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17)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17화(717/768)
717.
통금 시간이 적용되는 건 어디까지나 기숙사 바깥.
그러니까 기숙사 내부에서는 밤을 새우든 말든 개인의 자유다.
그리고 기숙사 내부 시설 이용 역시 자유였다.
그 덕분에 늦은 시간까지 도서관 사용 역시 자유였다.
그리고 새벽이 다된 시간.
마법학과생들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사각- 사각-
깃펜으로 필기하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곧 중간고사가 시작된다.
학과 전쟁 역시 중요하지만 개인 성적은 더 중요했다.
학구열이 뛰어난 학생들은 본격적인 중간고사 시즌 전임에도 자발적으로 도서관에서 공부하러 가곤 했다.
특히 첫 중간고사인 만큼 1학년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복습과 예습을 철저히 하는 와중에 2학년 차석.
베티는 힐끗 옆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2학년 수석 쥬엔이 넋을 놓고 있었다.
‘어제부터 계속 이러네.’
아마도 원인은 칼과 엘리자의 스캔들 때문일 것이다.
어느 곳이나 사람은 소문을 참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바로 연애.
게다가 다른 누구도 아닌 3학년 중 최약체였지만 끝끝내 영웅의 자리에 오른 평민 신분의 칼.
그리고 입학 때부터 최고의 실력자로 이름높았던 명문가의 후계자 엘리자.
두 사람의 염문설인 만큼 주목도 역시 남달랐다.
어딜 가나 두 사람의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쥬엔도 확실히 칼 선배에게 마음이 있었나 보네.’
1학년 때부터 쥬엔의 멘티가 되어주는 등.
칼과 쥬엔의 사이도 꽤 깊었다는 걸 베티도 알고 있었다.
베티가 한숨을 쉴 때였다.
“끄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악!”
갑자기 도서관의 개인실에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부를 하던 학생들이 모두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콰앙-!
개인실 문이 발칵 열리며 4학년 남학생과 4학년 여학생이 튀어나왔다.
또각- 또각-
“어이가 없네.”
그때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서관에서 시끄럽게 굴고.”
아름다운 금색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리며 엘레나가 두 사람 앞에 섰다.
독서 중 방해를 받아 기분이 상한 엘레나가 말을 이었다.
“요즘 내가 너무 풀어줬나?”
분홍색 눈동자가 부드럽게 휘었다.
최근 레오 때문에 얌전해지긴 했지만, 엘레나는 루메른 역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망나니다.
엘레나의 말에 두 4학년이 하얗게 질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건 엘레나 때문에 겁을 먹은 게 아니었다.
그걸 눈치챈 엘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즘 진짜 내가 별로 안 무섭나?’
그런 고민을 할 때.
“에, 에에에에에엘레나 선배님!”
“개, 개인실에! 유, 유령이!”
둘은 패닉에 빠져 자신들이 뛰쳐나온 개인실을 가리키며 입에 나오는 대로 떠들었다.
“유령? 보나 마나 학생회장이 풀어 놓은 요정의 장난질이겠지.”
엘레나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개인실을 볼 때였다.
“아주 그냥 요즘 것들은! 응? 2000년 전이었으면 상상도 못 했어! 신성한 도서관에서 말이야! 아주 그냥 꽁냥꽁냥! 길고양이들마냥! 여기가 공부하는 곳이지 연애질하는 곳인 줄 알아?!”
그때 개인실 안에서 분노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엘레나가 미간을 좁혔다.
외침이 들릴 때마다 도서관의 마석 조명이 깜빡깜빡했다.
팟-!
그 순간.
마석 조명은 물론이고 촛불까지 모두 꺼졌다.
창문을 통해 은은하게 들어오는 달빛만이 유일한 빛인 상황.
휘오오오오-
찬 바람이 불자 으스스한 분위기가 도서관 전체를 뒤덮었다.
“뭐, 뭐야?”
“그, 글쎄?”
학생들이 느닷없는 상황에 살짝 몸을 떨 때였다.
텁-!
쥬엔은 누군가 자기 어깨를 붙잡는 걸 느꼈다.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너. 실연당했구나? 그래. 널 아프게 한 그 남자에게 복수를 하려면 잘 나가야 해. 남자 따윈 잊고 공부를…….”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쥬엔의 옆에 있던 베티가 얼굴이 없는 마법사를 보며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아아악!”
“저, 저게 뭐야!”
다른 학생들도 기겁했다.
목이 없는 마법사라니?!
학생들이 패닉에 빠져 있을 때.
엘레나가 가볍게 손짓했다.
화악-!
그러자 강력한 마력으로 만들어진 밧줄이 생성되더니 목 없는 마법사, 일레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휙-!
하지만 일레사는 그런 엘레나의 마법을 해주했다.
그걸 본 엘레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재미있네.”
고오오오오오-!
엘레나의 몸에서 강력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단 한 번의 공방으로 상대의 실력을 가늠한 것이다.
