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10)
710.
“영령을 부르는 건 마나를 느끼는 감각과 비슷해요.”
정좌한 레오 앞에 앉은 아르티 안이 설명했다.
“자, 눈을 감아보세요.”
스륵-
레오가 눈을 살며시 감았다.
“천천히 심호흡하며 호흡에 집중해 보세요. 천천히. 천천히.”
마치 어린아이를 가르치듯.
아르티안은 친절하게 기초부터 설명해 주었다.
레오는 아르티안의 설명대로 호흡했다.
아무리 올 클래스인 레오라 하더라도 사용하지 못하는 능력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영령술.
더군다나 영령술 자체도 숨겨져 있던 레오의 힘을 각성시킨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리시나스에게 받은 힘.
지금껏 몇 번이고 무의식적으로 영령술을 사용하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조차 레오의 무의식이 아니었다.
‘리시나스의 무의식이었지.’
리시나스의 영령이 자신에게 깃든 건 언제일까?
‘……리시나스의 세계에 들어갔을 때.’
리시나스의 세계에서 탐식왕 요르문간드를 쓰러트린 후.
과거의 자신을 매개로 리시나스는 레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의 공략이 끝난 후.
레오는 리시나스가 가진 마나의 정수를 공략 보상으로 얻었다.
영령술의 능력을 얻은 것은 아마도 그때였을 것이다.
그 순간부터 리시나스는 영령이 되어 레오에게 깃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레오는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제대로 사용하기는커녕 힘을 다루기 위한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
‘아예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심호흡하며 정신을 집중시킨다.
아르티안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을 때.
레오의 몸에 그려진 소환진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레오의 몸에 영력이 흐르기 시작했다.
레오의 영력이 아니었다.
바로 아르티안의 영력.
‘그렇군.’
아르티안이 자기 피를 이용해 레오의 몸에 소환진을 그린 건 영력의 흐름을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
레오는 피를 매개로 흐르는 아르티안의 영력을 최대한 의식하며 영력의 움직임을 쫓았다.
‘아르티안 교수가 영령술을 사용할 때 영력을 이렇게 운용하는구나.’
잠시 후.
아르티안의 영력이 사라졌다.
그걸 끝으로 레오도 눈을 떴다.
“어땠나요?”
“감이 조금 잡히는데요.”
“벌써 감이 잡힌다니. 역시 우등생은 달라도 다르네요.”
아르티안이 손뼉을 쳤다.
환하게 웃은 아르티란이 말했다.
“의외로 금방 완벽하게 영령술을 다루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네?”
“생각보다 어려워서요.”
“겸손하네요.”
아르티안이 빙긋 웃었다.
하지만 레오의 말은 진심이었다.
‘어쩌면 평생 걸릴지도 모르지.’
레오는 끊임없는 노력 끝에 과거 동료들의 기술을 어느 정도는 따라 할 수 있었다.
마법의 경우에는 이론상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마법 술식을 담을 수 있는 레오의 고유 마법 체계.
바이블이 있기에 루나의 흉내를 낼 수 있다.
아르온의 하울링과 호흡 역시 올 클래스의 힘으로 따라 할 수 있으며 드웨노의 불꽃 역시 다루어 강력한 불의 힘을 쓸 수 있다.
리시나스의 소환술 역시 마찬가지.
리시나스의 환수술이나 정령술은 흉내 낼 수 있다.
하지만 레오가 흉내 낼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레오가 올 클래스로서 타고난 영역 범위 내에서다.
그 영역을 벗어나면 레오에게 있어서도 미지의 능력이다.
루나의 고유 마법들을.
아르온이 깨달은 무위를.
드웨노의 손기술을 레오가 따라 할 수 없듯이.
애초부터 레오에게 허락된 능력이 아닌 영령술은 말 그대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영역이다.
거기에 레오가 얻은 영령술의 원래 주인은 리시나스.
어지간한 영령술사의 힘이었다면 레오 역시 흉내 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레오에게 깃든 영령술의 원래 주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지혜의 왕 리시나스다.
역사상 최강의 소환술사라고 불리는 존재.
그녀가 최강의 소환사라 불린 이유는 지극히 간단했다.
환수소환에서도 정령소환에서도.
마지막으로 영령 소환에서도.
언제나 최고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소환사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강력한 환수나 정령을 소환해 그 소환수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소환사.
두 번째는 엄청난 수의 소환수를 소환하는 소환사.
이 경우에는 말 그대로 소환수의 군대라 할 수 있었다.
리시나스는 두 가지 스타일을 모두 가진 올라운더 유형의 소환사였다.
