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18)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18화(718/768)
718.
레오가 소환한 선대 학생회장들은 순식간에 학교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교칙을 어긴다 싶으면 귀신같이 나타나 벌점을 날려댔기 때문이다.
특히 남학생과 여학생이 구석진 곳에서 야릇한 분위기를 풍길 때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기가 막혀.”
팔짱을 낀 셀리아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쩌다 저런 영령들을 소환한 거야? 내 사촌이지만 가끔 보면 괴짜라니까.”
“레오 도령을 단순히 괴짜라고 표현하기 조금 그렇지 않나요?”
“그런가? 그럼 뭐라고 해야 하지?”
“글쎄요. 공용어로는 딱히 표현할 수식어가 없을 것 같네요.”
첸 시아의 말에 셀리아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였다.
레오는 언제나 상상을 초월한다.
그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말 그대로 예측 불가.
“그래도 외관만 무섭지. 좋은 분들인 것 같았어요.”
“응? 왜 그렇게 생각해?”
“존이라는 선배님이 아까 훈련하는 걸 봐주셨거든요.”
첸 시아가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선대 학생회장이라 그런가?”
어릴 때부터 어둠 속에서 배신자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을 매장해 온 첸 시아의 실전 경험은 루메른 학생 중에서도 단연 원탑이다.
하지만 첸 시아의 경험은 어디까지나 사람과의 전투를 바탕으로 쌓아 올려진 것.
타르타로스는 사람의 범주를 벗어난 이형의 괴물.
사람과 타르타로스의 마족과 마수, 마물들의 싸움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첸 시아의 압도적인 실전 경험은 타르타로스와의 전투에서도 유효하지만, 그 경험이 100% 발휘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했다.
클래스 전쟁 시기를 살았던 존은 양쪽 전투 경험이 풍부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해주는 조언은 첸 시아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그분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듀란군도요.”
“듀란이?”
“네, 듀란군도 존 선배님의 조언이 나쁘지 않았다고 했어요.”
듀란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굉장한 호평이다.
경쟁자들이 존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는 말을 듣자 셀리아도 혹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쟁자인 첸 시아와 듀란에게 뒤처질 수 없다는 경쟁심이 발동한 것이다.
이런 모습은 비단 기사학과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었다.
마법학과와 소환학과 모두에서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단순히 교칙 위반을 단속하는 게 아닌.
일찍이 학교를 졸업한 선배로서 조언과 지도를 아끼지 않았고 그 부분에 관해서 만큼은 전 학년을 통틀어 호평이 이어졌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들의 소환을 유지하고 있는 건가요? 소환을 유지하는데 영력 소모가 적지 않을 텐데.]레오의 방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자신의 몸만 한 조각 케이크를 포크로 찍어 먹으며 엘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기왕 소환을 했으니까. 그리고…….”
[그리고?]“이야기를 들어 보니 조금 안 됐더라고.”
그들이 태어난 시대는 전란의 시대였다.
그런 만큼 학창 시절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물론 재앙의 시대처럼 모든 걸 잃어버린 시대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상당히 팍팍한 삶을 살았다는 건 변함 없다.
“뭐, 연애를 못 한 게 억울하다고 하지만. 학창 시절을 즐겁게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지 않을까 해서.”
시대는 다르다 하더라도 후배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미련을 털어 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들과 계약을 맺은 것이다.
[그런 이유였군요. 전 그냥 레오가 단순히 학생들을 괴롭히려고 그들과 계약을 맺은 줄 알았어요.]엘시가 감탄하자 레오가 픽- 웃었다.
“내가 그렇게 성격이 꼬인 것 같아?”
[조금?]엘시가 까르르 웃었다.
그런 엘시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대정령들은 말 잘 듣는데?”
현재 레오와 계약을 한 대정령은 엘시와 라르엘을 제외하고도 불의 대정령 이스타와 물의 대정령 운디네가 있었다.
