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731)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731화(731/768)
731.
레오는 살벌한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리시나스를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우선 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야겠군.’
열이 오를 대로 오른 리시나스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빗대어 볼 때 조금 있으면 화가 어느 정도 풀릴 것이다.
‘게다가……. 지금 리시나스가 사용하고 있는 건 클로에의 몸이기도 하고.’
리시나스의 원래 육체라면 모를까.
오러와 소환술을 다루지 못하는 순수 마법사인 클로에의 몸으로 하는 주먹질과 발길질이 아플 것 같지는 않았다.
드래곤의 강인한 육체에 비하면 인간의 육체는 나약할 테니까.
‘뭐, 마법을 쓴다고 해도. 막아 볼 만하겠지.’
뚜벅- 뚜벅-
생각에 잠겨 있던 레오를 깨운 건 리시나스의 발걸음 소리였다.
스윽-
목 단추를 푼 리시나스는 목에 단정하게 매여 있는 교복 넥타이가 거슬렸는지 잡아당겨 푼 다음 클로에의 긴 머리카락을 질끈 묶었다.
셀리아나 클로에도 평상시 옷차림이나 행동거지가 바른 것으로 유명한 빈틈 없는 우등생이다.
하지만 리시나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그런 리시나스가 저 정도로 옷을 풀어 헤친다는 건 그만큼 화가 났다는 증거였다.
옷소매까지 걷는 리시나스를 보며 레오가 웃었다.
그 모습을 본 리시나스의 눈이 꿈틀거렸다.
“웃어? 너 지금 내가 만만하냐?”
“아니. 옛날에는 네가 열받으면 나도 조금은 움찔했었거든.”
“그런 것 치고는 상당히 잘 지껄이지 않았어?”
리시나스의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표정은 더욱 살벌해졌다.
화가 나면 웃는 레오와 대조적으로 리시나스는 화가 나면 표정이 살벌해졌다.
그리고 리시나스를 이 정도까지 열받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카일이 유일했다.
루나와는 평상시 가장 가까운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가끔 서로 티격태격할 때는 있었지만 그건 단순한 의견 차이일 뿐.
카일처럼 으르렁거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리시나스와 루나는 알게 모르게 서로를 동경했다.
루나는 기품 있는 모습으로 주변 사람을 따르게 만들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선사하는 리시나스의 모습을.
리시나스는 쾌활하고 자유로우며 힘든 상황에서도 늘 사람을 웃게 만드는 루나의 모습을.
서로가 가지지 못한 서로의 모습을 내심 강하게 동경해 왔기에 싸울 일이 없었다.
드웨노의 경우에도 누드모델 운운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사이였기에 싸울 일이 없었고 아르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리시나스에게 아르온은 챙겨야 할 파티의 막내이자 동생 같은 존재였고 아르온은 리시나스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랐다.
오직 카일만이 리시나스를 화나게 했다.
그리고 그건 리시나스의 진실 된 모습 중 하나였다.
세계의 무게는 무겁다.
그것이 멸망하는 세계라면 더더욱.
그랬기에 리시나스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했다.
남들 앞에서는 절대 풀어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슬퍼하는 모습.
지치고 힘든 모습.
웃고 떠드는 모습.
그 무엇도 쉽게 보여줄 수 없었다.
리시나스 역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존재.
슬플 때 울며, 지치고 힘들 때 쉬고, 즐겁고 기쁠 때 웃는다.
하지만 멸망하는 세계를 짊어진 순간부터는 그러한 모습을 타인 앞에서 섣부르게 보여줄 수 없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나 흔들림 없이 세계를 희망으로 이끄는 지혜로운 왕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야 한결같은 믿음을 줄 수 있으니까.
감정에 휘둘리는 건 나약해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리시나스는 늘 거짓된 모습으로 사람들을 속여왔다.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사기꾼.
세계를 짊어졌다는 건 그러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리시나스가 유일하게 감정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바로 카일에게 화를 낼 때였다.
살아남는 영웅 카일의 악랄함과 신랄함이 얼마나 사람을 열받게 하는지는 가드스론에서도 유명했다.
그리고 카일에게 화를 내는 건 리시나스가 가장 자신답게 있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유일하게 자신의 감정에 오롯이 솔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니까.
“지금 보니까 화내는 모습이 귀엽네.”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레오의 말에 리시나스가 멈칫했다.
“귀여워?”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기세는 조금 누그러들었다.
‘아. 짜증나네.’
레오의 솔직한 반응에 기분이 풀리는 자신이 싫었지만 그렇다고 또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그런 리시나스에게 레오가 말했다.
“그래. 이제 보니 클로에 녀석. 화내는 얼굴이 귀엽네.”
“…….”
다시 자신의 기분을 나락으로 처박는 레오를 보며 리시나스가 되물었다.
“그러니까 클로에가 귀엽다는 거지?”
“그런데?”
“그래. 너 같은 등신에게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볼을 긁적였다.
‘그만 놀릴까?’
리시나스가 귀여워 보인다는 건 진담이었다.
위험이 덜하다고 생각되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했다.
‘나도 속이 꼬이긴 꼬였군.’
레오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려 할 때였다.
후욱-!
“……?”
리시나스가 눈 깜짝할 사이 레오의 눈앞에 도달했다.
“뭐?”