‘심지어 한 번에 강력한 소환수와엄청난 수의 소환수를 소환하는 게 가능했지.’
대영웅들이 타르타로스에 비해 압도적인 수적 열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투에서 이길 수 있었던 건.
루나의 힘도 컸지만, 그 전에 수적 밸런스를 어느 정도 충당해 주었던 리시나스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리고 그 대규모 전투에서 빛을 발한 것이 바로 리시나스의 영령술이었다.
강력한 소환수와 많은 수의 소환수를 동시에 소환한다.
그건 환수나 정령술뿐만 아닌 영령술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무수히 많은 영령을 소환하던 리시나스의 모습을 떠올리며 레오가 한숨을 쉬었다.
‘나도 그런 게 가능하려나?’
“자, 그럼 영령을 한 번 불러 볼까요?”
아르티안이 빙긋 웃으며 말하자 레오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아까 전 아르티안이 알려 준 대로 영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
레오의 몸에서 영력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와…… 레오 학생이 여러 색의 영력을 가진 건 알고 있었지만…… 영령술을 사용할 때 발현되는 색은 검은색이구나.’
음울하거나 불길한 느낌이 아니었다.
어둡고 깊지만 왜인지 모를 포근한 느낌을 주는 칠흑의 영력을 보며 아르티안이 말했다.
“대단하네요. 단 한 번의 설명으로 초혼술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다니.”
아르티안이 감탄하며 말했다.
“그럼 레오 학생! 이제 영령을 소환해 볼까요?”
“소환이요?”
“네. 속으로 누군가를 강렬하게 불러 보세요. 레오 학생의 목소리에 이끌려 영령이 소환될 거예요.”
그 말에 레오는 심호흡을 하고 리시나스를 불렀다.
‘야. 사기꾼 도마뱀. 빨리 와라. 어서.’
그렇게 말하는 순간.
콰아아아아-!
“헉?!”
아르티안이 깜짝 놀랐다.
레오가 내뿜는 영력의 힘이 더욱 강해진다.
마치 블랙홀처럼.
주변의 모든 것들이 레오에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어어?”
아르티안이 당황한 얼굴로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바닥에 몸을 바짝 붙였다.
파라라락- 휘오오오!
하지만 주변에 있는 책이나 집기류는 물론이고 커다란 가구들까지 레오 쪽으로 빨려 들어가자 아르티안의 몸 역시 둥실 떴다.
‘대체 얼마나 강력한 영력인 거야!’
오늘 아르티안이 레오에게 알려 준 영력 운용법은 기초적인 초혼술이다.
초혼술에는 무언가를 강력하게 잡아당기는 힘이 있다.
영령뿐만이 아니라 실체를 가진 것까지.
그랬기에 실제 초혼술을 사용할 때 물리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물리적으로 주변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강력한 인력이 발생하는 경우는 아르티안도 처음 봤다.
‘대체 얼마나 강력한 영령이 소환 되는 거야?’
“레오 학생? 레오 학생! 멈춰 봐…… 꺄악?!”
아르티안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결국 힘을 이기지 못한 아르티안의 몸이 둥실 뜨더니 레오 쪽으로 날아갔다.
아르티안이 영력을 일으켜 자세를 잡으려는 순간.
레오가 눈을 떴다.
검은색 안광으로 번뜩이는 눈.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한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에게 끌려오는 아르티안을 가볍게 받아들었다.
쿠구궁-!
레오의 초혼술에 의해 발생된 인력에 끌려오던 가구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우아아아아아.”
레오의 품에 안긴 아르티안이 감탄했다.
“대체…… 대체 얼마나 강력한 영령을 소환하신 거예요?”
“……대단한 녀석을 소환하려고 하긴 했죠. 실패했지만.”
“실패요?”
이 정도로 강력한 초혼술이 발현되었음에도 실패하다니?
“네.”
“음. 뭐가 문제였을까요?”
레오가 고민에 빠진 아르티안을 내려주었다.
바닥에 선 아르티안이 고민에 빠진 사이.
레오는 방을 둘러보았다.
엉망이 된 방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바깥에서 할 걸 그랬나?’
***
늦은 밤.
시계탑 기숙사의 중앙 홀.
낮에는 가장 활기찬 곳이었지만 학생들이 없는 밤에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중앙 홀의 소파에 앉은 채 다리를 꼰 엘리자는 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희미한 달빛에 보인 시간은 새벽 1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늦어.’
엘리자의 눈이 꿈틀거릴 때였다.
댕-! 댕-!
정각을 알리는 시계탑의 종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다.