‘영웅에 근접한 실력자.’
거의 대마법사급의 고위 마도사다.
엘레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에 다른 학생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릴 때였다.
“너구나! 학생회장이 말한 마법학과 기숙사장이!”
일레사가 엘레나 앞으로 날아왔다.
상대방의 입에서 레오가 거론되자 엘레나가 멈칫했다.
“누구시죠?”
마수에 의해 목이 물어뜯긴 단면이 적나라하게 보임에도 엘레나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물었다.
“나는 일레사 뤼앙이야!”
그 말에 엘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들어 본 적 있네요. 옛날 학생회장 중 그런 이름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맞아! 그게 나야! 너 똑똑하구나!”
일레사는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엘레나를 보며 기뻐했다.
그걸 보고 마법학과 후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언제 적 학생회장님이세요?”
“대략 2000년 전쯤?”
“……엘레나 선배님은 어떻게 그걸 기억하세요?”
“다른 누구도 아닌 학생회장인데 기억 못 하겠어?”
“…….”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하는 엘레나를 보며 모든 학생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세상 깨닫게 된다.
눈앞의 여자가 루메른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문제아이자 천재라는 사실을.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는 건 학생회장 역시 3000명 가까이 된다는 거다.
그런데 이름만 듣고 선대 학생회장임을 기억하다니!
그것도 2000년 전 인물을!
모두가 질린 눈으로 엘레나를 바라볼 때였다.
“2000년 전 선배님이 왜 그런 몰골로 우리 앞에 나타나신 거죠?”
“난 현직 학생회장이 소환한 영령이야. 그리고 현 학생회장에게 부탁을 하나 받았지.”
“부탁?”
엘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일레사가 품에서 도장을 꺼냈다.
“엇?!”
“감점 도장?”
학생들이 단번에 도장을 알아봤다.
“마법학과 선도 지도 역할을 맡았어! 교칙을 어기거나 불건전한 이성 교제를 하는 못된 아이들은 이 선배가 감점을 줄 거야!”
모두가 떡-! 입을 벌렸다.
“그런 의미에서!”
일레사가 개인실에 틀어박혀 있던 4학년들의 이마에 도장을 찍었다.
“자, 잠깐만요!”
“연애하는 것도 잘못이에요?!”
감점을 받은 학생들이 항의하자 일레사가 말했다.
“어허. 학생다운 연애를 해야지! 신성한 도서관에서! 엉! 망측하게! 엉!”
“그, 그냥 키스 좀…….”
“야!”
남학생이 항의하자 여학생이 기겁하며 입을 막았다.
“흐응? 팔자가 좋네?”
싸늘하게 웃는 엘레나를 보며 두 학생이 굳어 버렸다.
그러고는 후배들에게 턱짓했다.
“끌고 가서 지하 방에 가둬.”
그 말에 학생들이 두 사람을 붙잡고 질질 끌고 갔다.
모두가 갑작스러운 사태에 우왕좌왕하는 사이.
생각을 정리한 엘레나가 물었다.
“일레사씨는 다른 학과 학생들의 교칙 위반 사항은 잡아내지 못하는 거죠?”
“응. 맞아.”
“그 외에 역할은?”
“너희의 공부를 도와주라고 했어!”
일레사는 살아생전 학생회장이었던 것도 모자라 실전 경험이 풍부한 마법사이기도 했다.
그 실전 경험 속에는 사람과의 전쟁은 물론이고 타르타로스와의 전쟁 경험까지 있다.
오래 살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살았던 시대가 전란의 시대인 만큼.
학생들에게 알려줄 것이 많다는 레오의 판단이었다.
“다른 학과에도 일레사씨 같은 분들이 있죠?”
“물론이지!”
쾌활하게 대답하는 일레사를 보며 엘레나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령 소동은 레오군이 소환한 선배 영령들이 일으킨 모양이네.”
사태를 파악한 엘레나가 후배들에게 말했다.
“앞으로 교칙에 더욱 신경 써. 괜히 걸렸다가 감점 도장 받지 말고. 특히.”
엘레나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까 그것들처럼 선 넘지 말고. 여긴 학교지 호텔이 아니야.”
몇몇 학생들이 찔끔한 표정을 지었다.
***
뚜벅- 뚜벅-
어두운 밤.
기숙사에 어떤 소동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클로에는 오늘 밤도 도서관을 찾았다.
그리고 긴장된 얼굴로 비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제는 의문의 존재에게 쫓겨났다.
‘내가 모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나?’
어쩌면 이기는 게 이 문제의 답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클로에가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의 풍경은 여전했다.
텅 빈 공간 가운데 탁자와 의자 두 개.
그 탁자 위에는 체스판.
그리고…….
“응?”
방 한 곳에서 잔뜩 책이 쌓여 있었다.
그곳에는 검은 인영이 책을 읽고 있었다.
‘체스책?’
잔뜩 쌓인 책.
‘설마 공부하고 있었나?’
클로에가 당황할 때였다.
