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30)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30화(730/768)
730.
시계탑 기숙사는 티나가 구상한 마도 공학의 정수가 담긴 공간 마법의 결정체였다.
그리고 마법의 중심은 시계탑의 꼭대기층인 학생회장의 방이다.
레오가 방에서 시계탑 기숙사의 어느 곳이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이유도 모든 문이 통하는 곳이 바로 학생회장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학생회장 방으로 들어오는 모든 문은 기본적으로 잠겨 있어.’
그랬기에 평범한 문으로서 작용을 하는 것이다.
학생회장방의 열쇠가 없다면 나가는 것 역시 무작위다.
마법 술식을 설계한 티나도 열쇠가 존재하지 않으면 이를 통제할 수 없다.
술식 자체를 무작위로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이런 짓을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은 단 한 명 뿐이다.
‘멜.’
하지만 드래곤 로드인 멜이 이런 짓을 할 리는 없다.
‘초혼술을 아무리 사용해도 리시나스를 소환할 수 없었어.’
아직 자신의 수련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이미 소환된 상태였다면?
‘확실한 물증이 필요해.’
거기까지 생각한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희, 똑바로 치워 놔.”
“옙! 맡겨 두세요! 형님.”
“아니, 마법으로 치우면 편하잖아. 왜 우리가 직접 손으로 쓸고 닦아야…….”
릴은 경례까지 하며 힘차게 대답했지만 엘레나는 여전히 불만이었다.
“그럼 벌이 아니잖아요.”
“우리가 일부러 그랬어?”
“그래서 불만?”
“…….”
레오가 고개를 슬쩍 기울이자 엘레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와, 엘레나 선배가 꼼짝도 못 하는 건 처음 봤습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형님!”
릴이 감탄하며 손뼉을 쳤다.
엘레나는 그런 릴의 발을 꾹 밟았다.
“아픕니다, 엘레나 선배.”
릴의 말에 엘레나가 혀를 차며 빗자루로 폐허가 된 바닥을 쓸었다.
“삐약! 삐약!”
[어허! 똑바로 못할까! 후배를 보고 좀 배워!]그런 엘레나의 머리 위로 피오라와 키르안이 파닥거리며 뺑글뺑글 돌았다.
삐딱한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엘레나가 빗자루로 두 환수를 파리 잡듯 후려쳤다.
그리고 바닥으로 추락한 두 환수를 쓰레받기에 쓸어 넣었다.
“앗! 나도 똑같이 해주세요! 쓰레기 취급 해주세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티가 미끄러지듯 엘레나 앞으로 슬라이딩 해왔다.
하지만 엘레나는 그런 아티를 철저히 외면했다.
“헉! 이건 설마 방치 플레이?!”
몸을 꼬며 괴로워하는 아티.
폐허가 되었어도 여전히 시끌벅적한 자신의 방을 나선 레오가 뚜벅- 뚜벅- 복도를 걸었다.
“레오님, 이게 무슨 일인가요?”
그때 멜이 나타나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멜. 최근 학교에서 일어난 일 중에 이상한 일 없었어?”
“이상한 일이요? 없었는데요? 혹시 적의 습격인가요?”
“그런 건 아니고. 조금이라도 이해 안 가거나 평소와는 다른 일이 없었나 해서.”
레오의 물음에 표정을 푼 멜이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저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네요. 엔은 아는 게 있어?”
멜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엔이 고개를 저었다.
“3학년 모의전에서 기사학과와 마법학과 학생들이 이유 모를 멀미를 호소한 걸 제외한다면 딱히 없었습니다.”
그 말에 레오가 걸음을 멈추더니 다시 되물었다.
“마나 고갈 후유증이라고 했던가?”
“네, 하지만 확인해 본 바로는 마나 고갈은 크게 없었습니다. 그냥 정신적으로 무리를 했다는 결론입니다.”
레오의 등급생인 3학년 중에는 특히나 레오가 미래의 영웅으로 지목한 이들이 많다.
그런 만큼 부상을 입거나 하면 멜이 특별하게 관심을 기울였다.
사소한 것에도 엔을 시켜 혹시나 증상이 악화 되진 않았는지 큰 후유증은 없는지 다시 확인시켰을 정도다.
‘멀미.’
레오는 동기들을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첸 시아와 클로에는 병동에 없었던 게 맞지?”
“네.”
“그 두 사람 중 한 명과 연관이 있겠군.”
“뭐가 말인가요?”
영문을 몰라하는 멜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아무래도 너희가 존경에 마지않는 지혜의 왕께서 이 기숙사에 숨어 있는 것 같아.”
“네?”
“저, 정말입니까?”
멜는 눈을 휘둥그레 떴고 엔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드래곤으로서 이보다 더 가슴 떨리는 말이 있을까?
이곳 어딘가에 지혜의 왕! 리시나스가 있다니!
“일단 확인을 좀 해야겠군.”
거기까지 말한 레오는 복도 난간 위로 올라갔다.
레오의 방이 있는 곳은 시계탑 꼭대기.
올라오는 원형 계단 가운데는 뻥 뚫려 있었다.
그곳을 향해 레오가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확-!