예상을 뛰어넘은 속도에 레오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러는 사이 리시나스의 주먹이 레오의 복부를 가격했다.
퍼엉-!
쩌저저적-
주먹에서 냉기가 폭발하며 레오의 몸을 튕겨냈다.
퉁! 퉁! 촤아아악-!
복도 바닥을 몇 번 구른 레오가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자리에 섰다.
‘방금 속도가?’
아무리 클로에의 몸에 들어간 게 리시나스라지만 클로에의 육체는 한계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조금 전 리시나스의 속도는 레오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몸에 부하를 줄 정도로 움직였나? 아니, 아무리 열받아도 리시나스가 남의 몸을 망가트릴 리는…….’
거기까지 생각한 레오는 순간 바닥이 미끄럽다는 걸 느꼈다.
빙판이 된 바닥을 본 레오가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미끄러진 건가.’
빠른 속도의 정체를 간파한 순간.
리시나스가 빙판 위를 미끄러지며 레오를 향해 접근했다.
신발 아래에 스케이트 날과 같은 얼음의 칼날이 달려 있었다.
“이건 생각보다 아픈…….”
쉭-!
또다시 엄청난 속도로 자신과 거리를 좁혀오는 리시나스를 보며 레오가 다급히 검을 뽑았다.
챙-!
발바닥 아래에 있는 얼음의 칼날과 레오의 검이 교차했다.
순간 레오의 몸이 그대로 밀려났다.
후악-!
‘중력 마법.’
일순간 발끝의 중력을 높였다.
그 무게를 이용해 엄청난 속도로 미끄러져 레오에게 그 충격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콰가가각-!
레오가 검을 바닥에 꽂아 미끄러지는 걸 멈춘 후 정면을 바라보았다.
리시나스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빠르게 움직인 게 아니야. 공간 이동 마법?’
하지만 공간 이동 마법 특유의 마력의 파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날카롭게 감각을 다듬던 레오는 순간 뒤를 돌아보았다.
“이 악물어! 이 망할 자식아!”
뻐억-!
뒤에서 나타난 리시나스의 주먹이 레오의 턱을 후려쳤다.
그로 인해 레오의 몸이 붕 떴다.
“이게……!”
머리가 울리는 충격에 레오가 반격하려는 순간.
쩌쩌적-!
클로에의 몸이 흡수되듯 얼음 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걸 본 레오가 얼굴을 굳혔다.
‘루나가 클로에에게 만들어 준 마법.’
사용자가 일순간 정령의 영역에 들어서는 마법.
어떻게 리시나스가 자신의 감각을 피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일순간 몸을 정령화시켜 얼음을 통해 이동한 것이다.
역사상 최강의 정령사라 불리는 리시나스가 클로에의 몸으로 그 마법을 완벽하게 다룬 것이다.
탁- 휘청!
가까스로 제자리에 선 레오는 다리가 풀리는 걸 느꼈다.
‘얕봤어.’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리시나스.
소환술의 정점에 선 이다.
게다가 마법에 대한 지식 역시 자신보다 깊으면 깊었지 절대 얕지 않다.
그런 리시나스가 클로에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만만하다고 귀엽게 볼 게 아니었어.’
화르륵-
레오의 몸에서 불꽃의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붉은 안광을 번뜩인 레오가 손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의 오러로 바닥을 내리쳤다.
까가가가각-!
빙판이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얼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레오의 등 뒤에서 리시나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덥석-!
리시나스가 뒤에서 레오를 끌어안았다.
사아아아- 쩌저저적-
그러자 엄청난 냉기가 레오의 몸을 얼려버리기 시작했다.
덥석-! 화르르륵-!
레오가 리시나스의 목을 붙잡고 불꽃을 내뿜었다.
싸늘한 표정을 지은 리시나스는 그대로 자신의 손끝에 냉기를 집중시켜 레오의 손을 떨쳐냈다.
사아아아아-!
얼음과 불꽃이 만나며 내뿜어진 자욱한 수증기가 주변을 덮었다.
레오는 얼어붙은 몸을 풀며 옷 여기저기에 붙은 살얼음을 털어냈다.
리시나스는 레오에게 잡힌 목을 문질러 보더니 손을 뻗었다.
쩌저적-!
얼음의 검을 생성시킨 리시나스가 검을 붙잡고 레오에게 겨누었다.
“그래, 제대로 붙어 보자는 거지?”
그 모습을 본 레오가 이죽거리자 리시나스가 코웃음을 쳤다.
두 사람이 내뿜는 살기가 충돌했다.
쩌저적-
기세만으로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첸 시아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날 것 같은데.’
하지만 무려 대영웅들의 싸움.
자신으로서는 말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싸움을 막을만한 분은 단 한 분뿐이야.’
드래곤 로드, 멜리나.
‘멜 교수님은 대체 어디 계신 거지?’
첸 시아는 애타게 멜을 기다렸지만 멜리나가 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
“어, 어떻습니까?”
엔이 조심스럽게 묻자 멜이 환하게 웃었다.
“너무 좋다! 리시나스님의 아름다운 흑발과 흰 꽃의 조합은 너무 잘 어울릴 거야!”
아름답게 꾸며진 방.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다.
단아한 느낌의 방은 신성한 느낌 마저 들 정도였다.
상황을 모르는 두 드래곤은 자신들의 위대한 선조가 기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방을 꾸미기 바빴다.