콧대가 높고 자존심이 강한 두 대정령이었던 만큼 휘하 정령들에게는 인망이 없는지 엘시에게 하위 정령들의 지배력을 빼앗긴 이후에는 굉장히 고분고분해진 상태였다.
거기에 더해 레오의 정체에 대해서도 알게 된 만큼.
계약자에 대한 불만은 사라졌다.
문제는 원수지간이라 할 수 있는 두 정령이 시도 때도 없이 마찰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계약 상태는 아니지만, 레오와 계약이 확정된 현시대의 어둠의 대정령.
심연의 정령 이그니트가 자신과 앙숙이라 할 수 있는 라르엘의 옆에서 계속 꼬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솔직히 말하면 대정령들이 모여 있으면 피오라, 키르안, 아티가 모여 있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시끄럽다.
레오와 계약한 대정령 중 리더는 단연 엘시였다.
비록 살아온 세월은 가장 짧지만 5000년 전 재앙의 시대에 태어난 만큼 실질적인 나이는 가장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엘시는 대정령 중에서도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온화한 성격 덕분에 잘 나서지 않아 실질적으로 대정령들을 진두지휘하는 건 두 번째로 연륜이 깊은 라르엘이었다.
그랬기에 그들의 관리를 라르엘에게 맡겨 버린 것이다.
[최근 라르엘의 폭력 성향이 부쩍 늘긴 했어요.]엘시 앞에서나 고분고분할 뿐.
라르엘 역시 심사가 뒤틀릴 대로 뒤틀린 정령이다.
성격을 죽이고 사느라 고생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고생하겠군. 잘 다독여 줘.”
엘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야심한 시간.
지금 레오 방을 찾아올 이는 한 명뿐이다.
레오가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오늘도 레오의 영령술 수련을 돕기 위해 찾아온 아르티안이었다.
“레오 학생, 좋은 밤이에요.”
빙긋 웃은 아르티안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침에 선대 학생회장의 영령들을 봤어요. 설마하니 초혼술로 영령을 세 사람이나 소환하다니. 레오 학생의 잠재력에 깜짝 놀랐답니다.”
악령의 정체를 알게 된 아르티안은 굉장히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초혼술로 세 명의 영령을 소환하는 잠재력.
역대급 영령술사의 등장에 아르티안은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그 영령술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이라고 하니 교육자로서 기쁨은 배가된 상황이었다.
“자! 레오 학생! 오늘도 열심히 영령술을 연마해 봐요!”
의욕적으로 두 주먹을 꼭 쥐는 아르티안을 보며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
다음날.
“모두 일어나!”
마법학과 기숙사에서 일레사가 종을 쳤다.
“마법학과생으로서 타 학과보다 나태한 건 참을 수 없어! 타도 기사학과! 타도 소환학과!”
휴게실에서 의욕적으로 소리치는 일레사를 보며 비교적 늦잠을 자는 학생들이 흐느적흐느적 휴게실로 나왔다.
“저기, 선배님.”
5학년 마법학과생이 굉장히 피곤한 얼굴로 일레사에게 말했다.
“바보처럼 일찍 일어나는 걸로 경쟁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쪽에 그 하반신 없는 소환사랑 깡통 기사도 이런 걸로 우릴 이기려 들 거라고! 그리고 우리 보고 나태한 돼지라고 삿대질하겠지!”
“그러니까 그 경쟁 자체가 바보 같지 않나요?”
5학년의 말에 일레사가 말했다.
“기사랑 소환사 놈들에게 바보 취급당하는 건 절대 용납 못 해! 이겨도 바보, 져도 바보라면 승리한 바보가 되어야지!”
강경한 일레사의 말에 휴게실에서 머리카락을 꼬고 있던 엘레나가 빙긋 웃었다.
“그 말이 맞네요.”
루메른 2인자가 일레사의 말을 긍정하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다.
“그런데.”
엘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밤새 머리가 생기셨네요?”