“세상에! 어떻게 해! 어떻게 해!”
멜는 양뺨을 감싸쥐고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했다.
“로드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그래 맞아!”
“어서 빨리 레오님을 도와 리시나스님을 찾…….”
“빨리 성대한 환영 준비를 해야지! 엔, 이리 오렴.”
“전 리시나스님을 찾는 레오님을 돕겠습니다.”
그 말에 멜이 빤히 엔을 바라보더니 빙긋 웃었다.
“응, 안 돼.”
“예? 하지만 레오님을 보좌해야…….”
“다른 누구도 아닌 리시나스님이셔. 우리가 레오님을 돕는다고 찾는 데 도움이 될까?”
“…….”
“좀 더 빨리 만나 뵙고 싶어서 그러는 거 모를 줄 아니?”
생글생글 웃으며 엔의 속내를 꿰뚫어 본 멜은 엔을 데리고 환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떤 식으로 환영 파티를 준비하면 좋을까?”
행복하다는 얼굴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멜을 보며 엔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왜 리시나스님께서는 숨으셨을까요? 레오님을 바로 만나 뵙고 싶어 하실 줄 알았는데…….”
“음……. 조금 부끄러우신 게 아닐까?”
“그럴까요?”
“응. 그럴 것 같아.”
리시나스가 어떻게든 레오를 골려주려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는 걸 모르는 멜은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
기숙사로 내려온 레오가 먼저 한 것은 다름 아닌 조금 전 자신의 방에 난입했던 첼시들을 찾는 일이었다.
‘멀미 증상이 리시나스에게 기억 금제를 받은 후유증이라면. 흔적이 남아 있겠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모를까.
레오가 작정하고 찾으려 든다면 리시나스가 남긴 마법의 흔적을 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
도장을 갖고 도망간 무리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초감각을 가다듬을 필요도 없이 멀리서 치고받고 하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레오가 발걸음을 내디뎠다.
화악-!
그와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복도를 달려간 레오는 곧 아바드와 조우할 수 있었다.
“레오?”
“거기 서지 못 해? 버터!”
의아한 표정을 지은 아바드의 뒤로 셀리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화르르륵-
셀리아의 불꽃의 오러가 타오르자 레오가 손을 뻗었다.
덥-!
“윽? 무슨……. 레오?”
공격이 막혀 당황한 표정을 짓던 셀리아는 자신의 검을 잡은 레오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셀리아, 잠시만.”
레오는 손가락으로 셀리아의 이마를 건드렸다.
레오의 마나가 온몸을 훑자 잠시 움찔한 셀리아였지만 이내 레오의 마나를 받아들였다.
잠시 후.
손을 뗀 레오가 빙긋 웃었다.
“이제 됐어.”
“뭘 한 거야?”
“잠시 확인을 좀 했어.”
이마를 문지르며 셀리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바드는 손에 쥐고 있는 도장을 레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레오, 이건 어떻게 할 거야?”
“아, 그거?”
레오는 어느새 쫓아온 다른 학생들을 바라본 후 말했다.
“하던 거 마저 해.”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바드가 도장을 허공으로 던졌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첼시가 멋들어지게 도장을 낚아챘다.
오랜 세월 연계를 맞춰 온 남매의 멋진 플레이였다.
“잡아라!”
“야! 너무 떠들지 마! 교수님들 온다고!”
학생들이 우르르 첼시를 쫓아갔다.
혼자 남게 된 레오가 허리에 손을 올렸다.
“자, 그럼. 난 그 망할 도마뱀을 찾아볼까?”
초감각이 발동하자 레오의 감각이 거미줄처럼 시계탑 기숙사 전체에 퍼지기 시작했다.
레오의 머릿속으로 무수히 많은 정보가 들어왔다.
학생들이 조용히 떠드는 소리.
몰래 움직이는 느낌.
순찰을 도는 교수들.
그리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누군가의 기척.
“들켰어요!”
초감각으로 인해 예민해진 귓가로 첸 시아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레오가 ‘호오?’ 감탄했다.
첸 시아 역시 초감각을 익혔다.
처음에는 미숙했지만 지금은 잘 단련된 모양이다.
‘에이란이 청각에 특화되었다면……. 첸 시아는 육감이 발달한 건가?’
초감각을 만들어 낸 아르온과 그걸 최초로 배운 레오의 경우에는 모든 감각이 발달했다.
하지만 후대의 이들에게는 극한으로 발달되는 영역이 달랐다.
에이란은 청각을.
그리고 첸 시아는 육감이 강화된 모양이다.
자신의 초감각 영역에 침범해 온 레오의 기감을 간파했다는 게 그 증거다.
‘많이 발전했군.’
평소라면 크게 칭찬해줄 일이지만.
‘말하는 걸 보아하니 리시나스의 존재를 알고 있는 모양이군.’
작은 배신감을 느끼며 레오가 발을 내디뎠다.
화악-!
엄청난 속도로 첸 시아가 있는 곳에 도달한 레오는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첸 시아의 앞을 가로막고 팔짱을 꼈다.
“어디 갔어?”
“뭐를요?”
“시치미를 떼시겠다?”
“에헤헤헤.”