기숙사 숙소에서는 들리지 않는 소리.
늦은 시간에 시계가 울려 퍼지자 괜히 더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엘리자의 얼굴에 짜증이 깃들 때였다.
톡톡-
누군가 뒤에서 기척도 없이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자 엘리자가 기겁했다.
“읍?!”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려는 엘리자를 보고 칼은 황급히 엘리자의 입을 틀어막았다.
“야야. 엘리자. 나야. 나. 칼이라고,”
칼의 목소리를 들은 엘리자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눈을 치켜 뜨고 뒤를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칼이 뒤집어 쓰고 있던 망토를 벗었다.
드웨노의 연금술로 만든 투명 망토였다.
“놀랐잖아! 그리고 왜 이렇게 늦었어!”
눈을 치켜 뜨는 엘리자를 보며 칼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니. 빨리 오려고 했는데. 애들이 계속 나보고 같이 탐색 나가자고 해서. 떼어 놓고 오느라 고생 좀 했어.”
“어떻게 떼어 놨는데.”
“데이트 한다고 했지.”
“웃겨?”
“농담이야. 그냥 오늘은 쉴거라고 하고 몰래 빠져나왔어.”
“네 투명 망토만으로 다른 학생들의 눈을 피하긴 힘들 텐데?”
엘리자의 말대로였다.
투명 망토가 대단한 물건인 건 사실이지만 기척을 완벽하게 지워주는 물건은 아니다.
마법학과생들 중에는 전투에 대비한 훈련으로 실시간으로 탐지 마법을 사용하며 다니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이들의 탐지 마법을 피하는 건 쉽지 않다.
“기척도 아이템빨을 빌렸지.”
“아이템?”
“원래라면 기업 비밀이지만…….”
칼이 씩- 웃으며 손에 낀 팔찌를 보여주었다.
“드웨노님이 만들어 주신 팔찌.”
아직 드웨노의 세계에 관련된 것은 함구령이 떨어져 대외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물건이다.
다만 같이 공략을 한 엘리자는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
엘리자 역시 드웨노의 선물을 받았으니까.
“내건 기척을 숨기는 기능이 탑재 되어 있어.”
별것 아닌 기능처럼 보이지만 전투에 참여하진 않아도 전투의 흐름을 계속 읽기 위해 전장 가까이에 있어야 하는 칼에게는 아주 필요한 능력이었다.
철컥-
“응?”
그때였다.
쇠가 마찰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철컥- 철컥-
칼과 엘리자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소리는 이곳을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칼이 투명 망토를 매더니 엘리자에게 말했다.
“여기 들어와.”
“왜?”
“교수님들이나 다른 학생들이면 싸워야 한다고. 네 소환술로 숨으면 들킬 수도 있으니. 그냥 투명 망토 속에 숨는 게 안전하지.”
칼의 말에 엘리자가 마음에 안든다는 듯 혀를 차며 칼의 망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칼에게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그렇게까지 밀착 안 해도 되는데?”
“진작 말하지.”
엘리자가 인상을 쓰며 거리를 살짝 벌렸다.
아직도 가까웠지만 칼은 굳이 뭐라 하지는 않았다.
투명 망토 속에서 두 사람이 숨을 죽였다.
철컥- 철컥- 철컥-
잠시 후.
어둠 속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한 손에는 바스타드 소드를 든 기사였다.
풀 플레이트 갑옷으로 무장한 그는 말 그대로 피 칠갑하고 있었다.
“후욱- 후욱-”
거친 숨을 내뱉은 기사를 보며 칼과 엘리자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어두운 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서 호러에 가까운 모습으로 나타난 기사는 그 자체만으로 심장을 쫄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후욱- 죽인다…… 후욱…….”
그때 기사가 살기가 깃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죽인다…… 마법사…… 소환사…….”
철컥- 철컥-
살기를 한 번 내비친 기사는 다시 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엘리자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대체 뭐야?”
“난들 아냐? 일단 기사학과가 컨셉질 하는 것 같기는 해.”
루메른에 괴짜가 많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나저나.”
“왜?”
“엘리자양, 무서웠어?”
칼이 능글맞게 웃었다.
조금 전 기사가 살기를 드러낼 때 엘리자는 자신도 모르게 칼의 팔을 꽉 잡은 것이다.
“우리 엘리자 양은 은근히 심약한 구석이 있…….”
콱-!
“죄송합니다. 제가 헛소리했습니다.”
채찍을 꺼내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엘리자를 보며 칼이 바로 허리를 접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엘리자가 말했다.
“미로나 공략하러 가자.”
“알았어.”
……. (계속)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