그 말에 일레사가 훗- 하고 웃었다.
“어때? 이 대선배님의 미모가? 예쁘지?”
턱을 괴며 으쓱한 표정을 짓는 일레사.
확실히 얼굴을 되찾은 일레사의 용모는 자연스럽게 눈길이 갈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러네요.”
‘비교되니까 상대적으로 빛이 발하네.’
하지만 엘레나 앞에서는 그 외모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 자체만으로 마성의 매력을 내뿜는 것이 바로 엘레나였다.
“그나저나 갑자기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간 이유가 뭔가요?”
어제까지만 해도 절로 비명이 나오는 외모에서 살아생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엘레나의 물음에 일레사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애석하게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야.”
“네?”
“봐.”
일레사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일레사의 목이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꺄아아악?!”
일레사의 밑에 있다가 머리를 받게 된 여학생이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어머, 그렇게 반응하면 이 선배가 부끄러운데.”
몸만 남은 일레사의 몸이 후배 앞으로 다가와 얼굴을 받아 들어 목 위에 올렸다.
“툭 하면 이렇게 머리가 떨어져.”
“심장에 안 좋네요.”
엘레나의 담백한 평가에 주변 학생들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눈 하나 까딱 안 하면서.’
그렇게 아침부터 마법학과가 소란스러울 때였다.
쿠구구구궁-!
마법학과 기숙사 정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좋은 아침.”
칼이 피곤한 얼굴로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걸 본 일레사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모두 마법 장전! 간악한 소환학과의 여자와 놀아난 배신자다!”
“아, 선배님이 할린드 교수님이 말씀해 주신 일레사 선배님이군요. 애석하게도 전 평생 여자친구란 게 있어 본 적이 없는데요.”
“…….”
칼의 말에 일레사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말했다.
“소환학 개X끼 해봐.”
“소환학 개X끼.”
“쏘지 마라! 아군이다!”
일레사가 익살스럽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힘없이 웃음을 터트린 칼이 비틀비틀 휴게실 소파로 다가가 털썩 주저앉았다.
“꼴이 말이 아니네.”
아바드의 말에 소파에 몸을 깊게 묻은 칼이 말했다.
“경고하는데.”
“응?”
“징벌방에는 절대 가지 마라.”
***
‘대체 어떻게 해야 문제를 풀 수 있는 거지.’
아침 식사 후.
수업 준비를 위해 방으로 돌아가며 클로에는 생각에 잠겼다.
이기는 것도 아니고 지는 것도 아니다.
‘레오는 그냥 이기면 된다고 했는데?’
그 점이 의문이었다.
레오는 분명 상대가 만만치 않은 실력자라고 했다.
하지만 상대의 실력은 너무 형편없었다.
그리고 이기는 게 문제의 해답이 아니었다.
‘뭔가 꼬인 건가?’
어젯밤에는 일부러 가지 않았다.
지금 가서 문제를 풀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로에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방문을 열었다.
달칵-
“……?”
그리고 방문을 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에 있는 탁자 위.
체스판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검은 실루엣이 바른 자세로 앉아 있었다.
클로에가 방으로 들어온 걸 확인한 실루엣이 손을 들더니.
탁-!
게임을 시작했다.
“지금?”
클로에가 당황했다.
문제가 직접 자신을 찾아와 체스를 청하다니.
당황한 표정을 짓는 클로에를 보며 검은 실루엣은 가만히 앉아 있었다.
보채지도 않았다.
그저 클로에가 의자에 앉아 수를 둘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조금 다른 느낌인데?’
클로에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까지 막무가내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굉장히 차분했다.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클로에는 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실력을 생각한다면 금방 끝날 게 분명했다.
탁-
클로에가 수를 두었다.
그에 맞춰 실루엣도 체스를 이어 나갔다.
탁- 탁-
클로에의 방에는 기물이 움직이는 소리만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잠시 후.
클로에가 놀란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