“귀여운 척하지 마라, 안 귀여우니까.”
레오의 말에 첸 시아가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난 널 믿었는데.”
“그치만 리시나스님의 부탁을 어떻게 거절해요.”
“그래? 그래서 그 녀석은 어디 숨었어?”
“리시나스님이 어디 숨으셨냐면요.”
뚜벅- 뚜벅-
“응? 레오? 시아? 거기서 뭐 해?”
그때 복도 저편에서 클로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의아한 표정을 짓는 클로에에게 레오가 말했다.
“첸 시아에게 뭐 좀 물어보고 있었어.”
“음? 뭘 물어보고 있었는데?”
“개인적인 일이야.”
레오가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그런 레오에게 클로에, 아니. 리시나스가 다가갔다.
클로에의 몸에 리시나스가 빙의했다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기에 레오는 평소처럼 클로에를 대했다.
‘아무튼 이런 쪽으로는 눈치가 빨라요.’
이 술래잡기도 이제 끝났다고 생각이 들었다.
‘뭐, 보아하니 자다가 방이 불타버린 것 같고. 골려줄 만큼 골려준 것 같네.’
속으로 생각하는 사이 심문하던 레오가 첸 시아의 볼을 잡아당겼다.
‘……즐거워 보이네.’
리시나스의 눈이 살짝 가라앉았다.
클로에의 몸에 빙의한 후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가장 많이 듣고 또 물어본 것은 역시나 대영웅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건 시작의 영웅과 성운의 시조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이 땅에 모습을 드러낸 성운의 시조가 자신이 사랑했던 이가 카일이었노라 선언하고 떠났던 이야기.
그렇다 보니 카일과 루나가 연인 관계였다는 게 후대 사람들에게는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파편적으로 남아 있는 기억 속으로 한 가지 모습이 떠오른다.
‘어때? 리시나스보다 훨씬 잘하지?’
‘……잘하네.’
루나가 카일에게 입을 맞춘 후 나눈 대화.
‘더럽게 못 하네.’
그와 반대로 자신과 입을 맞췄을 때 입을 닦으며 퉁명스럽게 지껄이던 모습.
리시나스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좀 늙어 보이는데?’
여러 가지 거슬렸던 말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지금 웃으면서 놀래켜주고 싶었다고 말을 걸면 레오도 지금까지의 일을 웃어넘길 것이다.
하지만 살아있던 시절이라면 한 대 후려치고 털어버렸을 말들 때문에 속이 꼬여가는 게 느껴졌다.
“레오.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뭐가?”
“리시나스님과 루나님 중 넌 누가 더 좋아?”
레오가 힐끗 리시나스를 바라보았다.
첸 시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리시나스를 바라보더니 당황하기 시작했다.
리시나스가 빙긋 웃고 있었다.
‘대답을 잘하셔야 할 것 같은데?’
“둘 다 별로 안 좋은데.”
클로에라 생각하고 평소와 같이 장난스럽게 대답하는 레오.
“응. 그렇구나.”
리시나스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으아아아.’
첸 시아는 속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말했다.
“레오 도령. 평소에는 둘 다 좋다고 하셨잖아요?”
“내가 언제.”
훌륭하게 상황을 꼬는 레오를 보며 첸 시아가 다급히 말했다.
“그래도 더 좋은 분이 있을 거 아니에요. 리시나스님이 더 좋지 않으세요?”
“지금은 루나가 더 좋은데. 그건 왜 묻는 거야?”
첸 시아는 천장을 바라보며 개탄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보아하니 어디서 듣고 있구만.’
레오가 살짝 삐딱한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였다.
“야.”
“응?”
화악-!
레오는 자신의 시야를 가린 작고 여리여리한 클로에의 주먹을 봤을 때 비로소 깨달았다.
‘클로에가 리시나스였어?’
쾅-! 쩌저저적-!
리시나스의 주먹이 레오의 안면을 때림과 동시에 사방이 얼어붙었다.
어둠 저편으로 튕겨 나간 레오가 복도 끝에 있는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으르렁거린 리시나스는 그대로 레오가 날아간 쪽으로 달려들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이 망할 사기꾼 도마뱀아!”
“닥쳐!”
어둠 저편에서 살벌한 대영웅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쾅-! 콰가가강-!
그대로 격렬한 전투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첸 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루나가 좋으면 루나랑 결혼하지 그랬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걔가 날 좋아하는지도 몰랐다고!”
“자랑이다! 이 등신!”
어둠 저편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이윽고 저 멀리서 대영웅끼리의 전투를 알리는 격렬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릴 때쯤.
첸 시아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리고 멍허니 중얼거렸다
“이거……. 부부싸움인가……?”
***
한편, 멜과 엔은 빈방에서 리시나스를 위한 환영 파티를 한창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환영 문구를 고심하는 멜에게 엔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로드님.”
“응.”
“두 분은 혼인 계약만 하셨을 뿐……. 정식으로 식은 올리지 않으셨으니 후손인 저희가 두 분의 혼인을 축하해 드리는 자리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멜이 손뼉을 치더니 해맑게 웃었다.
“너무 좋은 생각이다, 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