방문자의 존재를 눈치챈 그녀가 고개를 들더니 책을 덮고 결렬한 몸짓으로 체스판에 앞에 앉았다.
그에 클로에도 긴장된 얼굴로 마주 앉았다.
이번에도 백을 쥔 상대가 먼저 움직였다.
탁-
클로에는 말없이 체스를 뒀다.
‘……실력이 거의 변화가 없는데.’
체스 서적을 읽고 다양한 전술 변화를 꾀한 것 같지만 활용 능력이 제로에 가까웠다.
마치 어린아이와 체스를 두는 기분을 느끼며 클로에가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도 클로에는 상대를 무참하게 짓밟았다.
탁- 탁-
‘어라?’
체스말의 움직임에서 무언가 익숙함이 느꼈다.
‘……레오?’
체스를 두는 게 레오의 스타일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오의 체스 실력은 만만치 않다.
물론 레오와 비교하는 게 실례인 실력이었지만 기물의 움직임이 순간 겹쳐 보였다.
하지만 그것뿐.
곧 초보적인 실수를 연발했다.
‘……이기는 게 문제를 푸는 방식이 아니라면.’
클로에는 일부로 실수를 연발해서 졌다.
탁-
“아, 체크메이트가 되었네요. 제가 졌어요.”
클로에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자.
상대가 어깨를 파들파들 떨더니 획-! 클로에를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클로에를 붙잡아 바깥으로 쫓아내버렸다.
쿵-!
“악!”
오늘도 엉덩방아를 찧은 클로에가 엉덩이를 문지르며 황당하다는 얼굴로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뭐야!”
다음날.
레오는 득달같이 달려드는 각 학과의 선배들의 항의를 받았다.
“그 영령 대체 뭐야!”
“왜 그렇게 무섭게 생겼어!”
“자다가 기절할 뻔했다고!”
자신에게 항의하는 선배들을 보며 볼을 긁적이던 레오는 자신의 곁을 지나가는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팔을 잡고 확 끌어왔다.
느닷없이 레오에게 잡혀서 끌려온 엘레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항의는 이쪽에 해주세요.”
그 말에 4, 5학년들이 흠칫했다.
얼떨떨한 표정을 짓던 엘레나가 빙긋 웃었다.
“회장이 까라면 까야지 뭐가 불만?”
“그, 그치.”
“그럴 수도 있지!”
엘레나에 의해 간단하게 진압된 선배들.
그에 레오가 턱을 쓰다듬었다.
“이거 편리한데?”
“날 편할 때 이용해 먹기 편한 여자 취급하는 건 사절인데.”
눈을 게슴츠레 뜨는 엘레나를 보며 레오가 빙긋 웃었다.
“그게 부학생회장의 일 아니겠어요?”
“내가 MVP 되면 각오해 둬.”
“그거참 무섭네.”
능청스럽게 말한 레오가 품에서 사탕 하나를 꺼냈다.
“뭐야?”
“잘했다고요.”
“진짜 애 취급이네.”
짜증스럽게 반응하면서도 엘레나는 레오가 준 사탕을 입에 넣고 굴렸다.
“레오.”
그때 클로에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엘레나 선배.”
“응. 좋은 아침.”
“레오랑 할 이야기가 있는데 이야기는 다 끝나셨어요?”
“응. 이야기랄 것도 없어. 레오군이 날 이용한 거라서.”
그 말에 엘레나에게 인사를 한 클로에가 레오의 손을 잡고 끌었다.
“레오, 나 좀 봐.”
그 말에 레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클로에를 따라갔다.
잠시 후 인적이 드문 막다른 곳에 도착하자 레오가 말했다.
“손 좀 놔 줄래?”
그 말에 클로에가 아차! 하며 손을 놨다.
“흠흠!”
그리고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말했다.
“네가 기숙사 곳곳에 숨겨둔 문제에 관해서 물어볼 게 있는데.”
“응.”
“도서관에 있는 체스 문제.”
“벌써 찾았어? 찾기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빠르네.”
감탄사를 터트린 레오가 웃으며 말했다.
“그거 너라도 이기기 쉽지 않을걸?”
“응?”
“멜 교수님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거거든.”
“이기기만 하면 되는 거지?”
“응.”
레오의 대답에 클로에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나 그거…….”
“수상하군!”
그때 벽을 뚫고 소환학과의 영령, 레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뿐만 아니라 존은 천장에서.
일레사는 바닥에서 뚫고 나와 클로에의 발목을 덥석 잡았다.
“잡았다!”
“불건전한 이성 교제의 현장!”
“꺄아아아악?!”
느닷없이 등장한 흉측한 몰골의 영령들을 보며 기겁한 클로에가 자신의 발목을 붙잡은 일레사를 걷어차고 존과 레딘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버린 후 레오의 뒤에 숨었다.
“이, 이 사람들 뭐야!”
“내가 소환한 영령.”
그렇게 대답한 레오가 웃었다.
“성능 확실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