까 다른 애들 헛소리는 신경 쓰지 말고 학교 다녀! 난 네가 필요해!”
“제가요?”
“응. 맞아. 친구이자 라이벌로서 나와 계속 경쟁해 줬으면 좋겠어.”
그 말에 얼떨떨한 표정을 짓던 에이란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미소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애들은 크는 게 빠르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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